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6 마샤 타이엘나(Masha Tyelna) =========================================================================
246.
“많이 궁금했지?”
“뭐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 게.”
“.......”
“사람들은 내가 힐러라 치유 스킬만 갖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치유 스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킬을 한 가지 갖고 있어.”
“그게 뭔데?”
“잠시만. 지금 보여줄게.”
마샤가 가방을 열고 사진 두 장을 꺼냈다. 상아의 사진을 꺼내 우측에 놓고, 좌측엔 아폴로 윌리엄스의 사진을 펼쳐 놨다.
“나는 이 스킬을 예언이라고 불러.”
이빨로 손끝을 물어뜯어 상처를 낸 마샤가 사진에 피를 한 방울씩 떨어뜨린 후 초록색 포스를 사진에 불어넣었다.
포스가 스며들자 핏방울이 연기로 화해 사진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사진과 똑같은 형태의 인형이 솟아올랐다.
“우와!”
인형이 완벽히 형체를 갖자 서서히 움직이며 다양한 포즈와 함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아 인형은 까르르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윌리엄스 인형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위협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색깔이 많이 다르네.”
“나와 상성을 나타내는 거야. 밝게 빛날수록 잘 맞는 사람이고, 검게 빛날수록 적대적이란 사람이야.”
“정말 신기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피해 매일 방에 혼자 있었어. 수업시간이 아니면 밖을 돌아다닐 수 없어 책이 유일한 친구가 됐고. 특히 사진 많은 잡지를 좋아했어. 히히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오려 책을 만들기도 했어. 사진도 좋아하고, 사람도 미워해서 그런지 이런 특이한 스킬을 얻게 됐고.”
“특이한 게 아니라 끝내주는 거야. 부럽다.”
“고마워! 히히히~”
상아의 칭찬에 마샤가 환하게 웃자 세상도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움으로 따지면 소연과 상아도 마샤에 뒤지지 않았다.
단, 소연이 온화한 느낌이라면, 상아는 발랄함, 마샤는 화려함이라 셋이 같이 있으면 마샤가 돋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소연의 온화함과 상아의 발랄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화려함은 잠시 시선을 잡아끌지만, 쉽게 질리고 더 화려한 것을 찾게 돼 금세 빛이 바랬다.
하지만 남자는 불을 쫓는 부나방이라 화려한 것에 끌렸고, 나 또한 한 마리 부나방이라 음흉한 눈으로 마샤의 몸을 더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만 있으면 누가 적인지, 아군이지 알 수 있겠다.”
“그렇진 않아. 알지 못하는 사람 100명의 사진에 예언 스킬을 사용하면 99명은 흐릿한 형상만 나타나고, 움직이지도 않아. 색깔도 무색이고. 나와 관련 있는 사람만 선명한 모습으로 나타나 소리 내며 움직여.”
“아깝다.”
“난 이걸로 만족해. 세상에 완벽한 건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근데 동작과 소리는 무엇을 뜻하는 거야?”
“미래에 일어날 일! 상아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잖아. 손을 흔드는 건 반긴다는 뜻이고, 해맑게 웃는 건 순수한 마음이란 뜻이야. 합치면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반긴다는 뜻이지.”
“헤헤헤~”
“윌리엄스의 웃음은 음흉한 마음을 뜻하고, 칼을 휘두르는 동작은 폭력과 죽음을 의미해.”
“윌리엄스가 널 죽인다는 뜻이야?”
“그것까진 정확히 알 수 없어. 하지만 내가 윌리엄스를 무진장 싫어하니까 같이 살게 되면 결국엔 그렇게 되겠지. 매일 싸우다 보면 사고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이런...”
마샤가 사용한 스킬은 일종의 주술(呪術)이었다. 주술은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비적인 힘을 빌려 인간의 길흉화복을 해결하는 능력을 말했다.
주술은 원리에 따라 유감주술(類感呪術)과 접촉주술(接觸呪術)로 나뉜다. 기우법(祈雨法), 불놀이, 나무 시집보내기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민속놀이나 풍습이 유감주술의 일종이었다.
