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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53화 (253/505)

00253  물의 여신 야쿠마마(Yacumama)  =========================================================================

253.

강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가며 기감에 걸리는 레드몬은 모두 잡기로 했다. 가장 먼저 기감에 걸린 건 얕은 물에서 단체로 물놀이 중이던 카피바라 가족이었다.

물돼지를 뜻하는 카피바라(Capybara)는 설치류 중 가장 큰 쥐로 남아메리카 동부 아마존 강 유역을 중심으로 온난한 물가에 서식했다.

몸길이 105cm~135cm, 체중 35~65kg으로 질기고 뻣뻣한 기다란 체모가 온몸을 덮고 있었다.

발가락에 작은 물갈퀴가 있어 능숙하게 헤엄치는 카피바라는 평균 10마리, 많을 땐 100마리가 넘는 큰 집단을 이루기도 했다.

하급 레드몬 카피바라

전투력 : 829

지능 : 65

상태 : 극심한 공포와 경련

효과 : 전투력 75% 하락

에너지양 : 829

스킬 : 알 수 없음

피지컬포스와 멘탈포스가 늘어나자 살기투사의 효과도 크게 향상해 투사 거리가 500m에서 1,000m로, 한 번에 투사할 수 있는 숫자도 20마리에서 최대 40마리로 늘어났다.

최하급은 살기투사에 걸리면 100% 쇼크로 사망했고, 하급은 극심한 공포와 경련으로 몸이 굳어지며 전투력이 최대 75%까지 하락했다.

두려움만 느끼던 중급 레드몬도 공포와 함께 적대감이 크게 상승하며 전투력이 50%나 하락했다.

그러나 엘리트 레드몬은 C급도 적대치만 최대치로 상승할 뿐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전투력 하락도 없었다.

몸길이 2.8m, 무게 300kg, 쥐와 돼지를 합쳐 놓은 생김새의 하급 카피바라 19마리가 살기에 얻어맞자 고압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몸을 바들바들 떨며 오줌을 질질 싸댔다.

공포에 경련을 일으키는 놈들을 향해 은비가 뇌우를 발사하자 3분 만에 털끝 하나 손상되지 않은 채 모두 숨이 끊어졌다.

“스텔라 언니! 사냥 참 쉽죠? 히히히히~”

“저.저.정말 쉽네. 언제나 이런 식으로 사냥하는 건 아니지?”

“솔직히 말할까요? 아니면 기자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원론적으로 말할까요?”

“솔직히 말해줘.”

“솔직히 말하면 제가 나설 필요도 없어요. 오빠 혼자 1분 안에 다 잡을 수 있으니까요. 구미호만 해도 이런 놈들은 순식간에 해치워요.”

“구미호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데 하급 레드몬 19마리를 순식간에 잡아?”

“A급 엘리트 레드몬 정도는 되죠.”

“뭐? 이렇게 귀엽고 작은 아이가 A급 엘리트 레드몬이라고?”

“귀여워요? 아주 음흉한 놈인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음흉하다니.”

“그런 게 있어요. 언니들만 모르는 은밀한 비밀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거야? 빨래집게로 입술을 꽉 짚어 다닐 수도 없고... 환장하겠네!’

카피바라 다음은 안타라고 불리는 브라질맥 8마리를 잡았다. 맥(Tapirus)은 남아메리카에 분포하는 지상 동물 중 가장 큰 포유류로 태어나면 멧돼지 새끼처럼 흰 가로줄무늬가 있다가 반년쯤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몸통이 짧고 육중하며 목이 굵고 수영을 좋아해 물 근처에서 서식했다. 잔가지와 나뭇잎, 과일, 채소 등을 먹는 초식성으로 레드문 이전까진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 남획되던 동물 중 하나였다.

중급 레드몬 안타(맥)

전투력 : 1222

지능 : 72

상태 : 공포,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전투력 50% 하락

에너지양 : 1,222

스킬 : 알 수 없음

몸길이 4.5m, 무게 700kg의 중급 레드몬 안타 8마리를 구미호가 레이저로 가볍게 제압하자 세쌍둥이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다음 타자인 몸길이 7m, 무게 1.5ton의 중급 블랙 카이만 3마리를 황금 레이저로 잡았을 땐 조금 적응이 됐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놀람을 대신했다.

“오빠!”

“응?”

“남서쪽으로 8km 지점에 재규어가 한 마리 있어요. 크기로 봐선 C급 엘리트 레드몬인 것 같아요.”

“모두 정지.”

상아의 엘리트 레드몬을 발견하자 일행을 제자리에 세우고 구미호를 보내 재규어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했다.

재규어(Jaguar)는 호랑이, 사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고양잇과 동물로 서반구(西半球)에선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고양잇과 동물이었다.

표범과 비슷한 검은 반점에 무늬가 크고 가운데에 작고 검은 점이 있는 재규어는  단독으로 생활하고 번식기에만 암수가 함께 생활했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설치류, 나무늘보, 원숭이, 맥, 사슴, 거북, 악어, 개구리, 물고기 등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밀림의 포식자였다.

몸길이 5.25m, 꼬리 길이 2.25m, 무게 700kg의 커다란 재규어가 아름드리나무 위에 몸을 걸친 채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다.

“놈을 잡아올 테니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세요.”

“상아가 가리킨 곳은 하늘조차 볼 수 없는 울창한 밀림이에요. 그 안에선 어디가 서쪽이고 남쪽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워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저희가 안내해 드릴게요.”

“길은 잘 찾을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밀림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독충과 독사가 우글거리고, 나무도 독을 품고 있는 게 한둘이 아니에요. 아마존은 덮고 습한 기후 때문에 다른 곳보다 독이 훨씬 강해 능력자도 중독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요.”

