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210화 (210/505)

00210  습격(襲擊)  =========================================================================

210.

비를 쫄딱 맞으며 죽은 나무를 끌고 왔다. 번개주얼을 사용해 물기를 없앤 후 모닥불을 피우자 공기가 훈훈해지며 한기가 가셨다.

비가 계속 내리면 기온이 떨어져 몸에 한기가 들 수 있었다. 이정도로 감기에 걸릴 만큼 아내들이 약하진 앓았지만, 몸이 굳어지면 전투에 지장을 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능력자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으로 드물긴 하지만 능력자도 병에 걸려 심하게 앓거나 죽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일반인보다 신체가 월등하다는 뜻이지 능력자는 아프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신이 아니었다.

“오빠! 캠핑 온 것 같지 않아요?”

“좋아?”

“네.”

“맛있는 고기도 구워 줄까?”

“네에~”

눈웃음을 살살 흘리는 아영의 촉촉한 입술에 진하게 입을 맞추어 준 다음 비를 쫄딱 맞고 있는 수놈 레드워터디어(고라니) 한 마리를 잡아왔다.

내장을 발라내고 가죽을 벗겨 쏟아지는 빗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나무 꼬챙이에 끼워 소금과 후추를 뿌린 후 불에 구웠다.

기름이 떨어지며 고기가 노릇노릇 구워지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다 구워진 고기를 꼬챙이 채로 건네주자 입에 맞는지 다들 맛있게 먹었다.

“먹을 만해?”

“정말 맛있어요.”

“집에서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

“분위기 때문인지 훨씬 고소하고 맛나요.”

“천천히 먹어. 체하지 않게.”

“네, 오빠!”

아영의 입에 묻은 기름을 손으로 닦아주며 잘 익은 고기를 건네주자 예쁜 갈색 눈을 반달로 만들며 고기를 뜯었다.

부모는 자식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했다. 아직 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난 아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렀다.

“꼬르륵꼬르륵~”

“오빠도 어서 드세요.”

“난 너희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나는데 배가 불러요?”

“헉...”

역시 마음과 몸은 달랐다. 마음에선 배가 한없어 불렀지만, 몸은 배고픔을 참지 못했다.

상아가 건네준 고기를 씹으며 아리를 바라봤다. 소연, 서인, 은비, 조은영과 어울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팀에 가입한지 하루 만에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누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걱정을 하는지도 서로 알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덕분에 주위를 겉돌던 조은영도 예전처럼 활달한 성격으로 돌아와 팀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

“신기전은 누가 지은 이름이야?”

“조진호 박사님이요.”

“재밌는 분이네.”

“은하 언니만큼 무기에 관심이 많으세요. 레이더와 무기를 개발하는 분이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현대 무기보다 고전 무기에 관심이 더 많다는 게 좀 특이해요.”

신기전(神機箭)은 1448년(세종 30년) 만들어진 로켓추진 화살로 신기전을 발사하는 화차 신기전기(神機箭機)는 현대로 치면 다연장로켓 발사 장치였다.

신기전은 고려 시대 최무선이 발명한 로켓병기 주화(走火)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592년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 함께 비장의 무기로 활용됐다.

하지만 신기전은 화약 사용량이 많고, 명중률이 떨어져 실효성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신기전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으로 나뉜다.

평균 150m 날아가는 소신기전은 신기전기에 100발을 장전해 불을 붙이면 15발씩 동시에 발사됐고, 화살촉에는 독약을 묻혀 치명상을 입혔다.

중신기전은 쇳가루가 들어 있는 작은 폭탄을 달아 발사하는 화살로 250m를 날아가 폭발하는 화살이었고, 대신기전은 발화통이란 대형 폭탄을 달아 점화선에 의해 자동으로 폭발하는 방식으로 사정거리는 400~500m나 됐다.

산화신기전은 로켓의 일종인 지화통(地火筒)을 소형 폭탄인 소발화통과 묶어 발사하는 형태로 500~600m를 날아가다 지화통이 점화되면 지화통은 소발화통(폭탄)과 함께 적진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산화신기전으로 화약만 충분했다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무기로 당시 조선의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주는 무기였다.

하지만 일제의 식민지 교육을 받은 매국노들은 미개한 조선이 활을 숭배한 나머지 화살에 화약을 달아 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무기를 조롱하고, 비하해 한민족의 자긍심을 훼손했다.

“모두 조용!”

“......”

재빨리 불을 크고 손짓으로 짐을 챙기게 했다. 그리곤 풍산개 등에 올라타라는 신호를 보내고 빗속을 뚫고 빠르게 달려 1km를 이동했다.

비를 피하기 적당한 바위 아래에 아내들을 앉힌 후 기감을 투사해 낯선 인영들이 쫓아오는지 확인했다.

“무슨 일이야.”

“꼬리가 붙었어.”

“기자들?”

“기자는 아닌 것 같아. 23명 모두 능력자들이야. 그것도 중급.”

“중급?”

“가서 확인하고 올 테니까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알았어.”

“상아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네, 오빠!”

소연과 상아에게 명령을 내리고 이번에 상급 은행나무로 새로 만든 암기 20개와 창 한 개, 글라디우스만 챙겨 들고 빗속을 달렸다.

