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4 불타는 벳푸... 일본원숭이 =========================================================================
234.
“깍~깍~깍~깍~깍~”
폭음 잠인 깬 수놈이 암컷의 죽음에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자 몸이 으스스 떨려오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중급 레드마카크의 비명엔 상대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A급 엘리트 레드몬의 비명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한숙이 일본 정부에 수차례 수놈의 스킬을 물어봤지만, 그때마다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놈들이 벳푸 시를 장악한지 오늘로 17일째였다. 17일 동안 수놈의 비명이 어떤 효과를 내지는 일본 정부가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고의적으로 숨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원래부터 그런 놈들이라는 걸 알고 있어 따지지도 않았다.
놈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일본원숭이에게 맞아 죽을 만큼 약하지 않았고, 중급 원숭이의 비명 스킬을 유추하면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아영이 정성을 다해 만들어준 3단계 정화수를 들이키고 포스를 돌리자 비명의 효과가 사라지며 불안했던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카악~ 카악~ 까악~”
놈을 향해 은행나무창을 연속으로 던지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중급 레드마카크가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들었다.
“피용~ 피용~ 피용~”
여우불이 원숭이들을 향해 붉은 레이저를 발사할 때마다 어릴 적 추억의 게임 갤러그를 연상시키는 깜찍한 소리가 났다.
소리는 추억의 게임 갤러그가 확실했지만, 죽어가는 일본원숭이들에게 저승사자의 음산한 웃음만큼 섬뜩했다.
여우불이 작은 입으로 붉은 레이저를 기관총처럼 쏘아대자 원숭이들이 다가서지도 못한 채 피를 흘리며 죽었다.
부하들이 죽자 화가 난 수놈이 표범처럼 날쌔게 달려왔다. 은행나무창과 냉기탄을 쏘아내자 기다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창과 냉기탄을 튕겨냈다.
보통은 꼬리나 앞발로 창을 쳐내면 강력한 전류에 감전돼 멈칫거리거나 큰 충격을 받아 몸을 떨어댔다.
하지만 이놈은 전기 저항력이 높은지 멈칫거리지도 않고 날듯이 다가왔다. 남은 한 자루 창을 왼손에 쥐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쾅~”
엄청난 도약력으로 10층 건물을 단숨에 뛰어오른 놈이 커다란 주먹으로 옥상을 내려치자 지진을 만난 듯 건물이 흔들리더니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우르르르르릉~”
A급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 수놈
전투력 : 8389
지능 : 138
에너지양 : 51,912
스킬 : 알 수 없음
글라디우스에 포스와 전류를 가득 담은 채 눈을 감고 주변을 살폈다. 건물이 무너지며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 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감을 사용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벽 너머의 세상도 볼 수 있었다. 기감을 통해 바라본 놈은 영악하게 먼지 속에 숨어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암컷과 부하들이 죽어 크게 흥분한 줄 알았는데, 놈은 교활하고 침착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놈의 움직임은 나만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탐지 레이더와 능동방어 무기의 장점을 고루 갖춘 여우불도 정확히 놈의 움직임을 잡아냈다.
사정거리 1km인 여우불은 사람, 레드몬, 스킬, 암기 등등 그것이 무엇이든 내게 적대적이면 모두 잡아냈다.
또한, 여우불이 보고 느끼는 건 실시간으로 나도 보고 느낄 수 있어 기감으로 주위를 살피지 않아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리지주얼이 육체와 정신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줘도 스트레스까지 완벽히 치료하지 못해 머리가 무거울 때가 많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24시간 쉬지 않고 운용하는 기감력이 가장 컸다. 여우불을 얻은 후 이런 부담이 줄어들어 잠도 푹 잘 수 있어 정신적 피로도 많이 줄어들었다.
3분쯤 기다리자 인내심이 바닥난 놈이 자욱한 먼지를 뚫고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솟아올랐다.
