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2 최동주 =========================================================================
222. 최동주
“철썩! 철썩”
“아야!”
아영의 탱글탱글한 볼기짝을 차지게 때리자 손에 짜릿한 감촉이 전해졌다. 하지만 아영은 많이 아픈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윤.아.영! 그동안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아주 엉망이야. 훈련이 장난이야? 똑바로 못 뛰어!”
“죄송해요.”
“철썩! 철썩!”
“뜨오옷!”
“손.상.아! 맨날 예쁘다고 오냐오냐하니까 훈련이 우습지?”
“잘못했어요.”
“그냥 날 때려. 왜 죄 없는 언니들과 동생들을 때리고 난리야!”
자기 때문에 언니와 동생들의 볼기짝에 불이 나자 은비가 원인 제공자인 자신을 때려 달라고 대들었다.
“안 그래도 네가 가장 마음에 안 들어 손봐주려고 했어. 어디 오늘 죽어봐!”
“철썩! 철썩! 철썩!”
“으악~ 이건 폭력이야~”
“억울하면 신고해! 남편이 때린다고 가정폭력으로 신고해.”
“철썩! 철썩! 철썩!”
“아아악~”
전날 당한 놀림을 훈련 핑계로 원 없이 풀었다. 소연, 은비, 한숙, 서인, 상아, 아영까지 빠짐없이 볼기짝이 퉁퉁 부을 때까지 때리자 아리와 소희가 겁을 집어먹고 벌벌 떨어댔다.
“괜찮아! 내 친구 아리와 예쁜 소희는 훈련 태도가 아주 성실해 볼기 맞을 일이 없어요. 걱정하지 말고 뛰어. 안 때릴 테니까.”
“저.저.정말?”
“저.저.저희는 괴.괴.괜찮은 건가요?”
“그럼~ 신경 쓰지 말고 훈련해. 이.서.인! 더 빨리 못 뛰어?”
“철썩!”
“으악!”
“민.소.연! 똑바로 안 뛰어~ 너도 오늘 좀 맞자!”
“철썩! 철썩!”
“아야!”
좀 심하게 때렸는지 엉덩이가 퉁퉁 부은 아내들은 옷을 걸칠 수도 없어 출근도 하지 못한 채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흥~ 다신 옆에 오지도 마! 재수 없어.”
“지홍씨! 오늘은 너무 심했어요. 훈련이지만 이건 너무한 것 같아요.”
“오빠! 이건 아니죠. 이건 훈련을 빙자한 폭력이에요.”
그렇게 맞고도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는지 아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 계속 떠들어. 이따 저녁때는 전신마사지해줄 테니까. 뼈다귀가 노곤해질 때까지 마구 주물러 줄게. 으드득~”
아내들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이빨을 갈아댔다. 그러자 정말 화났다는 걸 알아챈 은비가 용서를 구했다.
“오빠! 우리 생각이 짧았어. 풍홍이 지금부터 풍산이로 부를게. 그리고 앞으로 다신 놀리지 않을게. 그러니 한 번만 봐줘. 잘못 했어. 제발~”
“제가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지홍씨! 다신 안 놀릴게요. 용서해주세요.”
“오빠! 한 번만 봐주세요~ 아잉~ 한번 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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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죽여야지요.”
“그건 살인이야!”
“놈이 사람들을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닌가요?”
“살인자가 사람을 죽인다고 너도 같이 죽이면 다를 게 뭐가 있어?”
“다르죠. 놈을 죽여 수많은 사람을 구한 영웅이자 성자니까요.”
“그건 지나친 비약이자 자기합리화야.”
“뭐가 비약이죠? 권선징악을 보면 모두 악인을 죽여요.”
“전부가 다 그런 건 아니야.”
“악(惡)이 악인(惡人)을 죽일 것이라, 의인(義人)을 미워하는 자 죄(罪)를 받으리라 했어요.”
“그건 성경에서 말한 악을 행하는 자는 반드시 그 악이 자신을 따라와 죽인다는 말이지 네가 죽인다는 뜻은 아니야.”
