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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26화 (2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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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실전테스트는 여러분의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전투 감각을 보고자 하는 것으로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펼치면 됩니다.”

“정준서씨!”

“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첫날 면접이 끝나고 30명 정도만 실전테스트를 받기로 한 애초 계획을 바꿔 44명 모두에게 실전테스트 기회를 부여했다.

먼 나진시까지 찾아온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와 최소한의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아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덕분에 실전테스트로 이틀을 낭비했지만, 전체적인 수준과 다양한 반응을 살필 수 있어 시간이 헛되진 않았다.

“앞에 보이는 레드몬은 박서준씨도 익히 알고 있는 최하급 레드몬 레드마우스입니다. 보다시피 양쪽 발목이 묶여 박서준씨를 쫓아오진 못합니다. 그러나 양손과 입은 자유로워 언제든 박서준씨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점 유념하시고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네!”

힘차게 대답한 정준서는 소형 방패와 짧은 쇠도리깨를 들고 레드마우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목소리만 우렁찰 뿐 손발이 심하게 떨리는 게 누가 봐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포스 전문학교에서 레드몬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이렇듯 레드몬을 상대로 실전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대한민국 포스 전문학교는 죽은 레드몬을 박제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 졸업 후 레드몬 공대에 들어가기 전까진 살아있는 레드몬을 구경할 기회가 없었다.

미국과 유럽은 잠능자를 위해 최하급 레드몬을 특수 시설에 가둬놓고 적응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활용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포스 전문학교는 고급 사립학교라 승마, 사교댄스, 골프 등 레드몬과 전혀 상관없는 귀족 놀이엔 투자를 아끼지 않아도 레드몬 사냥에 필요한 시설 투자엔 아주 인색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정준서는 가시덩굴에 발이 묶인 최하급 레드몬 레드마우스를 상대로 겁에 질려 벌벌 떨다가 10분 만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 테스트를 포기했다.

“김예은씨! 긴장하지 말고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기술을 하나씩 풀어보세요.”

“마음은 있는데 몸이...”

“처음엔 누구나 힘이 들어요. 저도 그랬고, 지홍씨도 그랬어요.”

“지홍 오빠도 저처럼 긴장했다고요?”

“그럼요. 오빠도 처음부터 상급 능력자는 아니었어요. 김예은씨도 노력하면 오빠처럼 강한 능력자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용기가 가지세요.”

정준서와 김기점, 최은희 등 응시자 다섯 명이 연달아 손을 들고 포기하자 다급해진 상아가 여섯 번째 응시자 김예은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나를 끌어들였다.

레드몬은 고사하고 동물도 죽여보지 못한 응시자들은 레드몬에게 다가서는 것도 힘들어했다.

어찌어찌 용기를 내 한 대 때리기라도 하면 레드마우스의 비명과 물컹한 느낌에 몸서리를 쳐댔다.

실전 훈련이 중요한 건 누구나 다 아는 것으로 이론과 실전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었다.

아군이 적진지를 빼앗는 걸 가정했을 때 이론은 상대를 총으로 쏴 죽이고 진지를 점령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그 안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변수가 있다. 총알과 포탄이 날아오고, 참호와 웅덩이 수십 개 넘어야 하고, 사지가 찢어진 시체를 수없이 마주해야 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수는 내가 상대를 죽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영화나 TV에선 칼만 쥐여줘도 거침없이 상대를 배어 넘기지만 실전에선 피를 보는 것, 상대의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몸이 석상처럼 굳어져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이런 이유로 실전 경험이 없는 신병이 첫 전투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선임병이 살아남을 확률의 10분에 1 수준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능력자가 첫해 부상자와 사망자 명단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20명은 고사하고 10명도 선발하기 어렵겠네. 괜히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저도 노력하면 지홍 오빠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그럼요. 정예은씨도 노력하면 훌륭한 능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제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파이팅!”

정예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급히 상념에서 빠져나와 말도 안 되는 립서비스를 날렸다.

내 마누라들도 상급 능력자가 될 수 없을지 알 수 없는데, 생판 처음 본 꼬맹이가 나처럼 훌륭한(?) 능력자가 될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그럴 안목이 있었다면 세계를 돌며 싹수가 보이는 잠능자를 모두 납치해 최강의 군단을 만들었을 것이다.

상아의 눈도 있고, 사회 선배이자 고용주가 될 수도 있어 작은 용기라도 줄 생각으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과 미소로 정예은의 용기를 북돋웠다.

“이얍! 죽어! 죽어! 죽어~”

“컥!”

립서비스가 통했는지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던 정예은이 커다란 대도를 힘차게 휘둘러 레드마우스를 몸을 난자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최하급 피지컬리스트라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공격으로 1분 만에 레드마우스의 목숨을 끊어 놨다.

“하아~ 하아~ 하아~ 저 잘했죠?”

“아.아주 잘했어요. 굿!”

“감사합니다. 오호호호호~”

허리를 손을 얹고 옷이 터지도록 가슴을 쭉 내민 정예은의 모습은 칭찬받고 싶은 어린 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단, 잘빠진 몸매와 가슴, 도발적인 눈빛은 어린 소녀라고 하기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다.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네. 그럼 앞에 다섯 명도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언니! 전부는 아니죠. 남자 세 명은 빼야죠.”

