00257 야쿠마마 : 죽음의 통곡 =========================================================================
257.
상아의 텔레파시를 듣고 재빨리 3단계 정화수를 들이켰다. 그러자 머리를 사정없이 쪼아대던 딱따구리가 멈췄다.
혈기탄 두 방을 날려 야쿠마마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재빨리 뒤로 돌아가며 가방에서 은행나무창 다섯 자루를 꺼냈다.
비명에 잠깐 충격을 받았다가 정신을 차린 구미호가 야쿠마마의 눈을 공격하는 사이 창 다섯 자루를 상처 난 몸통 부위에 연달아 던졌다.
“퍽퍽퍽퍽퍽!”
“꺄아악~~~”
창과 혈기탄이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뼈가 부서지고 비늘이 터지며 길이 1.5m, 지름 50cm의 커다란 상처가 벌어졌다.
상처에서 피와 함께 혈기탄에 터진 살점이 떨어져 내리자 삽시간에 피 웅덩이가 생겨났다.
“펑펑! 펑펑!”
포스를 보충한 소연이 현무를 다시 출격시켜 살이 벌어진 곳에 불꽃 탄환을 쏘아댔다.
“꺄아아아악~~~~~”
꼬리에 붙은 불은 신경도 쓰지 않던 야쿠마마가 비늘이 터진 상처 부위에 불이 붙자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정면이 아닌 뒤에서 들었는데도 몸이 으스스 떨려오며, 손발이 저리고, 머리털이 삐죽삐죽 곤두섰다.
[지홍아! 괜찮아?]
[난 괜찮아! 내 걱정하지 말고 뒤로 더 물러나.]
[하지만...]
[시키는 대로 따라. 그래야 우리 모두 살 수 있어.]
[알았어.]
무전으로 소연을 안심시키며 구미호를 다시 소환했다. 아리의 말처럼 죽음의 저주가 담겼는지 정면에서 견제하던 구미호가 야쿠마마가 지른 죽음의 비명에 산산이 흩어졌다.
에너지 결정체인 구미호는 언제든 다시 소환할 수 있어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문제는 상급 레드몬에 버금가는 구미호가 한 방에 죽을 만큼 야쿠마마의 비명이 절대적 위력을 갖췄다는 것이었다.
야쿠마마가 질러댄 죽음의 비명에 반경 1km 안에 있던 생명체가 모두 죽었고, 3km까지 여파가 미쳐 실신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야쿠마마를 유인한 곳이 농경지와 목장이 몰린 곳이라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고, 가축을 돌보던 사람들도 야쿠마마가 나타나자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가축과 곤충, 식물 등 반경 1km 안에 있던 생명체는 나를 빼곤 하나도 남김없이 죽었다.
아내들도 아리의 위험 신호에 5km 밖으로 물러나 있어 피해가 없었지, 아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면 다칠 수도 있었다.
구미호가 야쿠마마를 견제하는 사이 죽은 나무에서 에너지를 흡수했다. 야쿠마마도 구미호의 공격을 피하며 몸에 붙은 불을 끄느라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갈취한 에너지를 오늘 구한 레드주얼에 차곡차곡 밀어 넣었다. 지름이 2cm인 레드주얼은 목각인형이 바닥을 내려치는 모습으로 가게에서 파는 기념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주 귀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귀여운 모습과는 달리 매우 위험한 주얼로 내가 가진 포스를 몽땅 레드주얼에 쏟아 부은 후 창에 실어 던지면 맞은 물체는 내부에서 발생한 강력한 진동에 내장이 으스러져 죽었다.
은비의 에너지 파동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원리는 비슷하지만, 위력은 태양과 달만큼 차이가 컸다.
은비의 에너지 파동이 외부에서 내부로 타고 들어가고, 물방울이 떨어져 파동이 일어나는 형태라면, 블랙 카이만에서 얻은 레드주얼은 밖이 아닌 안에서 파동이 일어났고, 폭발적으로 파동이 일어나 순식간에 내부를 으스러뜨렸다.
