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9 물의 여신 야쿠마마(Yacumama) =========================================================================
249. 물의 여신 야쿠마마(Yacumama)
“우승컵 건네주는 론 하워드 협회장 표정이 아주 가관이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고. 크크크크~”
“멋들어지게 상 차려놓고 남의 새끼 입에 밥 떠주는 심정이라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지.”
“아주 쌤통이다. 우승하려고 대진표도 자기들 유리하게 짜고, 경기 일정도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했잖아. 둘 다 마음에 안 들지만, 미국 하는 짓이 얍삽해 러시아가 이긴 게 내일처럼 기쁘다. 하하하하~”
“아까 러시아 선수가 엠마 스톤 얼굴 찼을 땐 러시아가 져야 한다고 했잖아.”
“그때야 열이 받아서 그런 거지. 잊었었는데 다시 생각나게 하네. 그렇게 예쁜 여자 얼굴을 발로 차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 그 새끼 고자 아니야? 어떻게 금발 미인을 발로 찰 생각을 하지. 오빠는 어때?”
“뭘?”
“오빠도 그 상황이면 엠만 스톤 얼굴 발로 찰 거야?”
“미쳤어? 그런 미인을 발로 차게.”
“그렇지?”
“당연하지. 말도 안 되는 짓이지. 제정신 아니야.”
“근데 어째 말하는 뉘앙스가 이상하다. 미인이라서 안 찬다는 말처럼 들리네. 못 생기면 찰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내가 여자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런 내가 여자 얼굴을 차겠어?”
“흥! 그렇게 소중히 여기면서 엉덩이에 그 큰 고추를 집어넣고 싶냐. 아파서 다음날 걷지도 못했어. 그게 여자를 소중히 여기는 거야?”
“은비야! 아.아.아리하고 소.소희도 있잖아. 그 얘기는 우리만 있을 때 하자.”
“왜, 찔려?
“찔리는 게 아니라 부부 문제잖아.”
“그럼 창피해?”
“그런 건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지. 우리만의 은밀한 비밀인데.”
“하여간 남자들은 다 똑같아. 말은 여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자기 욕심은 다 채우지. 오빠도 아까 러시아 놈하고 똑같아. 다를 게 하나도 없어~”
“.......”
소연과 서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아와 아영은 괜찮다는 얼굴로, 아리와 소희는 입을 쩍 벌린 채 벙찐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러시아 새끼! 왜 여자 얼굴은 발로 차서... 이놈의 새끼 걸리기만 해봐. 다시는 남자 구실을 못하게 만들어 놓겠어. 으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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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까지 앵커리지로 오면 돼. 당분간 통화는 이걸 사용해. 한 대당 세 통화까지 사용한 다음 강 속에 버려. 그럼 추적이 어려울 거야.”
“네.”
“전화기 켜면 전화번호가 하나씩 내장돼 있어. 그리로 전화하면 돼.”
“오빠!”
“왜?”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은 성공하면 말해. 그때 말해도 늦지 않으니까.”
“네.”
“이거 아침저녁으로 하나씩 챙겨 먹어. 검은 건 익수영진고고, 초록색은 A급 엘리트 레드몬 은행나무 잎에 각종 약재를 넣어 만든 거야. 몸을 보호해주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약이니까 잊지 말고 먹어. 입에 쓰다고 다른 사람 주지 말고.”
“네.”
“앵커리지에서 보자.”
“흑~”
눈물을 뚝뚝 흘리는 마샤를 품에 안고 잠시 마음을 달래준 다음 상아에게 넘겨주고 방으로 돌아왔다.
“마샤야! 조심해야 해.”
“잘 숨어다녀. 윌리엄스와 나이트 사무국에 발각되면 안 돼. 알았지?”
“우리 다시 만나면 재미난 얘기 더 많이 하자. 그때까지 몸조심해!”
펑펑 우는 마샤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아내들의 눈에도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내들은 가엾은 마샤를 두고 가는 게 가슴 아픈지 좀처럼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마샤 곁엔 든든한 삼촌 막심이 있었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 속마음을 털어놓은 친구는 아니라서 더욱 가슴 아파했다.
일명 ‘마샤 구출 작전’은 다음다음 달 20일 앵커리지에서 만나 나진시로 몰래 데려오는 것이 기본 계획이었다.
나진시에서 앵커리지까진 거리가 5,500km로 장거리용으로 개조한 MI-26 헤일로를 이용해도 최소 두 번은 연료를 보충해야 했다.
미리 연료를 보충할 장소를 정하고 연료를 옮겨 놓는 등 준비할 게 한둘이 아니었다.
또한, 미국의 방공망을 은밀히 뚫고 들어가려면 최소 엘리트 레드몬 가죽으로 기체를 완벽히 봉해야 안심할 수 있어 개조작업도 서둘러야 했다.
중급 레드몬 가죽으로 동체를 감싸도 레이더를 피할 순 있지만, 근거리에서 전파가 발사될 경우 탐지될 확률이 있어 고가의 엘리트 레드몬 가죽을 사용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마샤와 막심이 미연방 정부와 나이트 사무국을 따돌리고 6월 20일까지 앵커리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도 걱정이었다.
우리와 만남 이후 나이트 사무국의 감시가 더욱 강화돼 변장한 남자들이 24시간 따라붙으며 마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런 상황에서 앵커리지까지 들키지 않고 이동하는 건 여간해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우리와 함께 브라질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미국과 싸우자는 것으로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방법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마샤를 나진시로 데려오는 것뿐이었다. 마샤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20년간 매년 엘리트 레드몬 5마리를 잡아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존심 문제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사냥에 손을 놓은 마샤의 가치는 예전만 못하지만, 버리기엔 여전히 아까운 패였다.
