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5 미래 2공대 =========================================================================
225. 미래 2공대
“이번엔 얼마야?”
“1,000억 원.”
“헉! 정말 많이도 숨겨 놨다.”
“이것 빼고도 차명으로 사들인 부동산, 대포 통장, 고가의 미술품까지 계산하면 650억 원은 될 거야.”
“부자 순위 1,000위권 안에 드는 게 아니라 1~2위를 다투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다.”
최주욱의 재산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숨겨놓은 재산이 훨씬 많았다. 겉으로 드러난 백화점과 부동산은 은행 대출이 많아 금액만 높았지 실제 자기 자본 비율은 매우 낮아 재벌과 비교하면 큰 부자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금을 피해 숨겨놓은 재산이 하나씩 드러나자 오성 그룹 이병석 회장 못지않은 거부임이 밝혀졌다.
죽은 최동주에게 알아낸 금고 두 곳엔 달러, 엔화, 마르크화, 파운드화, 원화, 레드스톤 등 현금 1,000억 원과 차명으로 된 부동산 200억 원, 대포 통장 300억 원, 고미술품 150억 원 등 1,65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숨겨 놓았다.
성북동을 교훈 삼아 이번엔 은비와 아영을 데려갔기에 망정이었지 지난번처럼 혼자 움직였다면 절반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쉽다면 기대했던 뇌물장부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북동 금고가 뇌물장부를 숨겨놓은 곳이라면, 김포와 파주는 비자금을 숨겨둔 곳이었다.
대신 신체 포기각서와 차용각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대부업체인 종로 황국 금융에 있던 서류가 파주 금고에 있는 것이 의외였지만, 놈들의 비리를 찾아내 한 방에 보낼 수 있게 되어 나로선 아주 흡족한 결과였다.
“현행 민법상에 사기, 강요, 협박에 의한 각서는 취소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특히, 신체 포기각서는 반사회성이 강한 의사표시로 취소가 아니라 성립 자체가 안 되잖아.”
“법이야 그렇지. 하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걸 생각하면 뭔들 못하겠어.”
“정말 나쁜 놈들이야. 어떻게 사람을 가축이나 물건처럼 사고팔 생각을 하지?”
“자신과 가족, 비슷한 부류를 뺀 나머지는 인간이 아닌 도구로 보니까 그렇지. 자신과 같은 동등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짓을 할 순 없을 테니까.”
최주욱의 금고에서 나온 1,500억 원과 고미술품 150억 원은 전액 미래 아동 사랑재단에 이양하고, 차명으로 된 부동산과 대포 통장, 신체 포기각서, 차용증서는 대한 일보와 단군 일보에 보내 크게 이슈화한 후 경찰에 넘겨주도록 했다.
마음 같아선 이 돈도 몽땅 빼내 불우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쓰고 싶었지만, 내가 훔쳤다는 걸 세상에 알릴 순 없어 피눈물을 삼키며 정부에 넘겨줬다.
“비밀 금고! 최동주가 알고 있는 게 전부일까?”
“손자에게 비밀을 다 말해주는 할아버지 봤어?”
“당연히 없지. 우리 할아버지도 내게 그런 말은 안 하니까.”
“거기서 왜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와?”
“말이 그렇다는 거야. 어쨌든 자식에게 숨겨 놓은 재산을 몽땅 말해주는 부모는 없잖아. 그럼 우리가 찾지 못한 재산이 아직도 많을 거 아니야.”
“그렇겠지.”
“독립군과 서민의 고혈을 빨아 축적한 재산이야. 어떻게든 회수해 그들에게 돌려줘야 하잖아. 회수할 방법이 없을까?”
“정신이라도 멀쩡하면 잡아다 족치겠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누워 있는데 잡아와 봐야 알아낼 방법이 없어. 자식과 며느리가 알면 모를까?”
“그럼 그놈들이라도 잡아다가 알아봐야지.”
“뇌물장부가 언론에 보도돼 경찰에 쫙 깔렸는데 무슨 재주로 잡아와?”
“그럼 저대로 놔둘 거야?”
