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9 여우불 =========================================================================
219.
B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여우 수놈
전투력 : 7550
지능 : 125
에너지양 : 38,117
스킬 : 알 수 없음
B급 엘리트 레드몬 붉은여우 암놈
전투력 : 7410
지능 : 125
에너지양 : 37,222
스킬 : 알 수 없음
텔레파시에 이어 살기까지 투사하자 화가 난 여우 부부가 포베로미스를 조종해 버서커 모드를 발동했다.
버서커 모드가 발동하자 광포화에 걸린 레드마우스들의 눈이 빨갛게 변했다. 광포화로 힘과 속도가 2배로 향상된 레드마우스들이 아까완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래봐야 쥐새끼는 쥐새끼일 뿐이야. 뱀이 두 배가 강해진다고 용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호랑이가 될 순 없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길목이나 막아.”
“우쒸!”
입술이 삐죽인 은비가 뇌우를 연달아 발사해 길목을 차단하자, 서인이 가시덩굴을 불러내 죽음의 덫을 만들었다.
레드마우스들은 광포화로 전투력이 두 배로 향상됐지만, 제리가 없자 힘만 센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린 레드마우스 무리가 자신들이 죽을 자리인지도 모른 채 돌개바람이 휘몰아치는 뇌우 속으로 뛰어들었다.
“퍽퍽퍽퍽~”
여우 부부를 향해 날아간 혈기탄이 하얀 구슬에서 발사된 붉은 빛에 힘없어 터져나갔다.
하얀 구슬 두 개는 여우 부부 주위를 둥둥 떠다니다 혈기탄과 냉기탄이 날아들자 붉은 레이저를 쏘아 정확히 요격했다.
혈기탄은 손을 떠나는 순간 상대의 살갗을 파고드는 은밀하고 빠른 암습자로 스킬로 퉁겨내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레이저 같은 빛으로 쏘아 요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접방어무기인 여우불이야.”
“여우불이 뭐야?”
“밤에 무덤이나 오래된 고목, 낡은 집에서 번쩍이는 푸른빛을 여우불이라고 해. 정확한 표현은 도깨비불이야.”
“스킬만 방어해?”
“아니.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온 적은 무조건 공격해.”
“다른 건?”
“매혹 스킬을 사용해 포베로미스를 조종하고 있어. 꼬리도 신경 써. 유난히 두텁고 털이 많은 게 침을 쏘아낼 확률이 높아.”
“알았어.”
“슈웅~~~ 슈웅~~~”
아리의 설명을 듣고 은행나무로 만든 투창 두 자루를 놈들에게 던지고 블링크를 사용해 번개처럼 다가갔다.
여우불이 파란 예기와 전류에 휩싸인 창을 향해 붉은 레이저를 연속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혈기탄, 냉기탄과 달리 강력한 전류로 보호받는 은행나무 창은 레이저의 위력을 상쇄하며 총알처럼 날아들었다.
놀란 여우 부부가 펄쩍 뛰어올라 창을 피했다. 창은 여우 부부 대신 앞을 막아선 포베로미스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50m를 더 날아가 아름드리나무에 박혔다.
“팅팅팅팅팅~”
신형이 쭉 늘어나며 여우 부부에게 접근하자 여우불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레이저를 쏘아댔다.
왼손으로 창을 빠르게 돌려 레이저를 퉁겨내며 다가서자 영리한 암수가 좌우로 갈라졌다.
“슈슈슈슈슈슈~”
좌우로 갈라선 여우 부부 꼬리가 나를 향해 고개를 쳐들자 강철 같은 붉은 털이 우수수 날아들었다.
몸을 뒤로 빼자 신형이 쭉 늘어나며 꼬리털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땅을 가볍게 찬 탄력을 이용해 재빨리 암놈에게 다가서며 글라디우스를 퉁겨냈다.
짧게 끊어친 글라디우스에서 날카로운 예기 다섯 발이 화살처럼 암놈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도 여우불이 근접방어체계 CIWS처럼 붉은 레이저를 기관총처럼 쏘아댔다. 하지만 예기의 표면을 감싼 강력한 전류가 레이저의 위력을 상쇄하자 참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깨갱~”
강아지 비명과 함께 암놈의 옆구리와 뒷다리에서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넓게 퍼져나간 참격을 피하고자 급히 몸을 띄웠지만, 바로 앞에서 날아온 참격을 완벽히 피해내진 못했다.