“악업이 쌓여서 제가 죽이는 거예요.”
“죽일 자신은 있어?”
“네, 죽일 수 있어요.”
“복수심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해야 해요. 그래야 언니와 엄마 같은 불쌍한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아요.”
“넌 아직 사람을 죽일 나이가 아니야.”
“사람을 죽이는데도 나이가 필요한가요?”
“이건 어른이 할 일이야.”
“네?”
“내가 할 일이라고.”
최동주가 죽인 원산 주민 중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동주는 성폭행한 후 가슴을 도려내 죽이거나 음부와 항문을 칼로 찢어 죽이는 등 잔혹함의 끝을 보였다.
국민학교부터 시작한 폭력과 성폭행은 놈의 이성을 완벽히 망가뜨려 남을 괴롭히고 고통 주는 것에 죄책감은커녕 흥분과 쾌감을 느꼈다.
죄책감 대신 흥분을 느끼자 놈은 재미삼아 사람을 죽였다. 남쪽에 있을 땐 그래도 경찰의 눈치를 보며 몇 명 죽이지 못했지만, 법과 질서가 사라진 원산에 들어가자 살인마가 되어 피의 광기에 젖어 살았다.
“현재 살인, 방화, 강간, 마약, 도박 등 20여 개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의 주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네, 할아버지 최주욱과 어머니 김숙자가 범죄 사실을 숨기고 무마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에 광범위하게 뇌물을 뿌렸고, 능력자 신분과 대유 그룹 문정수의 비호로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군요.”
“최주욱의 재산 가치는 대략 2조 원 정도로 백화점 세 곳, 수입 업체 한 곳, 대부업체 한 곳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놈을 파산시킬 방법은 마련했습니까?”
“대유 그룹에서 위탁받아 운영 중인 백화점 세 곳은 아들 최동성이 사장으로 있습니다. 대유 백화점 주식 42%를 보유하신 회장님이 현재 최대주주로 대유 그룹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도 40%가 안 돼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가져오면 백화점 세 곳은 올해 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소연아! 다음 주에 주주총회를 소집해.”
“알았어.”
“수입 업체는 자금줄인 대부업체를 정리해야 합니다. 현금 보유분이 많아 이곳을 정리하지 못하면 최주욱을 정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은 없습니까?”
“스위스 비밀 금고에 일부 빼돌린 자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스위스 은행 특성상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습니다.”
“부동산은요?”
“부동산은 은행 담보가 많아 대부업체가 정리되면 자연히 은행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최주욱이 돈을 보관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삼 년 전 성북동으로 이사하며 지하에 대형 금고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에 돈과 중요 서류를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내일 대한민족문제연구회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우리 문화재 찾기 발대식’ 한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몇 시야?”
“아침 10시.”
“그럼 오늘 밤 장인어른 댁에서 하룻밤 자고 오자.”
“최주욱부터 정리하게?”
“놈 하나로 끝내기엔 피해자가 너무 많아. 그리고 놈만 끝냈다고 될 일이 아니야. 최주욱에서 비롯된 씨앗이 남아 있는 한 제2, 제3의 최동주는 끊임없이 나올 거야. 지금이라도 뿌리를 끊어야지.”
“알았어. 아빠에게 연락할게.”
“집안 구조와 주변 도로, CCTV 등 필요한 자료는 오늘 중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최주욱의 집을 터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웠다. 강승원 국장이 구해온 집 구조도와 주변 정밀지도를 숙지한 다음 여우불을 먼저 보내 집 안 구석구석을 정찰했다.
성북동은 대한민국 최고 부촌답게 골목마다 CCTV가 쫙 깔려있었다. 여우불을 이용해 CCTV 방향을 틀어놓고 잽싸게 집에 스며들었다.
지하 2층에 있는 대형 금고를 예기로 가볍게 잘라내고 내용물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그리고 누전처럼 보이게 지하에 불을 지른 후 유유히 빠져나왔다. 목숨을 다 끊어 놓고 싶었지만, 돈을 잃고 몰락하는 놈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어 구차한 목숨은 살려줬다.
