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255화 (255/505)

00255  지진파  =========================================================================

255.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리가 하는 말을 소연이 영어로 통역해주자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가 다가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진파를 직접 확인한 세쌍둥이는 블랙 카이만이 야쿠마마보다 더욱 위험한 레드몬이 될 수 있다는 아리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지금은 수백m에 불과하지만, 블랙 카이만이 성장하면 한 방에 1km, 2km, 10km를 초토화할 수도 있었다.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세쌍둥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진정시킨 후 블랙 카이만에게 다가갔다.

죽은 블랙 카이만을 옆에서 올려다보자 작은 동산처럼 느껴졌다. 12.5m짜리 블랙 카이만이 이렇듯 크게 느껴지는데, 130m짜리 야쿠마마가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안 됐다.

3.5ton의 거대한 사체를 뒤집어 배를 갈랐다. 심장에서 10cm 짜리 커다란 레드스톤을 꺼낸 후 척추에 박힌 지름 2cm의 레드주얼을 은밀히 뽑아냈다.

피를 닦아낸 레드스톤을 소연에게 넘겨 세쌍둥이에게 보여주게 하고 레드주얼은 품에 갈무리했다.

“은비야!”

“왜?”

“가서 트럭 끌고 와. 최소 세 대는 끌고 와야 해.”

“내가?”

“응.”

“나만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니야?”

“볼기짝 백 대 맞고 갔다 올래 아니면 조용히 입 다물고 갔다 올래? 둘 중의 하나 골라. 개인적으로 내가 바라는 건 볼기짝 백 대야! 원한다면 추가로 백 대 더 때려줄 수 있어. 어때?”

“에잇! 치사하게.”

“치사하면 앞으로 말조심해. 너 때문에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아오~”

“이제 안 그러면 되잖아.”

“두고 보겠어. 그 말이 사실인지.”

“우우우~”

오리처럼 입술이 삐죽 튀어나온 은비와 상아, 스텔라, 셀리나, 루나가 풍비·풍아·풍연·풍인·풍영을 타고 바람처럼 달려 낡은 트럭 세 대를 몰고 왔다.

세쌍둥이 중 한 명만 다녀오라고 하자 풍산개를 탈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셋 다 울프 라이더가 되어 숨겨진 질주 본능을 만끽했다.

삐걱거리는 고물 트럭에 블랙 카이만과 재규어, 맥, 카피바라 사체를 싣고 돌아오자 마카파 시민들이 모두 몰려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군대도 없이 자경대가 도시를 지키는 마카파는 정부의 강압에 일 년에 한 번 50명 규모의 레드몬 사냥팀이 방문했다.

이들은 방어벽 근처에 자리 잡은 레드몬과 사람을 잡아먹는 레드몬을 처리해 도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워낙 위험한 지역이라 사냥을 꺼려 방어벽 주변에서 시간만 때우다가 돌아가는 형편이라 주민들이 레드몬을 보는 건 황천 갈 때가 아니면 극히 드물었다.

능력자 7,530명을 보유한 브라질은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능력자를 보유한 능력자 강국이었다.

그러나 국토의 크기와 레드몬의 수, 위험도 등을 생각하면 2,508명을 보유한 대한민국보다 열악한 상태였다.

확률적으로 계산하면 나라가 큰 만큼, 사람이 많은 만큼 능력자 수가 많아야 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처럼 단순 공식이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국만 해도 10억이 넘는 인구에 능력자는 고작 11,732명밖에 안 됐다. 우리와 비교하면 60,000명은 넘어줘야 했다.

그런 면에서 코딱지만 한 나라에, 인구도 겨우 4,000만 명인 대한민국이 2,508명의 능력자를 보유한 건 진정 행운이자 천운이었다.

“기자들이 취재와 인터뷰를 원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방송국도 왔는데 해줘야지.”

“사체도 공개할까요?”

“레드스톤까지 다 보여줘.”

“네.”