이 때문에 파동주얼이란 이름 붙인 카이만주얼은 창, 검, 맨주먹 등 모든 물체에 실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필요로 하는 에너지양이 너무도 커 내가 가진 포스를 모두 쏟아 부어야 한 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럴 경우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처할 수 있어, 흡기를 사용해 에너지를 채우는 게 가장 안전했다.
이외에도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과부하가 걸려 최소 6시간은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포스를 채워 넣으며 혈기탄와 투창을 날려 야쿠마마가 불을 끌 수 없게 계속 괴롭혔다.
가뜩이나 불이 잘 꺼지지 않아 고통스러운데, 구미호가 집중적으로 눈을 공격하고, 내가 아픈 상처를 계속 들쑤시자 괴로움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고통의 비명은 심장을 벌렁거리게 했던 죽음의 비명과는 질적으로 달라 구미호와 난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아리 언니가 그러는데 죽음의 통곡은 대단위 광역 스킬이라 포스 소모가 극심해 자주 사용하진 못할 거라고 했어요.]
은비의 텔레파시를 들으며 500m까지 다가갔다. 은행나무창에 파동 에너지를 싣자 파란 예기와 함께 300개의 파란 고리가 생겨나 빠르게 회전했다.
고리가 진동을 만드는 에너지원으로 몸속에 스며들면 0.1초 만에 파란 고리 300개가 한 번에 부딪혀 강력한 진동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진동이 장기는 물론 세포까지 단숨에 파괴했다.
“쒸우웅~”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간 창이 입이 쩍 벌어진 상처에 파고들자 파란빛이 뿜어져 나오며 130m 거대한 동체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꺄아아아악~~~~~ 캬아아아악~~~~~”
창을 던지며 구미호에게 피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전력으로 블링크를 사용해 야쿠마마에게 멀어졌다.
야쿠마마의 처절한 비명이 30초 넘게 이어지자 반경 2km 안엔 살아 있는 생명체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개미, 모기는 물론 박테리아, 미생물까지 생명체란 생명체는 모조리 죽었다. 1km 안은 더욱 처참해 죽은 가축과 나무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집과 바위까지 부서져 내렸다.
귀를 틀어막고 2km를 물러나 부서진 건물 위에 올라가 야쿠마마를 바라봤다. 파동에너지가 실린 창을 맞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감을 집중해 야쿠마마의 몸을 훑었다. 파동에너지의 진원지를 중심으로 좌우 20m 안의 장기와 세포가 모두 파괴됐고, 상처도 3배로 커져 몸이 반쯤 잘린 상태였다.
상처가 꼬리 쪽에 가까워 심장은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지만, 간·위·췌장·쓸개 등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부서졌다.
그런데도 놈은 죽지 않고 혀를 날름거려 나와 구미호를 찾고 있었다. 3단계 정화수를 한 병 마시고 창 세 자루를 꺼내 들고 천천히 접근했다.
멀찍이 도망갔던 구미호가 내 움직임에 맞춰 야쿠마마에게 다가가 반쯤 끊어진 상처를 공격했다.
파동에너지에 세포와 신경이 모두 죽자 고통도 느낄 수 없는지 레이저가 상처를 들쑤셔도 반응이 없었다.
절반도 못 미치는 앞부분 50m는 움직일 수 있는지 몸을 틀어 물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꼬리 부분도 신경은 아직 살아있는지 꿈틀거렸지만, 뇌와 연결이 끊겨 자기 멋대로 움직일 뿐 상체를 도와주진 못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가슴 위쪽만 남은 건데, 죽지도 않고 도망치려 하네? 생명력 하나는 킹왕짱이다.’
얼굴로 날아간 구미호가 눈을 공격하자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레이저를 피했다. 하지만 상처로 민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며 공격을 허용했다.
뱀은 눈꺼풀이 없는 대신 얇은 피막이 눈을 보호했다. 눈을 보호하는 피막도 제법 질겨 구미호의 레이저를 다섯 방이나 막아냈다.
하지만 비늘만큼 질기진 못해 500m를 기어가기도 전에 양쪽 눈이 레이저에 망가져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야콥슨 기관과 피트 기관이 있어 물가를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마저도 얼마 못 가 구미호의 공격에 망가지자 방향감각을 상실한 야쿠마마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구미호가 야쿠마마를 공격하는 동안 3단계 정화수로 피로와 비명의 충격을 몰아내고, 흡기를 통해 소모한 포스를 보충했다.
