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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40화 (240/505)

00240  원정(遠征)  =========================================================================

240.

“대통령께서 오셔야 하는데 유럽 순방 중이라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넓은 양해 바랍니다.”

“아니에요. 이렇게 멋진 고어 부통령께서 와주셨는데 양해라니요. 클린턴 대통령이 오신 것보다 훨씬 반갑네요.”

“아름다운 미인께서 성격까지 고매하시니 박지홍 회장님의 복이 끝이 없습니다.”

“호호호호~ 부통령께서도 사람 볼 줄 아시네요.”

“그럼요. 여자 보는 눈은 클린턴 대통령만큼 저도 뛰어납니다. 하하하하~”

앨버트 아널드 고어(Albert Arnold Gore) 부통령은 베트남 전쟁 종군 기자, 지역 신문의 기자로 일하다가 테네시 주 대표 미국 연방 상원 의원이었던 아버지를 뒤이어 1977년에 테네시 제4지역 미국 연방 하원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85년부터 부통령에 취임한 1993년까지 미국 연방 상원 의원(테네시 주 대표)을 지냈고, 1992년 11월에 빌 클린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직에 당선됐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재난 안전청 그레그 크레이그입니다.”

“미연방 정부 산하 나이트 사무국을 맡은 존 파이크입니다.”

“미래 레드몬 총괄지원단장 정한숙이예요. 이분은 박지홍 회장님이고요.”

“반갑습니다.”

아침 9시 정각 호텔 로비에서 만난 고어 부통령은 사람들을 주렁주렁 대동한 채 나타났다.

네바다 주지사, 네바다 주 상원의원, 네바다 주 하원의원, 라스베이거스 시장을 비롯해 기자 300명을 데리고 나타나 우리를 환영했다.

그중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은 상원의원도, 주지사도, 아닌 재난 안전청 그레그 크레이그(Greg Craig) 청장과 미연방 정부 산하 나이트 사무 존 파이크( John E. Pike) 국장이었다.

재난 안전청은 레드몬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 시 방위군과 능력자를 마음껏 끌어다 쓸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강력한 부서로 이름만 그럴싸한 대한민국 레드몬 안전청과는 격이 달랐다.

나이트 사무국은 능력자와 잠능자 전체를 관리하는 부서로 잠능자 교육, 능력자 재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능력자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부서였다.

두 부서는 지난 정권에도 엄청난 파워를 과시했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되며 그 위상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권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가벼운 인사가 끝난 후 기자들을 향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후 함께 차를 마시며 얼굴을 익혔다.

고어 부통령을 포함해 오늘 모인 사람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 비둘기파로 그나마 우리에겐 우호적인 인사들이었다.

국가안보국(NSA) 국장 키스 알렉산더, 중앙정보국(CIA) 국장 포터 고스, 연방수사국(FBI) 국장 존 에드거 후버 등 정보부서는 대부분이 매파로 우리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다.

대외 정책에서 자신들의 이념과 주장을 고수하며 타협하지 않는 대외 강경론자 또는 주전파(主戰派)를 지칭하는 매파(The hawks)는 1810년대 상대방과 타협하지 않고 강경한 태도로 사태를 처리하려는 팽창주의자들을 매의 공격성에 빗댄 용어로 보수 강경파인 공화당이 매파에 속했다.

1970년대부턴 경제적으로는 자유롭지만,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는 권위주의적 신보수주의인 네오콘(neocon)이 생겨났다.

국가 간의 약육강식, 힘의 논리를 중시하고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네오콘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체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정치이념으로 기독교적인 교리와 친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대통령에 의해 1980년대 공화당 노선이 됐다.

공화당 네오콘들은 민주당 비둘기파보다 우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매우 컸다.

네오콘들은 우리가 미국의 아성을 위협하고 손해를 끼칠 것으로 생각했지 도움이 된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의 비둘기파가 우세한 시대가 아닌 로널드 레이건과 공화당의 매파가 우세한 시대였다면, 미래 레드몬 사냥팀의 해외진출은 큰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었다.

“아직 레드터틀로 인한 물적·인적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로 점차 다가오고 있어 그대로 둘 경우 큰 피해를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격하지 않는데 피해가 발생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땅굴 때문에 그렇습니다. 레드터틀이 지나간 곳은 미로 같은 땅굴이 곳곳에 생겼습니다. 만약 레드터틀이 라스베이거스 지하로 뚫고 들어가면 도로가 붕괴하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문스톤으로 보호받는 도시지만, 문스톤은 B급 엘리트 레드몬까지 막을 수 있어 A급 엘리트 레드몬인 레드터틀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또한, 땅속은 최대 10m가 한계로 바위나 금속 물질이 많을 경우 2~3m도 전파가 파고들지 못해 두더지와 같은 레드몬엔 매우 취약했다.

점심을 먹고 호텔 옥상에서 AS365 돌핀을 타고 놈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밸리-피크 주립공원으로 날아갔다.

도시를 벗어나자 붉게 느껴지는 짙은 황색의 바위들이 저 멀리 지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졌다.

잡초와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빼면 나무 한 그루 없는 황야는 아름답기보단 황량함만 가득했다.

“뭣 좀 보이는 게 있어?”

“아니요. 아무것도 없어요.”

“내려가서 확인해보는 방법밖에 없겠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풍아와 풍영에게 기대를 걸어보자.”

풍아와 풍영은 언니들보다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레드몬을 찾아내는 능력은 아주 탁월해 정찰·탐지견의 임무를 가장 훌륭히 수행했다.

특히 풍아는 동물에서 레드몬으로 변이하는 어린 레드몬도 기가 막히게 찾아냈고, 머리도 영특해 상아가 지시하는 내용은 단번에 이해해 막내지만 팀의 리더로 손색이 없었다.