“강승원 국장이 끝까지 추적할 거니까 조급해할 거 없어. 지켜보며 죽을 때까지 괴롭히면 돼.”
검찰 조사가 본격화하면 최주욱과 놈의 일가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다. 치부책을 만들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최주욱은 끝장이었다.
자신들의 목줄을 움켜쥐려 했던 최주욱을 살려줄 만큼 대한민국 정치인, 검찰, 경찰은 너그럽지 못했다.
자신들의 깨끗함을 증명하고 비리를 영원히 덮기 위해서라도 최주욱은 무조건 파멸시킬 것이다.
최주욱이 파멸하면 자식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쓰러진 최주욱을 대신해 자식인 최동성과 며느리 김숙자는 없는 죄라도 뒤집어씌워 교도소에 보낼 게 확실했고, 손자인 최동수와 손녀 최옥자도 놈들의 감시를 벗어나긴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해외로 달아나도 또 다른 치부책을 숨겨 놓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감시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재수가 좋다면 차에 치여 죽거나,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응시자들 우리가 김포공항까지 직접 마중 가고, 전용기까지 태워준 게 최주욱의 비밀 금고 때문이라곤 생각도 못 하겠지?”
“꿈에도 모르겠지.”
“그럼 최주욱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멋진 비행기도 타보고, 영접까지 받잖아.”
“뭐라고?”
“키키키키~”
김포와 파주의 금고를 털기 위해 미래 2공대 면접자 44명을 은비와 아영을 데리고 전용기로 김포공항까지 직접 데리러 갔다.
헬기로 파주와 김포를 몰래 갔다 오는 건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아 발각될 위험이 컸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가 24시간 우리를 감시하는 상황에서 표시 나게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이 때문에 목동 할아버지 댁에 하룻밤 다녀온다는 핑계로 면접자들까지 데려오는 이벤트를 열어 감시자들의 눈을 속였다.
애초 강릉에서 배 타고 나진시로 올 계획이었던 면접자들은 내가 은비와 아영을 데리고 전용기로 마중까지 나오자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였다.
신문과 TV도 우리의 파격적인 행보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호평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불로소득을 얻으며 내년 졸업생들과 능력자들의 호의도 끌어낼 수 있었다.
“정은영씨와 정은이씨는 쌍둥이라고 자기소개서에 쓰여 있는데, 얼굴이 전혀 다르네요.”
“이란성 쌍둥이라 저는 엄마를 닮고, 동생은 아빠를 닮아서 그렇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래도 외모가 많이 달라 종종 오해를 받겠네요.”
“외모도 그렇지만 성격도 전혀 달라 쌍둥이라 그러면 사람들이 믿질 않아요. 언니는 성격이 다소곳하고 침착하지만, 전 어렸을 때부터 왈가닥이라 친한 친구들 빼고는 저희가 쌍둥이인지도 아무도 몰랐어요. 히히히~”
“말한 것처럼 성격이 달랐다면 자주 싸웠겠네요?”
“언니가 워낙 착하고 이해심이 많아 싸우진 않았어요. 언제나 제가 하자는 대로 따라주거든요.”
정은영, 정은이 쌍둥이를 시작으로 미래 2공대원 선발을 위한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관은 나와 소연, 은비, 한숙, 상아 다섯 명으로 1차 면접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잠능자를 고른 후 2차 실전테스트를 거쳐 20명 정도를 뽑을 계획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실력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인성이라 면접은 자격요건을 보고 그것에 대해 검증하기보단 토론방에 모여 수다를 떠는 재미난 형식으로 진행됐다.
“스킬이 암흑이라고 쓰여 있네요?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암흑은 상대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하는 스킬입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시야를 차단해 까맣게 보이게 하는 겁니다.”
“두 분이 같이 사용하는 건가요?”
“따로따로 사용할 수도 있고, 같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효과는 같이 사용했을 때 더욱 높게 나타납니다.”
“최대치씨는 가족관계란에 막내라고 쓰여 있네요?”
“네.네.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말하세요.”
“죄.죄.죄송합니다. 제가 기.긴장하면 마.말을 더.더듬는 스.스.습관이 있어서...”
“아주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요. 시간은 충분하게 드릴게요.”