파동주얼에 에너지를 채우며 흡기를 과도하게 사용하자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고, 마지막 비명에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포근한 침대에 누워 아내들의 부드러운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간절한 마음을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아놓고 남은 창 세 자루로 야쿠마마의 머리를 겨냥했다.
눈·코·귀가 모두 망가져 달아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언제 미처 날뛰며 비명을 질러댈지 몰라 빨리 처리해야 했다.
“쒸우웅~”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창이 얼굴에 날아들자 위험을 감지한 야쿠마마가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퍽!”
“카악~”
볼 수도, 들을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야쿠마마는 A급 엘리트 레드몬의 본능에 따라 몸을 움직여 치명적인 급소를 피했다.
‘썩어도 준치라 이거지.’
치명적인 급소는 피했지만, 창을 피하고자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며 상처가 더욱 벌어져 허리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재빨리 다가가 글라디우스로 간신히 붙은 비늘을 잘라냈다. 허리가 끊어지자 머리와 꼬리가 제각각 움직였다.
허리를 끊어내고 곧바로 심장을 공격했다. 파란 예기로 비늘을 잘라내고 심장을 도려내려 하자 위험을 감지한 야쿠마마가 거칠게 꿈틀대며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으려 했다.
뒤로 물러나자 본능적으로 내 위치를 감지한 야쿠마마가 흉포하게 달려들었다. 구미호가 재빨리 따라붙어 얼굴에 레이저를 난사했다. 하지만 놈도 이판사판(理判事判)인지 작은 상처 따윈 돌보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따라붙는 야쿠마마의 공격을 피해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눈부신 속도로 잔상을 남기며 움직였지만, 놈이 귀신같이 따라붙었다.
상처를 입기 전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야쿠마마의 모습에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깡~”
물어뜯기 위해 달려든 놈의 이빨을 내려치자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며 이빨이 부러졌다.
아나콘다의 이빨은 한 쌍이 아닌 상어처럼 촘촘한 형태라 하나가 부러져도 공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쾅~”
“캬악~”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든 놈이 악에 받친 비명을 질러대며 달려들었다. 이빨을 잘라내고 얼굴에 상처를 입혔지만, 같이 죽자고 달려드는 야쿠마마를 떼어낼 수 없었다.
이렇게 도망만 치다간 죽음의 비명에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엔 공격으로 전환해 숨통을 끊는 게 나았다.
생각을 정하자 파란 예기가 4.5m로 늘어났다. 흉측한 야쿠마마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재빨리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따라붙는 놈을 향해 혈기탄을 발사했다. 입속으로 사라진 혈기탄이 입천장을 파고들어 연속으로 터졌다.
“펑펑펑!”
“캬악~”
놈이 고통에 멈칫하자 콧등을 밟고 머리를 타고 넘었다. 몸을 돌려 재빨리 이마에 글라디우스를 박아 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악~~~~~”
파란 예기가 뇌를 뚫고 들어가자 야쿠마마가 마지막 비명을 질러댔다. 글라디우스가 뇌를 파고드는 순간 칼을 놓고 머리를 힘껏 찼다.
몸이 총알처럼 튕겨 나가 단번에 500m를 날았다. 하지만 음파인 죽음의 비명이 훨씬 빨라 1km를 벗어나기 전에 가슴을 망치로 내려치는 충격을 받았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해 간신히 3km를 벗어나자 하늘이 노랗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통곡 같은 야쿠마마의 비명이 1분 이상 이어졌다. 죽음의 저주가 깃든 통곡에 반경 3km 안에 있던 모든 생명체가 목숨을 잃었고, 2km 안은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여파가 5km까지 뻗쳐 유리창이 깨지고 슬레이트 지붕이 내려앉았고, 바리케이드를 쳤던 경호팀 대원들이 졸도하는 일도 일어났다.
멍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자 레드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놈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가득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냐? 뭐가 그리 좋냐? 사람들이 죽는 게 좋냐? 레드몬이 죽는 게 좋냐? 뭐가 좋냐 이 나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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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