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8 불타는 벳푸... 일본원숭이 =========================================================================
228. 불타는 벳푸... 일본원숭이
[중국 동북 삼성은 올해도 어김없이 혈랑떼의 습격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일주일 이른 11월 25일부터 혈랑떼가 농가에 나타나 가축을 물어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레드몬 전문가인 김칠규 박사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사님! 올해는 어떨 것 같습니까?]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꾸준히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라 올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혈랑떼를 막기 위해 10년째 퍼부은 폭탄과 파괴한 숲이 한반도 필적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이런데도 혈랑떼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중 폭격은 청각이 예민한 레드울프를 상대로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10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입증됐습니다. 10년간 수십억 발을 쏟아 붓고 잡아낸 레드울프는 고작해야 100마리 안팎입니다. 회색늑대 수천 마리를 잡아 레드울프로 이어질 연결고리를 끊었다고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이 역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레드몬은 잡지도 못한 채 서식지 파괴만 불러와 농가와 도시 피해만 커졌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박사님도 중국 정부의 레드울프 대처법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실패도 그런 대실패는 없는 겁니다.]
[그럼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화이 공대를 모두 투입해서 한 지역씩 토벌하지 않으면 현재로썬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화이 공대면 중국 공산당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 중 하나 아닙니까? 그런 그들을 위험한 혈랑떼 토벌에 사용할까요?]
[정권 유지용으로 화이 공대를 움켜쥐고 북경에만 가둬놓은 탓으로 레드울프 무리가 이토록 커진 겁니다. 초창기 화이 공대를 투입해 레드울프를 공격했다면, 동북 삼성을 넘어 북경과 몽골, 한반도까지 위협받은 일은 없었을 겁니다.]
[중국 공산당 권력을 지탱하는 화이 공대의 피해를 두려워해 혈랑떼를 키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국민을 생각했다면 이런 식의 행동은 못했을 겁니다.]
[중국 정부가 조선족 출신 주득해 외교관을 나진시 특사로 파견해 레드몬 사냥 협정에 중국을 포함시키려 총력전을 펼친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조선족 출신 주득해 외교관을 특사로 파견한 것도 혈랑떼 때문이겠군요?]
[A급 엘리트 레드몬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아낸 박지홍 회장과 미래 공대라면 레드울프 무리도 큰 어려움 없이 능히 잡아낼 수 있다는 차오스 주석의 판단에 조선족 출신 외교관을 파견한 것 같습니다.]
[박사님 생각은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레드울프 무리가 3,000마리지만, 실제 레드울프는 300마리 정도로 2,700마리는 일반 회색늑대입니다. 동북 삼성의 레드울프가 다른 지역보다 크기도 크고 공격력도 훨씬 뛰어나다 해도 미래 공대가 그간 보여준 활약상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소탕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중국 정부가 박지홍 회장에게 매달릴 만하군요.]
[그렇죠. 계약만 성사되면 아주 적은 금액으로 동북 삼성을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아까 말씀하신 내용 중에 동북 삼성을 넘어 한반도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는데, 이럴 경우 박지홍 회장님의 역할이 크겠군요?]
[바이산 시와 옌볜 조선족 자치주 사이에서 주로 활동하는 백풍단이 무산과 혜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박지홍 회장이 도와준다면 한반도엔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지홍 회장과 미래 공대가 외면하는 일은 없겠죠?]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로 봤을 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인들도 모두 애국지사 집안 출신이라 조국을 배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박지홍 회장이 대한민국 국민인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의 자랑이죠.]
[미국의 아폴로, 링컨, 페가수스, 유럽의 발키리, 솔로몬 등 대형공대에 도움을 요청해도 되지 않을까요?]
[레드울프는 매우 영악한 레드몬으로 하울링을 통한 유기적인 공격력은 매우 위력적이라 능력자의 숫자만으로 밀어붙인다고 토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화이 공대도 이것을 알기에 매년 큰 피해를 보면서도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아폴로와 링컨 등도 이를 알고 있어 중국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TV에서 잊지 않고 말해주는 거 보니까 올해도 어김없이 혈랑떼가 찾아왔나 보네.”
