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6 여측이심(如?二心, 화장실 들어갈 적 마음 다르고, 나올 적 마음 다르다.) =========================================================================
236.
방송용 ENG 카메라와 기자들이 몰려들자 야마노우에 데쓰로 대대장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통상적으로 레드몬의 소유권은 사냥한 사람에게 있고, 계약서도 이미 공개돼 레드몬 반출을 막는 일은 억지라는 것을 야마노우에 이등좌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부에서 시킨 일이라 어길 수가 없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사는 존재로 잘못된 명령이라도 따라야 한다고 야마노우에는 배웠다.
또한, 황금원숭이의 가치를 생각하면 욕을 먹더라도 반드시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국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야마노우에 대대장은, 그런 거룩한 정신이 있어야 죽은 후 야스쿠니 신사에 도조 히데키 수상과 함께 모셔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과 C급 엘리트 레드몬 레드마카크는 미래 레드몬 사냥팀이 사냥한 레드몬입니다. 통상적으로 레드몬은 사냥한 사람의 것이고, 계약서에도 사냥한 레드몬에 대한 권리가 미래 레드몬 사냥팀에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레드몬 사체를 운반할 수 있게 길을 비켜주세요.”
상아가 방송용 카메라에 계약서가 잘 보이도록 쫙 펼쳐 해당 내용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자위대의 잘못된 행위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상아가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 기자들을 향한 게 아니라 방송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나라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으로 기자들도 그 뜻을 알고 이야기가 끝나길 조용히 기다렸다.
특종을 달고 다니는 우리와 오랫동안 얼굴을 맞대야 하는 기자들은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하는 상아의 말을 끊어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었다.
취재도 인맥이고 안면이라 눈 밖에 나는 순간 특종은 고사하고 남들 다 아는 내용을 자신만 모를 수도 있었다.
기자가 기삿거리를 물어오지 못한다는 건 세일즈맨이 물건을 팔지 못하는 것과 같아 남은 건 해고밖에 없었다.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평소 상대의 기분도 적당히 맞추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쓸만한 기삿거리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증거도 보여드렸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길을 막으실 건가요?”
“군인은 명령받은 대로 행동합니다.”
“누가 우리 물건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명령했나요?”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서부방면대 반조 고이미치 총감인가요? 아니면 기미즈코 에이우 육상막료장이신가요? 그도 아니면 내각정보조사실 에비스 겐이치 실장인가요? 그보다 더 위면 호소카와 모리히 총리인가요? 아니면 그보다 윗사람인가요?”
“말을 가려서 하십시오. 그분들은 당신같이 하찮은 사람이 입에 올릴 분들이 아닙니다.”
“그렇게 대단하신 분들이 서명이 마르기도 전에 약속을 잊으셨나요? 그것도 둘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증을 선 협정서에 포함된 계약을 말이에요.”
“.......”
“충분히 설명했고, 대대장님도 이해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제 그만 길을 열어 주세요.”
“허가서를 가져오긴 전엔 나갈 수 없습니다. 제자리로 돌아가십시오.”
있지도 않은 허가서를 계속 요구하는 쪽발이의 억지에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은비의 강력한 반대에도 문화재를 찾아오겠다는 욕심에 욕을 바가지로 먹고 일본까지 왔다.
만약을 대비해 안전장치도 여러 개 만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갓난아이처럼 억지를 쓰는 일본의 행태엔 소용이 없었다.
‘내가 다시 일본에 오면 사람이 아니야. 개다. 개야!’
인내심이 매미 날개보다 얇은 내가 참을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으니 원하는 대로 들어줄 수밖에...
“상아야! 그만하고 풍아 등에 올라타.”
“어쩌시려고요?”
“몽둥이를 원했으니 그렇게 해줄 수밖에.”
“그럼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어요.”
“기자들이 보고 있어도 꿈쩍하지 않는 놈들이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황금원숭이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지.”
“그래도...”
“우리가 이대로 돌아가면 얼마 후 우리 앞에 있는 대대장만 처벌하겠지. 그것도 형식적으로. 그리곤 사과하는 척하며 시간을 끌다가 일본원숭이를 홀랑 먹어치울 거야. 그럼 우린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고, 몇 년 후 승소한다 해도 돈 몇 푼 받고 끝나겠지. 놈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안 그래?”
“그렇긴 하죠.”
상아에게 귓속말로 상황을 설명하고 김가은 경호 팀장을 불러 밖으로 나가 험비에 탑승한 채 우리를 기다리게 했다.
준비가 끝나자 앞으로 나서 손을 쭉 펴고 팔을 좌우로 흔들어 길을 열라는 말을 대신했다.
그러자 대대장이 손바닥을 펼쳐 뒤로 물러나라고 맞대응했다. 계속 길을 열라고 팔을 좌우로 흔들자, 놈이 손등으로 파리를 쫓듯 휘휘 내저었다.
“하하하하하~”
그 모습을 보고 자위대 병사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명백한 모욕으로 놈들이 비웃음이 커질수록 살기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자위대 대대장과 병사들을 향해 뻗어 나간 살기가 놈들의 심장을 가볍게 어루만지자 웃음 대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엄마!”
비명과 함께 오줌을 질질 싸는 놈, 철퍼덕 주저앉아 몸을 바들바들 떠는 놈, 엄마를 찾으며 울어대는 놈까지 제대로 서 있는 놈이 한 놈도 없었다.
