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1 물의 여신 야쿠마마(Yacumama) =========================================================================
251.
“궁금해서 그러는데 실례가 안 되면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레드몬 사냥은 보통 어떤 식으로 하세요?”
“소리와 먹이를 사용해 밀림 외곽으로 레드몬을 유인해 사냥해요.”
“유인해서 잡는다고요?”
“레드몬이 워낙 많은 곳이라 큰 소리만 내도 밀림 밖으로 알아서 나오죠. 헬리캠은 나무와 풀이 우거져 상공에서 찍어봐야 보이는 게 없어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보조사냥꾼은 레드몬이 아니더라도 숲에 들어가면 독충 때문에 살아남기 힘들어 사체를 운반하는 일에 주로 이용해요.”
“소리로 레드몬을 유인하면 한꺼번에 많은 수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많을 때는 20~30마리도 한꺼번에 몰려나올 때도 있죠. 그래서 저희는 공대 인원이 최소 30명이 넘어요.”
“밀림에 들어가서 사냥하진 않나요?”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는 건 금기시하고 있어요. 포유류와 파충류를 비롯해 곤충류, 식물류까지 위험한 레드몬이 가득해요. 그 때문에 아마존 강 주변엔 몇몇 도시를 제외하면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요.”
“식물형 레드몬이요?”
“네.”
“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이야기만 들었어요. 벌레를 잡아먹던 식충식물이 레드몬으로 진화했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거기가 어디죠?”
“마나우스에서 350km 서쪽 정글에 있다고 하는데, 그 안까지 과연 사람이 들어갔는지도 의심스러워요.”
은행나무 이후 식물형 레드몬에 관심이 집중됐다. 모두 벽사목 때문으로 식물형 레드몬을 한 마리만 잡아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거야말로 돈에 눈이 멀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 짓으로 과정은 생각지 않고 결과만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 같은 행동이었다.
“아마존 강에도 레드몬이 많다면 선박은 어떻게 운항하죠?”
“국제협약에 따라 아마존 강에도 산란방지제가 살포하고 있어요. 하지만 워낙 먹이가 풍부하고 지류가 많아 레드몬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요. 이 때문에 포르투순타나를 오가는 화물선과 여객선이 레드몬의 공격을 받아 피해를 보는 일도 있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보토와 투구시가 있어 큰 피해가 없다는 거예요.”
“보토와 투구시요?”
“분홍돌고래는 들어봤죠?”
“네, 온몸이 분홍색으로 강에 사는 돌고래라고 알고 있어요.”
“보토는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강돌고래 중의 하나에요. 투구시도 아마존 강과 남아메리카 해안에 서식하는 돌고래로 보토와 서식지를 공유하지만, 유전적으로 연관은 없어요. 엘리트 레드몬인 보토와 투구시가 아마존 강 하구에 유입되는 어류형과 파충류형 레드몬을 잡아먹거나 쫓아내 그나마 배가 안전할 수 있죠.”
“레드몬과 교류가 됐나요?”
“그렇진 않아요. 보토와 투구시가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레드몬을 잡는 바람에 저희도 이익을 보는 것뿐이에요.”
강돌고래의 도움을 얻어 배를 보호하는 줄 알고 한껏 호기심이 일었다가 기운이 쪽 빠졌다.
브라질이 강돌고래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면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 했다. 하지만 각자의 이익이 부합돼 공존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조만간 해랑을 만나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타진해볼 생각이었다. 녀석들과 친구가 될 수만 있다면 나진시는 물론 바다에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갔다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적대적으로 돌변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보토와 투구시가 몇 마리나 되나요?”
“20마리 정도 될 거예요.”
“20마리로도 야쿠마마를 상대할 수 없나 보죠?”
“감당할 수 없는 적이라 그런지 야쿠마마가 나타나면 보토와 투구시는 아주 멀찍이 달아났다가 야쿠마마가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요.”
스텔라의 말을 통해 보쿠와 투구시가 C급 엘리트 레드몬이란 걸 알 수 있었다. B급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두 마리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상성과 스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하려면 B급은 적어도 10마리는 있어야했다.
“서류에 보면 가축을 이용해 야쿠마마를 끌어낸다고 쓰여 있던데, 이게 무슨 뜻이죠?”
“미래 레드몬 공대가 레드몬을 찾아낼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까도 말한 것처럼 야쿠마마를 찾으려 밀림을 헤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허락하시면 마카파 시 아래에 가축을 대단위로 풀어 야쿠마마를 유인할 생각이에요.”
야쿠마마는 가축을 잡아먹기 위해 마을에 가끔 나타나 유인작전이 성공할 수도 있었다.
작전이 성공하면 독충과 벌레가 우글거리는 밀림에 들어가지 않아도 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그렇게 준비해주세요. 저희는 내일 아침 근처 삼각주를 돌아볼게요.”
“저희도 함께 갈게요. 길 안내할 사람이 필요하실 거예요.”
한 시간 넘게 관찰한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는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여성들로 거짓 없이 우리에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말해줬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믿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도움을 청하는 절박한 처지에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말을 해도 열정과 사랑을 품고 하는 사람이 있고, 냉소와 미움을 품은 사람도 있어 세쌍둥이가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세요. 대신 헬기는 따로 준비하셔야 해요.”
“네!”
“스텔라 언니!”
“어.어.언니요?”
“저보다 나이 많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언니죠. 안 그래요?”