“방패 잊지 말고 챙겨.”

“우리도 들고 다녀야 해?”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우리 것도 오빠 것처럼 작게 만들어주지, 이렇게 크게 만들면 어떻게 들고 다니라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꺼내!”

사막거북이 쏘아내는 불꽃 탄화를 막기 위해 은행나무에 초경합금인 탄화텅스텐을 섞어 방패를 만들었다.

내가 사용하는 건 원형의 작은 방패였고, 아내들과 아리, 소희가 사용하는 건 1m 50cm의 커다란 대형 방패였다.

난 빠르게 움직이기 놈을 공격하기 위해 작은 방패를 만들었고,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아내들과 아리, 소희는 몸 전체를 가릴 수 있는 대형 방패를 만들었다.

지난달 놈이 출현했다고 알려준 밸리 오브 파이어(Valley of Fire)로 들어갔다. 불의 계곡은 네바다 주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 중 하나로 수천만 년 전 생성된 붉은 사암과 사구가 햇빛을 받아 피처럼 붉게 느껴졌다.

낮은 능선을 따라 올라가자 빼쪽한 바위들과 낮은 협곡이 쭉 이어졌다. 협곡을 따라 내려가며 땅속으로 기감을 최대한 투사했지만, 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왈왈~ 왈왈~”

풍아가 움푹 들어간 지형을 향해 짖어대며 상아를 바라봤다. 상아가 텔레파시로 레드터들이 맞느냐고 묻자 풍아가 고개를 끄덕여 놈이 파고 들어간 땅굴임을 알려줬다.

“모두 바위산 위로 올라가.”

일행을 모두 물린 후 구미호를 땅굴로 내려 보냈다. 빠르게 날아간 구미호가 입구를 걷어낸 후 수직으로 뚫린 굴속으로 들어갔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땅굴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구미호라 용케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사막거북을 찾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다.

“찾을 수 있겠어?”

“굴이 미로 같이 복잡하고 무너진 곳이 많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1시간 만에 돌아온 구미호를 위로(?)해주고 해가 질 때까지 밸리 오브 파이어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사막거북을 찾은 순 없었다.

“먹이로 유인하는 건 어떨까?”

“A급 엘리트 레드몬이 고작 먹이로 걸려들겠어?”

“이런 황량한 사막에서 놈이 좋아하는 싱그러운 채소를 구하긴 불가능하잖아.”

“흐음...”

“내게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봐. 걸려들지 않아도 호기심에 반응을 보일 수도 있잖아.”

“반응이라... 그거면 충분하긴 한데.”

“밑져야 본전이야.”

“알았어.”

결승전이 코앞이라 은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움켜쥔 주먹과 빛나는 눈동자, 앙다문 이빨에서 어떻게든 결승전 경기를 보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내일까지 못 잡아도 경기 보여줄게.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마. 그러다 다쳐.”

“정말 봐도 돼?”

“당연하지.”

“앗싸~”

레드터틀 사냥 일정은 2주일이라 그 안에만 놈을 잡으면 됐다. 만약 2주일 안에 놈을 발견할 수 없으면 다시 일정을 잡아야 했다.

다다음달까지 10개국을 돌며 레드몬을 사냥해야 해 무턱대고 사막거북이 나타나길 기다릴 순 없었다.

엘리트 레드몬이 숨겠다고 하면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넓은 지구를 싸돌아다니면 반경 15km 탐지할 능력으론 절대 찾을 수 없었다.

더구나 땅을 파고 숨는 레드몬은 더더욱 찾기가 힘들어 안심하고 밖으로 기어 나올 때까지 시간을 주는 게 현명했다.

은비의 의견을 받아들여 놈의 체취가 가장 강했던 계곡에 싱싱한 채소를 잔뜩 쌓았다. 그리곤 3km 밖 언덕에 몸을 숨기고 놈이 기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은비가 제안한 방법은 동물을 유인할 땐 효과적일지 몰라도 레드몬을 상대로, 그것도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로 사용한다는 건 놈에 대한 모욕이자 시간 낭비였다.

이 방법을 사용해 레드몬을 사냥할 수 있다면 굳이 힘들게 산과 들을 헤맬 필요가 없었다.

깊숙이 함정을 파고 레드몬이 좋아할 먹이로 유인해 빠지기만 기다리면 되는데 뭐하러 힘들게 뛰어다니겠는가?

“여긴 없나 보네. 다른 곳에 뿌려볼까?”

“불의 계곡이 얼마나 넓다고 다른 곳에 뿌려. 지금도 계곡 전체에 채소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럼 실패한 거네. 냄새를 맡고도 안 나타나면.”

“겨우 세 시간 기다리고 실패야?”

“네 말처럼 냄새가 진동하는데 나타나지 않는 건 이곳에 없거나, 눈치채고 나타나지 않는다고 봐야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라고 남자가 하루도 못 기다려. 인내심이 그렇게 약해서 어떻게 큰일을 하겠어?”

“이런... 하아~ 오늘까지만이다. 내일부턴 이런 유치한 방법은 다신 쓰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알았어?”

“우쒸!”

인내심이 약하단 은비의 말에 가슴이 찔려 한마디 쏘아냈다. 내 딴엔 기분 맞춰준다고 말도 안 되는 방법을 허락했는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이따 밤에 보자. 오늘은 울고불고 매달려도 엉덩이 뚫어버린다. 기필코~ 반드시~’

“오빠!”

“왜?”

“나타났어요.”

“뭐라고?”

‘젠장! X됐다.’

“방금 뭐라고 했어?”

“흐흐흐흐~ 은비야! 사랑해!”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대는 은비에게 손으로 하트를 뿅뿅 날려주며 고개를 내민 레드터틀에 기감을 집중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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