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220화 (220/505)

00220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

220.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커다란 워해머와 타워 실드를 든 하급 피지컬리스트가 상대의 정신을 흩트리기 위해 좌측으로 빠르게 돌았다.

관중들의 함성에 상대가 눈이 돌아가자 발끝으로 땅을 강하게 차며 신속하게 다가가 워해머로 머리를 내려쳤다.

고의로 빈틈을 보인 대도를 든 능력자가 뒤로 펄쩍 뛰며 대도를 종으로 내려치자 워해머 능력자가 방패로 대도를 퉁겨내며 다리를 공격했다.

“쾅~”

방패와 대도가 부딪치는 충격을 이용해 뒤로 물러난 대도 능력자가 용수철처럼 탄력을 이용해 대도를 찔렀다.

“탕~”

워해머로 대도를 쳐낸 능력자가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커다란 타워 실드를 일자로 세워 옆구리를 후려쳤다.

“퍽!”

“으악~”

방패에 옆구리를 얻어맞은 대도 능력자가 10m를 날아가 바닥에 엎어지자 워해머 능력자가 재빨리 다가가 등을 내려찍었다.

그 순간 엎어진 대도 능력자가 주먹만 한 암기를 집어 던졌다. 워해머 능력자가 재빨리 몸을 비틀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왼쪽 어깨에 암기를 맞고 비칠비칠 뒤로 밀려났다.

엎어진 대도 능력자가 비틀거리는 워해머 능력자의 다리를 걷어차자 2m나 붕 떠오른 워해머 능력자가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다.

“쿵~”

대도 능력자가 재빨리 일어나 커다란 대도로 내려치자 충격이 클 것이라 예상했던 워해머 능력자가 그사이 정신을 차리고 타워 실드로 대도를 막곤 워해머로 허벅지를 공격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그렇지?”

“네, 권투나 격투기보단 확실히 박진감이 넘치네요.”

“눈이 따라가지 못해도 초고속 카메라로 잡아주니까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네. 이래서 사람들이 열광하는구나.”

“저도 이거 보기 전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알 것 같아요.”

일요일 오후 옹기종기 침대에 누워 세계포스협회 주최하는 세계나이트 격투 대회(World knight Combat Games)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아내들과 함께 시청했다.

은비와 아영의 말처럼 시시할 거로 생각했던 능력자 격투 대회는 생각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일단 기존 격투기와는 상대가 안 될 만큼 큰 경기장이 시청자를 압도했다. 직경 50m의 커다란 원형 경기장은 능력자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 다이내믹한 경기를 끌어냈다.

또한, 방어구와 칼, 메이스, 플레일, 워 해머, 도끼, 창, 활, 방패 등 중세시대 전투 장비를 사용해 피 튀기며 싸우는 모습은 고대 로마 콜로세움의 검투사 격투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초고속 카메라 50대를 경기장 곳곳에 배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슬로비디오로 타격 장면을 보여줘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론 하워드와 리암 스미스가 싸울 만한데. 돈 좀 되겠어.”

“프로 스포츠로 출범하면 권투와 이종격투기는 물론 축구, 야구, 미식축구 등 프로 스포츠 전체가 타격을 받겠어.”

“타격이 아니라 문 닫겠다. 내가 봐도 재미있는데 일반인들은 어떻겠어. 완전 환장하지. 피 튀기는 것 보고 좋아하는 것 봐. 흥분해 미치려고 하네. 크크크~”

능력자 격투 전용 경기장에 꽉 들어찬 관중들은 선수가 쓰러져 피를 흘릴 때마다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피에 광분하는 건 고대나 현대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

“인간 빼고 가장 잔인한 동물이 침팬지야. 인간과 한 뿌리에서 갈라진 침팬지는 동족도 잡아먹어. 그러니 침팬지보다 머리가 더 좋은 인간은 얼마나 잔인하겠어. 어이구! 젊은 처자 흥분해서 쓰러졌네. 아주 미쳐 날뛰네. 흐흐흐~”

9월 25일 시작한 세계나이트 격투 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은 무려 421명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대한민국 전체 능력자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로 끽해야 100명 내외로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대부분이 하급 피지컬리스트로 하급 멘탈리스트도 38명이나 참가해 많은 사람의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우려는 지난주 경기가 시작되자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괴성을 질러대는 관중들만 TV 화면을 가득 메웠다.

“언제까지 하는 거야?”

“토너먼트 방식으로 3월까지 다섯 명을 선발해.”

“대표 선발하는데 6개월이나 걸려?”

“매주 일요일만 시합해서 시간이 좀 오래 걸리나봐.”

“일부러 그러는 거야?”

“그렇지. 흥행몰이와 프로화를 위해 경기 기간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거지.”

소연의 설명대로 나이트 격투 대회는 이미 프로화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첫 경기가 큰 화제를 모으며 오늘은 2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입장 3시간 전에 매진됐다.

이 때문에 5,000원 하는 입장료가 열 배 뛰어 50,000원에 팔렸고, 이마저도 구할 수 없어 발길을 돌린 관중이 1만여 명이 넘었다.

“근데 이렇게 피 튀기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해도 되는 거야. 아이들이 한참 볼 일요일 낮에.”

“정권에서 밀어주니까 가능하겠지.”

“방송심의위원회 이놈들 심의 규정이 완전히 고무줄이네.”

