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4 사라진 증거 =========================================================================
214.
“오빠!”
“응.”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들 오늘 밤도 이곳에서 잘 것 같은데, 숙소와 식사는 우리가 해결해줘야겠어요. 우리 걱정에 집에도 돌아가지 않고 저러고 있는데, 따뜻한 밥은 챙겨줘야죠.”
“몇 명이나 되는데?”
“12만 명은 될 것 같아요.”
“회원이 20만 명인데 12만 명이나 모였어?”
“정회원 아닌 사람들까지 합하면 15만 명도 넘을 거예요.”
“많이도 왔네.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먹이고 재우려고?”
“마을 주민들에게 돈을 줄고 밥을 해달라고 하고 모자란 건 인근 지역 도시락 업체를 총동원해 해결해야죠. 그리고 근처 식품회사에 연락해 먹을 걸 최대한끌어 모으면 얼추 될 것도 같아요.”
“잠은?”
“최대한 민박을 활용하고, 안 되면 텐트를 나눠줘야죠.”
“그럼 텐트를 3~4인용으로 사서 나눠줘. 술과 안주도 넉넉하게 준비하고, 집에 갈 차비도 줘야지. 일이 이상하게 됐지만, 고마운 마음은 확실하게 표현하는 게 맞으니까.”
“고마워요 오빠! 쪽~”
볼에 입을 맞춘 상아가 아영의 손을 잡고 헬기 밖으로 뛰어나가 고광재 회장과 방법을 논의했다.
말이 좋아 15만 명이지 이들을 먹고, 재우고, 집에 보내려면 못해도 1인당 10만 원은 잡아야 했다.
10만 원이면 무려 150억 원으로 과하게 잡긴 했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밖에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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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씨! 잠시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일인데 그래?”
“그게... 호송차량이 행방불명 됐어요.”
“뭐?”
지난밤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 기감력을 수련하며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밤엔 아내들과 찐하게 사랑을 나누고 아침엔 발기한 놈을 달래주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생활방식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종일 성욕에 시달려 아내들을 괴롭히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오늘은 위험이 아직 사라진 게 아니라서 솟구치는 욕망을 자제해야 했다.
내가 가장 위험할 때가 바로 사랑을 나눌 때로 쾌락에 도취한 상태에선 기감조차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적이 코앞에 다가오기 전까진 알아채지도 못했다.
“2시간 전 서울을 향해 출발한 호송차량이 연락 두절 상태예요. 30분마다 연락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출발하고 아직 한 번도 연락이 안 왔어요.”
“한대만 갔어?”
“아니요. 호송차량 한 대, 경찰차 두 대, 경찰특공대 차량 두 대 이렇게 다섯 대가 같이 갔어요.”
“능력자는?”
“경찰특공대 소속 최하급 능력자 세 명과 포스 협회에서 지원받은 하급 능력자 다섯 명도 함께 갔어요.”
“족쇄 풀어준 거 아니지?”
“그럼요.”
“놈들이 그사이에 회복해서 달아났을 일은 없고. 그럼 우리가 모르는 테러범이 또 있다는 말인데...”
아침 7시 마천중학교를 떠나 호송차량은 국토를 타고 함양까지 이동해 대전을 거쳐 서울로 갈 예정이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리고만 있었어?”
“일 처리가 워낙 엉성한 사람들이라 한 시간은 사정이 있겠거니 그러고 있다가 1시간 30분이 지난 다름에야 경찰특공대와 인근 경찰서 병력을 동원했어요.”
“동네 양아치 호송하는 거야?”
“그렇게 말이에요.”
“사체 수거팀은 출발했어?”
“9시 30분에 출발한대요.”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칼 출근하네. 대단들 하십니다. 하하하~”
사체 수거팀이 출발하고 1시간 후 더욱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됐다. 누군가 사체를 거둬갔는지 임시로 묻어둔 땅이 온통 파헤쳐진 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추 하나, 머리카락 하나 남지 않은 현장에서 사체 수거팀이 건진 건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5시간 뒤엔 실종된 호송차량이 발견됐다. 호송차량은 마천중학교에서 30km 떨어진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 근처 숲 속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호송차량 다섯 대엔 핏자국만 가득했고, 사람은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호송 인원 57명과 테러범 3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증거도, 증인도 모두 사라진 마당에 지리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승구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깊은 유감을 전달하고,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곧바로 나진시로 돌아왔다.
“너무 안일했어. 놈들을 서울까지 데려다 줬어야 하는 건데.”
“이병두 경찰청장이 도움을 거절했잖아.”
“우겨서라도 놈들을 데려다줬으면 사람들이 죽진 않았을 텐데. 다들 가장일 텐데 가족들 근심이 크겠다.”
“놈들이 살아남은 테러범 세 명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서울 경찰청도 안전하지 않아. 중급 능력자 1명만 가도 쑥대밭이 될 거야. 그럼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겠지.”
“휴유~ 이제 놈들의 배후를 캐내려면 미국과 러시아를 족치는 것밖에 없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그쪽도 확신한 건 아니야.”
“이제 사냥할 때 뒤통수 조심해야겠네. 불안 불안하다.”
“사냥 일정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겠지만, 국내라면 모를까 해외 원정은 쉽지 않아. 의뢰국가 일정도 고려해야 하니까.”