“맞네. 호호호호~”
은비가 스텔라의 팔짱을 끼며 언니라 부르자 잠시 당황하던 스텔라가 은비의 설명에 환한 얼굴로 말을 놓았다.
사람을 사귀는 능력은 탁월하다 못해 귀신같은 은비는 만난 지 10분이면 누구든 동생, 친구, 언니가 됐다.
“풍산개 보여줄까요?”
“정말?”
“그럼요. 여우도 한 번 안아보실래요?”
“진짜 안아 봐도 돼?”
“여기요.”
회의 내내 상아와 아영, 소희가 번갈아 안고 있던 구미호를 힐끔거리며 관심이 보이던 스텔라가 은비가 내밀 구미호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그러자 셀리나와 루나도 재빨리 다가와 손을 뻗어 구미호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이름이 구미호에요.”
“구미호?”
“우리나라 설화에 나오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전설의 신수에요. 꼬리가 아직 세 개밖에 없지만, 구미호처럼 아홉 개 되라고 이름 붙였어요.”
현중기(玄中記)에 따르면, 여우가 천 년을 살면 구미호로 변한다고 했다. 구미호가 된 여우는 하급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갖췄고, 그 능력이 극에 달하면 선도를 터득해 천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천계에서 옥황상제를 보좌하는 구미호 중 호조사란 구미호는 오랜 수양을 거쳐 여우로선 최초로 신이 됐다고 한다.
웃기는 건 하급 신에 필적하는 구미호가 사냥꾼과 사냥개, 늑대를 무서워해 물려 죽거나 잡아먹히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의 품에 안긴 구미호는 음흉하게 가슴을 파고들어 얼굴과 손으로 커다란 가슴을 비벼대며, 혀로 입술을 핥는 등 재롱을 피웠다.
“너무 귀엽다.”
“털이 정말 부드럽네.”
“소연아! 구미호 새끼 없어? 있으면 한 마라만 줘.”
“평범한 여우 아니에요.”
“얘도 레드몬이야?”
“음... 그.그.그렇죠.”
“어떻게 레드몬이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크기도 품에 쏙 들어오고 사람도 잘 따르고.”
“좀 특이한 레드몬이라서 그래요. 허.허.허.”
‘아이고 좋다! 가슴이 폭신폭신하네. 흐흐흐흐~’
구미호가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의 가슴을 정신없이 더듬자(?) 아내들과 아리, 소희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무려 여덟 쌍의 살벌한 눈이 씹어 먹듯 바라보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한기가 몰려왔다.
‘으으으~ 춥다. 한참 좋았는데. 젠장!’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폭이 10km가 넘는 넓은 아마존 강을 날아 수천 년간 퇴적물이 쌓이고 쌓여 작게는 수백m, 크게는 수십km 달하는 삼각주로 들어갔다.
아마존 강 하구에 자리 잡은 마카파 너머론 수백 개가 넘는 삼각주가 발달했고, 그 너머론 면적 47,573㎢의 브라질 최대 섬 마라조 섬이 있었다.
파라 주에 속하는 마라조 섬은 레드문 이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동쪽 해안가를 빼면 대부분이 열대우림이었다.
스텔라는 아마존 강에서 뻗어 나온 마라조 섬의 수많은 지류에 야쿠마마가 숨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를 태운 헬기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동안 상아가 정신을 집중해 레드몬을 탐지했다.
안전을 위해 헬기의 고도를 3,000m로 맞춰놓고 속도를 최대한 줄인 채 군사용 지도를 펼쳐놓고 레드몬을 표시했다.
“오빠! 레드몬의 종류가 매우 많고 대부분 처음 보는 레드몬이라 등급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요.”
“모양하고 크기만 불러줘. 돌아가서 스텔라에게 이곳 레드몬 자료를 넘겨받아 비교하면 되니까.”
“네.”
“아영아,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
“네, 오빠!”
“곤충형과 식물형도 있어?”
“거미가 한 마리 있어요. 크기는 1m 정도로 엘리트 레드몬은 아닌 것 같아요. 종류는 타란툴라 같고요.”
“어디에?”
“7km 좌측 밀림에요.”
“주변에 다른 레드몬은 없어?”
“1km 근방엔 마게이 한 마리와 붉은손타마린 15마리가 있고, 늪지대에 검정카이만도 몇 마리 있어요. 등급은 모두 중급이에요.”
마게이(Margay)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점박이 야생 고양이였고, 팔다리가 붉은 털로 덮인 붉은손타마린(Saguinus Midas)은 신세계원숭이에 속하는 타마린의 일종으로 아마존 강을 따라 브라질과 가이아나, 프랑스령 기아나, 수리남, 베네수엘라의 숲에 서식했다.
엘리게이터(Alligator)에서 가장 큰 악어(鰐魚)인 검정카이만(Black Caiman)은 아마존에서 가장 큰 육식 동물 중 하나로 성체의 경우 몸길이가 2.8m~4.26m로 큰 수컷은 5m 이상에 무게가 400kg이 넘었다.
“은비야! 스텔라에게 잠시 멈추라고 해.”
“알았어.”
명령을 내리자 품속을 빠져나간 구미호가 타란툴라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날아갔다.
우거진 밀림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간 구미호가 온몸에 파란 털과 핑크 털이 가득한 안틸레스 핑크토 타란툴라(Avicularia Versicolor Tarantula)를 찾아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