“크앙~~~“
4m에 달하는 커다란 원숭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울부짖자 나무들도 두려운지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코앞에 다가선 놈을 향해 빠르게 칼을 튕겼다. 파란 예기 다섯 발이 얼굴과 가슴을 향해 날아가자 깜짝 놀란 놈이 양팔과 다리를 엑스자로 교차해 얼굴과 가슴을 보호했다.
“펑펑펑펑펑~”
참격을 날리며 블링크를 사용해 놈의 뒤로 돌아갔다. 참격 다섯 발이 놈을 강타하는 사이 3m로 자라난 글라디우스로 꼬리를 노렸다.
“휘익~”
등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놈은 두툼한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접근을 막았다. 뒤로 크게 한 발짝 물러서 왼손의 든 창에 포스를 잔뜩 불어넣어 놈을 향해 던졌다.
“쾅!”
회전을 먹은 창이 꼬리 부딪치자 충격에 앞으로 넘어질 듯 기우뚱거렸다. 재빨리 다가가 참격을 날렸다.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 등을 덮친 참격에 양쪽 종아리와 옆구리에 깊숙한 상처가 생겼다.
종아리와 옆구리가 쭉 찢어지며 하얀 뼈가 보이자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깍~깍~깍~”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러댄 놈이 앞으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고통에 이성을 잃고 달려들 것을 대비해 뒤로 물러서 있다가 달아나는 놈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상처 입은 레드몬은 동물 특유의 본성이 발동해 다친 순간부터 더욱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끝까지 발악하며 삶의 투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놈은 상처를 입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황당함에 잠시 주춤하는 사이 여우불이 놈의 다친 종아리를 향해 붉은 레이저를 마구 쏘아댔다.
여우불이 때린데 또 때리며 놈의 발걸음을 늦춘 사이 정신을 차리고 블링크를 사용해 전력을 다해 놈을 쫓았다.
단거리라면 모를까 장거리로 가면 놈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이족보행을 하는 원숭이라 느릴 것 같지만, 네 발로 달리면 사람보다 배는 빨랐다.
더군다나 타잔처럼 긴 팔을 이용해 물체를 잡고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가면 1~2분 안에 놈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찾을 수도 없었다.
“펑펑펑~”
혈기탄을 쏘아 놈의 발걸음을 늦추며 블링크를 최대로 가동하자 놈과의 거리가 200m로 줄어들었다.
여우불이 다친 종아리와 옆구리를 계속 공격하자 네 발로 뛰지 못하고, 두 발로 뛰며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크악~~~”
“쿵쿵쿵쿵쿵~”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놈이 비명을 질러대며 가슴을 두드렸다.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위세나, 기쁨, 분노를 표현하는 것으로 놈은 상처로 인한 두려움을 씻기 위해 거짓 위세로 떨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단순히 허세를 떤다고 생각했던 놈의 행동이 스킬의 일종이었는지 몸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스킬 중에 거대화도 있었어?”
주먹만 한 돌을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던졌다. 거리가 고작 30m라 포스가 깃들지 않아도 이거 한방이면 자동차를 파괴할 수 위력이었다.
“퍼석!”
가슴을 두드리며 생겨난 진동 때문인지 몸에 닿기도 전에 단단한 돌멩이가 산산이 부서져 먼지로 흩어졌다.
A급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 수놈
전투력 : 9889
지능 : 138
에너지양 : 41,912
스킬 : 알 수 없음
황금원숭이는 거대화로 크기가 두 배로 커지자 전투력이 8389에서 9889로 순식간에 1500이나 급상승했다. 대신 에너지양이 51,912에서 41,912로 10,000이나 감소했다.
놈의 거대화 시킬은 에너지를 소비해 크기와 전투력을 순간적으로 올릴 순 있지만, 에너지 소비가 극심해 자주 사용하긴 힘들 것 같았다.
‘저걸 내가 사용할 수 있으면 상급 레드몬도 사냥할 수 있겠다. 제발 떠라! 제발! 제발~’
놈의 스킬을 본 순간 두려움이 아닌 전투의지가 샘물처럼 솟아났다. 레드주얼에 거대화 스킬이 내장돼 있으면 상급 레드몬도 두려울게 없다는 생각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 전력을 다해 놈을 공격했다.