라스베이거스에서 파파라치에 심하게 당한 이후 기자라면 질색을 하자 한숙이 눈치를 보며 어찌할지 물어왔다.

개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단국 방송과 대한 일보, 단군 일보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혐오하는 건 정권과 재벌의 나팔수가 되어 거짓과 음모를 사실인 척 쓰고,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로 써내려가는 쓰레기 기자였다.

이들은 쓰레기 기자라는 이름조차 아까운 놈들로 사회악이자 나라를 좀먹는 해충이었다.

펜은 총알보다 강하다(Pen Is Mightier Than The Bullet)고 했다. 이 말은 언론이 진실을 말할 때 해당하는 말이지만, 찌라시 기자들을 보면 거짓을 말할 때도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정부와 짜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국민을 속이고, 재벌과 손잡고 형편없는 물건을 대단한 상품인 양 띄워주고, 술과 성 접대에 노래, 춤, 연기 어느 것 하나 안 되는 저질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등 악취가 풍기는 펜으로도 총알보다 큰 위력을 발휘했다.

“소연아!”

“응?”

“블랙 카이만만 남기고 나머지는 브라질 정부에 넘기던 업자에게 넘기든 모두 팔아. 팔아서 이곳 사람들 옷하고 신발이라도 사줘. 사는 게 지지리 궁상이야.”

“알았어.”

소연도 주민들의 모습이 보기 딱했는지 두말하지 않고 사체를 처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미래 아이 사랑재단을 맡은 아영뿐만 아니라 아내들은 모두 누군가를 돕는 일에 열성적이었다.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힘들게 산 사람 모두가 아내들처럼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사람 중엔 지독한 구두쇠와 악덕 기업주도 많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성공하자 과거의 미천하고 어려웠던 때는 까맣게 잊고 자기 잘난 맛에 온갖 지랄은 다 떨며 사는 사람도 많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대한민국 재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로 기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명품 가방과 명품 옷으로 덕지덕지 치장할 줄은 알아도 자선냄비에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적선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 게 우리나라 부자들이었다.

“마음이 불편하셨어요?”

“맨발에 달랑 팬티 하나 걸치고 돼지 오줌보 차는 아이들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짜식들이 타잔도 아니고 팬티만 걸치고 뛰어다녀. 옆에 수잔과 치타도 없으면서.”

“오빠 어릴 적 생각나서 그런 거죠?”

“글쎄?”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요. ‘내가 어릴 적 너희처럼 헐벗고 굶주렸다.’ 이렇게 대문짝만하게요.”

“이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것도 꿰뚫어 보는 거야?”

“안 그래도 그러려고 소연 언니에게 독심술 배우고 있어요.”

“그러다 마인드 컨트롤러로 진화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마인드 컨트롤러가 되면 오빠를 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잖아요. 헤헤헤헤~”

“나 조종해서 뭐하려고?”

“평생 절 사랑하게 만들려고요.”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 네가 싫어하지만 않으면 평생 사랑하며 살 거니까.”

“남자를 어떻게 믿어요. 특히 오빠처럼 바람기 철철 넘치는 사람을. 치마만 두르면 눈이 돌아가는데.”

“내가 언제?”

“예쁜 여자만 보면 기감으로 온몸을 샅샅이 훑잖아요. 아주 구석구석 세심하게. 모를 줄 알았죠?”

“컥!”

“그래도 오빠는 자기 여자 버릴 사람은 아니라서 안심이에요. 욕심이 많아서 절대 남 주지는 않잖아요.”

“알아주니 눈물 나게 고맙다.”

“킥킥킥킥~~~”

장난기 가득하게 웃는 상아를 품에 안고 베란다로 나왔다. 상아와 웃고 떠드는 동안 일거리가 많아진 경호팀과 아내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숙은 브라질 국영 TV와 인터뷰 중이었고, 소연과 서인은 룰라 특사와 사체를 매각하기 위해 여기저기 통화 중이었다.