“사냥도 문제지만, 집에 쳐들어올까 그게 더 걱정이다.”
“기생 레드몬이 알려지면 악의 축으로 몰려 대놓고 그러진 못할 거야. 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순 없어.”
소연도 최악의 경우 나진시가 공격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놈들도 궁지에 몰리면 원한을 우리에게 풀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기생 레드몬을 세상에 공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놈들이 알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탐욕에 젖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기생 레드몬을 보고 가만있진 않았다.
핵무기처럼 너도나도 가지려 발악할 테고 그럼 기생 레드몬이 무기화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뜻인데... 상아야!”
“네, 오빠!”
“기생 레드몬 탐지 안 됐지?”
“네...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레드몬 탐지는 제 담당이잖아요. 그걸 못했으니 당연히 죄송하죠.”
“할 수 있는데 안 하면 문제가 되지만, 할 수 없는 것을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 네가 미안하면 상급 레드몬을 잡지 못하는 난 쥐구멍에라도 숨어야 해. 안 그래?”
“그래도 마음은 무거워요. 히유~”
전투력이 낮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 몸속에 들어 있는 탓인지 상아는 기생 레드몬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현재 기생 레드몬을 찾아낼 방법은 기감을 사용해 몸을 샅샅이 훑거나, 살기를 품고 접근하는 놈들을 찾아내는 방법뿐이었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포스 소모도 심할뿐더러 한 번에 감지할 수 있는 숫자도 많지 않아 사람이 많은 곳에선 크게 도움이 안 됐다.
또한, 상아와 아영은 아직 기감력이 낮아 몸속까지 훑을 능력이 안 돼 기생 레드몬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은행나무 묘목을 찾아낸 풍산개들이었다. 전투력 수치가 낮은 은행나무 묘목을 찾아낼 만큼 예민한 녀석을 이용하면 기생 레드몬을 품은 능력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냄새와 느낌을 사용해 사물을 찾아내는 방식이라 주변 환경에 따라 들쑥날쑥해 100% 신뢰할 순 없었다.
숫자가 많다면 그래도 도움이 되겠지만, 다섯 마리론 저택 경비가 고작이라 나진시를 지키기엔 어림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아영이 2단계 정화수를 풀어놓은 욕조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연리지주얼이 있는 한 아주 심하게 무리하지 않으면 며칠 밤새우는 일은 피곤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영이 정성을 쏟아 준비한 욕조에 몸을 담그면 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어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욕조에 몸을 맡기자 상아가 작고 예쁜 입으로 욕망이 가득 담긴 성기를 입에 물고 혀와 입술로 열심히 빨아댔다.
복잡한 기분을 풀어주려는 행동으로 까칠까칠한 혀와 부드러운 입술이 귀두를 빨아대자 짜릿한 쾌감이 발끝까지 퍼져나갔다.
“지홍씨! 액설로드 특사 전화예요.”
“지금 받아야 하는 거야?”
“네. 중요한 일이라고 지홍씨가 받길 원해요.”
“받아봐야 알아듣지도 못하잖아.”
“제가 바로 통역해 드릴게요.”
“알았어.”
한숙이 스피커 폰을 연결하자 앨설로드 특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가 연결되자 장난기가 발동한 상아가 양손과 입술을 사용해 성기를 거칠게 애무했다.
“윽~”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해준 덕분에 무탈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클린턴 대통령께선 배후를 숨기기 위해 57명의 경찰을 살해하고, 회장님을 유인하기 위해 89명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이번 테러를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박지홍 회장님을 도와 테러범의 배후를 찾아내는데 협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클린턴 대통령께 대신 고마움을 전해주십시오.]
[미국 국민도 이번 테러에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강력한 레드몬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주실 회장님과 사모님들을 공격한 행위는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급한 일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국가안보국과 중앙정보국에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테러범들의 얼굴과 입국 날짜를 알아냈습니다. 지금 즉시 강승원 국장에게 넘겨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은 박지홍 회장님의 영원한 친구라는 것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윽~”
전화를 끊는 순간 배설의 쾌감이 몸을 부르르 떨리며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예쁜 상아의 입안에 뽑아내자 허탈함이 몰려왔다.
“저도 이제 잘하죠?”
“응, 최고야!”
“헤헤헤~”
입맛을 다시는 상아의 볼을 잡아준 후 강승원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는 왜 연락이 없어?”
“미국이 자료를 넘긴 걸 알면 바로 연락 오겠죠.”
“무기를 그렇게 많이 사줬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해. 소트니코바 특사에게 전화 넣어. 당장 원하는 자료 구해오지 않으면 국물도 없을 줄 알라 그래.”
“네.”
미국이 보내온 자료는 23명 중 18명의 얼굴이 찍힌 사진과 국적, 입국정보 등이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배편을 이용해 8월 25일, 26일, 28일 세 무리로 나눠 부산항으로 입국한 테러범들의 국적은 모두 일본이었다.
하지만 위조 여권으로 놈들이 후쿠오카에 도착한 8월 22일에는 태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놈들이 태국 출신이라 뜻은 아니었다. 태국 여권 역시 가짜로 태국에서 출국 기록은 있지만, 입국 기록은 없었다.
밀입국으로 태국으로 들어간 다음 일본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이었다. 이후 덕천리 주민들을 학살해 우리를 지리산으로 유인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