검은 전투복을 입은 인영 20명이 우리가 머물렀던 바위 밑을 향해 천천히 다가서고 있었고, 그 뒤엔 500m 거리를 두고 세 명이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다른 곳을 둘러보지도 않고 우리가 머물던 곳을 정확히 찾아가는 것으로 보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특수 능력자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감을 통해 확인한 23명 중 중급 멘탈리스트가 3명으로 그중 우리 위치를 알아낸 능력자가 있는 것 같았다.

“선자불래 래자불선(善者不來 來者不善),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자는 오지 않는 법이고, 온 자는 결코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어.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히 찾아오고, 다시 우리가 떠난 곳을 추적해왔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적이야. 우리를 죽이거나 사로잡으려는.”

“누가 보냈을까?”

“중국? 일본? 현재는 이 두 나라가 가장 근접했어. 둘 다 중급 능력자 23명을 보낼 힘 있는 나라고.”

“우릴 죽일 만큼 원한이 컸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원한만 가지고 상대를 죽이고 음해하는 건 아니야. 상대를 죽이고 원하는 것을 빼앗거나, 미래에 일어날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싹을 잘라내는 것일 수도 있어.”

“정화수? 아영이?”

“응!”

놈들이 아영이를 원한다면 암살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화수의 가치를 생각하면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다.

“정화수를 염두에 두면 중국과 일본만 용의선상에 올려놓을 수도 없겠네?”

“가장 높다는 것이지 아영이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적이 될 수 있어. 그만큼 정화수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니까.”

정화수는 레드몬을 떠나 건강 목적만 생각해도 그 가치가 한반도 전체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았다.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영약은 아니지만, 수명을 늘려주고, 젊음을 유지시켜 무병장수의 길을 열어주는 정화수는 판매전부터 선주문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아직 다음 달 1일부터 판매한다는 계획만 있었지 어떤 식으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판매할지는 결정된 게 없어 주문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계적 제약회사인 화이자, 노바티스, GSK,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엑손 모빌, JP모건체이서, 제너럴일렉트릭, 로열더치셸, ICBC 은행 같은 제약과 전혀 상관없는 다국적 기업들까지 정화수 판매권을 달라며 나진시를 찾아와 한숙을 괴롭혔다.

“오빠! 놈들의 배후를 캐야 내일부터 불안에 떨지 않고 편안하게 잘 수 있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놈들을 잡아 배후를 캐야지.”

“그렇지.”

“놈들을 생포하려면 혼자선 무리야. 함정을 파고 우리와 함께 잡는 건 어때?”

“은비 말이 맞아. 혼자서 상대하기엔 숫자가 너무 많아.”

“우리 위치를 알아낸 놈이 있어. 매복하다 들키면 잡기가 더욱 힘들어져.”

“그럼 그때 움직이면 되잖아.”

“그럼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없어.”

“오빠 혼자서 중급 능력자 백 명이 몰려와도 물리칠 수 있겠지. 하지만 흩어져 도망가면 두세 명도 잡기 힘들어. 기습하나 매복하나 다를 게 없어.”

“저 역시 소연 언니, 은비 언니와 같은 생각이에요. 오빠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한 손으로 열 손을 막긴 어려운 일이에요. 스물세 명 중에 특이한 스킬을 쓰는 능력자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빠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 걱정만 하실 순 없잖아요. 이제 사냥할 때처럼 믿고 맡겨주세요. 그래야 우리도 오빠처럼 강해지죠.”

정곡을 찌른 상아의 말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전체를 생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많아야 네다섯 명만 생포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내가 혼자 놈들을 잡으려는 건 아내들이 다칠 것을 걱정해서였다. 공격 형태가 단순한 레드몬을 사냥하는 것과 서로의 전술과 생각을 속속들이 아는 능력자를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또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의 경우 개개인이 가진 역량보다 몇 배나 높은 역량을 발휘해 상대하기가 더욱 까다로웠다.

“알았어. 대신 명령에 잘 따라야 해.”

“네!”

매복을 결정한 순간 20명 중 척후조로 보이는 5명이 모닥불을 지폈던 바위틈에 도착했다.

그 중 멘탈리스트 한 놈이 모닥불과 주변 발자국을 잠시 훑어보더니 우리가 빠져나온 길을 정확히 찾아냈다.

행동으로 보아 놈이 추적 스킬을 가진 멘탈리스트가 분명했다. 놈들이 출발한 순간 우리는 기습하기에 적당한 협곡에 자리를 잡았다.

폭이 50m라 좀 넓은 게 흠이지만, 시간이 없고 지나온 길 중에서 자리를 잡아야 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0분쯤 기다리자 척후조 5명이 천천히 협곡에 들어섰다. 100m 뒤에 본대인 15명 그리고 그 뒤로 500m 후방에 감시조로 보이는 3명이 따라왔다.

척후조가 협곡 중간에 도착하자 본대가 협곡에 진입했다. 1초가 1분처럼 길게 느껴지는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척후조가 협곡을 끝에 다다른 순간 협곡 중간을 지나는 본대를 향해 하얀 얼음덩이가 날아갔다.

“쾅~”

빗속을 뚫고 날아간 냉기탄이 가장 후미에 있던 중급 피지컬리스트 2명을 순식간에 얼음덩어리로 만들며 협곡을 따라 쫙 퍼져나가자 당황한 놈들이 앞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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