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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43화 (243/505)

00243  마샤 타이엘나(Masha Tyelna)  =========================================================================

243. 마샤 타이엘나(Masha Tyelna)

조립식 썰매에 사막거북을 싣고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오자 방어벽 입구부터 사체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환영인파와 함께 우리를 기다린 고어 부통령과 액설로드 특사, 그레그 크레이그 청장과 존 파이크 국장, 네바다 주 상·하원의원, 네바다 주지사, 라스베이거스 시장의 열렬한 환영 속에 카퍼레이드 하듯 풍산개와 험비를 타고 천천히 윈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우리와 사막거북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라스베이거스 도로가 꽉 막혔다.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하고, 사체를 만져보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경찰과 주 방위군까지 동원됐다.

사냥보다 거리행진이 더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무려 2시간이 걸려서야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짜증을 참고 있을 때 고어 부통령과 상·하원의원들, 주지사, 시장 등 정치인들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면 입이 찢어질 만큼 좋아했다.

‘사냥은 내가 했는데, 생색은 이놈들이 다 내내? 내가 곰이냐? 젠장!’

“회장님께서 라스베이거스 아니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주, 더 나아가 미합중국의 커다란 위험을 제거해주셨습니다. 미합중국 국민과 대통령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회장님께서 큰일도 아닌 일에 너무 과분한 말씀이라며 부담스럽다고 하십니다.”

“아닙니다. 회장님과 미래 레드몬 사냥팀이 아니었다면 수만, 수십만 무고한 미국 국민이 희생될 수도 있었습니다. 감사받아 마땅합니다.”

“회장님이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고맙다니요? 저희가 고마워할 일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한숙이 간략하게 사냥보고를 마치고 레드터틀의 레드스톤까지 공개해 분위기를 한껏 돋운 다음에야 숙소로 올라갈 수 있었다.

“소연 언니, 58,366몬이면 얼마야?”

“1몬당 25만 원이니까... 437억 7,450만 원이네. 프리미엄 붙으면 570억 원까지 가겠다.”

“거북이 등딱지는 우리가 쓸 거니까 3,000만 달러까지 합치면 813억 원이네. 이거면 쇼핑은 원 없이 하겠다. 그렇지?”

“허걱~”

방에 돌아와 갑갑한 방어복을 벗어버리고 아영이 정화해 놓은 물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싹 풀렸다.

온종일 쫑알대던 은비도 냉큼 달려와 꽃잎에 고추를 품고 욕정을 해소해주자 근심·걱정이 다 달아나며 잠이 솔솔 왔다.

욕조에서 잠든 나를 은비와 서인이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줬다. 신기한 건 그 모습을 구미호가 지켜봤고, 나는 꿈속에서 구미호의 눈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봤다.

“기자들 정말 엄청나게 많네요. 이천 명도 넘을 것 같아요.”

“절반은 파파라치야.”

“파파라치요?”

“응. 유명인들을 몰래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 돈 받고 신문사에 파는 사람들. 미국과 유럽엔 아주 많아.”

“그 사람들이 왜 우리 사진을 찍어요? 우리는 정치인도, 연예인도 아니잖아요.”

“우리가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거 몰라. 우리 남편 덕분에.”

“아아~”

서인의 대답에 아영이 무슨 뜻인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한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 모습을 찍기 위해 미국에 있는 파파라치는 모두 라스베이거스에 몰려들었다.

이들이 바라는 건 내 얼굴 사진으로 세상에 단 한 장도 없는 얼굴 사진을 찍기 위해 1,000명이 넘는 파파라치가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을 점거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내 얼굴을 찍기 위해 몰려든 건 현상금 200만 달러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쌍꺼풀도 없고, 코도 높지 않고, 눈썹도 짙지 않아 옆을 지나가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평범한 동양 남자의 얼굴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열광할 이유가 없었다.

꼴랑 사진 한 장에 16억 원이라니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었지만, 원하는 곳은 많고 구할 길은 없어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또 찍어대네. 오빠 얼굴 대신 우리 속옷 사진이라도 구하고 싶은가 봐요.”

“아영이 속옷 입은 예쁜 사진 한 장만 찍어도 큰돈이 될 걸.”

“서인 언니! 그런 소리하지 마세요. 다른 남자가 제 몸 본다는 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쳐요.”

“지홍씨가 그 꼴을 보고 있겠어?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오빠에게 걸리면 저러다 죽을 수도 있는데...”

“안 되겠다. 커튼 치자. 내버려뒀다간 큰일 날 수도 있겠다.”

“아휴~ 베란다에 나가 야경도 못 보겠네요.”

“유명인이라는 게 마냥 좋은 건만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나진시에 있으면 큰 불편은 없잖아.”

“맞아요. 집에선 빨가벗고 다녀도 걱정이 없죠. 특수유리가 완벽히 차단해 주니까요. 헤헤헤헤~”

파파라치들이 반대편 호텔 옥상에 올라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동원해 침실을 찍어댔다.

경호대가 미리 특수필름을 창문에 붙여놔 찍어봐야 온통 까맣게 나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욕심에 눈이 먼 파파라치들은 쉬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모두 준비해. 쇼핑가자.”

“밖에 나가면 파파라치들이 엄청나게 몰릴 텐데요.”

“찍으라고 해. 어쩌겠어. 그들도 그게 일인걸. 먹고 살아야지.”

“오빠는요?”