암놈을 끝장내기 위해 글라디우스를 재차 튕겨내려는 순간 앞뒤에서 여우불이 미친 듯이 레이저를 쏘아댔다.
“젠장!”
백핸드스프링 급히 뒤로 물러나 레이저를 피한 후 땅을 강하게 찬 탄력으로 수놈에게 다가서며 참격을 날렸다.
암놈을 구하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오던 수놈이 은색전류에 쌓인 파란 예기에 황급히 꼬리를 휘둘러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서걱~”
안타깝게도 복슬복슬한 꼬리가 예기를 때리는 순간 전류에 몸이 마비되며 탐스러운 꼬리와 함께 앞발이 날아갔다.
“깨갱 깨갱~”
고통이 심한지 수놈이 바닥을 구르며 몸부림을 치자 붉은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주인의 고통을 알기라도 하듯 독이 제대로 오른 여우불이 레이저를 마구 쏘아대며 접근을 막으려 했다.
「여우불이 나와라. 제발! 제발~」
간절한 기도와 함께 날아간 은행나무 창이 수놈의 가슴을 뚫자 공중에 떠 있던 여우불이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찌지지직~ 찌지지직~”
수놈을 처리하고 암놈에게 다가서자 레드마우스를 정리한 은비와 소연이 벼락과 데스 홀드로 다친 암놈을 공격했다.
여우불에서 날아든 레이저는 서인이 가시덩굴을 벽처럼 쌓아 막아냈다. 그 뒤에선 아영과 아리가 정화 스킬과 치유의 바람으로 소연과 은비, 서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옆구리와 뒷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암놈이 복슬복슬한 꼬리로 몸을 보호하려 했지만, 데스 홀드와 벼락이 연속으로 떨어지자 몸이 마비돼 힘을 쓰지 못했다.
여우불도 소연과 은비가 스킬을 난사하자 완벽히 요격하지 못하며, 5분간 힘겹게 버티던 암놈도 결국 숨이 끊어졌다.
“너 아니었으면 다칠 수도 있어요. 고마워!”
“내가 하는 일이 치료와 상대 스킬을 알아내는 거야. 간신히 내 몫 했는데, 고맙긴 뭐가 고마워.”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피~”
아리가 합류하며 팀이 더욱 탄탄해졌다. 이제 근접 공격수 한 명만 더 있으면 팀이 완벽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근접 공격수를 구하면 모자란 점을 또 찾게 될 것이다.
이게 인간이 발전한 원동력이었다. 끊임없이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찾는 욕심! 그것이 있었기에 인간은 발전할 수 있었다.
“서인이도 잘했어. 손발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네.”
“동생들이 잘 맞춘 거예요. 배시시~”
“은비도 고생했고, 아영이도 고생했고, 상아도 고생했어. 그리고... 소연이도 고생 많았어.”
“지홍아!”
“응?”
“아까는 내가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품에 안기는 소연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안한 마음을 애써 감췄다. 별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아내들에게 사사건건 미안하다 사과하면 집안 꼴이 우스워진다. 져주는 것과 사과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수사자가 아이들의 짓궂은 재롱을 묵묵히 받아주는 건 가장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고, 잘못된 것에 화를 내는 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의무와 책임을 혼동하지 않고 지켜나갈 때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앗싸!”
“뭔데 그래?”
“여우불! 음하하하하하~”
“우왕! 대~박!”
두 마리 여우에서 나온 레드주얼은 둘 다 여우불이었다. 하나만 나와도 대박이라 생각했는데, 하나도 아닌 무려 두 개를 얻었다.
2cm 크기의 레드주얼 여우불은 붉은색 구슬로 속은 붉은 비가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네덜란드의 골키퍼나, 미국의 팰렁스와 유사한 근접방어체계(Close-In Weapon System)를 갖춘 여우불은 500m 내에 접근한 적과 발사체를 모두 공격했다.
