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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16화 (216/505)

00216  사라진 증거  =========================================================================

216.

“문제는 대리모입니다. 이 모기 레드몬도 원형과는 분명 다를 겁니다. 그건 크기 때문에 곤충인 모기 미수정란에 체세포를 이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역시 그들처럼 다른 곤충의 알을 이용해야 복제할 수 있습니다. 그건 복제가 아니라 유전자 조작 생물(GMO)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럴 경우 기존 생물체 속에 다른 생물체 유전자를 끼워 넣음으로써 기존의 생물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질이 부과된 놈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전혀 별개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주 작은 차이로 전혀 다른 레드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 생물을 위험하다고 하는 겁니다.”

“지금은 모기 레드몬을 막아낼 수 있는 연구가 가장 시급합니다. 지리산 테러처럼 모기 레드몬을 사용해 하급 능력자를 중급 능력자로 양산해 특정인이나 특정 국가를 공격한다면 크나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나진시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고작 나진시를 공격하겠다고 귀중한 능력자를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릴 나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이 태산이시니 최대한 빨리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진 마십시오. 아직 레드몬을 퇴치할 무기를 만든 나라는 한 곳도 없습니다. 모기 레드몬을 복제해 실험해도 방법을 찾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현재로썬 문스톤과 벽사목만이 레드몬을 막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먼저 벽사목을 활용해 숙주 능력자를 막을 방법을 찾아보세요. 퇴치제는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최정준 박사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석학이지만, 수만 명이 달려들어도 만들어내지 못한 레드몬 퇴치제를 박사 혼자 개발하라고 한 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였다.

박사가 말한 것처럼 모기 레드몬은 모기와 똑같이 생겼지만, 엄연한 레드몬으로 살충제 따위론 죽일 수 없다.

그렇다고 자외선으로 유인할 수도 없고, 천적인 잠자리 날개 소리나, 수놈 모기 소리로 놈들을 쫓아내거나 유인할 수도 없었다.

전투력이 75라 우습게 보이지만, 레드마우스의 전투력이 180인 걸 생각하면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었다.

레드마우스 한 마리는 기계화 보병 1개 분대에 해당하는 전투력으로 진지를 구축한 상태라면 2~3마리도 상대할 수 있지만, 동등한 상황에서 붙게 되면 살아 돌아갈 병사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방어력이 워낙 낮은 최최하급 수준이라 권총으로도 쏘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 레드몬이라 잡기가 힘들다는 걸 고려하면 레드마우스보다 더욱 까다로운 레드몬이었다.

“박사님 말씀처럼 벽사목을 활용해 봐야겠네요.”

“벽사목은 크게 도움이 안 될 거야. 향기를 느끼는 순간 숙주들이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그만이니까.”

“정말 그렇겠네요. 그럼 어쩌죠?”

“모르겠다. 머리 좀 쥐어짜 봐야지.”

“제가 탐지해낼 수만 있어도 좋았을 텐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상아야! 우린 신이 아니야. 그냥 남들보다 쪼~금 힘센 평범한 사람이야. 그러니 자책하지 마.”

“네, 오빠! 근데 쪼~금 힘세다는 표현은 좀 그러네요.”

“뭐가?”

“조금 힘 센 사람이 5ton을 들어 올리고, 1m가 넘는 강철 덩어리를 장난처럼 뚫는 걸 사람들이 과연 쪼~금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런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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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말이군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도 미국 중앙정보국처럼 중국을 가장 의심스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회장님을 테러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옐친 대통령께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죄송합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께서도 그 일로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을 매일 닦달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나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계십니다.”

“중국을 의심하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아닌가요? 이유도 없이 중국을 지목하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테러범이 한·중·일 동양 삼국과 외모, 체형이 가장 비슷하다는 것과 이동 경로, 동원 가능한 능력자 수를 고려했을 때 가장 근접했다는 것이지 그것이 결정적 증거라곤 말할 수 없습니다.”

“저도 엑설로드 특사님과 생각이 같아요. 단순히 정황증거만 가지고 중국을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건 국제적인 관계를 고려했을 때 상식적이지 않아요.”

“일본도 그만한 힘이 있고, 외모도 비슷한데 왜 그쪽은 말도 꺼내지 않는 거죠?”

“그건...”

“그만큼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잖아요.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 아니겠죠?”

한숙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액설로드 특사와 소트니코바 특사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오빠! 이들은 아는 게 없어요. 본국에서 내려준 지령대로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고 보시면 돼요.]

“가능성을 말한 것이지 중국이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저도 그래요. 가능성을 유추한 것이지 딱히 어느 국가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미국 데이비드 액설로드 특사와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특사의 말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중국이 가장 의심스럽지만, 증거가 없다. 이 때문에 테러범이 누구라고 밝히고 제재를 가할 순 없다.