방송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과 그 질서 및 품위를 자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방송심의규범의 위반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곳으로 심의규정을 위반한 방송국에 대하여는 경고·해명·정정·취소·사과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법과 규정은 권력을 가진 자의 뜻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위정자들은 바른 소리를 하는 방송은 가차 없이 철퇴를 내렸고,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은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2월 10일 단국 방송국 개국하면 사사건건 문제 삼을 거야. 기대해도 좋아.”

“시비를 걸겠다. 마음대로 하라 그래. 벌금 내면 되지. 벌금 내고 놈들이 숨기고 싶은 것, 아파하는 것만 잔뜩 만들면 되지. 하하하~”

단국 방송국의 단국(檀國)은 단군(檀君)이 세워 다스린 나라 배달을 한자로 훈차(訓借)한 것으로 배달민족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름 짓게 됐다.

“은행나무로 무기를 만들고 싶다는 문의가 매일 100통 넘게 와. 직원들이 일을 못 할 지경이야.”

“열처리하면 향기가 날아가 혈액 응고 효과가 사라지는데.”

“은행나무가 워낙 단단해 그냥 무기로 써도 되지 않을까?”

“합금이 아니면 파손율이 높아 불만이 많을 거야.”

“미리 알려주면 되지.”

“설마 그걸 모르겠어. 진상부리는 놈이 있을 수도 있어 그게 걱정이지.”

“계약서에 명시하면 되잖아.”

“계약서에 명시한다고 끝이 아니야. 우리를 싫어하는 언론과 짜고 불량품을 팔아먹는다고 떠들어댈 게 분명해서 그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라고 했어. 어떤 일이든 파리는 꼬이기 마련이야.”

본스틸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금속보다 훨씬 단단해 깨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중급 레드몬의 방어력은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막아내 본스틸을 사용하면 절대 깨지지 않는 전차나 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반만 맞고 반을 틀리는 소리로 중급 레드몬이 날탄을 막아내는 건 가죽의 질김과 단단한 본스틸의 영향도 있지만, 포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포스가 사라지는 순간 본스틸은 레드몬이 살아있을 때의 반의반도 못 치는 강도로 떨어졌다.

그래도 일반 금속보다 몇 배나 강도가 컸고, 합금으로 사용하면 본연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최하급은 0.1ton당 1,100만 원, 하급 2,200만 원, 중급 4,800만 원에 거래됐다.

그리고 뿔과 이빨, 손발톱은 그대로 사용해도 강도가 충분해 칼이나 플레일, 화살촉, 암기 등에 사용했다.

“가격은 얼마나 받아야 해?”

“무게에 따라서 받아야지.”

“무게?”

“응, 50kg이 30억 원이니까 10kg짜리 워해머는 조형생각하면 20kg은 잡아야 하니까 12억 원 받으면 되겠네.”

“무기 한 자루에 12억 원이면 너무 비싸지 않아?”

“비싸면 사지 말라고 해. 귀찮게 무기 만들어 팔지 않아도 살 사람은 쌔고 쌨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무기로 팔든, 방어구로 팔든 우린 팔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하양, 파랑, 빨강 삼색의 러시아 국기가 선명한 러시아 대통령 전용기 보르뜨 노몌르 아진이 나진 공항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보르뜨 노몌르 아진은 일류신 96-300기종으로 미국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과 마찬가지로 옐친 대통령이 탑승하면 러시아 이동정부의 역할을 대신했다.

“찾아온다. 찾아온다. 노래를 부르다 이제야 왔습니다. 하하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931년 소비에트 연방 스베르들롭스크 주에서 태어난 옐친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절충 개혁 정책을 비난해 쫓겨났다가 1991년 6월 12일에는 57%의 득표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작년 대한민국을 방문한 옐친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또한, 소련의 극비문서를 넘겨줘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대한민국을 남침하기 위해 무려 48차례나 건의했다는 내용을 알려줬다.

“지리산 테러 건은 도움을 못 드려 정말 유감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조금 전 기자회견에서 사과하셨는데, 또 이러시면 저희 입장이 난처해요.”

“하하하~ 미인에게 사과는 백 번이라도 부족합니다.”

“인상만 좋은 게 아니라 유머 감각도 남다르시네요. 호호호~”

공항에 내린 옐친 대통령은 미래 호텔로 자리 옮겨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와 나란히 선 옐친 대통령은 지리산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고, 도움이 못 된 걸 깊이 사과했다.

또한, 나와는 형·동생 사이로 나와 내 가족, 회사를 건드리는 것은 러시아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는 말과 함께 누구든 자기 동생을 건드리는 사람, 세력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형·동생이란 표현을 쓸 줄도 몰랐지만, 이렇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옐친 대통령의 이런 표현은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상대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소련 시절과 비교하면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었지만, 러시아를 만만히 볼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린 기자들을 향해 다정히 끌어안고, 어깨동무하는 등 정말 형·동생처럼 친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기와 기술이전에 관해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살아 있는 한 장난치거나, 약속을 어기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고 있어요.”

“그럼요. 사람은 신의가 중요합니다. 신의가 없으면 어떻게 형·동생으로 지낼 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맞는 말씀이세요. 호호호~”

한숙이 분위기를 이끄는 동안 난 기감으로, 상아는 진실의 눈으로, 소연은 독심술로 에 옐친 대통령의 됨됨이를 파악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