정말 좋은 점은 위험을 스스로 감지해 능동적으로 요격하는 것으로 사람이든, 레드몬이든, 스킬이든, 암기든 살기를 느끼는 순간 여우불이 알아서 공격했다.
문제는 레이저를 연달아 쏘려면 포스가 충분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잠시 고민하다 소연에게 여우볼을 넘겨줬다.
상아와 아리가 소연보다 포스가 많았지만, 상아는 레드몬을 탐지해야 해 다른 곳에 정신 쏟을 여력이 없고, 아리는 내 여자가 아니라서 귀중한 레드주얼을 넘겨줄 수 없었다. 그리고 아까 일로 마음이 쓰여 소연에게 주고 싶었다.
“이걸 왜 날 줘?”
“네가 쓰는 게 가장 적당하니까.”
“그러지 말고 네가 두 개를 다 쓰는 건 어때? 한 개보단 두 개가 나을 거야.”
“언니 말이 맞아. 두 개를 사용하면 두 배로 도움이 되잖아.”
“저도 오빠가 두 개를 다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린 안전한 후방에서 레드몬을 상대하지만, 오빠는 레드몬과 항상 붙어서 싸우잖아요. 붙어서 싸우는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오빠가 사용하는 것이 효율성이 훨씬 높아요.”
“두 개가 있다고 효율성이 두 배라는 공식은 없어.”
“그럼 미쳤다고 전투함이 함포를 주렁주렁 달고 다녀? 다다익선이라고 많을수록 공격력도 높아지고 방어력도 향상되니까 달고 다니는 거잖아. 멋있어 보이라고 달고 다니는 게 아니야.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구라질이야. 죽고 싶어?”
“.......”
여우불 하나를 소연에게 양보하려다 은비에게 욕만 들입다 처먹었다. 소연, 은비, 상아의 말처럼 근접전을 펼치는 내가 여우불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방어와 공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항상 좋은 건 모두 내가 차지해 미안한 마음에 그럴 수 없었다. 사실 말이 좋아 미래 레드몬 회장이지 일을 아내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난 백수건달처럼 놀았다.
나진시의 안전을 책임진단 명목으로 미래 레드몬에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일주일에 절반을 집에서 빈둥거렸다.
“네가 없으면 우리도 없고, 나진시도 없어.”
“흐음...”
“네가 강해져야 우리도 살고, 나진시도 살아.”
“알았어.”
길게 말하지 않아도 소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여우볼 두 개를 양손에 쥐고 포스를 운용해 몸속으로 끌어들였다.
“이건 또 뭐야?”
“왜 그래?”
“여우불이 하나로 합쳐졌어.”
“뭐라고?”
하나로 합쳐진 레드주얼은 크기가 3cm로 커지며 기능이 크게 향상돼 사거리가 1km로 늘어났고, 레이저의 위력과 발사 속도, 연사 속도도 2배 향상됐다.
“이게 여우불이야?”
“응, 합쳐지면서 모양이 변했어.”
“우와~ 너무 귀엽다. 손안에 쏙 들어와”
“사과처럼 빨간 것 좀 봐. 정말 예뻐요.”
능력 향상과 함께 여우불은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슬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붉은 여우로 변했다.
붉은 여우는 평소 내 주위를 맴돌다가 명령에 따라 최대 5km까지 진출해 내 눈을 대신할 수 있었다.
“공격력은 없어?”
“1km를 벗어나면 공격력이 없어. 그때부턴 정찰밖엔 안 돼.”
“5km 정찰이 어디야. 그것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다며.”
“여우를 더 키울 순 없을까요? 그럼 기능이 향상될 거 아니에요.”
“레드주얼을 합친다... 지금까지 그런 현상이 없었는데.”
“같은 기능을 가졌거나, 같은 레드몬 또는 특별한 상태에서 합쳐지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한 번 연구해보자.”
상아의 말처럼 레드주얼을 합쳐 좀 더 강력한 레드주얼을 만들 수 있다면 상급 레드몬을 상대할 무기를 갖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드주얼이 흔하지 않고, 두 개를 합쳐 능력이 대폭 향상돼도 한 개보단 두 개를 사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쓸모없는(?) 레드주얼이 얻는다면 모를까 인위적인 합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