그러면서 국제관계를 들먹였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볼 순 없다는 뜻이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이건 당연한 논리였다. 이익이 있다면 모를까 이익도 없는 남의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

억울하면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누가 나를 찝쩍거리면 원 펀치 쓰리 강냉이로 이빨을 몽창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건드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헤쳐 나갈 힘이 없다면 평생 머리를 숙이고 살아야 한다. 그곳이 바로 사회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차후 증거를 찾게 되면 연락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액설로드 특사와 소트니코바 특사가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는 것으로 지리산 테러에 대한 사건은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남게 됐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수많은 미해결 사건과 어설프게 결론을 내린 사건들은 범인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서로의 이익에 따라 모른 척, 아닌 척하며 사건을 은폐·조작하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범인이 누구인지 알면서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모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유전무죄는 무전유죄는 국내에서만 있는 법칙이 아니었다. 힘이 없으면 없는 죄도 뒤집어쓰고, 힘이 있으면 죄가 영웅적 행동으로 바뀌기는 곳이 세상이었다.

“죽은 경찰관과 마을 주민 한 사람당 10억 원씩 위로금으로 지급해. 우리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보상하는 게 맞지. 돈이 위로 될진 모르지만, 남은 가족들을 위해선 필요할 거야.”

“많이 고마워할 거야. 정부에선 관심도 없으니까.”

“오빠! 앞으로 더한 일도 많을 텐데, 이번 일로 기죽어선 안 돼요.”

“지홍씨! 힘내세요. 우리가 끝까지 도울게요.”

“걱정하지 마! 바득바득 이를 갈고 있으니까. 난 내 것 건드는 건 죽어도 못 참아. 반드시 열 배로 갚아줄 거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했어. 걸리기만 해봐. 심장을 숟가락으로 파먹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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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9월 20일, 중국 최고 지도자 차오스 국가주석 집무실

어둠이 내려앉은 집무실에 차오스 국가주석과 새롭게 국가안전부 부장에 발탁된 류시앙 부장, 나진시 특사로 임명된 주득해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자리했다.

유강성 국가안전부 부장은 5일 전 자신의 집무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원인은 과로였다.

유강성 부장이 죽자 차오스 주석은 중요한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며 베이징 군구 출신 류시앙을 국가안전부 부장에 전격 발탁했다.

“유강성 부장의 시신은 화장해 팔보산 혁명공묘에 안치했습니다.”

1958년 명·청시대의 강공호국사를 기초로 만들어진 팔보산 혁명공묘는 크기가 70㎢로 국가영도자나 고위 간부를 안장하는 묘지였다.

이곳에 안장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으로 모택동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하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한 이후 중국에선 봉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자기 멋대로 선인들을 끌어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영웅 대접을 받다니 호사가 따로 없군.”

“대외적인 시선을 의식해 잠시 안장한 것입니다. 조만간 국가안전부가 정리되면 비리 사실을 폭로해 죄를 묻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국가를 배신한 놈은 절대 용서할 수 없네. 부관참시로 본보기를 보여야 하네.”

차오스 주석의 서슬 퍼런 눈빛에 류시앙 부장과 주득해 특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오판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을 덮으려는 차오스 주석의 눈은 광기에 휩싸여 파랗다 못해 시퍼런 안광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중국 국가주석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리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정적이 많아 박지홍 테러사건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차오스 주석도 언제 실각할지 몰랐다.

자신의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면 모를까 권력에서 밀려나면 그건 숙청을 의미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숙청은 죽음을 의미했다. 차오스 주석은 숙청을 면하기 위해서 유강성 부장을 살해하고 그 자리에 충실한 사냥개 류시앙을 앉혀 이번 사건을 영원히 은폐하려 했다.

“호송차량을 처리한 선인들은 어떻게 됐나?”

“어제 인도네시아 부루섬에서 모두 처리했습니다. 이제 유강성 부장이 저지른 박지홍 테러 사건의 증거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군. 중화인민공화국을 위해 큰일을 할 인재들이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습니다. 그들도 주석님과 중국 인민의 고충을 이해할 겁니다.”

“유강성의 만행으로 무려 38명의 선인을 잃었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없어야 할 것이네. 알겠나?”

“네!”

류시앙 부장은 갑작스럽게 국가안전부를 맡게 돼 박지홍 테러 사건과 유강성 부장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유강성 부장 독단으로 선인 38명을 동원해 박지홍 회장을 공격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박지홍 회장 저격에 동원된 38명이 화이 공대 소속은 아니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38명을 주석 동의 없이 빼내 작전에 투입할 순 없었다.

그러나 차오스 주석의 은혜로 중책을 맡은 류시앙 부장은 유강성 부장의 죽음 따윈 관심도 없었다.

출세를 위해선 조상 무덤도 팔 수 있는 류시앙은 자신의 든든한 동아줄이 되어줄 차오스 주석을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유강성을 따르던 국가안전부 직원들을 모조리 숙청하는 것은 물론 차오스 주석이 원하면 중국 공산당도 모두 때려잡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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