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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56화 (256/505)

00256  야쿠마마 : 죽음의 통곡  =========================================================================

256. 야쿠마마 : 죽음의 통곡

“개와 말은 너무한 거 아니야?”

“레드몬 사체를 팔아 마카파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룰라 특사와 스텔라, 셀리나, 루나 언니들까지 펑펑 울었어. 마카파의 어려운 사정에 차마 거절하진 못하고 미안하단 말만 백 번도 넘게 했어.”

“가져가 봐야 연료비도 안 나와서 파는 거야. 아무것도 아닌 일에 왜들 난리야. 시끄럽게.”

“돈보다 마음이 고마워서 그래. 룰라 특사님은 이번 일로 깊은 감명을 받았어. 앞으로 네가 무슨 일을 시켜도 마다치 않을 만큼 네 심복이 되고자 할 거야.”

“심복은 무슨...”

“사람 마음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

“난 아무것도 한 거 없어.”

“그게 중요한 거야. 아무런 이득도 바라지 않고 베푼 마음. 그래서 룰라 특사님이 너에게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하신 거야.”

“부담스러워.”

“이번 일로 마카파뿐만 아니라 브라질,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이 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질 거야.”

“별것도 아닌 일로 난리 치지 마. 창피하게 왜 그래?”

“칭찬받는 게 부끄러워?”

“그만해. 나 올라가서 잘 거야. 피곤해.”

소연의 말에 얼굴이 빨개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일도 인색했지만, 누가 나를 칭찬하는 것도 어색했다.

“오빠! 같이 가요.”

“나도~”

잽싸게 일어선 아영와 은비가 품에 안기자 상아와 서인도 재빨리 옆에 달라붙었다. 팔에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에 불편한 기분이 풀리자 잠시 의기소침했던 고추가 성을 내며 옷을 뚫고 나오려 했다.

“우리 똘똘이 그새 커졌네.”

“그러게요. 작은 틈만 줘도 쑥쑥 자라나네요.”

“어서 올라가자. 많이 힘들 텐데 위로해줘야지.”

“언니! 시작은 저부터예요.”

“알았어.”

은비와 아영의 짓궂은 농담에 흥분해 급히 2층 침실로 올라갔다. 침실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1층 거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평소보다 더욱 급박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방문 앞을 서성거렸다.

“스텔라?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뭐라고? 야쿠마마가 나타났어?”

‘재미 좀 보려고 했더니... 항상 이런 식이야. 뭣 좀 해보려고 하면 흥을 깨고 지랄이야. 젠장!’

“지홍씨! 빨리 내려오세요.”

“간다. 가~~~”

신속히 방어구를 착용하고 장비를 챙겨 달려가며 구미호를 보내 야쿠마마를 정찰했다.

소와 돼지, 양 500마리를 우리에 가둬둔 지 5일 만에 야쿠마마가 나타났다. 냄새를 맡고 나타났는지, 때가 돼서 나타났는지 알 순 없지만, 또다시 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줄여 줘 고맙기만 했다.

감당할 수 없는 포식자의 출현에 겁에 질린 가축들은 울지도 못한 채 엎드려 죽음만 기다렸다.

자기 밥상인 걸 눈치챘는지 야쿠마마는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가축들을 한입에 한 마리씩 날름날름 집어삼켰다.

구미호가 옆에 다가가 알짱거리며 그 모습을 보는데도 놈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맛나게 가축을 잡아먹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왜?”

“밥 먹는다고 구미호는 쳐다보지도 않네.”

“구미호가 어떤 존재인지 몰라서 그러나?”

“글쎄?”

3k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야쿠마마는 거대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몸통 두께만 3층 건물 높이에, 길이는 초고층 빌딩인 50층에 해당하는 거대한 육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내가 먼저 다가가 상급 레드몬인지 아닌지 확인할 거야. 신호 줄 때까진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지난번처럼 걱정된다고 몰려와도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

“왜 대답이 없어?”

“지홍아!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아나. 우리 걱정하지 말고.”

“흐흐흐흐~ 걱정하지 마. 쪼금만 위험해도 혼자 살겠다고 열라 도망칠 거니까.”

“농담하는 거 아니야.”

“그럼 난 진담 하는 거야? 생각을 해봐.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며 그게 살아 있는 목숨이야? 죽는 것만도 못하잖아. 내가 평생 고통 속에 살길 원하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모두 이리와.”

소연을 시작으로 아내들의 달콤한 입술을 진하게 훔치고, 아리와 소희도 품에 안아 뜨겁게 안아줬다.

불안에 떠는 일행을 다독여준 다음 은행나무창 두 자루를 손에 쥐고 야쿠마마에게 바람처럼 달려갔다.

A급 엘리트 레드몬 야쿠마마

전투력 : 9985

지능 : 95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0% 하락

에너지양 : 59,003

스킬 : 알 수 없음

“퍽! 퍽!”

“카악~”

안도감과 함께 날아간 두 자루 창이 질긴 비늘을 뚫고 몸통 깊숙이 박혀 들자 야쿠마마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A급이야. 하지만 전투력은 상급 직전인 9985야.]

[후유~ 다행이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이란 말에 소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이란 말에 ‘다행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수십억 지구인 중 소연이 유일할 것 같았다.

그러나 소연의 말처럼 다행인지는 아직 모를 일이었다. 강력한 예기와 전류가 흐르는 창 두 자루가 끄트머리만 살짝 남기고 몸통 중앙에 깊숙이 박혔지만, 놈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활기차게 움직였다.

여태껏 이런 놈은 본적이 없었다. 은행나무도, 일본원숭이도, 재규어도, 블랙 카이만도 창이 몸을 파고드는 순간 마비와 함께 치명상을 입고 전투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얼마 못 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놈은 작은 가시에 찔린 것처럼 따끔한 정도인지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함이 없었다.