자위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직감적으로 뭔가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것도 특별한 움직임도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신계열 중엔 상대를 두려움, 공포, 혼란 상태로 만드는 능력자도 있었다. 하지만 한두 명이지 한꺼번에 500명의 정신을 조종할 능력자는 없었다.
더구나 앞에 있는 나는 상급 피지컬리스트였지 멘탈리스트는 아니라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기자들이 상상의 나라를 피는 사이 다시 팔을 들어 천천히 좌우로 흔들자 겁에 질린 자위대원들이 후다닥 옆으로 물러났다.
부하들을 통제해야할 야마노우에 데쓰로 대대장도 겁에 질려 다리를 후들거리며 물러났다.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하는 것처럼 어깨에 힘을 주던 놈이 바지에 오줌을 싼 채 울먹이는 모습은 고소하다 못해 불쌍한 생각마저 들었다.
길이 열리자 풍산개들이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총알처럼 달리는 썰매 뒤로 경호팀이 탄 험비가 굉음을 내며 따라붙었다.
해안도로를 타고 바람처럼 달린 썰매가 오이타 공항에 도착하자 대기하던 경호원들이 재빨리 사체를 전용기에 실었다.
“집에 가자!”
“아직 이륙허가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냥 출발해!”
“네에?”
“놈들이 미사일이라도 쏠까봐?”
“그게...”
“여우불이 있는 한 미사일 쏴봐야 맞추지도 못해.”
“그래도...”
“그렇게 걱정되면 옐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화해. 얘기 들었을 테니 알아서 조치할 거야.”
“네!”
‘내가 이놈의 나라를 다시 도와주면 성을 간다. 개 같은 놈의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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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난리네. 난리 났어!”
“무슨 일인데 그래?”
“오빠가 자위대 공격했다고 난리야.”
“내가 때렸어? 공격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이놈들은 스치기만 해도 때렸다고 하는 놈들이야. 그런 놈들에게 살기를 투사했으니 공격했다고 하지.”
“살기를 살짝 일으킨 거지 투사한 거 아니야. 투사했으면 다 죽었어,”
“어쨌든 놈들은 오빠가 스킬로 공격했다고 우기고 있어.”
“추잡한 새끼들!”
“뭐라는 줄 알아?”
“뭐라는데?”
“자위대를 공격한 건 일본을 공격한 거래. 그래서 사과와 배상 전까진 벳푸협정을 이행할 수 없데. 어때? 끝내주지.”
“뭐?”
“내가 이럴 줄 알고 도와주지 말자고 했잖아. 우리 정부와 일본이 협정 맺은 것 중에 한 번이라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 게 있는 줄 알아. 단 하나도 없어! 자기들 멋대로 해석해 사사건건 문제 삼는 게 일본이야. 내가 그랬지. 공증 아무리 많이 세워봐야 소용없다고.”
“.......”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남의 물건을 가로채려 한 놈들이 오히려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원래 개보다 못한 놈들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막가파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27개국 외무장관들을 초청해 공증까지 섰는데... 역시 상종하지 말아야할 놈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 했다.
“반박기자회견 열고, 벳푸협정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해.”
“그래봐야 꿈쩍도 안할걸?”
“하든 말든 상관없어. 놈들이 사과해도 다시는 도와주지 않을 거니까.”
“그 말 정말이지?”
“어제 비행기 타기 전에 이미 결심했어. 다시는 도와주지 않겠다고.”
“알았어.”
은비가 한숙에게 내 뜻을 전하러 서재를 나서자 상아와 아영이 들어와 말없이 품에 안겼다.
과다한 포스 사용과 스트레스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일본의 황당한 짓거리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혹시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다.
미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를 너무 믿은 탓이었다. 자기 일은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 잠시 잊은 결과는 참혹했다.
“처음부터 속이려는 상대는 이길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벳푸협정서 쓰던 날 겐조 고이치미 외무성 장관의 눈을 보고 알았어요.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요.”
“그때 왜 얘기 안 했어?”
“27개국 외무부 장관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일본이 우리를 속이려 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오빠만 이상한 사람 되죠.”
“하긴 그러네. 근데 왜 일본 가서도 말하지 않았어?”
“상대가 약속을 어긴다고 우리까지 어겨선 안 되니까요. 군자가 소인과 같이 행동해선 소인과 다를 게 없잖아요.”
상아의 말에 마음이 움찔했다. 내가 그들을 속이진 않았지만,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할 레드몬이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은 것도, 사냥하지도 않은 것도 따지고 보면 속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계약에 포함된 게 아니라서 내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상아가 말한 군자의 행동은 아니었다.
살아오는 한 번도 내가 군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가방끈은 짧고, 덕망은 찾아볼 수도 없고, 속은 밴댕이고, 인내심은 매미 날개보다 얇았다.
한번 맺은 원한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고, 질투는 하늘을 찌르고, 욕심은 바다만큼 넓고, 성욕은 지구만큼, 여자를 밝히는 건 우주만큼 컸다.
그런 내가 부끄러워하는 건 상아가 나를 군자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영도 같은 생각인지 상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쥐구멍에 숨기에 덩치가 너무 컸다.
‘군자? 군자는 못돼도 소인은 되지 말아야겠다. 에휴~ 착한 아내들 데리고 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네. 이래서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했구나! 아니지. 혼자 살다간 밤마다 끙끙 앓다 죽지. 젠장! 쉬운 게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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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