접촉주술은 증식(增殖), 제액(除厄), 저주(詛呪) 세 종류로 돌부처의 코를 물에 타 마시거나, 남근석(男根石)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는 것이 증식의 예였다.
제액은 재앙을 물리치거나 미리 방비하기 위해 행하는 주술이었고, 저주는 상대에게 위해(危害)를 가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주술을 말했다.
‘재앙을 미리 방비하는 스킬이니까 접촉주술 중 제액이라고 봐야겠네. 생각지도 못한 스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술까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좀 더 조심해야겠어. 정말 세상은 넓고, 인간도 더럽게 많아.’
“언니들도 해봐.”
“포스가 부족해 하루 최대 두 명이 한계야.”
“상급 멘탈리스트인 네가 포스가 부족해?”
“응, 멘탈포스가 한 번에 500 넘게 들거든. 후유증도 아주 심각하고.”
“헐~ 500?”
예언이라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쥐꼬리만큼이라도 미래를 보는 건 맞아 예언이라 할 수 있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은 상대를 공격하는 스킬과는 차원이 달라 많은 포스를 필요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그에 따른 충격도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었다.
‘체력 수치도 얼마 안 되는데, 예언을 무리하게 사용해 몸의 균형이 깨진 거였군. 거기에 스트레스와 도망생활까지.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하네. 쭛쯧쯧쯧~’
“이제 내가 찾아온 이유를 알겠지?”
“우리 도움이 필요한 거지?”
“응, 너와 언니들 아니면 기댈 곳이 없어 염치불구하고 찾아왔어. 미안해!”
“그런 소리하지 마. 친구끼리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렇죠, 언니?”
“당연하지. 앞으로 우리 마샤 건드는 놈은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잘근잘근 토막을 쳐버릴 거야.”
‘또 오버하네. 하여간 일 만드는 덴 선수야 선수! 미국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아이고~ 머리야!’
마샤가 도움을 청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상아와 은비가 손을 잡았다. 마샤를 보호한다는 건 미국과 싸우겠다는 뜻이었다.
마샤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힐러가 아니었다.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치유의 대천사 라파엘이었다.
그런 마샤를 우리가 데려간다고 하면 손을 흔들어주며 ‘그러세요!’라고 할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었다. 당장 칼을 들고 뛰어올 수도 있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미국과 싸운단 말인가?
상대는 세계 초일류 강대국 미국이었다. 작은 국가를 상대할 힘도 없는 우리에게 미국은 거대한 산이자, 바다 같은 존재였다.
중국엔 아주 유명한 4대 미녀와 3대 악녀가 있었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의 서시(西施), 한나라의 왕소군(王昭君), 여포와 동탁의 초선(貂蟬), 당나라 현종의 양귀비(楊貴妃), 상나라 주왕의 달기(己), 한나라 시조 유방의 조강지처 여태후(呂后), 당 태종의 마누라 측천무후(則天武後) 이렇게 7명을 4대 미녀와 3대 악녀로 꼽았다.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미모가 뛰어난 여자라는 뜻으로 이들 7명은 경국지색이란 말에 어울리게 나라를 말아먹었다. 여자 하나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2,000명 넘게 예언 스킬로 알아봤어요. 그중 상아와 소연 언니 이렇게 두 명만 제게 환한 미소를 보냈어요.”
“오빠는?”
“오빠는 스킬이 안 먹혔어요. 저보다 강한 상대나, 저항력이 높은 나이트에겐 스킬이 안 먹혀요.”
“오빠 말고 또 그런 사람이 있어?”
“다윗 공대의 하워드 슐츠, 엘리자베스 뱅크스, 아이작 스턴 그리고 쌍두독수리 공대의 존 쿠삭과 마이클 쿠삭 형제 이렇게 다섯 명이요.”
“그럼 그들도 상급 능력자란 뜻이네?”
“저랑 동급이거나 강하다고 봐야죠. 여기서 강하다는 것은 포스양과 등급을 뜻해요.”
