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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39화 (239/505)

00239  원정(遠征)  =========================================================================

239.

“실험은 잘 돼 가나?”

“한 마리는 두개골을 열고 뇌에 직접 전기 자극을 통해 세뇌 중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약물을 사용해 세뇌 중입니다.”

“이번엔 성공확률이 얼마나 되나?”

“30%입니다.”

“꼴에 유인원이라고 많이 올랐군.”

“레드마우스나 레드래빗보단 인간과 뇌 구조가 같아 성공확률이 대폭 올랐습니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과를 내야 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일로 피해가 너무 컸어. 일반인이야 그렇다 쳐도 사무라이 502명이 죽거나 병신이 된 건 정말 뼈아픈 손실이야. 그 일로 아베 마사히코 회장님이 몹시 언짢아하시네. 성과를 얻지 못하면 자네나 나 둘 다 문책을 받게 될 거야.”

“A급 엘리트 레드몬의 뇌가 있었다면 좀 더 도움이 됐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외신 기자들만 없었다면 미래 경호대 놈들을 다 죽이고라도 빼돌렸을 거네. 그놈의 카메라면 없었어도 귀중한 A급 엘리트 레드몬의 사체를 통째로 먹을 수 있었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였는데.”

호소카와 모리히 총리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는 하얀 가운의 인물은 이시이 마사키로 731 생체병기 연구소 소장이었다.

이시이 마사키는 731부대 사령관인 이시이 시로의 친척으로 레드몬을 이용한 생체병기 연구에 일생을 바친 천재였다.

731부대 사령관인 이시이 시로는 교토제국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의학도로, 1922년 육군병원과 도쿄의 육군의학교에 배치됐다.

윗사람들의 눈에 든 이시이 시로는 유럽에서 유학하며 값싸고 저렴한 강력한 전쟁 무기 세균을 알게 됐다.

중일전쟁 이후 일본군이 점령한 만주국 하얼빈에 일왕 직속으로 세균전 부대를 설립하자 사령관으로 취임해 수천 명의 생명을 죽이며 세균 무기 연구에 매진했다.

패전 후 그 주일미군에 생체실험 자료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67세 식도암에 걸려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기소되지 않았다.

전쟁 후 일본에서 실험용 생쥐 농장을 차리고 매춘업도 병행한 이시이 시로는 시골에서 농사짓던 형제들을 불러 자기 부대 고등관으로 복무시키는 등 이기적이고 뻔뻔한 사람이었다.

그의 후손인 이시이 마사키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인물로 레드몬의 DNA, 신장, 눈알, 팔다리 등을 사람 몸에 이식하는 연구부터 인간의 뇌를 레드몬에 바꿔치기하는 연구까지 온갖 괴상망측한 연구로 사람들을 죽였다.

“류시앙이 넘겨준 레드몬 모스키토 복제는 전혀 가망이 없는 건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부패가 워낙 심해 DNA가 모두 파괴돼 복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하여간 짱꼴라 놈들 제대로 하는 일이 없군. 돈을 10억 엔이나 받아먹고 가져온 물건이 썩은 레드몬이라니 정말 이놈들은 약속이 뭔지도 몰라. 그러니 아직도 그 모양 그 꼴로 살고 있지. 나라만 크면 뭐하겠나. 베짱이처럼 게을러 빈둥거리며 놀기만 하니 아직도 삼류 국가를 못 벗어났지.”

똥 묻은 놈이 제 묻은 놈 나무란다고 호소카와 총리가 중국을 씹어댔다.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호소카와 총리는 자신이 헌신짝처럼 차버린 벳푸협정은 기억조차 못했다.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위대를 공격한 박지홍의 행동은 일본을 침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온전한 사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위대한 일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 일로 아베 회장님이 가장 아끼는 가미카제 공대를 중국에 파견하셨네.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게.”

지난 9월 유강성 전 국가안전부 부장을 자살로 위장해 처리한 류시앙 국가안전부 부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숙청된 건 올해 2월이었다.

토끼가 잡으면 사냥개는 쓸모없어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死狗烹)에 따라 류시앙도 역할이 끝나자 사냥개처럼 죽임을 당했다.