여우불이 8m로 커진 놈의 눈을 집중적으로 놀리자 놈이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시야가 가린 틈을 노려 블링크로 재빨리 뒤로 돌아가 아킬레스건을 노렸다.
“쾅쾅쾅~”
크기와 함께 몸놀림도 민첩해지고, 꼬리 놀림도 빠르고 유연해져 뒤로 돌아가자 놈도 재빨리 몸을 돌려 발과 꼬리로 나를 짓이기려 했다.
거대화로 몸이 커지며 상처까지 치료됐는지 다친 양쪽 종아리와 옆구리 상처도 깨끗하게 사라졌다.
‘오~ 볼수록 매력적이야!’
참격을 날리며 놈의 주위를 빠르게 돌았다. 여우불이 눈을 쉴 새 없이 눈을 노리자 놈의 반응속도가 점점 떨어졌다.
여우불의 위력이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처리할 만큼 파괴적이진 못했지만, 눈처럼 연약한 곳은 얼마든지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거대화로 힘과 민첩성 모두 향상됐지만, 자주 사용하는 게 아닌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크기가 커지며 시야가 맞지 않아 종아리 아래는 반응속도가 심하게 떨어졌다.
“스걱!”
“카악~~~“
글라디우스에서 뻗어 나온 파란 예기가 왼쪽 아킬레스건에 훑고 지나가자 화끈한 고통에 놈이 펄쩍 뛰어올랐다.
장딴지 근육을 발꿈치에 연결하는 아킬레스건은 신체에서 가장 두껍고 튼튼한 힘줄로, 이 힘줄이 끊어지면 달리거나 높이 뛸 때 다리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놈은 한쪽 다리로 10m나 뛰어오르는 멋진 묘기를 부렸다. 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놈이 꼬리로 여우불의 레이더를 막으며 달아날 틈을 노렸다.
여우불을 얼굴 앞에 띄워놓고 놈의 뒤를 노렸다. 앞뒤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하는 수 없이 오른손으로 레이저를 막고 꼬리로 나를 공격했다.
간헐적으로 오른발로 힘차게 땅을 차고 도약해 여우불을 노렸지만, 하늘을 나는 여우불을 잡을 수 없어 번번이 허탕을 치며 몸에 새로운 상처만 생겨났다.
상처가 많아질수록 황금원숭이의 몸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바닥에 웅덩이가 생길 만큼 많은 피를 흘리자 놈의 몸이 처음 크기로 되돌아갔다.
크기가 줄어들자 종아리와 옆구리에 난 상처도 도로 생겨났다. 거대화는 일시적으로 크기와 전투력을 높여주고 상처를 감춰주는 것일 뿐 상처를 치료해주지는 못했다.
“하악~ 하악~ 하악~”
지쳐 헉헉 대는 놈을 상대로 인정사정없이 칼을 휘둘러 베고 찔렀다. 꼬리가 잘리고 오른쪽 아킬레스건까지 끊어지자 빨갛게 변한 원숭이가 피 웅덩이에 코를 처박고 쓰러졌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물경소사(勿輕小事) 조그만 일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것처럼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된다.
방심하는 순간 최후의 발악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뒤로 물러나 냉기탄으로 놈을 얼렸다.
그리곤 글라디우스에 포스를 쥐어짜 밀어 넣은 다음 엎드린 놈의 목을 향해 던졌다.
끈질기게 버틴 놈의 숨통을 끊고 비칠거리는 걸음으로 가로수로 다가가 흡기로 생명력을 갈취했다.
다섯 병 중 마지막 남은 3단계 정화수를 마시고 잠시 기력을 충전한 후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죽은 놈의 가슴을 열고 심장에 든 레드스톤과 간에 든 레드주얼을 꺼냈다. 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레드주얼을 손에 꼭 쥐고 포스를 운용하자 레드주얼 안에 든 스킬이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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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