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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35화 (235/505)

00235  여측이심(如?二心, 화장실 들어갈 적 마음 다르고, 나올 적 마음 다르다.)  =========================================================================

235. 여측이심(如?二心, 화장실 들어갈 적 마음 다르고, 나올 적 마음 다르다.)

황금원숭이와 피 튀기는 전투가 시작되자 벳푸 시에 흩어져 있던 원숭이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처음엔 겁도 없이 달려들던 놈들이 여우불의 레이저에 20마리가 죽자 겁을 먹고 멀리서 돌과 나무토막 등 물건만 집어 던졌다.

그렇게라도 두목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놈들의 마음이 가상해 죽이지 않고 내버려뒀다.

최선을 다한 일본원숭이들의 노력에도 끝끝내 두목이 죽자 황급히 벳푸 시를 벗어나 본거지인 유후산으로 달아났다.

놈들이 달아나자 나도 지친 듯 비칠거리며 한참 동안 퍼질러 앉아있었다. 그래야 내가 놈들을 놓아준 게 불가피한 일이라 여겨지는 것이었다.

붉은 달이 뜬 어두운 밤에 위성으로 내 모습을 관찰해봐야 잘 보이지도 않았고, 레드타이거의 가죽으로 만든 전투복이라 움직임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허튼짓은 다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래야 첩보기관들이 나에 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중급은 67마리 잡았네. 이러면 53마리는 산으로 달아난 거잖아.”

“달아난 원숭이가 53마리나 돼? 다 잡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너스레를 떨자 은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일부러 놓아줬지?”

“아니야! 지쳐서 잡을 힘이 없었어.”

“흥! 이젠 나한테도 사기를 쳐?”

“흐흐흐흐~”

“웃지 말고 똑바로 말해. 엿 먹으라고 놓아 준거지?”

“그것보다 더 재미난 거 알려줄까?”

“더 재미난 거? 그게 뭔데?”

“도망친 원숭이 중에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하기 직전인 원숭이도 한 마리 있어.”

“정말?”

“응.”

“그걸 어떻게 알아?”

“덩치는 다른 놈들보다 3분에 2밖에 안 되는데, 전투력은 중급 끝인 1999였어. 이게 뭘 뜻하겠어?”

“황금원숭이 새끼?”

“빙고~”

“야아~ 오빠 정말 사악하다.”

“돈 벌겠다고 바이러스, 세균 뿌리고 약 팔아먹는 놈들도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나는 약과지.”

“사람 맛을 본 일본원숭이 53마리를 고의로 살려 산으로 돌려보냈는데, 그게 약과야? 더군다나 한두 달 안에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할 놈도 끼어 있는데, 약과라는 말이 가당키나 해?”

“그거야 일본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머리가 있다면 일본원숭이가 사람고기를 먹은 거 알 테고, 토벌대를 조직해 일망타진하겠지. 그건 기본 중에 기본이야.”

“지금 꼬락서니를 봐. 퍽이나 그렇겠다.”

“그건 놈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 알 바 아니야.”

“이것 봐. 사악하다니까.”

“흐흐흐흐~”

일본은 이번 사태로 279명의 능력자가 죽고, 73명은 팔다리가 떨어져 사실상 능력자의 지위를 상실했다.

중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는 능력자도 39명이나 됐고, 1년 이상 치료해야 하는 중상자도 111명이나 됐다.

규슈에 동원된 1,000명 중 절반인 502명이 죽거나 심하게 다쳐 전체 3,639명 중 14%의 전력이 이탈한 셈이었다.

민간인과 서부방면대의 피해는 더욱 커 사망 52,149명, 부상 83,009명, 실종 19,745명으로 총 154,903명이 죽거나 다쳤다.

실종자는 시체를 못 찾은 것뿐이지 원숭이들이 먹다 남긴 뼈다귀로 잡혀 먹었을 것으로 추정돼 모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대했지만, 속마음은 고통 없이 생을 마감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황금원숭이도 사체도 함께 실어가야지 보내주길 바라다간 영영 안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몰라 사냥한 사체는 우리 것이라고 계약서에서도 따로 명시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일본 정부에서 계속 딴소리를 해요.”

“딴소리라니?”

“사체를 넘겨달라고요.”

“뭐?”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 이대로 두고 가면 차일피일 미루다가 사체를 빼돌릴 확률이 높아요.”

“이것들이 정말 사람 열 받게 하네. 사체 어디 있어?”

“기자회견 한 벳푸 종합 운동장에 있어요.”

“기자회견 끝난 지 6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거기 있어?”

“네.”

“거기 누구 있는데?”

“자위대가 반출을 못 하게 해서 김가은 경호 팀장이 대원들과 함께 지키고 있어요.”

“차량이나 배 못 구하지?”

“네. 우리가 가져온 험비 빼곤 아무것도 구할 수 없어요.”

“쪽발이 아니랄까봐 정말 추잡하게 노네. 조립식 썰매 가져왔지?”

“네. 실어왔어요.”

“그거 준비하고 개들 묶을 밧줄도 준비해.”

한숙이 1층으로 내려가자 소연을 불러 상황을 설명하고 상아와 아영, 풍산개만 데리고 벳푸 시로 내달렸다.

풍산개를 타고 달려가자 벳푸 종합 운동장까진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35km를 15분 만에 주파해 체육관에 들어서자 경호 대원 50명이 황금원숭이를 지키고 있었다.