그래도 정보를 틀어쥔 수장답게 낌새를 알아차린 류시앙은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레드몬 모스키토를 일본에 팔아넘기려 했다.

그러나 모스키토를 빼돌리다 덜미를 붙잡혀 도망치게 됐고, 대만까지 천우신조로 탈출에 성공해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요원들과 접촉했다.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일본의 배신으로 신줏단지 모시듯 가져온 모스키토를 빼앗긴 채 가슴과 머리에 총알 20개를 선물 받고 저승행 특급열차를 탔다.

그렇게 일본이 레드몬 모스키토를 손에 넣었지만, 이미 보관용기가 부서져 부패가 진행 중이었다.

또한, 류시앙을 따라붙은 국가안전부 요원과 화이 공대 선인들의 끈질긴 공격에 시간을 지체하며 731 생체병기 연구소에 모스키토가 도착했을 땐 죽처럼 걸쭉한 상태였다.

아베 마사히코 회장은 류시앙에게 넘겨받은 자료에서 모스키토의 위력을 확인한 후 복제가 어렵다는 이시이 마사키 소장의 의견에 따라 연구소가 있는 중국 허베이 성(河北省) 바오딩(保定)시에 가미카제 공대를 파견했다.

레드마카크의 급습으로 무고한 생명 수만 명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중급 사무라이 28명과 하급 멘탈리스트 22명으로 구성된 일본 최강의 레드몬 사냥팀 가미카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보단 아베 회장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해줄 모스키토를 뺏어오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CNN 조지 마이클 기자가 폭로한 레드마카크 새끼 두 마리를 훔치며 흔적을 남겨 벳푸시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이 바로 가미카제 공대였다.

“류시앙에 보내온 자료가 사실이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레드몬 모스키토를 구해 와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곤충 뇌 조종 연구 기술을 토대로 모스키토를 제어할 수 있다면 레드몬을 숙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하급, 중급은 물론 엘리트 레드몬도 수족으로 부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미국도, 러시아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네 실험이 성공하면 가장 먼저 박지홍부터 죽여 없애겠네. 놈을 갈가리 찢어 죽인 후 놈의 계집들을 잡아와 정화수를 생산하며, 위대한 사무라이의 씨를 뿌릴 것이네. 그렇게 놈의 계집에서 최고의 사무라이를 생산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제패해 영광스러운 욱일승천기가 다시 펄럭이게 하겠네.”

“덴노 헤이카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호소카와 총리 집무실에서 천황폐하 만세 소리가 터져 나오자 집무실 밖에 있던 총리실 직원들도 모두 일어나 부동자세로 양팔을 들어올 채 반자이를 외쳐댔다.

그 모습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과 너무도 닮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1940년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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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없는 동안 나진시 명령권자는 김도형 대장입니다. 이점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전체 차렷. 충성! 조심해 다녀오십시오.”

아침 6시에 미래 레드몬 빌딩 대회의실에서 김도형 미래 레드몬 부대장, 강승원 안전보장국 국장, 김관웅 미래 레드몬 전무, 홍은하 전략연구소장, 조은영 교관 등 중요인사만 불러 조촐하게 출정식을 치렀다.

만약을 대비해 권한과 책임 범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지피어주고 서로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조직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 독선, 알력, 월권, 비리, 나태, 배신 등등 단단한 철옹성이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리는 이와 같은 내부 문제에서 비롯됐다.

조직이 발전할 수 있도록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수장이 할 일로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해외로 싸돌아다니며 잘난 척하는 것이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할 짓이 아니었다.

출정식이 끝나자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의 조용한 배웅 속에 A300-300 전용기와 A300-200, 안토노프 An-225 수송기가 나진 공항을 힘차게 날아올랐다.

일본 원정을 교훈 삼아 미국 원정부턴 준비를 더욱 철저히 했다. 먼저 러시아로부터 초대형 수송기 안토노프 An-225을 들여왔다.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수송기 안토노프 An-225는 최대 탑재량이 250ton으로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을 수송하기 위해 개발한 기체로 소련 붕괴 후 재정난으로 우주 계획 지원이 끊기며 단 한 대만 생산하고 단종된 비운의 수송기였다.

