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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44화 (244/505)

00244  마샤 타이엘나(Masha Tyelna)  =========================================================================

244.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그냥 가라고 할 수 없어 황급히 청바지에 면티만 걸치고 마샤 타니엘나와 그녀의 삼촌 막심을 응접실로 맞아들였다.

“$%#*^^&*&^$#@!*@#$%%^^.”

“네? 뭐라고요?”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자.자.잠시만 기다리세요. 김가은 팀장님! 김가은 팀장님!”

“네!”

“빨리 상아 좀 불러주세요. 아주 급합니다.”

“알겠습니다.”

마샤 타니엘라가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지만, 영어 울렁증이 심해 무슨 말인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급히 김가은 팀장을 불러 상아를 불러달라고 했다. 평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내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자 김가은 팀장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권위적이진 않지만, 아내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진 않아 직원들은 나를 좀 부담스러워했다.

트집을 잡거나 괴롭히지도 않는데, 상급 능력자와 회장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좀처럼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김가은 팀장이 연락을 넣자 10분 만에 아내들이 돌아왔다. 호텔을 나선지 한 시간 넘었지만, 윈 호텔에서 300m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찰이 통로를 트면 어느새 주민과 관광객들이 달려와 그 자리를 메꾸고, 파파라치들도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통에 한 발짝 딛는 것도 고역이었다.

“다시는 해외 나와서 쇼핑 안 해. 아니 못해~ 어떻게 호텔 앞에서 한 시간을 허비할 수가 있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언니! 저도 다시는 밖에 안 나갈 거예요. 밖은 완전 지옥이에요.”

“언니! 우리 앞으로 살 것 있으면 카탈로그로 구매하든지, 나진 쇼핑센터에서 사요. 아까 보셨죠. 우리 들어간 매장 유리창 다 깨지고 집기도 다 넘어진 거. 옷이고 소품이고 다 망가졌을 거예요.”

“그건 걱정하지 마. 손해배상 해주기로 했으니까.”

“그래도 너무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당분간 장사도 못하게 됐잖아요.”

“점주는 어떨지 몰라도 본사는 춤이라도 추고 싶을걸.”

“왜요?”

“우리가 다녀가 인지도가 확 뛰었잖아. 생방송으로 TV에도 한참 나오고. 조만간 우리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 박지홍의 아내들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 브랜드! 이렇게 써 놓을걸. 그럼 물건이 날개 돋친 듯 팔릴 테고 사장은 자다가 돈벼락을 맞았다고 봐야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 그 부분은 생각도 못했어요.”

“손님 앉혀놓고 뭐하는 거야?”

“이런... 미안해요!”

빈손으로 돌아온 아내들이 밖에 있었던 일로 정신없이 수다를 떨어대자 마샤 타니엘나와 그녀의 삼촌 막심이 멍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고상한 것을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니겠지만, 수다스러운 여자들이 가득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경황이 없어 실례가 많았습니다. 미래 레드몬 민소연입니다.”

“안녕하세요. 마샤 타니엘나에요.”

“마샤 삼촌 막심입니다.”

소연을 시작으로 아리와 소희까지 차례로 마샤와 막심에게 손을 잡고 인사한 후 의자를 가져다가 나를 중심으로 좌우에 둘러앉았다.

이렇게 앉자 아랍의 왕이 아내들을 양옆에 거느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완전히 하렘이네. 젠장!’

“전부터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어요. 이해해주세요.”

“아니에요. 저희도 만나 뵙고 싶었어요. 잘 오셨어요.”

“정말요?”

“그럼요.”

소연의 만나고 싶었다는 말에 마샤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과 거짓이 없는 마음에서 심성이 곱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구리 왕눈이의 아롬이만큼 눈이 큰 마샤는 178cm의 큰 키에 미녀의 본고장 우크라이나 출신답게 이목구비가 뚜렷해 아름답다는 말보다 판타지 영화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요정 엘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월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긴 다리와 팔, 날씬한 허리, 눈부시게 찰랑거리는 금발 그리고 마른 체형에 과연 가능할까 미심쩍은 75D컵의 놀라운 가슴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환상적이 몸매였다.

‘오~ 몸매 죽이는데! 딱 내 스타일이야. 흐흐흐흐~’

마샤 : 힘-38  민첩-39  체력-110 총합-187 멘탈포스-1,159

막심 : 힘-189 민첩-175 체력-180 총합-544 멘탈포스-25

‘91년보다 별로 발전한 게 없네. 나이가 19살이면 한창일 텐데. 이상하네.’

1991 : 힘-36 민첩-38 체력-102 총합-176 멘탈포스-1,098

1994 : 힘-38 민첩-39 체력-110 총합-187 멘탈포스-1,159

마샤의 능력치는 3년간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상아, 아영과 같은 나이인 마샤는 16살에 혜성같이 등장해 에오히푸스 사냥에 가장 큰 공을 세우며, 치유의 대천사 라파엘(Raphael)이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능력자이자, 미국 TTC 방송에서 선정한 3년 연속 세계 랭킹 1위가 마샤였다.

나이로 보아도 능력치가 한창 급상승할 때로 이전 16살 나이의 능력치를 생각하면 멘탈포스가 적어도 1,300~1,400대는 기록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3년간 멘탈포스가 고작 61이 올랐다는 건 나이와 능력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향상한 것이 아니라 퇴보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고 보니 초조한지 계속 손톱을 물어뜯고, 손과 발도 가만있지 못하고, 눈동자도 떨리고, 몸에 열도 많고, 심장박동수도 매우 빠른 편이고... 이건 전형적인 공황장애 증상 같은데. 보면 볼수록 이상하네. 뭐지?’

