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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42화 (242/505)

00242  원정(遠征)  =========================================================================

242.

사막거북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아채자 냉기탄 두 발을 쏘고, 글라디우스를 뽑아들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쾅쾅!”

냉기탄 두 발에 반경 30m가 두 겹으로 꽁꽁 얼어버리자 사막거북의 회전력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도끼로 장작을 패듯 사막거북의 등딱지를 글라디우스로 있는 힘껏 내려쳤다.

“쿠앙~~~”

4.5m로 늘어난 파란 예기가 레드터틀의 단단한 귀갑을 때리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킥~~~”

발경이 포함된 혼신의 일격에 사막거북의 동체가 땅속으로 푹 주저앉으며 주변 땅도 지진을 만난 듯 쩍쩍 갈라지며 함께 내려앉았다.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사막거북의 머리와 다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충격에 장기도 심하게 파손돼 내버려둬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

발경의 무서움이 바로 이것이었다. 외부는 멀쩡해도 침투경(浸透勁)으로 인해 내부가 으스러져 죽는 것으로 산을 사이에 두고 소를 때린다는 격산타우(隔山打牛)와 같은 이치였다.

발경은 보통 세 단계로 나뉘는데, 초급 단계인 방경(放勁)은 상대를 치면 상대가 뒤로 튕겨 나가거나 쓰러지고, 중급 단계인 의경(意勁)은 상대가 앞으로 쓰러졌다.

마지막 고급 단계인 사경타법(死勁打法)은 맞는 순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술로 사경타법을 진정한 발경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초급인 방경에 포스가 침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포스가 스며드는 양의 차이가 있다는 뜻으로 방경의 경우 침투하는 포스보다 상태를 때려 밀어내는 힘이 더 강해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아내들의 수준이 초급인 방경이었고, 중급 피지컬리스트 중 힘과 민첩에 치중된 능력자들이 중급인 의경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 중급 피지컬리스트라고 꼭 의경 수준에 도달했다 볼 순 없었다.

“휘익~”

“쾅!”

바닥에 착지한 순간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뾰족한 꼬리를 왼팔에 차고 있던 원형 방패로 간신히 막았다.

본능적으로 막아낸 놈의 공격에 팔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과 함께 30m나 옆으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순간적이긴 했지만, 방패에 포스를 불어넣어 막았는데, 균열이 쩍쩍 가며 방패가 산산이 부서졌다.

방패가 없었다면 팔이 부서지거나 잘렸을 수도 있고, 최악엔 가슴에 치명상을 입고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지홍아!”

“오빠~~~”

“다친 거야? 다친 거야? 괜찮은 거지? 괜찮은 거지?”

“괜찮아. 울지 마!”

내가 쓰러지자 크게 다쳤다는 생각에 아내들이 겁도 없이 달려왔다. 마음이 따뜻하긴 했지만, 만에 하나 놈이 살아 있다면 아내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을 보자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내가 아내들이었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쓰러졌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놈이 살아 불을 토하고 있어도 달려갔을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그런 것이다. 내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그를, 그녀를 생각하는 것...

아영과 아리가 정화 스킬과 치유의 바람, 상처의 바람을 동시에 사용하자 충격으로 결리고 뻐근하던 몸이 금세 풀어졌다.

아영과 아리는 같은 힐러 계열이라 그런지 스킬을 같이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겨 각각 사용할 때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

아영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리의 손을 잡아 고마움을 표한 후 죽은 사막거북에게 다가갔다.

숨을 거두기 직전 나를 저승 동무로 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사막거북은 꼬리 공격을 끝으로 숨을 거뒀다.

신선한 채소에 끌려 나왔다가 몇 개 먹어보지도 못하고 죽은 사막거북의 원한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길 가다 갑자기 뺨 맞은 정도가 아니라 끌려가 옷이고 돈이고 다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은 꼴이니 원한이 사무쳐도 골수까지 사무쳤을 것이다.

‘미안하다. 이것이 너와 나의 숙명인 걸 어쩌겠냐. 부디 다음 세상엔 친구로 태어나라. 그럼 오늘 빚은 두고두고 갚으마.“

오늘 사냥의 일등 공신은 구미호였다. 구미호가 없었다면 불꽃 탄환에 막혀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간신히 접근해도 기관총처럼 쏟아지는 불꽃 탄환과 단단한 귀갑, 빠른 회전에 사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첫 번째 원정에 실패한다는 건 너무도 치명적인 실수로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여간해선 회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첫 번째 고객, 첫 번째 직장, 첫 번째 사업 등등 인생에서 있어 첫 번째는 그 어떤 일보다 의미가 깊었다.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는 말처럼 이후 원정에 계속 성공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첫 번째 원정 실패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을 것이다.

고마움의 표시로 구미호을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었다. 구미호는 분명 나였지만, 어느 순간 애완동물이자, 친구이자, 수호신이 되어있었다.

셀프 칭찬을 마치고 5ton이나 나가는 사막거북을 밧줄로 묶어 풍산개를 이용해 얼음 구덩이 밖으로 끌어올렸다.

“땅이 쩍쩍 갈라졌는데, 거북이 등껍질은 멀쩡하네.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가 보다.”

“귀갑으로 방패를 만들어 사용하면 웬만한 공격은 다 막아내겠다.”

“너무 무겁지 않을까?”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크게 불편하진 않을 거야.”

“오빠는 힘도 세고 작은 방패를 쓰지만, 우린 힘도 약하고 방패마저 이렇게 커다란데 무게가 또 늘어나면 무슨 재주로 들고 다녀?”

“걱정하지 마. 모두 작은 방패로 바꿔줄게.”

“정말이야? 우리 것도 오빠 것처럼 작은 원형 방패로 바꿔줄 거야?”