뒤뜰에선 은비와 아영, 소희, 아리, 스텔라, 셀리나, 루나가 풍산개들을 씻기며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집이었다면 자극적인 초미니 비키니 차림으로 내 눈을 즐겁게 해줬겠지만, 이곳은 늑대들이 많아 반바지와 면티 차림의 단정한(?) 모습으로 발랄함만 살짝(?) 보여줬다.

‘역시 브라질이야. 상아와 아리도 75B로 볼륨감이 만만치 않은데, 75C에는 역시 안 되네. 내가 사랑하는 75A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빈약하게 보이냐. 은비야! 아영아~ 소젖이라도 짜줄까? 어? 소희 가슴이... 벌써 75B야!’

거하게 저녁을 먹은 후 모두 함께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했다. 스텔라가 꼭 봐야한다고 신신당부해 TV를 틀긴 했지만, 영어도 못 알아듣는 내가 포르투갈어를 무슨 재주로 알아듣겠는가?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한국어까지 5개 국어에 능통한 한숙도 포르투갈어는 듣는 것도 버거워 영어로 대화하거나 통역을 썼다.

“뉴스를 왜 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도 알아 알아듣는지도 못하는데.”

“스텔라 언니가 꼭 보라고 할 정도면 화면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야.”

“팬터마임이야? 무성영화야? 소리 끄고 볼까?”

“그것도 괜찮겠다. 말이 너무 빨라서 시끄러워.”

“얘들도 억양이 엄청나게 세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싸우는지 알겠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야. 목청 크잖아.”

소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TV에 고정했다. 5시간 전에 한숙이 인터뷰한 내용과 죽은 블랙 카이만, 재규어, 맥, 카피바라의 모습이 화면이 나왔다.

아나운서가 아주 빠른 말로 우리 모습과 레드몬을 번갈아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 오늘 사냥한 레드몬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도 아내들과 영어를 쓸 때와는 달리 포르투갈어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태극기와 삼족오 깃발을 손에 든 마카파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우리 이름과 미래 레드몬을 연호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췄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래 레드몬 사냥팀의 상징인 삼족오 그림이 그려진 T셔츠를 입은 사람도 제법 눈에 띄었다.

“저 사람들 왜 저러는 거야?”

“레드몬 사체를 벨렝에 있는 회사에 넘겼어. 사체는 1시간 전에 비행기로 운반해갔고, 그 돈으로 룰라 특사님이 내일까지 마카파 주민들의 옷과 신발, 냄비, 그릇 등 생활용품을 사오기로 했어. 그 소식이 주민들에게 전해졌나 봐.”

태극기와 삼족오 깃발, 티셔츠를 어디서 구했는지 의아해하자 한숙이 손을 들어 자기가 나눠줬다는 것을 알려줬다.

“태극기와 삼족오 깃발도 싣고 다녀?”

“이번 원정부터 국위선양과 미래 레드몬 홍보 차원에서 깃발과 티셔츠를 준비했어요. 앞으로 방문하는 도시마다 나눠줄 계획이에요.”

“적은 비용으로 효과 만점이네.”

“광고비로 따지면 수천억 원은 벌어들인 셈이죠.”

“열쇠고리도 만들어 나눠주면 좋아하겠네.”

“키키키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요.”

“볼펜과 우산도 만들지 그래?”

“저희가 판촉회사도 아니고 볼펜과 우산은 좀 우습죠. 머그컵이면 모를까? 호호호호~”

“이런...”

[이 자리를 빌려 박지홍 회장님과 사모님들 그리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미래 레드몬 공대는 엘리트 레드몬 블랙 카이만과 재규어를 잡아 마카파를 구해주셨습니다. 또한, 가난한 마카파 주민들에게 신발과 옷, 생활용품을 나눠주기 위해 레드몬을 팔았습니다. 계약금과 야쿠마마 사냥 의뢰비도 아직 지급하지 못한 저희에게 회장님은 너무도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시면 불러주십시오.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