또한, 3년 연속 미국인이 가장 사랑한 능력자로 뽑힌 마샤를 우리에게 넘길 경우 클린턴 대통령의 인기가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해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그만 울어. 브라질까지 울면서 갈 거야?”
“석별의 눈물을 흘리는 게 잘못이야?”
“다음다음 달에 다시 만나는데 얼어 죽을 석별의 정은...”
“다음다음 달 20일이면 무려 80일이나 떨어져 있는 거야. 80일이나 못 보는데 슬픈 게 당연한 거 아니야?”
“할아버지께 전화라도 자주 드려. 유일한 피붙이인 할아버지에겐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 전화하면서, 만난 지 이제 겨우 삼일 된 여자아이 때문에 질질 짠다는 게 말이 돼? 할아버지가 알면 좋아 춤이라도 추시겠다.”
“우쒸!”
매캐런 공항에서 짧은 기자회견을 끝으로 5박 6일간의 미국 원정을 마치고 브라질로 향했다.
7,700km를 날아 도착한 마카파 공항은 매캐런 국제공항과 비교하면 시골 터미널 같은 분위기였다.
규모도 작고 시설도 낡아 마중 나온 룰라 특사가 없었다면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라스베이거스가 봄이면 여긴 완전 여름이네. 덥고 습하고 진득거리고.”
“적도라서 그래.”
“벌레 좀 봐. 정말 더럽게 많네. 벌레 때문에 잠도 못 자겠다.”
“지홍이가 살기로 다 잡으면 되잖아.”
“아하!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네. 오빠! 이따가 잘 때 100m 이내에 접근하는 벌레는 다 죽여. 다음날 벌레에 물렸다. 그럼 죽을 줄 알아. 알았어?”
“예예! 알아 모시겠습니다.”
‘내가 살충제야? 벌레나 잡고 있게. 젠장!’
비행기 밖으로 나오자 룰라 다 실바 특사와 브라질 포스협회 관계자 3명, 기자 10명 그리고 미녀 3명이 뜨거운 활주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브라질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룰라 특사가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자 옆에 있던 아름다운 구릿빛 아가씨 세 명이 앞으로 나와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셋 다 얼굴이 같은 것으로 보아 브라질의 자랑 아마조네스 세쌍둥이 스텔라, 셀리나, 루나가 분명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기다려준 것도 고마운데, 브라질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세쌍둥이가 꽃목걸이까지 걸어주자 미안함과 함께 우리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990년 국가재건당 후보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은 취임한지 3년 만에 경제 문제 실패와 부정부패, 각종 기행으로 1992년 파면됐다.
뒤를 이어 부통령인 이타마르 프랑쿠가 현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1992년 한해 물가 상승률이 1,175%에 달했고, 작년엔 2,500%라는 기록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발생했다.
말이 좋아 2,500%지 100원 하던 물건이 2,5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화폐가치가 떨어져 휴짓조각이나 다름없었다.
“더운데 뭐하러 밖에 나와 계셨습니까? 안에 계셔도 되는데.”
“고마움을 표할 길이 이것밖에 없어서 그랬습니다.”
“룰라 특사님은 그렇다 쳐도 죄 없는 공무원들과 아름다운 숙녀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들도 모두 브라질 국민입니다. 당연히 고마워해야죠.”
“돈 받고 하는 일입니다. 고마워할 거 없습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계약금도 아직 못 드렸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선물은 못 드려도 계약사항은 준수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를 뽑아주셨습니다. 이따위 더위가 문제겠습니까? 회장님께서 원하시면 머리카락을 뽑아 짚신이라도 삼아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나진시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고먹는데 공부라도 해야죠. 안 그러면 공짜 밥 먹는 것도 부끄럽습니다.”
나진시 특사로 온 지 1년 만에 한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마스터한 룰라 특사는 한국 사람이라 해도 될 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
“세 분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오셨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브라질을 가슴깊이 사랑하는 스텔라, 셀리나, 루나님은 야쿠마마를 잡지 못하면 원주민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고통받을 것을 알고, 모든 일을 제쳐놓고 달려오신 겁니다.”
룰라 특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브라질의 자랑 스텔라와 셀리나, 루나 세쌍둥이를 찬찬히 뜯어봤다.
얼굴은 물론 신장부터 몸매까지 한 치의 차이도 없는 세쌍둥이는 같은 옷을 입혀 놓으면 부모도 못 알아볼 만큼 똑같았다.
건강미 넘치는 부드러운 구릿빛 피부, 갈색 머리카락, 커다란 눈과 갈색 눈동자, 180cm의 큰 키와 긴 다리, 호리호리한 몸매에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동양인과는 사뭇 다른 체형이었다.
포르투갈 출신 이민 후손인 세쌍둥이는 1968년생으로 셋 다 민첩형 중급 피지컬리스트였다.
스텔라 : 힘-185 민첩-255 체력-186 총합-626 멘탈포스-27
셀리나 : 힘-184 민첩-253 체력-189 총합-626 멘탈포스-26
루 나 : 힘-186 민첩-254 체력-187 총합-627 멘탈포스-28
셋 다 민첩이 250이 넘어 민첩만 보면 상급 피지컬리스에 해당하지만, 체력이 180대로 너무 낮았다.
체력이 낮다는 건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바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능력이 높아질수록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밀림엔 좋은 약초가 없나? 약초가 없으면 뱀이라도 잡아먹으면 되잖아. 밟히는 게 독사일 텐데, 그거라도 잡아먹고 체력 좀 키우지. 왜들 이렇게 체력에 신경을 안 쓰는 거야. 이러다가 10년 후엔 체력형 피지컬리스트가 TTC 방송 랭킹 1~2위를 다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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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