“응. 대신 그에 맞는 훈련을 해야지. 지금 상태론 너무 느려 맞아죽기 십상이니, 민첩하게 움직이며 막는 연습을 해야겠지. 안 그래?”

“컥!”

사막거북의 축 늘어진 목을 갈라 지름 3cm 레드주얼을 꺼냈다. 황금 모래 위에 돌개바람이 부는 신기한 모습의 구슬을 손에 쥐고 포스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새로운 레드주얼을 손에 쥘 땐 뽑기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렸다. 통 속에 손을 넣고 번호표를 집어 기대하던 상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언제나 심장이 쿵쾅거렸다.

“헉!”

“우와! 대박!”

“아오~ 귀여워!”

여우불주얼에 이어 거북이주얼에서도 소환수가 나왔다. 녀석은 크기 20cm 거북이로 특이하게 머리가 두 개였다.

머리 두 개에서 불꽃 탄환을 동시에 쏘아낼 수 있는 형태로 구미호처럼 날아다니진 못해도 빠르게 달리며 녀석이 보는 것을 사용자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 구미호처럼 위험을 탐지하는 능력과 요격 능력은 없었고, 발사 속도도 구미호보다 훨씬 느렸다.

“얘는 머리가 두 개니까 현무라고 부르면 되겠다.”

“사신 중 북쪽의 수호신인 그 현무?”

“응.”

“그건 거북이와 뱀이 섞여 있는 모습이잖아. 얘는 그냥 머리가 두 개인 사막거북이고.”

“오빠 머리 위에 앉아있는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야?”

“아니.”

“개도 꼬리가 세 개지만 연상되는 대로 이름 지어 구미호라고 부른 거잖아. 얘도 거북이니까 현무라고 부르는 거야. 아무것도 아닌 거로 따지지 좀 마.”

“켁!”

은비가 말한 현무라는 이름에 모양이 조금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또 한소리 들었다.

조금 전까지 눈물을 그렁그렁 고인 은비의 모습이 진짜인지, 쌍심지를 뜨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진짜인지 도통 가늠이 안 됐다.

“소연부터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용해봐. 포스량이 적어 당장 사용하긴 쉽지 않지만, 누가 사용할지 결정해야지.”

거북이주얼은 공격형 멘탈리스트에게만 반응하는지 서인과 상아, 아영, 아리, 소희에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소연과 은비에게만 현무를 허락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가진다고 우기겠지만, 언니에겐 무조건 양보해야지. 언니는 내 엄마나 다름없으니까.”

“아니야. 네가 사용해. 난 없어도 괜찮아.”

“지금도 포스가 부족해 아영이 도움을 받잖아. 이 상태에서 현무까지 운영하면 도움이 아니라 짐만 될 거야. 그러니 언니가 써.”

“그래도...”

“솔직히 말해 나는 거북이 별로야. 다음에 표범, 호랑이, 늑대 이런 거 나오면 줘.”

“.......”

은비의 양보로 현무는 소연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포스양이 충분하지 못해 평소 활동은 큰 문제가 없지만, 전투에 돌입하면 스킬과 함께 사용하기엔 포스가 부족했다.

1994년 3월 25일

박지홍 : 힘-444 민첩-464 체력-644 총합-1,552 멘탈포스-998

염화주얼(30%) : 힘-577 민첩-603 체력-837 총합-2,017 멘탈포스-1,297

민소연 : 힘-43  민첩-45  체력-97  총합-185  멘탈포스-738

최은비 : 힘-41  민첩-41  체력-95  총합-177  멘탈포스-718

윤아영 : 힘-37  민첩-35  체력-87  총합-159  멘탈포스-429

손상아 : 힘-46  민첩-49  체력-132 총합-227  멘탈포스-834

이서인 : 힘-31  민첩-32  체력-68  총합-131  멘탈포스-365

차소희 : 힘-16  민첩-15  체력-23  총합-54   멘탈포스-88

김아리 : 힘-36  민첩-34  체력-100 총합-170  멘탈포스-725

정한숙 : 힘-8   민첩-7   체력-12  총합-27   멘탈포스-35

작년 8월과 비교하면 힘과 민첩은 평균 10% 정도 향상됐고, 체력과 멘탈포스는 15%~20% 향상했다.

체력과 멘탈포스가 이처럼 큰 폭으로 향상한 건 연리지주얼의 효과로 이 상태로 간다면 늦어도 내후년엔 상급 멘탈리스트가 적어도 4명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멘탈포스와 피지컬포스의 합이 최소 1,500은 넘어야 현무를 쓰는데 크게 부담이 없어 상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해도 포스가 부족한건 여전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국내 최고의 멘탈리스트로 알려진 아리보다 상아와 소연의 멘탈포스가 많다는 것이다.

5년 전까지 300대에 머물던 소연의 멘탈포스는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상급 멘탈리스트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는 보약, 보양식, 집중 명상, 기감력 훈련, 연리지주얼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포스를 사용해 전신 마사지를 해준 결과였다.

기감력이 향상되며 포스를 보다 세밀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되자 포스를 이용한 마사지를 생각하게 됐다.

원래는 마음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다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작년 말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포스 마사지 일명 ‘포스 샤워’를 해줬다.

포스 샤워를 하고 나면 포스가 움직이는 통로가 확장돼 운영이 원활해지고, 순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스양도 늘어나 스킬 사용 속도도 빨라졌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장기간 포스 샤워를 받아야 효과가 있었다.

또한, 전신을 마구 주물러야 해 아쉽게도 소희와 아리에겐 포스 샤워를 해줄 수 없었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줄 용의가 있었다. 힘이 좀 들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리와 소희가 원한다면... 흐흐흐흐~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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