“집 나간 똥개가 다시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매년 거르지도 않고 나타나네요.”
“거르는 게 아니라 새끼까지 쳐서 숫자를 불려 돌아오잖아.”
“저러다 우리 집까지 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이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떼거리로 몰려오면 골치 아픈데.”
“아나운서와 박사는 우리가 다 잡을 수 있어 걱정 없다고 하네요.”
“그거야 도망가지 않고 덤벼들었을 때 얘기지. 흩어져 남쪽으로 내려가면 그 빠른 놈들을 무슨 재주로 잡아. 레드울프의 특성을 알면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에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생각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레드몬 사냥을 경기장에서 하는 능력자 격투 대회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은비와 아영의 말처럼 혈풍단. 흑풍단, 청풍단, 백풍단, 황풍단 다섯 무리를 토벌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문제는 영악한 놈들이 재빨리 흩어져 달아나면 빠른 주력 탓에 몇 마리 잡지도 못하고 다 놓칠 수 있었다.
또한, 놈들이 우리 쪽이 아닌 남포나 혜산 방면으로 내려가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졌다.
상아의 탐지 범위 안에 들어오면 조용히 다가가 처리하면 되지만, 어디 있는지 모를 경우 헬기를 타고 놈들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
걸어 다니기엔 첩첩산중이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고, 골짜기마다 레드몬이 득실거려 다른 레드몬 잡다 정작 놈들은 구경도 못 해보고 집에 돌아올 수도 있었다.
헬기를 이용하면 이동은 편하지만, 소리에 민감한 놈들이라 숨어버리면 찾기도 쉽지 않아 숨바꼭질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었다.
“상아야! 풍산이랑 풍리, 풍희은 잘 크고 있지?”
“네, 식성이 좋아 잘 멀고, 잘 놀고, 잘 자고 있어요.”
“풍비가 괴롭히지 않아?”
“우리 풍비가 애들을 왜 괴롭혀?”
“개도 주인 닮는다고 너 닮았으면 애들 무진장 괴롭힐 거야. 매일 나 괴롭히듯이.”
“우쒸!”
“아니에요. 다들 살갑게 대해주고 있어요.”
집에 온 지 2달이 넘은 풍산개들은 진돗개의 젖과 정화수, 은행단약으로 건강을 되찾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름은 우여곡절(?) 끝에 수놈은 풍산, 암놈은 아리와 소희의 글자를 한자씩 붙여 풍리와 풍희로 이름 지었다.
아직 내 여자도 아닌 아리와 소희에게 귀중한 풍산개를 맡기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진짜 주인은 나 하나라 녀석들을 끌고 갈 염려는 없었다.
“지홍씨!”
“응?”
“주득해 특사! 매일 총괄지원단에 출근해 중국을 사냥 협정국가에 넣어 달라고 조르는 통에 일을 못하겠어요.”
“특사로 언제 왔지?”
“10월 1일요. 그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원단 주위를 돌며 사람 피를 말려요.”
“살겠다고 그러는데 차마 내칠 수도 없잖아. 쫓겨 돌아가면 숙청당할 게 뻔한데. 그냥 못 본 척 내버려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는 못 참겠어요. 조선족이라 지금까지 봐준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고마운 것도 모르고 편의를 봐주면 봐줄수록 염치도 없이 더 많은 것을 달라고 조르는데 이제 진절머리가 나요.”
10월 1일 나진시 특사로 온 주득해는 서울에서 떨친 악명이 무색하리만치 비굴 모드로 변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비며 아양을 떨어댔다.