공황장애(Panic Disorder)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가슴 뜀, 호흡 곤란,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파멸감, 죽음의 공포 등을 느꼈다.

이런 증상을 경험한 환자들은 처음에는 정신과 질환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병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치료 시기를 놓쳐 오랜 기간 고생하는 환자도 많았다.

발병 원인은 유년기 경험, 외부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인 등 사람마다 아주 다양해 꼭 짚어 말할 수 없었다.

또한,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자, 작은 증상은 누구나 가진 병으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

수년간 능력자 랭킹 1위를 차지한 마샤가 공황장애에 걸렸다고 말하면 최소 수억 명이 웃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능력자로 평가받는 마샤가, 그것도 치유의 대천사로 라파엘로 불리는 마샤가 공황장애라면 나라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16살에 정상에 올라서 항상 최고라는 압박 속에 살았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유명 연예인, 정치인, 예술가, 운동선수 중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대중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는 것, 대중의 시선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것,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등 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고, 정신질환이라는 손가락질이 무서워 병을 숨긴 채 고통스럽게 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랑 동갑이네. 우리 친구 할래?”

“저.저.정말? 나랑 친구 해줄 거야?”

“그럼. 너랑 나랑 아영이 이렇게 동갑이잖아. 그럼 당연히 친구 해야지.”

“사실 나... 친구가 한 명도 없어.”

“왜?”

“10살 때 우크라이나에서 이민 와서 한동안 말을 못했어. 대화가 가능해진 건 15살 때야. 그래서 친구가 없어.”

“이런... 앞으로 나와 아영이 친구가 돼줄 테니까 전화하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하고, 놀러 오고 싶으면 언제든 놀러와. 평생 환영해줄 테니까.”

“그 말 진짜지?”

“그럼.”

“나 전화 없이 갑자기 놀러 가도 박대하면 안 돼!”

“오기만 해. 백번이고, 천 번이고 환영할 거니까.”

내가 마샤의 능력치와 질병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아내들과 제법 친해졌는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녁에 약속 있어?”

“아니요. 없어요.”

“그럼 저녁 먹고 가. 맛난 거 해줄 테니까.”

“그래도 돼요? 저 때문에 불편한 거 아닐까요?”

“밥숟가락 두 개만 더 놓으면 되는데, 불편할 게 뭐가 있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먹기나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은비의 말에 마샤가 눈을 반달로 만들며 좋아했다. 여자가 왜 요물이냐면 바로 저런 표정들 때문이었다.

귀여운 표정, 애교스러운 표정, 섹시한 표정, 에로틱한 표정까지 남자의 간장을 녹이는 표정과 몸짓 때문에 요물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햐아~ 여럿 잡았겠네. 아주 죽이네.’

“이게 불고기, 갈비찜, 잡채, 육회, 간장게장, 동태전, 호박전, 고기전, 비빔밥, 이건 각종 나물과 김치야. 나머지는 먹으면서 물어봐.”

“종류가 정말 많네요. 서른 가지도 넘겠어요.”

“한식은 처음이야?”

“네.”

“하긴 미국에서 한식 먹을 일을 기회가 없지. 식당을 찾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먹겠어. 우리도 누구 아니면 멋지게 서양식 먹는 건데. 하여간 입이 짧아도 너무 짧아. 남들 다 먹는 피자, 스파게티도 못 먹어. 죽을 때까지 한식만 먹다 죽을 거야.”

“켁! 콜록콜록~”

“오빠! 괜찮아요? 어서 물드세요.”

“꿀꺽꿀꺽~”

소연의 갈굼에 음식이 목에 걸려 콜록거리자 아영이 재빨리 물을 건네줬다. 물 한 컵을 다 마시고 나자 그제야 사레가 풀렸다.

“애도 아니고 칠칠찮기는. 쯔쯔쯔쯔~”

“언니!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고 했어요. 그만 좀 하세요.”

“오빠가 개야?”

“그.그.그런 뜻이 아니라...”

상아마저 은비에게 말리며 밥상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 우리야 하루 이틀 겪는 것도 아니라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처음 겪는 마샤와 막심에겐 아주 불편한 자리였다.

“이런 활기찬 분위기 정말 오랜만이에요. 너무 좋아요.”

“허걱...”

‘얘도 정상이 아니네.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마샤와 막심은 한식이 입에 잘 맞는지 맛있게 잘 먹었다. 불고기와 갈비찜, 육회, 잡채, 고기전은 정말 맛있는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내일 약속 있으세요?”

“저녁에 결승 경기 보는 것 빼곤 없어”

“그럼 아침에 다시 놀러 와도 돼요?”

“너도 내일 결승전 참석하지?”

“네, 개회사를 맡아 몇 마디 해야 해요.”

“그것 빼고 특별한 일 있어?”

“아니요.”

“그럼 옆방에서 자고 가. 심심하데 밤새 수다나 떨자. 미국 얘기도 좀 하고.”

“자고 가도 돼요?”

“되니까 그러라고 한 거지.”

“언니 말고, 오빠에게 물어본 거예요. 오빠가 가장 어른이니 오빠에게 허락 맡아야죠.”

“오빠! 마샤 옆방에서 자고 가도 돼?”

“알아서 해.”

“허락했어.”

“까악~”

내가 언제 마샤의 오빠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나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데 마샤는 자고 가도 되냐고 내게 물어봤다.

옆방엔 아리와 소희뿐이라 방이 남아돌았고, 브라질로 갈 때까진 우리 숙소지만, 내 집도 아니라서 자라 마라 할 권리도 없었다.

‘밤새 얼마나 떠들라고... 그런데 마샤는 숙소도 없나? 그러고 보니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데, 삼촌이랑 달랑 둘이 다녀? 허허허~ 생각할수록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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