“자게 내버려둬. 상처를 치료했지만, 완벽한 건 아니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 회복은 잠만큼 좋은 게 없고.”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 은비가 내 걱정을 하는 척 나를 재워두고 쇼핑을 가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상처가 완벽히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과 잠만큼 좋은 치료가 게 없다는 건 맞았지만, 내가 같이 가면 쇼핑에 방해될 것을 알고 내가 크게 다친 것처럼 부풀려 말했다.

“다녀와! 난 지홍이 옆에 있을게. 한 사람은 남아 간호해야지.”

“은비 언니! 미안하지만, 저도 못 가겠어요.”

“저도요. 오빠 아픈데 저희끼리 놀러 다닐 순 없어요.

“은비야, 미안해! 나도 지홍씨 놓곤 못 가.”

소연과 상아, 아영, 서인까지 모두 남겠다고 하자 은비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나를 뛰어 놓고 가려고 잠든 나를 환자로 몰았다가 일이 꼬이고 말았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모두 쇼핑 다녀와. 잠 좀 자게.”

“오빠! 괜찮아요?”

“멀쩡해. 은비가 장난친 거야. 그러니 쇼핑 실컷 하고 와. 대신 경호대 50명과 구미호, 풍산개는 모두 데리고 가. 10km 벗어나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았어요.”

“한숙아! 라스베이거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해. 안 그러면 달려드는 파파라치에 치여 죽을 수도 있어.”

“네.”

남겠다는 아내들의 말에 눈을 뜨지도 않고 입만 열어 다녀오라고 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 아내들이 가지 않겠다고 우기면 결국엔 은비 등쌀에 자다가 끌려갈게 뻔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쇼핑하는 여자 따라다니기였다. 그건 고문 중에 최악질 고문으로 갔던 가게 또 가고, 입었던 옷 또 입어보는 짓을 수백 번도 더 봐야 했다.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자가 그랬고, 혼자도 아닌 8명이 몰려가면 고문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죽으면 죽었지 그 짓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구미호의 눈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 수면상태에서도 경기를 일으키며 깨어났다.

선글라스와 모자, 외투로 완전무장한 아내들이 침실을 나서자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다.

참으로 우스운 게 아내들이 없으면 1분도 못살 것 같다가도 이렇게 혼자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했다.

마치 휴가를 얻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온 것처럼 느긋해 세상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사람 마음 간사하기가 비할 곳이 없네. 한 시간만 지나면 또 보고 싶겠지. 크크크크~’

편안한 것도 잠시 아내들이 아무도 없자 잠도 오지 않고 무료하고 갑갑했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TV를 틀자 쇼핑간 아내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만 명은 될 것 같은 구경꾼과 파파라치, 기자들을 막기 위해 경찰 500명이 아내들을 둘러싼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그 안쪽을 미래 경호팀 50명이 둘러싸고, 그 안쪽을 총괄지원단 20명이 둘러싼 모습은 대통령 경호보다 더 삼엄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게 쇼핑하는 거야? 사람에 치여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네. 다시는 쇼핑한다는 말 안 하겠네. 하하하하~~~”

채널을 돌리자 미국과 러시아 세계나이트 격투 대회 배팅 소식을 전하는 육감적인 금발 여자 아나운서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에 뽕이라도 넣었는지 터질 것 같은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침을 질질 흘리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자 갑자기 그래프와 숫자가 나타났다.

순간 욱했지만, 뜨끔한 마음에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혼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쁜 짓을 하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게 됐다.

이래서 사람은 죄짓고 못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1초 만에 지우고 그래프를 들여다봤다.

자막이 온통 영어라 무슨 말인지 몰라도 미국 87%, 러시아 13%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미국이 이길 확률이 러시아를 압도한다는 뜻으로 미국과 유럽 큰손들이 대거 미국에 배팅하며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우승확률이 낮았다.

내일 있을 결승전에 도박사들이 베팅한 금액이 작은 나라 일 년 치 예산과 맞먹을 만큼 천문학적인 돈이 걸렸다는 건 며칠 전 신문을 통해 들었다.

대한민국은 이런 베팅이 불법이지만, 미국과 유럽은 합법이라 전문적인 도박사들과 부호들이 베팅에 참가하며 천문학적인 판돈이 걸렸다.

천문학적인 돈이 걸리자 승부조작설이 제기되며 세계나이트 격투 대회의 프로화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채널을 돌리자 내일 결승 경기를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스타들의 모습이 보였다.

1990년 제4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은 톰 크루즈(Tom Cruise)를 시작으로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 마이클 더글러스(Michael Douglas),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 등 쟁쟁한 남자배우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왔다.

1990년 사랑과 영혼으로 대박을 친 데미 무어(Demi Moore)와 팝의 여왕 마돈나(Madonna), 멕 라이언(Meg Ryan),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 킴 베이싱어(Kim Basinger) 등 이름만 들어도 익히 얼굴을 아는 여배우들도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이외에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 음악, 공연계 인사들이 속속 등장했고, 정치인들도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검은 양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리무진과 함께 나타났다.

이들은 결승 전야제 파티를 즐기기 위해 하루 먼저 멋진 턱시도와 아름다운 드레스를 차려입고 윈 호텔 파티장에 모여들었다.

고작 치고받는 싸움박질 보겠다고 엄청난 입장료와 시간을 투자해 먼 거리를 날아온 이들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전야제에 파티까지 여는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네.”

“김가은 팀장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요?”

“마샤 타이엘나가 회장님을 뵙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네에?”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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