그 주위로 일본 육상자위대 1개 대대 병력이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탐욕에 젖은 모습으로 해외방송사 카메라와 기자들만 없다면 달려들어 뺏을 기세였다.

“충성!”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서부방면대 8사단 병력이 사체를 지켜준다며 자신들에게 양도할 것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정말 미쳤나?”

나를 보자 반색하며 달려온 김가은 경호팀장이 일본 놈들이 한 일을 꼬치꼬치 일러바쳤다.

새벽 3시 사냥이 끝난 후 아침 8시에 체육관으로 옮겨진 황금원숭이 두 마리는 한 시간 후인 9시 각국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한숙의 짧은 브리핑이 끝나자 일본 기자들이 이상한 말을 지껄여댔다. 무리한 사냥으로 건물이 파손돼 민간이 죽지는 않았는지, 시내에서 전투가 벌여 물질적 피해를 주진 않았는지, 레드마카크는 엄연히 일본의 것인데 양도할 생각이 없는지 등 헛소리를 지껄여댔다.

이런 일을 대비해 준비한 우에다 타모츠 오이타 시장의 증언 비디오와 사냥 중에 일어난 물질적 피해는 일본 정부가 책임진다는 문서, 사냥한 레드몬은 모두 미래 레드몬 사냥팀에 귀속한다는 계약서를 자세히 보여줬지만, 계속 딴죽을 걸어댔다.

주로 극우 보수의 선두주자인 산케이 신문 기자들이 총대를 멨고,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기자들도 맞장구치며 이들을 도왔다.

그렇게 눈살 찌푸린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번엔 일본 포스협회와 일본 정부 산하기관인 레드몬 대책본부가 사체에 넘겨줄 수 없느냐며 찝쩍거리더니, 군인들까지 나서 호심탐탐 탐욕을 드러냈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엔 일본 정부와 우익이 있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아베 마사히코 회장과 호소카와 모리히 총리가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네요.”

“정말 사람들이 양심도 없네요. 일을 시작하기 전까진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행동하더니, 일이 끝나자 바로 승냥이로 돌변하네요. 에휴~”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겐 약한 것이 일본 국민성이라 그래. 2차 세계대전에 패한 후 미국과 러시아, 유럽엔 머리를 깊숙이 숙여 사죄했지만, 36년간 식민지 지배로 고통당한 우리에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큰소리를 치는 것도 바로 때문이야. 일본의 국력이 대한민국보다 월등하니까 무시하는 거야.”

일본의 국민성을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였다.

야스쿠니 신사는 침략전쟁을 치르다 죽은 군인들을 신(영령)으로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으로 일본에 있는 신사 중 가장 규모가 컸다.

보신 전쟁, 세이난 전쟁, 러일 전쟁, 제1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 대전의 병사 외에도 전범으로 사형당한 도조 히데키 수상 등 A급 전범들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는 매년 20억 엔의 정부 예산과 유족 및 우익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날로 번창했다.

그와는 반대로 독일 정치인들은 2차 세계대전을 부끄러워하고 나치의 만행을 잊지 말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전쟁의 책임이 이전 세대에 있다고 하더라도 독일 국민이 ‘집단책임’에서 면책될 수는 없다고 말한 바이츠체커 대통령의 말과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잊어서도 안 되고, 잊으려 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콜 총리의 말은 일본 정치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심지어 로만 헤르초크 대통령은 ‘대통령께서는 조국을 사랑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국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뿐입니다.‘라는 말로 전제주의를 극도로 경계했다.

일본은 지난날의 잘못을 감추고 지우고 각색하려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독일은 지난날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악행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용서를 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사체를 가지고 돌아갈 테니 준비하세요.”

“운반수단을 구하셨나요?”

“썰매에 끌고 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썰매는 겨울철 길이 미끄러운 나진시 상황을 고려해 작년 겨울에 만든 다용도 운반수단이었다.

여름에는 바퀴를 달아 사용하고, 겨울에는 눈 위를 달릴 수 있게 고안된 장치로 썰매 끄는 개는 당연히 풍산개들이었다.

상아와 아영의 도움을 받아 능숙한 솜씨로 썰매를 조립하고 가볍게 수놈과 암놈 사체를 들어 썰매 위에 올렸다.

1.5ton이나 나가는 황금원숭이 수놈을 솜털처럼 들어 썰매 위에 올리자 자위대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밧줄을 풍산개 안장에 연결하자 경주에 나가되 될 만큼 멋진 썰매가 완성됐다.

경호대대원들이 앞장서 길을 트려 하자 자위대 병사들이 문을 막아섰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앞으로 나오더니 손을 들어 우릴 제지했다.

“허가 없인 체육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레드마카크 사체는 미래 레드몬 사냥팀 소유에요. 여기 계약서 사본에 명시돼 있어요. 확인해보세요.”

“그건 이곳에서 통용되는 서류가 아닙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이곳은 군사작전지역입니다. 군의 명령을 따르셔야 합니다.”

작은 별 두 개에 작대기 두 개가 밑에 그어진 대대장이 상아에게 뒤로 물러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까부터 우리를 주시하던 NBC, CNN, BBC, NHK, AP통신, 단국 방송국 카메라들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USA Today, 대한 일보, 단군 일보 등 신문사 기자들이 특종을 기대하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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