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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33화 (233/505)

00233  불타는 벳푸... 일본원숭이  =========================================================================

233.

오이타 공항은 인공 섬을 조성해 그 위에 활주로를 깔아 만든 공항으로 현재 오이타 현의 상황을 말해주듯 비행기가 한 대도 없어 사용하는 공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번잡한 것을 피하고자 고위관료를 보내지 말라고 통보하자 일본 정부가 ‘얼씨구나!’하고 오이타 시장 우에다 타모츠와 서부방면대 4사단장 후카츠 아키라 육장(陸將), 부사단장 미우라 하루마 육장보(陸?補) 달랑 3명만 마중을 보냈다.

원래대로라면 호소카와 총리를 비롯해 참의원, 중의원, 외무성 장관, 레드몬 대책본부장, 일본 포스협회 협회장 등 주요 각료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야 우리를 환영해야 했다.

규슈를 멸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는 일이라 일왕도 버선발도 달려와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지극히 온당한 처사였다.

겉만 번드르르한 허례허식(虛禮虛飾)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화나는 일이지만, 평소 속옷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는 격식이라면 질색이라 하급자(?) 세 명을 보내준 게 너무나 고마웠다.

“어서 오십시오. 오이타 시장 우에다 타모츠입니다. 공항 청사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곳으로 이동해 현재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우에다 시장을 따라 들어간 공항 청사는 박스와 휴지가 굴러다니는 게 황급히 치운 티가 역력했다.

일본원숭이들이 벳푸 시를 점령한지 벌써 17일째로 군인과 경찰, 일부 공무원, 능력자를 빼면 오이타 현에 남아 있는 민간인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뽀얗게 낀 먼지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쓰레기들이 오이타 현의 현재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현재 육상자위대 서부방면대가 벳푸 시를 세 겹으로 포위하고, 해상자위대 구레 제4호위대군이 해안에 포진해 레드마카크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함포 공격으로 지원 중입니다. 항공자위대 서부항공방면대 제5항공단과 제8항공단도 폭격으로 레드마카크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일본원숭이들이 벳푸 시를 벗어나려 하나요?“

“닷새 전부터 움직임이 활발해 남쪽과 서쪽을 방어선을 자주 침범하고 있습니다.”

“피해가 꽤 크겠네요?”

“일본의 위대한 사무라이들이 요소요소 길목을 지키고 있어 아직까진 별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피해가 너무도 커 규슈에 전시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미우라 하루마 육장보는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일본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 약한 모습을 드러낼 순 없겠지만, 도와주러온 우리에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그래야 원숭이들을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일본은 A급 엘리트 레드몬 처리 대가로 제시한 10억 불 외에 C급 엘리트 레드몬은 3,000만 불, 중급 레드몬은 한 마리당 10만 불의 포상금을 걸었다.

포상금을 걸 정도면 능력자 피해가 매우 크다는 뜻이었다. 능력자 피해가 커 중급 레드몬까지 포상금을 걸 정도라면 서부방면대의 피해는 구차하게 물어보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벳푸 시에 갇힌 시민들과 해외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은 모두 구한 건가요?”

“그게...”

상아의 질문에 우에다 시장과 4사단장 후카츠 육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표정만 봐도 모두 죽었거나,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구출을 포기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 해요. 아주 중요한 문제에요.”

상아가 재차 벳푸 시에 갇힌 사람들에 관해 묻는 건 차후 일본 정부가 레드몬 퇴치 과정에서 벳푸 시민과 관광객들이 우리 때문에 죽었다고 우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 놈들은 말 바꾸기를 밥 처먹듯이 하는 놈들이라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록으로 남겨야 뒤탈이 없었다.

“벳푸 시 진입을 포기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십육 일이 지난 만큼 생존자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차후에 다른 말하는 건 아니겠죠?”

“네! 확실합니다.”

“우에다 시장님께서 지금 하신 말씀은 여기 비디오카메라에 녹화됐어요. 저희도 증거로 남겨야 해서 어쩔 수가 없네요. 이해해주세요.”

“.......”

일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의 요구로 헬기를 이용해 물과 식량, 응급약품이 들어있는 구호 상자를 매일 벳푸 시 곳곳에 투하했다.

구호 상자를 도시 곳곳에 떨어뜨려 줌으로써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본원숭이가 돌아다니는 건물 외부로 나와 구호상자를 챙긴다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 안에 숨어 남은 음식과 물로 연명하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도 매우 어려운 일로 15일 치 식량을 가진 사람도 드물었고, 전기가 끊기 조리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후각과 청각, 지능까지 뛰어난 일본원숭이들이 집안을 샅샅이 수색해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내 찢어 죽이는 바람에 살아있는 사람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일본 우익은 구호품이 원숭이의 식량만 늘려주는 행위라며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마저 그만둘 경우 각국 정부의 쏟아지는 지탄을 버텨낼 힘이 없는 호소카와 총리는 양쪽에서 욕을 먹으며 오늘도 죄인처럼 살고 있었다.

“헬기는 준비하셨나요?”

“네, 이륙준비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그럼 한 바퀴 돌아보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리와 서인, 소희, 한숙을 풍산개들과 함께 전용기에 남겨두고 소연, 은비, 상아, 아영만 데리고 UH-60 블랙 호크(Black Hawk)에 올라탔다.

오이타 공항을 날아오른 블랙 호크가 벳푸 시까지 날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이런 가까운 거리에 시민과 여행객을 두고도 구조하지 못하는 일본은 국제적인 망신을 물론 위기 대처능력이 전혀 없는 무능한 국가란 소리까지 들었다.