“다윗과 쌍두독수리 공대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저도 우연히 알게 됐어요. 두 달 전 세계포스협회 초청으로 뉴욕에 갔다가 그곳에서 아폴로 윌리엄스와 한자리에 앉게 됐어요. 떠버리가 제게 환심을 사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들 이야기를 하게 됐고, 비밀이라며 사진을 보여주기에 달라고 졸라서 알게 된 거예요.”
“상급 능력자가 다섯 명이나 있단 말이지. 그것도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더 중요한 건 그들이 모두 같은 소속이라는 거죠.”
“어디?”
“로스차일드 가문요. 다섯 명 모두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병이에요.”
“우와! 세계 최고라고 하더니 스케일이 다르네. 상급 능력자 다섯 명을 사병으로 거느려. 진짜 넘사벽은 미국이 아니라 로스차일드네.”
“떠버리 말로는 그들 빼고도 상급 능력자가 몇 명 더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세계포스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나이트가 수만 명은 된다고 했고요. 자기도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어찌나 자랑하던지.”
“수만 명?”
“떠벌이는 평소 과장이 심해 그날 한 말을 온전히 믿을 순 없어요. 그래도 수만 명을 말할 정도면 겉으로 드러난 솔로몬 공대 5,000명보다 더 많은 수가 숨은 건 사실일 거예요.”
“5,000명도 입이 벌어지는데, 숨은 인원이 그보다 많다니. 역시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어.”
“은비 언니! 더 황당한 사실 알려드릴까요?”
“또 있어?”
“에오히푸스 잡을 때 아폴로 윌리엄스가 블리딩 스워드로 에오히푸스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상처를 입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했잖아요?”
“기억난다. TV와 신문에서 하도 오랫동안 떠들어 잊히지도 않네.”
“10분지 1만 사실이에요. 윌리엄스의 블리딩 스워드는 겨우 상처를 내는 수준으로 에오히푸스를 물리친 사람은 따로 있어요.”
“정말?”
“네, 21살의 흑인 청년 팀 던컨이 진짜 주인공이에요.”
“그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죽었어요. 동료의 암습에 걸려서.”
“동료? 아폴로 윌리엄스?”
“네.”
2m가 넘는 큰 키에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던 팀 던컨은 다른 능력자들이 로테이션으로 에오히푸스를 상대할 때 끝까지 쉬지 않고 싸운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였다.
강인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 강력한 힘까지 두루 갖춘 팀 던컨은 커다란 워해머를 이용해 에오히푸스의 다리를 모두 망가뜨리며 싸움의 주도권을 미국으로 끌어왔다.
기나긴 전투를 끝내는 한 방을 날린 순간 등 뒤에서 날아온 암습에 쓰러지며, 에오히푸스가 죽는 순간 발사한 붉은 발광체에 맞아 몸이 갈기갈기 찢긴 채 죽었다.
“당시엔 경황이 없어 팀 던컨이 에오히푸스의 공격을 피하지 못해 죽은 줄 알았어요. 시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등에 난 상처가 미심쩍어 수사한 결과 범인이 밝혀졌죠. 하지만 이미 아폴로 윌리엄스는 정의의 대천사 미카엘이 된 상태였어요.”
“범인이 밝혀졌는데, 그냥 놔둬?”
“백인이잖아요.”
“팀 던컨이 흑인이라서 모든 걸 덮고 아폴로 윌리엄스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나뒀다는 말이야?”
“네,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에요. 그나마 지금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 쪼금 나아진 거지, 당시는 부시의 공화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라 대놓고 인종차별을 했죠. 아폴로 윌리엄스도 그 덕을 톡톡히 봤죠.”
“기회와 평등이 보장된 나라? 역시 언론은 믿을 게 못 되네.”
“미국을 구한 팀 던컨의 이름은 영원히 지워졌어요. 기록에서도 사라졌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죠. 저도 죽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저 역시 팀 던컨처럼 도구이자 영원한 이방인이니까요.”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