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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21화 (221/505)

00221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

221.

“어때?”

“거짓은 없었어요. 화통한 성격답게 솔직하게 말했고요.”

“우리를 이용하려는 건 확실해. 그래도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어 손해날 건 없어.”

“이용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문제 될 건 없고, 속이는 건 없으니까 일단 믿어보자고.”

“얼마 전에도 보수파 공산주의자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어. 막아내긴 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태라 언제 실각할지 몰라. 필요한 무기와 기술은 최대한 빨리 빼내오는 게 좋겠어.”

“소연이 얘기 들었지?”

“알았어요. 무기는 올해 안에 모두 받고, 기술 이전은 내년까지 끝낼게요.”

한숙이 눈을 빛내며 말하는 것으로 보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특사를 닦달할게 분명했다.

작은 키에 살이 뒤룩뒤룩 찐 소트니코바 특사가 땀을 삐질삐질 흘릴 모습을 생각하자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한번 시작하면 사람 들들 볶는데. 나한테 잘하니까 예쁜 거지 만약 적이었다면... 무섭다. 으으으~」

“이 사람들은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유즈노사할린스크 시장들이네. 어서 인사드리게. 내 동생이자 미래 레드몬 박지홍 회장이네.”

“블라디보스토크 이고르 푸쉬카료프 시장입니다. 회장님의 명성을 흠모해오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알렉산드르 니콜라에비치 소콜로프 하바롭스크 시장입니다. 옐친 대통령님을 모시든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시장입니다. 저희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나진시에서 파견한 헬기 조종사들이 훈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교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드레이 롭킨 유즈노사할린스크 시장입니다. 사할린 섬에 남은 유일한 도시입니다. 회장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도와주십시오.”

한숙의 통역에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유즈노사할린스크 시장과 일일이 손을 잡고 포옹까지 하며 반가운 척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옐친 대통령은 나진시 방문에 발맞춰 시베리아와 연해주, 사할린 등 우랄 산맥 동쪽에 고립된 도시를 나진시와 연결해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시장들을 대거 끌고 왔다.

그중에서 이들 네 명은 연해주와 사할린을 대표하는 도시의 시장들로 함께 저녁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먼저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유즈노사할린스크와 공식 교류를 맺고 필요한 원자재와 생활용품을 공급해주면 좋겠네.”

“나진시는 생활용품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레드몬과 관련된 원자재는 공급할 수 있지만, 생활용품은 다른 곳에서 구하셔야 합니다.”

“KM 그룹과는 사돈이라 들었네. 청진에 경공업 공장이 여럿 있으니 그곳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주고, 모자라는 건 서울에서 구해 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기 노선도 설치하고, 문화교류도 활발히 하는 건 어떤가?”

“그렇게 하시죠.”

“시원시원해서 좋구먼. 하하하~”

친한 척 어깨를 두드리는 옐친 대통령에게 살짝 미소를 보여주며 몸에 좋은 산삼주를 권했다.

술은 산삼주와 복령주, 뱀술로 40도가 넘는 독주라 술이 약한 사람은 몇 잔 마시지도 못하고 뻗는데, 보드카를 즐겨 마시는 러시아 사람들이라 그런지 유리잔에 가득찬 술을 단숨에 비워냈다.

“형·동생으로 어려운 부탁 좀 하세.”

“말씀하십시오.”

“프리모르스키 지방과 하바롭스크 지방은 사람이 몇 살지 않는 지역이라 레드몬이 말도 못하게 많네. 자네 땅이 다 정리돼 시간이 나면 가끔 이곳에 들러 레드몬을 사냥하는 건 어떻겠나?”

698년부터 926년까지는 발해가 지배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연해주)는 면적이 16만5,900㎢로 한반도의 73%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이지만, 인구는 100만 명이 안 됐다.

하바롭스크 지방은 러시아의 극동 연방관구로 면적이 788,600㎢로 한반도보다 3.5배나 넓지만, 인구는 고작 50만 명 수준이었다.

인구도 대부분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나 같은 대도시에 몰려 있어 도시 밖을 나서면 사람을 구경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사냥한 레드몬을 근처 도시에 넘겨주면 값은 섭섭지 않게 쳐주겠네. 물론 사냥 비용도 따로 챙겨줘야지. 대신 돈 말고 무기로 값을 대신하겠네. 알다시피 러시아 사정이 그리 좋지 않네. 자네 도움으로 돈이 좀 들어왔지만, 워낙 재정이 나빠 감당이 안 되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시간이 없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알고 있네.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아니면 그 이후라도 좋네. 자네 시간 날 때 조금만 도와주게.”

“흐음...”

“오죽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겠나. 도와주게.”

“알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하진 마십시오. 최대한 시간을 만들어보겠지만, 대통령께서 원하는 만큼 많은 시간을 내긴 어려울 겁니다.”

“바쁜 자네에게 이런 부탁한다는 것도 참 미안한 일일세.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유즈노사할린스크가 아주 위험한 상태라 무리한 부탁인 줄 알면서 염치없는 부탁을 하게 됐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마저 레드몬에게 먹히면 극동아시아 전체가 날아가네. 부디 오늘 일을 잊지 말고 꼭 좀 도와주게.”

군사기지이자 태평양 함대의 모항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의 행정중심지로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의 문호로 이곳을 잃으면 연해주 전체를 잃게 된다.

