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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54화 (25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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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블랙 카이만 : 지진파

“오빠!”

“응?”

“블랙 카이만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크기는 대략 12m, B급 엘리트 레드몬일 가능성이 커요.”

“어디서?”

“상류에서 다가오고 있어요. 거리는 대략 10km요.”

“우리 쪽으로 곧장 오는 거야?”

“네. 정확히 일직선으로 오고 있어요.”

“모두 주목! 상아 얘기 들었지? B급 엘리트 레드몬이야. 난 지금부터 뒤에서 지원만 할 거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네에~”

아내들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 한다는 이론에 따라 실전보다 더욱 혹독하게 훈련시켰지만, 훈련과 실전은 확연히 달랐다.

수천 번 같은 훈련을 반복해도 한 번의 실전만 못했다. 우수한 성적을 받은 훈련병이 실전에서도 잘할 거라 확신하는 건 어리석기 그지없는 생각이었다.

훈련을 아무리 잘해도 실전에선 햇병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실내수영장에서 물 찬 제비가 파도, 조류, 짠물,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의 공포에 겁을 집어먹고 허우적거리다가 빠져 죽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반복훈련을 통해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실전을 겪어보지 않으면 다 부질없는 이야기였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을 직접 상대하게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직 무리지만 힘들어도 몸으로 부딪혀야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는 건 내가 죽었을 때를 대비하는 것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인생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생각하면 슬프고 괴롭지만, 내가 없어도 아내들이 살길을 열어주는 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죽을 생각이냐? 천만의 말씀이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벽에 X칠할 때까지 오래오래 아내들을 탐하며 살 생각이었다.

아마존 강 상류로 올라오며 폭이 5km로 줄어들었지만, 강폭은 여전히 바다만큼 넓었다.

많은 퇴적물의 유입으로 바닥이 깊진 않았지만, 풍부한 먹이로 육지보다 레드몬이 몇 배나 많아 발 담그는 것조차 위험했다.

더군다나 물과는 상극이라 노력해도 수영은 전혀 발전할 기미가 없어 블랙 카이만을 최대한 육지 깊숙이 유인해 사냥하기로 했다.

블랙 카이만의 머리 위로 날아간 구미호가 살살 꼬리를 흔들며 희롱하다가 등에 레이저를 쏘아대자 화가 난 놈이 물대포로 응수했다.

강력한 수압으로 티타늄도 잘라내는 워터젯 절단기처럼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물대포를 구미호가 요리조리 피하며 공격했다.

오돌토돌 솟은 돌기가 고구려 갑주를 연상케 하는 블랙 카이만의 까만 등에 강력한 레이저가 꽂혔지만, 방어력과 저항력이 높은지 꿈쩍도 않고 구미호를 따라붙었다.

B급 엘리트 레드몬 블랙 카이만

전투력 : 7799

지능 : 91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없음

에너지양 : 38,175

스킬 : 알 수 없음

길이 12.5m, 무게 3.5ton의 블랙 카이만은 유광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처럼 까만 동체에 반들반들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구미호의 알짱거림과 살기투사에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놈이 물대포를 마구 쏘아대자 서인이 가시덩굴을 불러내 전방을 보호했다.

“퍼버벅~ 퍼버벅~”

텅스텐 합금보다 질긴 가시덩굴이 물대포에 맞자 마른 갈대처럼 툭툭 잘려나갔다. 만약을 대비해 다섯 겹으로 가시덩굴을 둘러치지 않았다면 물대포에 뚫려 아내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쾅쾅! 쾅쾅!”

소연이 현무를 불러내 블랙 카이만을 공격했다. 바닥에 발을 딱 붙이고 전차처럼 불꽃 탄환을 쏘아내자 블랙 카이만이 짧은 다리를 기민하게 놀려 불꽃 탄환을 피했다.

구미호의 레이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몸으로 받아내던 놈이 불(火)과는 상극인지 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며 불꽃 탄환을 피했다.

하지만 두 개의 머리에서 연달아 불꽃 탄환을 쏘아내고도 반응속도가 느려 놈을 맞추지 못했다.

그나마 불꽃 탄환이 떨어진 바닥이 불바다로 변해 블랙 카이만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게 도움이라면 도움이었다.

구미호가 블랙 카이만의 정면으로 날아가 눈을 노렸다. 손이 짧아 눈을 가릴 수 없는 블랙 카이만이 고개를 돌려 레이저를 피하자 물대포를 쏘지 못했다.

“콰릉! 콰릉! 콰릉!”

“커어~ 커어~”

은비의 손을 떠난 파란 벼락이 연달아 등에 꽂히자 충격을 받은 블랙 카이만이 입을 벌려 비명을 토해냈다.

수중 생물이라 번개가 두려운지 은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움찔거렸다. 하지만 B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로 은비의 벼락은 치명적인 데미지를 줄 만큼 강력하지 못했다.

구미호의 눈 공격에 물대포를 쏘지 못하자 서인이 가시덩굴로 블랙 카이만의 몸을 옭아맸다.

서인의 능력이 낮긴 했지만, 상급에 발을 살짝 담근 은행나무 수컷에서 나온 레드주얼이라 거칠게 버둥거리긴 했지만, 빠져나가진 못했다.

내가 가시덩굴주얼을 사용하면 묶는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조르기로 블랙 카이만의 몸을 빨래 짜듯 비틀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들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 위험만 대비한 채 놈을 주시했다.

서인이 가시덩굴로 생명력을 갈취하자 블랙 카이만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졌다. 기회를 잡은 은비와 소연이 데스 홀드와 벼락을 연속으로 날려 놈에게 치명상을 입히려 노력했다.

그 뒤에선 아영과 아리가 정화 스킬과 치유의 바람으로 소연과 은비, 서인의 힘을 북돋아 줬다.