[가운데 있는 숲에 A급과 C급 원숭이가 함께 있어요. 그 주위에 중급도 서른 마리 있고요. 나머지는 남쪽과 동쪽에 주로 흩어져 있어요. 해안가는 노출을 염려해서 인지 한 마리도 없어요.]

상아가 텔레파시로 일본원숭이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동안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상아와 아영이 탐지 능력자와 정화 능력자라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연과 은비, 서인은 신선 공대에서 일하며 예전 스킬이 노출돼 용의 선상(?)에서 빠졌고, 힐리인 아리와 학생인 소희는 합류한지 얼마 안 돼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탐지 능력자와 정화 능력자가 상아와 아영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다만 누가 탐지 스킬을 쓰고, 누가 정화 스킬을 쓰는지 그것만 모를 뿐이었다.

이렇듯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우린 시치미를 뚝 떼고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숨길 수 있을 때까진 끝까지 숨기는 게 현명했다.

구태여 우리 입으로 누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놈들 사람도 잡아먹었네.”

“개나 다른 동물이 먹은 게 아닐까?”

“구강 구조상 개는 아니야. 이것 봐. 뼈가 잘려나간 단면이 틀리잖아.”

“정말이네. 이건 인간과 치아구조가 비슷한 원숭이의 이빨 자국이야.”

“분노가 사무친 건지 아니면 먹이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먹은 건지 알 순 없지만, 일단 사람 맛을 본 이상 놈들이 살아서 산으로 돌아가면 아주 골치 아파지겠어. 이러면 새끼들도 영향을 받겠지?”

“맛을 잊지 못해 수시로 민가를 습격하면 새끼도 사람 고기를 먹게 되겠지.”

“일이 재밌어지는데.”

“놈들을 살려주려고?”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흐흐흐흐~”

소연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모른 체하며 놈들이 산으로 돌아갔을 때 생길 일을 머릿속에 그렸다.

밤이 되자 배를 이용해 해안으로 접근한 뒤 복잡한 도심을 통과해 황금원숭이가 잠든 숲 속 사찰을 향해 다가갔다.

해안에서 사찰까지 거리가 1km 정도로 멀진 않았지만, 도시 곳곳에 일본원숭이들이 흩어져 있어 몰래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황금원숭이를 잡기 위해 발을 들여놓은 벳푸 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처럼 불타고 부서진 건물과 찌그러진 자동차, 썩은 시체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15일이 지난 시체는 부패가 심해 구더기가 들끓었고, 역겨운 악취까지 풍겨 마스크가 있어도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냄새도 냄새지만 시체에 구더기와 쥐, 벌레가 들끓는 모습에 은비와 서인, 아리, 소희는 계속 구역질을 해댔다.

“우엑~ 우엑~”

“안 되겠다. 놈은 내가 잡을 테니 너흰 바닷가에서 기다리고 있어. 황금원숭이 처리하고 나머지는 그곳으로 불러들여 잡자.”

“혼자는 너무 위험해!”

“상아하고 아영이 빼곤 다들 정상이 아니야. 이 상태로 가봐야 도움도 안 돼. 빨리 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도망쳐. 사람들의 시선 따윈 생각할 필요도 없어. 살아 있으면 레드몬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으니까. 내말 무슨 뜻인지 알지?”

“응, 그렇게 할게. 걱정하지 마!”

소연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 준 후 들어온 길을 되짚어 아내들을 해안가로 데려다 놓고 건물 옥상을 징검다리처럼 뛰어넘어 황금원숭이를 잡으러 갔다.

여우불을 미리 보내 확인한 결과 A급 수놈은 부서진 사찰 안에서 엎드려 자고 있었고, 100m 떨어진 숲엔 C급 암놈이 중급 암놈 다섯 마리와 어우러져 잠들어 있었다.

중급 원숭이들은 여우불에게 맡기고, 나는 A급과 C급 엘리트 레드몬만 상대하면 됐다.

B급 레드주얼인 여우불이 하나로 합쳐지자 데미지와 발사속도, 반응속도가 두 배로 향상돼 C급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할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생겨 중급 레드몬인 원숭이는 2~3방이면 잡아낼 수 있었다.

암놈을 공격하기 좋은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등에 메고 온 은행나무창 열 자루를 가지런히 꽂아두고 온몸에 포스를 돌려 몸을 풀었다.

준비가 끝나자 은행나무창에 포스와 전류를 가득 담아 회전을 걸어 던진 후 곧바로 냉기탄 두 발과 혈기탄 세 발을 연달아 쏘아냈다.

“쑤우웅~”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은행나무창보다 혈기탄 세 발이 먼저 날아가 암놈의 몸을 파고 들었다.

“펑펑펑~”

“까악!”

C급 엘리트 레드몬 일본원숭이 암놈

전투력 : 2603

지능 : 125

에너지양 : 7,403

스킬 : 알 수 없음

혈기탄이 세 발 가슴과 배, 등을 파고들어 혈맥을 터뜨리자 암컷의 입과 코에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쾅~”

가냘픈 비명을 질러대는 암놈의 가슴에 냉기탄이 터지자 반경 30m를 꽁꽁 얼어붙었다.

그 뒤를 따라붙은 푸른 창이 얼어붙은 암컷의 가슴을 뚫고 지나가자 커다란 구멍이 뻥하니 뚫렸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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