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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212화 (212/505)

00212  습격(襲擊)  =========================================================================

212.

소연의 말에 아영을 불러 기절한 놈들에게 2단계 정화 스킬을 사용하도록 했다. 아영의 손을 떠난 초록빛이 기절한 놈들의 몸에 스며들자 죽어가던 세포들이 힘을 찾고 급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30분간 정화 스킬을 퍼붓자 체력 수치가 적게는 10, 많게는 15까지 올랐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더 많은 실험이 필요했지만, 아영의 정화수가 기생 레드몬에서 비롯된 부작용을 치료하는 건 확실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좋아할 수도 없고 싫어할 수도 없네. 후유~”

“정화수 판매는 당분간 보류해야 할 것 같아.”

“또?”

“이 상태로 정화수가 풀리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어. 기생 레드몬은 시작에 불과해. 최악의 경우 영화에서 본 괴물이 나올 수도 있어.”

“하아~ 우리가 정화수의 효능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지?”

“응,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아. 사람만이 아닌 레드몬과 식물에도 폭넓게 실험해봐야 해. 그런 다음 판매할지 결정하는 게 맞을 것 같아. 조급하게 서두르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어.”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며, 인간을 위협하는 레드몬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 믿었던 정화수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수도 있었다.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연구해 고체 폭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도 다이너마이트가 문명건설에 이바지하는 것에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전쟁에 이용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자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렇게 노벨은 강력한 폭탄을 발명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인물이자, 인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로 극과 극의 평을 듣게 됐다.

우리 역시 노벨같이 한 손엔 세상을 구할 약을, 다는 한 손엔 세상을 파멸로 몰아갈 생명수를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을 변화시킬 정화수 역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처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생체병기를 만드는데 일조해 인류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고 갈 수도 있었다.

세상을 이롭게 할 물건도 쓰는 사람에 따라 해로움을 가져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중을 기해 나쁜 일에 쓰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서인에게 가시덩굴주얼을 넘겨받아 쓰러진 세 놈을 끌고 커다란 나무 밑으로 이동했다.

가시덩굴을 불러내 둥그렇게 집을 만들어 비를 막은 다음 놈들을 심문했다. 살기투사를 사용해 배후를 캐내는 일은 아주 잔인한 짓으로 아내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상아만 데리고 들어갔다.

돌봐주겠다고 데려와 놓고 안 좋은 것만 보여줘 항상 미안했다. 그런데도 상아는 내가 좋아 죽겠는지 무조건 내 편이었다.

맹목적으로 누굴 좋아하는 건 종교의 힘을 빌려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상아의 모습에 한편으론 고맙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살기투사를 사용해 첩자들을 세뇌한 일이 여러 번 있어 배후를 캐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입에 거품을 물며 뭐라 떠들어 대는데, 외국어라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상아도 처음 들어보는 말로 중국어 같기도 하고, 동남아시아 말 같기도 하고, 어느 나라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중국어 같아?”

“모르겠어요. 외모와 말투로 봐선 그런 것 같지만, 어디 말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상아가 텔레파시를 사용해 생각을 전달한 만큼 놈들이 심문 내용을 알아듣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살기투사에 당해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 없는 말로 우릴 속일 수도 없었다.

놈들의 지껄여대는 말이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순 없지만, 진실의 눈을 통해 놈들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비 그치면 레드독 사냥하고 바로 헬기 불러 나진시로 끌고 가 심문하자.”

“언론에 공개하는 게 낫지 않겠어?”

“왜?”

“우리가 배후를 밝힌다고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보장이 없어. 그쪽도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면 그만이고. 그럴 바엔 언론에 공개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게 나을 것 같아.”

“흐음... 배후도 배후지만 몸속에 있는 기생 레드몬이 더 문제야.”

“기생 레드몬을 우리가 공개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야. 어쩌면 그걸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더욱 발광할 수도 있고, 비밀을 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암습자를 보낼 수도 있어.”

“우리가 기생 레드몬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놈들은 정부에 넘겨 공개적으로 수사하자?”

“응!”

놈들을 나진시로 끌고 가 배후를 알아낸 후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 상대방이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우길 공산이 컸다.

그럴 경우 자백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됐고, 부패한 사체와 토막 난 시체밖에 들이밀게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우리가 모함하기 위해 꾸몄다고 우기면 진실공방으로 시간만 낭비할 게 뻔했다.

그리고 배후가 정말 중국이나 일본이라면 우리 혼자서 상대하기엔 너무 버거운 상대였다.

엘리트 레드몬 사냥과 정화수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잠시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만, 상대는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4강으로 꼽히는 나라였다.

아무리 일개 개인의 능력이 출중해도 수억, 수십억의 인구를 보유한 나라와 무게를 같이 할 순 없었다.

“만약 미국이나 러시아 그들보다 더한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빌더버그 클럽, CFR(미 외교협회) 등 국가를 뛰어넘는 세력이 개입했다면 어쩔 거야?”

“상상의 규모가 너무 커지는 거 아니야?”

“이런 일은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해. 그래야 피해를 줄일 수 있어.”

“흐음...”

“우리가 직접 처리하려고 하면 안 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놈들을 압박하는 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야. 아직은 우리 혼자 처리할 만한 힘이 없어. 화가 나도 지금은 참을 때야.”