“모두 뒤로 물러나.”

아리가 고함을 지르자 재빨리 글라디우스에 예기를 가득 주입하고 아내들 앞을 지켰다.

배가 남산만큼 부풀어 오른 블랙 카이만이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올랐다 떨어지며 꼬리로 땅을 강하게 내려쳤다.

“쿠웅~~~”

초대형 폭탄이 터진 것처럼 굉음과 함께 땅이 쩍쩍 갈라지며 강력한 파동 에너지가 몰려왔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파동을 향해 참격을 날렸다. 참격과 파동이 부딪치자 폭음과 함께 강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펑펑펑펑펑~”

참격으로 파동을 분쇄하자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며 흙먼지가 가득 일어났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뿌옇게 변해버린 대지에 또다시 강한 울림이 일었다.

“쿠웅~~~”

땅울림과 함께 또다시 강력한 에너지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시 한 번 참격으로 놈의 공격을 흩트리고 재빨리 은행나무창을 뽑아 던졌다.

“쑤우웅~”

“커어~~~”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간 창이 어깨를 파고들자 블랙 카이만이 커다란 입을 벌리며 비명을 토해냈다.

“오빠! 블랙 카이만이 도망가려 해요!”

어깨에 창이 박힌 블랙 카이만이 겁을 집어먹고 물로 도망가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펑펑~”

구미호가 눈을 공격하는 사이 냉기탄을 연달아 쏘아 발을 얼린 다음 블링크로 까만 등에 번개같이 올라탔다.

창처럼 뾰족한 돌기들을 피해 발을 고정한 후 1.5m 늘어난 은행나무창을 등에 깊숙이 찔러넣었다.

“푹!”

“커어~~~”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은행나무창이 등을 파고들자 블랙 카이만이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몸을 덜덜덜 떨어댔다.

가방에서 재빨리 창을 꺼내 포스를 불어넣어 머리를 찍으려 하자 최후의 발악인지 또다시 배가 남산만 하게 부풀어 올랐다.

등을 가볍게 차고 뒤로 물러나자 공중으로 높이 솟구쳤던 놈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꼬리로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쿠웅~~~”

등에 치명상을 입고도 강력한 파동 에너지를 날리는 블랙 카이만의 힘과 체력에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쑤우웅~”

전류에 휩싸인 창이 날아가 머리를 파고들자 놈이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려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창이 뇌를 관통하며 숨이 끊어져 심장이 멈추는데도, 블랙 카이만은 1시간 넘게 몸을 꿈틀댔다.

파충류 특유의 행동인지 아니면 강력한 생명력 때문인지 알 순 없지만, 죽은 다음에도 꿈틀거리는 모습은 징그럽다 못해 소름이 끼쳤다.

“꼬리로 내려치는 기술은 뭐야?”

“지진파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땅울림? 대충 그런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블랙 카이만이 자신의 포스를 대지와 공명시켜 파동 에너지를 만든 거야. 공명(共鳴)은 특정 진동수 또는 주파수에서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작은 힘의 작용에도 큰 진폭과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

“땅의 진폭 에너지를 끌어내 공격했다는 말이야?”

“그렇지.”

“그게 가능해?”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어. 어떻게 대지의 진동수를 알아냈는지 알 순 없지만, 블랙 카이만은 대지 진동수에 자신의 포스를 촉매로 사용해 공명 현상(Mesomerism)을 일으켜 진폭의 크기를 키운 거야.”

“너무 어렵다.”

“쉽게 말해 그네를 진동수에 맞게 밀면 더 큰 진폭이 생겨 높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원리야.”

“진폭이 위력이 원래 이렇게 강력한 거야?”

“1940년 미국 워싱턴 주 터코마 해협(Tacoma Narrows)에 놓인 현수교가 공명 현상으로 무너졌어. 190km/h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다리가 구조물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는 바람에 의해 붕괴했지. 겨우 70km/h의 바람에 840m의 거대 철 구조물이 붕괴한 거야.”

“그렇다면 정말 엄청난 놈을 잡은 거네?”

“그렇지. 이놈이 계속 발전했다면 야쿠마마보다 더 위험한 놈이 됐을 거야. 생각해봐. 지진을 일으킬 거대 레드몬과 도시가 무너지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아?”

“아으~ 생각하기도 싫다.”

아리의 설명을 듣자 정말 대단한 놈을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놈이 B급 엘리트 레드몬이었기에 망정이지 A급 엘리트 레드몬이었다면 이렇듯 쉽게 잡진 못했을 것이다.

A급과 B급은 글자 하나 차이지만, 초대형 태풍과 돌풍만큼이나 차이가 컸다. 만약 블랙 카이만이 은행나무만큼 성장했다면 지진파 한방에 우리 모두는 피를 토하며 쓰러질 수도 있었다.

좋은 스킬과 뛰어난 자질을 갖춰도 시와 때를 타고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야쿠마마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애꿎은 블랙 카이만이 죽고 말았다.

‘너도 운 더럽게 없다. 그러기에 왜 덤벼. 조용히 찌그러져 있었으면 새로운 파충류 세상의 시조가 될 수도 있었잖아. 이래서 동물이든 사람이든 나대면 안 되는 거야. 조용히 때를 기다려야지.’

주머니 속의 송곳을 뜻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반대로 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과 같았다. 세상은 남을 시기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해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인정하기보단 죽여 없애려 했다.

적당한 인재라면 자기 밑에 놓고 부리겠지만, 정말 뛰어난 인재라면 싹을 잘라 미래의 위험을 제거하려 했다.

‘우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놈들도 많을 거 아니야. 블랙 카이만에게 충고할 처지가 아니네. 내 코가 석 자야. 크크크크~’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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