그렇게 최주욱의 금고 속 재산을 몽땅 훔친 후 다음 날 장인어른이 부회장으로 계신 대한민족문제연구회 우리 문화재 찾기 발대식에 참석했다.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찾기에 관심이 많은 나와 소연이 발대식에 참석하자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몰리며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졌다.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는 10만 점이 넘어 몇몇 힘으로 회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정부와 기관, 단체 등이 서로 협력해야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회수할 수 있었다.
“이 많은 게 금고 속에 있었다고?”
“금고에 돈과 귀중품이 어찌나 많은지 다 가져오지도 못했어.”
“그렇게 많았어?”
“금고 크기만 가로세로 5m야. 너무 많아 귀중품만 챙기고 돈은 다 태워버렸어.”
“아이고 아까워.”
최주욱의 금고에서 가져온 것만 대략 500억 원어치로 보석과 달러만 그 정도였다. 원화까지 몽땅 가져왔다면 700억 원을 넘었을 것이다.
“이건 뭐야?”
“놈이 지금까지 정계와 법조계에 뿌린 뇌물장부.”
“이름과 날짜, 누굴 보내 전달했는지, 누가 받았는지, 장소와 시간까지 정확히 적어놨네. 아주 철두철미하네.”
“만약을 대비한 안전장치니까 신경을 많이 썼겠지.”
“이것만 있으면 돈 받아먹는 놈들 다 잡을 수 있겠다.”
“과연 그럴까?”
“이렇게 증거가 명확한데도 못 잡는다고?”
“언젠 증거가 없어서 못 잡았어? 잡을 생각이 없어서 안 잡았지.”
증거가 명확한 만큼 뇌물 받아먹은 놈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잔챙이 몇 마리를 빼곤 혐의없음으로 풀려날 것이 명확했다.
최주욱은 장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우길 것이 분명했고, 대한민국의 위대한 떡검은 최주욱의 한 마디에 장부를 조사한 척 시늉만 하다 하급 공무원 3~4명을 입건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다.
운 좋게 다른 증거가 나온다고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검찰은 범죄자 편을 들며 ‘이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호할 가능성이 컸다.
법을 심판해야 할 검사와 판사가 돈을 받은 핵심 주체인데 누가 누굴 심판할 수 있겠는가?
“저도 데려가 주세요.”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죠?”
“너무 어려.”
“복수에 어린 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소희야! 네 마음은 알겠지만, 이건 네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야.”
“왜요?”
“네가 상상하지도 못할 끔찍한 걸 보게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놈이 있는 곳은 원산 빈민촌이야. 빈민촌이 어떤 곳인지 알아?”
“판자촌을 말하라는 거라면 저도 알아요. 지나가다 몇 번 본 적 있어요.”
“지나가다가... 하아~ 네가 거기서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산 빈민촌은 네가 상상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참혹한 곳이야.”
“그곳이 제가 상상하는 이상이라도 참을 수 있어요.”
“지독한 냄새와 비참한 모습은 참을 수 있겠지. 하지만 놈이 저질러 놓은 참혹한 모습은 볼 수 없을 거야.”
“대체 놈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했는데 그래요?”
“흐음... 엄마와 아빠가 보는 앞에서 어린 소녀를 강간하고, 남편의 시신 옆에서 아내를 강간하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죽은 딸을 시간(屍姦)하며 쾌락에 허우적대고 있어. 그래도 같이 가고 싶어?”
“웁!”
충격이 컸는지 소희가 입을 틀어막고 간신히 구역질을 참아냈다. 17살 소녀가 생각하는 세상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엄마와 언니의 죽음으로 쓴맛 단맛 다 본 것 같지만, 그건 살짝 쓴맛을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끔찍한 비극이 널렸다. 인신매매, 성매매, 장기매매, 굶어 죽는 사람들, 탈출하다 태풍을 만나 죽는 난민들, 노예와 마찬가지인 불가촉천민 등 세상의 무관심 속에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무수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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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