“아~ 그렇지. 오빠의 사랑 버프로도 남자는 어쩔 수가 없지. 이건 소녀의 사랑에서 비롯된 광기니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오빠의 따뜻한 위로 한 마디에 사람이 180도 달라져 칼을 마구 휘두르는데... 제정신이 아닌 줄 알았어요.”

은비의 비아냥거림에 상아가 맞장구치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해준 것뿐인데, 왜 나를 나쁠 사람으로 몰아가는지... 아내들의 시선이 싸늘했다.

44명 응시자 전원이 정준서와 김기점, 최은희처럼 겁을 집어먹은 건 아니었다. 잠시 쭈뼛거리다 페이스를 찾고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응시자부터 나타난 사냥꾼처럼 노련하게 레드마우스를 상대하는 응시자도 있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능력자는 민첩형 피지컬리스트인 오슬기와 최하급 멘탈리스트인 정은영, 정은이 쌍둥이 자매였다.

오슬기 : 힘-48 민첩-62 체력-49 총합-159 멘탈-42

오슬기는 민첩과 멘탈 수치가 다른 능력치와 비교해 조금 높은 편이지만 주목을 받을 만큼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미래를 본다면 44명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오슬기는 남들보다 느린 14살에 잠능자가 된 케이스로 학교 성적을 보면 지난해가 되어서야 살짝 두각을 나타냈다.

졸업을 한해 남겨두고 능력이 깨어나기 시작해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지 레드마우스를 상대하며 보여준 영활한 움직임, 급소를 노리는 정교함, 놈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교활함, 체력 안배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후천적인 노력으론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하늘이 준 재능이었다.

더구나 활이 아닌 창을 사용해 근거리와 원거리 공격 모두 가능한 유형으로 보석 중의 보석 다이아몬드라 칭할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학교를 졸업할 때 쌓은 성적과 스펙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발전 속도가 빠른 사람, 죽을 때까지 발전하는 사람 등 학교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일반인보다 수명이 몇 배나 길고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능력자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려졌다.

정은영 : 힘-24 민첩-25 체력-36 총합-85 멘탈-93

정은이 : 힘-26 민첩-25 체력-37 총합-88 멘탈-95

쌍둥이 자매 정은영과 정은이는 능력치보단 환상의 콤비로 생각이 통하는지 귀신같이 움직이며 손발을 맞췄다.

“두 분은 서로의 생각을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네요?”

“어렸을 때부터 언니와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실험으로 연상 퀴즈를 푼 적이 있는데 백 문제 중 아흔아홉 문제를 맞혔죠. 나머지 한 문제는 생소해 맞추지 못한 것이지 연상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면 백 개 전부 맞혔을 거예요.”

“정말 대단하네요. 그 능력이 발전하면 텔레파시도 가능하겠어요.”

“저희도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전투에서 통신은 가장 중요한 무기로 우리가 무선통신장비를 모자에 부착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내 동료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아군이 모른다면 작전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은영, 정은이 자매는 상대의 시야를 가리는 스킬도 매우 뛰어났지만, 서로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전투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무선통신은 거리 제한은 물론 쌍둥이 자매처럼 의사 전달이 정확하지 않아 티코와 그랜저만큼 차이가 컸다.

상아의 텔레파시는 쌍둥이 자매보다 월등한 구사력과 정보 전달력을 갖췄지만, 아쉽게도 쌍방향이 아닌 일방통행이라 원활함은 쌍둥이만 못했다.

“최대치씨! 자신을 갖고 레드몬을 상대하세요.”

“아.아.알겠습니다.”

“최대치씨!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잖아?”

“그.그.그렇습니다.”

“근데 왜 레드마우스를 두려워하죠? 멀리서 착시 스킬을 걸면 되잖아요.”

“그.그.그게 레..레.레마우스를 보.보면 마.마.아음이 지.진정 되.되지 않아 스.스.스킬을 사.사.사용할 수가 어.어.없어서 그.그렇습니다.”

“최대치씨! 여길 보세요. 레드마우스 말고 저를 보세요.”

상아가 최대치를 돌려세워 눈을 마주치곤 양손을 잡고 팔을 높이 들었다 내리며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켰다.

‘이런 거지같은 새끼! 어디서 상아의 손을.’

소연과 은비가 양쪽에서 팔짱을 끼지 않았다면 달려나가 상아의 손을 잡은 최대치의 대갈통을 부숴버릴 뻔했다.

“오빠! 연애하는 거 아니야. 흥분하지 마.”

“지홍아! 상아가 조금 도와주는 거야. 다른 생각으로 그러는 거 아니니까 참아!”

소연과 은비가 팔에 가슴을 밀착하며 등과 엉덩이를 토닥이며 흥분한 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최대치를 도와주기 위해 상아가 손을 잡았다는 것을 모를 만큼 나도 어리석진 않았다.

누가 잡았든 간에 이 세상에 오직 나만의 것인 상아의 몸에 다른 남자의 손이 닿았다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안정을 찾아가던 최대치가 진한 살기에 반응해 나를 바라봤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살기에 놈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계속 그따위로 하면 손목을 자르고, 발목을 자르고, 눈깔을 뽑아버릴 줄 알아. 빨리 안 뛰어가?”

“네.네.네. 가.가.갑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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