“가.감사합니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아.아버지와 어.어.어머니, 느.느.누나 한 분, 혀.혀.형님 두 분이 계십니다.”
“가족이 매우 화목하겠네요?”
“모.모.모두 조.조.좋으신 분들이라 화.화.화목합니다.”
말더듬증은 유전적, 발달적, 환경적, 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대부분은 아동기가 끝나기 전에 말더듬이 사라진다.
하지만 최대치처럼 약 1%는 성인기까지도 지속해서 말더듬증 현상이 나타나 좌절과 당황함 등 심리적 요인이 의사소통에 부정적인 감정과 태도를 강화해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착시라고 쓰여 있는데, 어떤 스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제.제가 사.사용하는 차.차.착시는 사.사.상대의 누.눈에 시.시.실제와 저.전혀 다.다.다른...”
최대치의 착시 스킬은 눈이 사물의 이미지를 받아들일 때 착각을 일으키는 착시 현상으로 상대의 심리상태에 따라 동물, 책상, 자동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최대치는 157명 응시자 중 유일한 하급 멘탈리스트로 실력과 스킬을 생각하면 재벌 공대에 뽑혀도 예전에 뽑힐 실력자였다.
하지만 치명적인 말더듬증과 이로 인한 자신감 결여, 사람을 미치게 하는 답답함 등이 원인이 되어 흙 속에 묻힌 진주로 남고 말았다.
“짧게 자기소개 해주세요.”
“서울 포스 전문학교 한설영입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 어머니와 남동생 이렇게 세 식구가 금천구 독산동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특기는 마비입니다.”
“대전 포스전문학교 졸업반 박초롱입니다. 특기는 화염계 공격 스킬인 파이어볼입니다.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으로 박지홍 오빠의 열렬한 팬이기도 합니다. 오빠! 사랑해요!”
‘헉!’
한설영과 박초롱은 최하급 멘탈리스트로 능력은 별 볼 일 없지만, 멘탈리스트라는 희소성과 미래를 생각하면 꽤 괜찮은 공대나, 공무원으로 취업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다 독립유공자 집안 출신이라 오라는 곳도, 뽑아줄 곳도 없어 우리까지 차례가 오는 행운을 얻었다.
“오빠! 얼굴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돼요? 제 평생소원이 오빠랑 같은 곳에서 호흡하며 오빠 얼굴을 보는 거였어요. 이제 얼굴만 보면 되는데, 들어주시면 안 되용?”
‘얘가 누굴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
[오빠! 인기 많아 좋으시겠어요. 호호호~]
‘컥!’
“박초롱씨!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인 건 고맙지만, 면접장에서 이러시면 안 돼요. 다른 분들도 생각하셔야죠.”
“저도 지홍 오빠 팬이에요. 미래 2공대원 모집에 응한 이유도 오빠 만나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게 된 거예요. 오빠! 얼굴 한 번만 보여주세요.”
“누군 참~ 좋겠어요. 얼굴 보겠다고 대전에서 먼 나진까지 찾아오고.”
“그러게요. 여복이 터졌네요.”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왜 이래? 혹시... 날 엿 먹이려 보낸 스파이 아니야?’
지원자 157명 중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6:4로 남자가 조금 우세했다. 하지만 1차 서류심사가 끝나자 면접자 44명 중 25명이 여자였다.
이 때문에 내가 여자를 늘릴 목적으로 미래 2공대를 만든다는 찌라시 기사까지 나오며 아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상아가 진실의 눈으로 44명을 선발했기에 망정이지 내가 선발했다면 아내들까지 나를 의심했을 게 분명했다.
“최종 합격하면 그때 보여주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면접에 충실해 주세요.”
“까악~ 오빠가 제게 말하는 거 들으셨죠. 오빠가 저에게 말을 했어요.”
“그쪽이 아니라 절 보고 말씀하신 거예요. 고개 살짝 돌리는 거 못 보셨어요?”
“뭐라고요? 착각도 유분수라고 오빠가 정면만 바라보고 계신 거 안 보이세요?”
“아주 눈이 삐었네요.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가 있는데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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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