온통 세상을 물바다로 만들 것처럼 쏟아 붓던 비가 그치자 따가운 햇볕이 쨍쨍 내리쬈다.

임시로 매장한 시체들을 다시 파내 가슴을 가르고 6개의 기생 레드몬을 추가로 확보했다.

살아남은 3놈을 데려가면 죽은 기생 레드몬은 회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놈들을 정부에 넘기기로 한 이상 죽은 기생 레드몬이라도 최대한 챙겨가야 놈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생 레드몬을 꺼내고 독이든 이빨을 깨뜨려 시신을 모두 훼손했다. 경찰이 놈들의 시체를 회수하면 우리가 기생 레드몬을 가져간 게 들통 나게 돼 죽은 놈들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살기투사에 해롱거리는 놈들을 그대로 넘길 수 없어 정화 스킬로 계속 치료하게 상아와 김아리, 조은영, 풍산개들을 남겨두고 소연과 은비만 데리고 레드독을 잡으러 갔다.

“덕전리 사고, 놈들 소행 아닐까?”

“우리를 불러들이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사고 나기만 기다리고 있기엔 커다란 제약이 있으니까.”

“그게 뭔데?”

“시간! 기생 레드몬이 능력치를 크게 올려주는 만큼 놈들의 생명력도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 그런 상황에서 엘리트 레드몬이 난동을 부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순 없었을 거야. 레드몬이 사고 치기 전에 우리가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암습하기 직전에 사용했을 수도 있잖아.”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됐다고 생각해봐.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서 있기도 힘들 거야. 큰 힘을 얻으면 그걸 쓸 수 있게 조련할 시간이 필요해. 놈들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을 거야.”

“오빠 말대로라면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무고한 마을 주민 89명을 죽였다는 거잖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 아직 확인된 건 아니야. 죽은 사람들의 사인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어.”

“그게 사실이면 정말 나쁜 놈들이다. 우리를 죽이겠다고 무고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학살하다니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안타까운 일이지.”

“설마 우리나라에서 한 일은 아니겠지?”

“그러지 않길 바라야지.”

은비의 마지막이 비수처럼 날아들어 가슴에 꽂혔다. 자신을 국가라 생각하는 위정자들이 국민을 희생해 이익을 취한 일은 너무도 흔했다.

그 대표적 사건 중에 하나가 제1차 세계 대전 중 대서양에서 독일 해군 잠수함 U-20에 침몰한 민간 여객선 루시타니아호(RMS Lusitania) 침몰 사건으로 1,198명의 승객과 선원이 배와 함께 침몰해 사망했고, 이 중 123명은 미국인이었다.

이 사건으로 중립노선을 걷던 미국은 참전여론이 높아졌고, 치머만 전보사건과 함께 미국 내 반독정서가 높아져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처음부터 미국이 전쟁에 참전해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국민을 학살한 사건이었다.

당시 전쟁 규칙은 상대 선박을 격침하기 전 승무원들에게 피할 기회를 주었고, 잠수함은 수면 위로 올라와 공격 의사를 밝히게 되어있었다.

그것을 처칠이 주변국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책략으로 전쟁 규칙을 위반해 독일 잠수함과 선박을 마구 공격해 독일 U보트의 공격을 고의적으로 불렀다.

1915년 5월 7일 루시타니아호가 독일 U보트의 어뢰로 공격을 받았을 때, 이 배는 민간 여객선이 아니라 솜화약 폭약 600ton, 탄약 600만 발, 유산탄 1,248개 등 군수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더구나 루시타니아호 선장은 독일 U보트가 출몰하는 지역을 알고도 속도를 낮춰 진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한, 생존자 증언 및 이후 조사를 통해 루시타니아호가 가라앉은 건 독일의 어뢰가 아니라 2차 폭발에 의한 것도 드러났다.

배가 침몰한 건 내부에서 일어난 2차 폭발이 원인으로 폭발물과 탄약이 화재로 터졌거나, 누군가 고의로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그 이익은 듀폰이나 US 스틸, 록펠러, JP모건 등 기업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런 이익은 미국 정치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그들도 역시 기업과 함께 큰 이익을 나눠 가졌다.

이렇듯 돈에 환장한 기업과 국가 존립의 이유마저 망각한 위정자들이 국민을 도구로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일은 너무도 흔했다.

마음이 급해 C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한 누렁이 세 마리와 중급 세 마리 잡았다.

나머지 놈들은 겁을 줘 쫓아버리고 헬기를 불러 사체를 실은 다음 일행이 있는 아영 일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반쯤 차린 놈들을 태우고 마천중학교로 돌아왔다.

“어디 말인지 알겠어?”

“중국 소수민족 언어 같아요.”

“어디?”

“워낙 종류가 많아 그것까진 저도 몰라요. 중국어도 방언이 많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 중국 표준어인 베이징어가 아니면 저도 대화가 안 돼요.”

중국의 53개 소수민족은 일반적으로 5개 어족으로 구분됐다. 중국티베트어족, 알타이어족, 남아시아어족, 남반도어족, 인도유럽어족으로 이 안에서도 각자 언어가 틀렸고, 한숙 말처럼 한족이 쓰는 언어마저 종류가 다양하고 방언이 심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아주 흔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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