“언니! 우리 남편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의 독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야.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다 소화해. 그러니 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피부가 단단해서 이빨이 박히지도 않을 걸. 그리고 상아가 만들어준 정화수면 엘리트 레드몬의 독도 정화할 수 있어.”

“길은?”

“구미호가 한 번에 재규어 찾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 정말 그러네. 죄송해요. 전 그것도 모르고...”

“괜찮습니다.”

은비의 설명에 머쓱해진 스텔라가 뒤로 물러서자 풍아에 올라타 재규어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길도 없는 밀림을 평지를 달리듯 날렵하게 달린 풍아가 10분 만에 재규어의 코앞 나를 데려다줬다.

가장 똑똑한 녀석답게 귀에 대고 지시하는 대로 레드몬을 피해 은밀하게 놈에게 접근했다.

C급 엘리트 레드몬 재규어

전투력 : 4645

지능 : 110

상태 : 적대감 최대치 상승

효과 : 없음

에너지양 : 17,185

스킬 : 알 수 없음

블링크를 사용해 번개같이 뒤로 돌아가며 살기를 투사했다. 살기에 놀란 재규어가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뇌를 파고들었다.

단단한 머리뼈를 부드러운 두부처럼 파고든 은행나무창이 뇌를 휘저어 놓자 죽은 것도 모르는 재규어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마에 난 작은 상처 빼곤 멀쩡한 재규어 사체를 풍아에 싣고 오자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신들은 떼거리도 덤벼도 처리하기 어려운 엘리트 레드몬을 말을 타고 산책하듯 가벼운 차림으로 1시간 만에 잡아왔으니 황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상급 능력자는 전부 지홍씨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봐야하는 거야?”

“언니 생각은 어때요?”

“아닌 것 같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급 능력자가 최소 세 명은 되겠지만, 지홍씨 정도의 실력자는 없다고 생각해. 지홍씨만큼 대단한 능력자가 세 명이나 더 있었다면 엘리트 레드몬 때문에 고생하는 국가가 이렇게 많진 않았을 테니까.”

“언니도 드러나지 않은 상급 능력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이지. 우리 자매뿐만 아니라 대다수 능력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국가나 기업적 차원에서 숨긴다고 봐야지. 상급 능력자는 핵폭탄에 필적하는 병기니까.”

“전쟁을 염두에 두고 숨긴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단언하기 어려워. 지홍씨처럼 어딘가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면 운신의 폭이 넓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지만, 단체에 얽매여 있다면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살아가야 할 테니까.”

“복잡하네요.”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이 생각하기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어쨌든 숫자는 더 올려야겠네요.”

“숫자를 올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상급 능력자만 다섯 명이에요. 그 외에 이름을 모르는 상급 능력자도 최소 세 명은 더 있고요. 이쯤 대면 열 명이 아니라 스무 명이 될 수도 있겠죠?”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네. 미국 TTC 방송에서 우리를 9위에 평가해 자만심에 찌들어 있었어. 숨어 있던 실력자들이 나타나도 최소 30위권 안엔 든다고 자신했어. 하지만 은비와 지홍씨의 실력을 보고 헛된 꿈에 젖어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어. 숨은 실력자가 나타나지 않아도 우리 자매들의 실력으론 1,000권 안에도 들지 못할 게 분명해. 후유~”

“스텔라 언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건 알지만 지금 수준도 이렇게 형편없는데, 어떻게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어. 더 뒤처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저희가 처음부터 이 수준이었겠어요? 아리 언니 빼고 다 바닥이었어요. 오빠 만나서 이렇게 실력이 급상승한 거예요. 언니들은 우리와 달리 자질이 뛰어나서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정상에 설 수 있을 거예요. 실망하지마세요.”

“고마워.”

“아니에요. 사실을 말한 거예요.”

“그런데 지홍씨 만나고 실력이 크게 향상된 거야?”

“네, 그전까진 다들 별 볼일 없었어요.”

“만난 지 5년도 안 됐잖아.”

“가장 오래된 소연 언니하고 저하고 3년 6개월이고, 서인 언니와 아영이는 2년 조금 넘었고, 상아는 1년 5개월 됐어요. 그 안에 참 많은 일이 있었죠.”

“지홍씨만의 특별한 수련법이 있는 거야?”

“그럼요. 그게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중급 멘탈리스트가 될 수 있었겠어요. 오빠 없었으면 전 평생 하급 멘탈리스트로 끝났을 거예요.”

“아주 특별한 훈련방법이겠네?”

“아주~ 아주 특별하죠. 볼기짝에 불이 나도록 맞으며 뛰어야 하니까요.”

“볼기를 맞아?”

“네, 아주 효과가 끝내줘요. 크크크크~”

“혹시... 그 수련법 우리도 배울 수 있을까?”

“글쎄요? 어려울 걸요. 타인에겐 안 알려줘요.”

“그렇겠지.”

“음... 기본적인 훈련 방법은 알려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언니들도 평소 하던 훈련이라 크게 다르진 않을 거예요.”

은비의 설명에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자라도 능력자로 태어난 이상 강자가 되고 싶은 건 당연했다.

세상 사람 중 뒤에 서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장 앞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멋진 삶을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태어나는 순간 99%는 인생이 결정된 사회라 상상으로만 꿈을 실현할 수 있을 뿐 현실에선 불가능했다.

그나마 능력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황금 티켓을 손에 쥐고 태어난 특별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 역시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것으로 실력과 노력만으론 성공할 수 없었다.

또한, 이런 기회도 잘 나가는 능력자 2세들이 태어나 사회에 진출하면 계층이 생겨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게 분명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황금 티켓도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다 썩은 나무 수저를 물고 태어난 내가 다이아몬드 티켓을 거머쥔 꼴인가? 인생 참 우습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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