서울 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계약직 한국 직원들에게 반말을 일삼고 잡일을 시키는 것은 기본이었고, 대한민국 외교부와 언론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의 토종견 차우차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조선족이라 한국어가 유창한 주득해는 첫날 나를 만난 자리에서 슝다이린, 아이샹젠, 주위동, 하탁언을 거론하며 중국엔 미녀가 많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말에 의미를 모르진 않았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나를 미인계로 꼬드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미녀를 미끼로 레드몬 사냥 계약과 정화수를 원했다.
차오스 주석이 계약을 성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말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차마 불쌍해 한쪽 눈을 감고 못 본 척하고 있었다.
“지홍씨! 정화수 판매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어요.”
“모기 레드몬 퇴치제를 개발할 때까진 외부판매는 보류야.”
“그럼 미래 병원에서 환자치료용으로만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치료용?”
“네, 레드몬에게 상처를 입은 능력자를 치료하거나, 암이나 각종 희귀 질환으로 고생하는 일반 환자들을 치료하는 거예요.”
“먼 나진시까지 치료받으러 올까?”
“그럼요. 너무 많이 와서 탈일걸요.”
“흐음... 알았어. 대신 사용 내역을 정확히 확인해야 해. 밖으로 빠져나가면 아주 곤란해.”
“걱정하지 마세요. 입원 상태에서만 투약하도록 지시하고, 필요한 양만 아영이가 그때그때 만들어 병원에 보내주면 밖으로 빼돌릴 순 없을 거예요.”
한숙의 의견에 따라 미래 병원에 정화수 치료병동을 따로 만들어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12월 10일 문을 연 미래 정화수 치료병동은 개원한지 하루 만에 병상 100개가 꽉 들어찼다.
개원 삼 일 전 대한 일보와 단군 일보를 통해 짤막하게 내보낸 광고가 뉴스에 크게 보도되며 온종일 예약을 원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처음이라 일단 내국인을 상대로 암, 백혈병, 방사능 환자 등 중증환자와 레드몬 사냥 중 다친 능력자 위주로 환자를 받았다.
100명 중 70명은 돈 많은 부자로 바가지를 왕창 씌웠고, 30명은 국가유공자 가족 중에 상태가 위중한 순서로 입원시켜 무료로 치료했다.
개원 하루 만에 병상이 꽉 들어차며 예약이 1년이나 밀리자 선봉군에 급히 미래 정화수 치료병원 착공에 들어갔다.
국내 환자만 받는다고 해외에서 원성이 자자해 5,000명을 한꺼번에 입원해 치료할 수 있는 대형병원을 짓도록 했다.
정화수는 하루 생산량이 정해져 있어 병원만 크게 짓는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규모는 종합병원보다 크지 않은 대신 모두 개인 독실로 시설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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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월 20일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금일 한국 시각 오전 10시 50분경 일본 규슈 오이타 현 벳푸 시에 100마리가 넘는 레드마카크(일본원숭이)가 침입해 도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17시 50분 현재 사망자만 3,000명에 이르고, 파괴된 차량과 건물도 수백 채에 달하고 있습니다.]
“뭔소리야?”
“일본원숭이 100여 마리가 벳푸 시를 공격했대요.”
“벳푸면 온천도시 아니야?”
“네, 온천 광관으로 아주 유명한 도시에요.”
“피해가 엄청나겠네?”
“벌써 수천 명이 죽었대요.”
“능력자들과 방어병력은 뭐하는 거야?”
[벳푸 시를 공격한 레드마카크 중에는 A급으로 추정되는 엘리트 레드몬 한 마리와 C급으로 추정되는 레드몬 한 마리도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엘리트 레드몬 때문에 밀린 것 같은데요.”
“난리 났네.”
[또한, 11시 30분경 중국 헤이룽장 성 동북부에 있는 이춘 시에도 대규모 레드울프 무리가 급습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드몬의 습격을 받은 두 도시 모두 레드몬 사냥팀과 군대가 동원돼 레드몬을 몰아내고 있다는 중국과 일본 정부의 발표가 조금 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신보도에 따르면 도시 안으로 레드몬들이 깊숙이 진입한 상태라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레드몬을 물리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