가시에 찔린 따끔함과 살기에 화가 난 야쿠마마가 반쯤 삼킨 먹이를 뱉어내고 고개를 높이 쳐들어 나를 바라봤다.

반짝이는 노란 눈과 마주치자 정신이 몽롱해지며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등줄기를 훑는 서늘함에 번쩍 정신이 들자 바로 블링크를 사용해 뒤로 쭉 빠졌다.

잔상을 남기며 신형이 뒤로 빠지자 그 순간 야쿠마마의 커다란 머리가 해머를 내려치듯 바닥을 내리꽂혔다.

“쾅!”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리며 돌과 흙이 하늘 높이 솟구치자 깊이 30m의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단단한 땅을 머리로 내려찍어 깊은 구덩이를 만든 야쿠마마의 위력에 나도 모르게 존경심이 일어났다.

‘정력 끝내주겠네.’

“피용피용~ 피용피용~”

야쿠마마의 눈에서 마비 광선이 나오는 걸 알아챈 구미호가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야쿠마마도 눈을 공격당하는 건 참을 수 없는지 좌우로 고개를 돌려 레이저를 피하며 꼬리를 휘둘렀다.

“휘이잉~ 쿵~~~”

130m짜리 초거대 레드몬이 꼬리를 휘두르자 사나운 바람과 함께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흔들렸다.

“쒸우웅~”

파란 예기에 쌓인 창이 얼굴을 노리며 날아들자 놈이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단단한 비늘로 창을 퉁겨내며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신호 주기 전까진 다가오지 마. 놈의 속도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라.]

[알았어.]

소연에게 경고를 보내며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해 놈의 파상적인 공격을 피했다.

스텔라가 땅에선 야쿠마마보다 자신들이 더 빠르다고 알려줬지만, 아무래도 잘못된 정보 같았다.

야쿠마마의 움직임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날아가는 화살보다 더욱 빨라 블링크를 사용해야 겨우 피할 수 있었다.

갑자기 빨라졌을 수도 있지만, 몇 달 사이에 속도가 배로 빨라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취월장(日就月將)도 하루하루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지 몇 달 사이에 2배, 4배 이런 식으로 강해지는 건 아니었다.

지금으로선 세쌍둥이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야쿠마마가 귀찮은 파리 쫓듯 쫓아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렇지 않다면 세쌍둥이의 속도로 야쿠마마를 따돌리고 살아남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피용피용~ 피용피용~”

야쿠마마의 꼬리에 살짝 부딪혀 멀찍이 날아갔던 구미호가 재빨리 돌아와 눈을 공격하자 소연이 불러낸 현무도 다가와 불꽃 탄환으로 근접지원에 나섰다.

“쾅쾅~”

불꽃 탄환이 꼬리에 적중하자 불길이 치솟았다. 레일건으로 쉽게 뚫리지 않는 야쿠마마의 비늘도 단백질인 케라틴(Keratin)과 콜라젠(Collagen)이 주성분으로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백린이 주성분인 불꽃 탄환에 명중하자 거세게 타올랐다.

‘드디어 한 건 했네.’

한 건 했다는 생각이 무색하게 야쿠마마는 뜨겁지도 않은지 불붙은 꼬리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구미호의 레이저만 요리조리 피했다.

야쿠마마의 시선이 구미호와 현무에게 잠시 돌아간 사이 가방에서 창 두 자루를 꺼내 몸통을 향해 던졌다.

“카악~”

덩치가 큰 게 모든 면에서 이득은 아닌지 뒤에서 날아든 창을 피하지 못했다. 구미호와 현무가 시선을 끌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덩치가 워낙 커 얻어맞을 곳이 많고, 순간 방향전환과 기민성은 살짝 떨어졌다.

하지만 워낙 몸이 커서 그런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가시에 찔려 이빨을 드러낸 채 나를 쫓던 놈이 고무공이 튕기듯 갑자기 방향을 바꿔 현무에게 다가갔다.

노란 눈이 반짝이자 불꽃 탄환을 쏘아내던 현무가 돌처럼 굳었다. 번개같이 다가간 놈이 커다란 입을 벌려 한입에 현무를 삼켰다.

갑작스러운 야쿠마마의 방향 전환엔 구미호가 순간 움직임을 놓친 사이 현무가 죽고 말았다.

[괜찮아?]

[아니! 못 볼 걸 봤어.]

[흐흐흐흐~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토할 것 같아. 우엑~ 우엑~]

사라진 현무는 다시 불러내면 됐지만, 죽기 전에 현무가 본 야쿠마마의 뱃속은 고스란히 소연의 망막에 투영됐다.

무시무시한 이빨과 목을 넘어가는 섬뜩한 느낌, 죽은 채 사지가 뒤엉켜 있는 가축들의 모습은 레드몬을 수년째 사냥한 소연도 참기 힘든 모습이었다.

“펑펑펑!”

“꺄아악~~~ 꺄아악~~~”

혈기탄이 상처를 파고들어가 혈맥을 터뜨리자 고통이 심한지 처음으로 야쿠마마가 비명을 질러댔다.

귀를 찢는 비명과 함께 반경 2km 이내의 유리창이 모두 박살났고, 1km 안에 있던 가축들은 피를 토하며 너부러졌다.

아직 죽은 것은 아니지만, 고막과 망막이 터지고 장기에도 상처를 입어 살아남긴 힘들 것 같았다.

[오빠! 아리 언니가 그러는데 비명에 죽음의 저주가 깃들어 있대요. 지금 비명은 고통에 스킬이 스며든 것이라 온전한 건 아니래요. 정면에서 받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오빠! 제발 조심하세요.]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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