안토노프 An-225에 AS365 돌핀 헬기 1대와 사체 운반차량 1대, 험비 등 각종 장비를 태우고, 경호대 100명과 총괄지원단 20명, 도우미 10명은 새로 구매한 A320-200 여객기에 태웠다.

헬기와 사체 운반차량은 일본이 얼굴을 바꾸는 순간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던 것을 기억해 앞으로도 항상 가지고 다닐 계획이었다.

도우미 10명은 집에 근무하는 메이드들로 장기간 해외에서 머무는 일이 많아 수발들 사람이 필요했고, 의뢰국가에서 지원한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 순환형식으로 메이드들을 동원하게 됐다.

“짜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내가 이번 달 최신 패션잡지를 모두 챙겨왔지. 어때? 마음에 들어?”

“역시 은비가 준비성은 최고야. 종류별로 다 있네. 이 정도면 시간 보내긴 충분하겠다.”

사람들은 우리가 해외 원정에 나서면 사냥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생각한다.

그도 아니면 숙면을 취하거나, 음악을 듣고, 교양서적을 읽으며 긴장과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안락한 침대에 엎드려 잡지를 뒤적이며 올해 유행할 패션 아이템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고, 최신유행곡과 아이돌 가수, 여배우에 대한 가십거리로 수다를 떨어댔다.

그런 아내들의 쫙 빠진 다리와 예쁜 엉덩이를 베고 입에 넣어주는 딸기와 포도를 씹는 게 우리 모습이었다.

물론 손으로 꽃잎과 가슴, 엉덩이를 더듬다 흥분하면 마음껏 성욕을 채우는 건 기본이었다.

그렇게 13시간 동안 각자의 방법대로 시간을 낭비한 끝에 도박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매캐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수만 명의 환영인파, 수백 명의 경찰, 수백 명의 기자가 우리의 미국 입성을 대대적으로 환영할 것 같던 매캐런 공항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번잡한 것을 싫어해 미국 입국은 몇몇 고위 관료와 공항 관계자만 아는 극비로 진행했다.

내일 아침이면 소문이 쫙 퍼지겠지만, 13시간이나 힘들게(?) 날아와서 기자들에게 시달리고 싶은 마음이 없어 협조를 구했다.

“이곳도 저녁은 무척 쌀쌀하네.”

“일교차가 크긴 하지만, 낮엔 21~24도라 활동하기 괜찮을 거예요.”

“사막이라 햇볕이 따갑지 않나?”

“먼지가 좀 많지만, 습도가 낮아 쾌적해요.”

“사막이라 엄청나게 더울 줄 알았는데, 생각과 많이 다르네.”

“4월부터 10월까진 상당히 더워요. 특히 6·7·8월은 37~40도 사이라 밖을 나다니기도 힘들죠.”

공항을 빠져나온 험비 다섯 대가 휘황찬란한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뚫고 윈 호텔에 도착한 건 11시였다.

“아침 9시에 데이비드 액설로드 특사와 앨버트 아널드 고어(Albert Arnold Gore) 부통령이 오기로 했어요.”

“고어 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이라 고어 부통령이 대신 접대하기로 했어요.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초일류 강대국 미국 부통령이 마중 오는데 뭐가 기분 나빠? 고마워해야지.”

미국은 철저한 실리를 바탕으로 상대를 대접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이용가치를 생각하면 클린턴 대통령이 온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언니! 꼭대기 층이라 그런지 전망 끝내준다.”

“호텔도 괜찮지?”

“응, 집만큼 안락하진 않아도 시설을 아주 마음에 들어.”

“허름한 초가삼간이라도 내 집만큼 편한 곳은 없다고 했잖아. 샹들리에가 아무리 멋져도 우리 집 거실에 달린 전등만 하겠어.”

미 국무부는 편의와 보안을 위해 윈 호텔 꼭대기 층 전체를 우리에게 제공했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대거 동원해 호텔을 삼엄하게 경계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보호가 아닌 감시일 수도 있어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호텔만 제공하면 보안은 우리 경호대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것만 봐도 미국이 우리를 좋게만 본다고 할 순 없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존재로 여길 수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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