극동 역사를 간직한 하바롭스크와 제강, 제유, 조선, 목재가공업, 전투기 생산이 발달한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사할린 주의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번 뱉은 말은 꼭 지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감사의 뜻으로 자네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네.”

“선물요?”

옐친 대통령이 소트니코바 특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밖으로 나간 특사가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상자 속엔 간신히 눈을 뗀 작은 강아지 세 마리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꼬물거리고 있었다.

녀석들을 보는 순간 레드독이란 것과 풍산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고함이 터져나 왔다.

“풍산개?”

“맞네.”

“아니, 이걸 어디서?”

“며칠 전 두만강 넘어 하산스키 군에서 다 죽어가는 레드독을 한 마리를 발견했네. 레드베어와 싸웠는지 주변에 죽은 풍산개가 스무 마리도 넘었다고 하더군. 그중 숨이 간신히 붙은 임신한 암놈 한 마리가 살아 있었네. 녀석도 상처가 심해 간신히 새끼만 낳고 죽은 걸 블러디나이트 대원들이 수습해 왔네. 하지만 애석하게도 워낙 난산이라 다섯 마리는 죽고 세 마리밖에 구하질 못했네.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렇게 귀한 녀석들을 주시고 감사합니다.”

“자네가 러시아에 베푼 은혜에 비하면 아주 약소하네. 내 마음이라 생각하고 받아주게.”

“약소하다니요?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 가장 만족스러운 선물입니다.”

“마음에 들었다니 정말 다행이네. 하하하~”

옐친 대통령이 선물로 가져온 레드독 풍산개 새끼는 태어난 지 열흘도 안 된 순종이었다.

안 그래도 수놈을 구해 새끼를 쳐볼 생각으로 레드몬 지도를 그리며 풍산개를 애타게 찾아 헤맸다.

하지만 모두 죽었는지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어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옐친 대통령이 녀석들을 선물로 주자 기쁨이 두 배였다.

내 목표 중 하나는 풍산개를 세계 최고의 개로 만드는 동시에 중요 인사들에게 나눠줘 놈들이 날 배반하면 제거할 무기로 만들 생각이었다.

아직 선행되어야 할 일들이 많아 성공을 확신하긴 일렀지만, 상아의 텔레파시와 소희의 암시의 도움을 받으면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었다.

“수놈 한 마리에 암놈 두 마리네. 이러면 혼자 암놈을 몇 마리나 거느리게 되는 거야? 완전 주인이랑 똑같네.”

“컥!”

“왜? 찔려? 찔릴 양심은 있어?”

“긁적긁적!”

소연의 힐난에 어색한 웃음과 머리를 긁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대답하기 곤란할 땐 무조건 살짝 미소를 짓거나 이렇게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었다.

괜스레 어쭙잖은 변명을 늘어놓다간 화를 돋워 욕만 더 먹게 된다. 폭풍이 몰아칠 때는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오빠에게 못다 푼 스트레스를 이 녀석에게 풀어야겠다. 이 녀석 이름은 오늘부터 풍홍이야.”

“개 이름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게 어디 있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풍연, 풍비, 풍인, 풍영, 풍아 모두 우리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거잖아.”

“그거야 너희가 원한 거고, 난 개새끼에 내 이름 붙이는 거 반대야.”

“그럼 반대해. 우린 그렇게 부를 거니까. 그렇지 아영아!”

“네!”

“풍홍아! 아이고~ 더럽게 못생겼다. 풍홍아! 넌 여자에게 잘해야 한다. 바람피우다 걸리면 고추 잘라버릴 거야. 알았지?”

풍산개 수놈을 품에 안은 은비가 나를 쳐다보며 연신 풍홍이라 부르며 입에 담지 못할 협박을 쏟아냈다.

“언니! 애칭은 돌쇠 어때요?”

“돌쇠?”

“안방마님은 왜 돌쇠에게만 쌀밥을 먹이는가? 그런 말도 있잖아요.”

“오빠가 돌쇠야?”

“매일 밤이고 낮이고 언니들 괴롭히잖아요. 돌쇠처럼 힘이 넘쳐나서. 헤헤헤~”

“오! 돌쇠! 마음에 들었어. 이제부터 넌 돌쇠야. 박지홍 앤드 돌쇠! 크크크~”

항상 내 편인 아영이 배신하며 졸지에 난 돌쇠가 되고 말았다. 소연과 한숙, 서인, 상아까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거리며 웃어댔다.

“오빠는 마음에 안 드세요? 전 정감 있고 좋은데.”

“난 완전별로야.”

“마당쇠나 변강쇠보단 돌쇠가 괜찮지 않아요?”

“다 똑같아.”

“에이~ 어떻게 똑같아요? 변강쇠는 완전 노골적인데. 여자만 밝히는. 호호호~”

“컥!”

“키득키득~”

“깔깔깔깔깔~”

아영의 장난에 아내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유모 코드가 나랑 맞지 않는 건지 웃기기는커녕 슬슬 열이 받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미간이 일그러져 뚜껑이 열리기 직전인데, 아내들은 웃음이 취해 내가 열이 받은 것도 모르고 침대를 뒹굴었다.

「그래. 마음껏 웃어라. 내일 아침 훈련 때도 웃을 수 있나 보자. 으드득~」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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