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9 습격(襲擊) =========================================================================
209.
“다음 주쯤에 집행부와 함께 나진시로 건너오세요.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
“그럼 이번에도 능사주를 맛볼 수 있는 겁니까?”
“까치살무사주, 산삼주, 벌꿀주, 복령주까지 종류별로 한 잔씩 하셔야죠.”
“헉... 날짜만 정하십시오. 헤엄쳐서라도 꼭 가겠습니다. 으하하하하~”
애주가인 고광재 회장과 인사를 마치고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리를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팬클럽 회원들을 위해 태어나 한 번도 하지 않던 특별한 서비스를 보이자 환호성이 일었다.
“캬악~ 오빠! 사랑해요.”
“오빠! 한 번만 만나주세요.”
“오빠! 저도 아내로 삼아주세요. 저도 한 몸매 해요.”
“헉...”
생각지도 못한 뜨거운(?) 깜짝 놀라 재빨리 아내들을 눈치를 살폈다. 여섯 명 모두 미간에 깊은 골이 파인 채 나와 여성 팬클럽 회원들을 번갈아 보며 살기를 풀풀 내풍겼다.
“아주 좋겠어. 사랑한데잖아.”
“우와~ 대부분이 여자예요. 그것도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에요. 오빠 인기 장난 아니네요. 좋으시겠어요.”
“얼굴도 반반하고 몸매도 좋은 여자들이 참 많네요. 옷 입은 거 보세요. 벗은 거야? 입은 거야?”
“저 여자 탤런트 아닌가? 정말 예쁘네.”
“미래 사랑이 아니라 지홍 사랑으로 팬클럽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온통 지홍이 팬이네요. 부럽다.”
“.......”
「안 하던 짓 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 그러던데... 젠장! 내가 무슨 연예인이라고 혼을 흔들고 지랄이야. 한동안 무진장 시달리겠네. 아이고~」
어젯밤 덕전리를 습격한 레드독 무리는 마을 주민 89명을 모두 죽이고 가축까지 몽땅 잡아먹은 다음 서남쪽으로 13km 떨어진 숲에 숨어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다.
지리산은 예전부터 레드몬의 피해가 많은 지역으로 방어병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산이 험하고 소규모 마을이 많아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방어에 취약한 산간마을 주민들을 도시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주민이 살아갈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탁상공론으로 마을을 떠나 도시로 이주해봐야 살길이 막막한 건 마찬가지였다.
도시에서 빈민으로 살다 굶어 죽느니 위험해도 자기 집과 농토가 있는 산간 마을에서 마음 편하게 살다 죽는 게 났다는 생각에 자식들만 도시로 내보내고 나이 든 어른들은 시골에 남았다.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속에 비포장도로를 따라 삼정리까지 내려간 다음 능선을 타고 레드독이 있는 숲을 향했다.
“놈들이 마을을 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
“응, 그전까진 사냥팀을 피해 구례와 산청, 하동의 지리산 전 지역을 떠돌며 살았어.”
“사냥팀도 피해 다니던 놈들이 갑자기 왜 마을을 습격한 거지? 그동안은 마을 근엔 얼씬도 안 하다가.”
“글쎄?”
“잡아먹힌 주민이 한 명도 없다고 했지?”
“응. 죽이기만 했지 먹은 건 없어.”
“좀 이상하지 않아.”
“레드독의 발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먹다 남은 가축에도 레드독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어.”
“혹시 다른 레드몬의 소행 아닐까?”
“주변을 훑어봤지만, 마을을 습격할 만한 레드몬은 없었어. 발자국도 없었고.”
“흐음...”
범인으로 추정되는 레드독은 풍산개나 저먼 셰퍼드(German shepherd)같은 순종이 아닌 누렁이었다.
거리를 방황하던 유기견들이 동물 방제청의 학살을 피해 숲으로 숨어들며 교배를 거쳐 만들어진 똥개였다.
숲으로 달아난 누렁이가 두각을 나타낸 건 5년 전으로 회색늑대와 같은 무리 생활, 무리 사냥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졌다.
규모가 커지며 레드보어, 레드마틴과 함께 숲의 최종 포식자로 우뚝 선 누렁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레드마우스처럼 사냥팀에 할당량은 줘 숫자를 줄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고양이에서 변이한 레드캣츠도 숫자가 적진 않았지만, 고양잇과 동물의 특성상 각자 생활하거나 많아야 3~4마리가 몰려다녀 큰 위협이 되진 않았다.
더구나 레드마우스의 천적으로 족제비와 함께 대표적인 야서구제 동물로 일부에선 보호해야 한다는 말까지 있어 누렁이처럼 조명을 받진 않았다.
“다른 레드몬 사냥팀도 신선 공대처럼 전차를 사용해 레드독을 사냥해?”
“신선 공대는 수준이 하위라 전차를 사용한 거고, 중위권만 대도 효율이 떨어지는 전차는 사용하지 않아.”
“내가 보기엔 나쁘지 않던데. 생존력이 낮아서 그렇지.”
“레드몬 탐지 레이더가 장착된 신기전이 개발되면 전차도 쓸만하겠지. 하지만 그전까진 전차와 장갑차는 레드몬을 상대론 움직이는 관이라고 보는 게 맞아. 방어력, 공력 모두 낙제점이야.”
“벌써 이름도 정한 거야?”
“조진호 박사님이 신기전 프로젝트로 명명하셨잖아. 그래서 장갑차 이름도 신기전으로 정했어.”
조진호 박사는 최정준 박사의 친구로 한국국방과학연구소에서 레이더와 무기를 연구하던 선임 연구원이었다.
록히드마틴 레이더 연구팀에 근무하던 조진호 박사를 애국심에 기대 끌고 온 정부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렇게 발족한 레드몬 탐지 레이더 연구팀은 이름만 그럴싸할 뿐 속 빈 강정이었다.
엄청난 연봉과 각종 복지 혜택을 모두 버린 채 조국에 헌신한 조진호 박사는 형편없는 시설과 연구인력 부족, 쥐꼬리만 한 연구비 등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레드몬 탐지레이더 개발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연구비 증액과 시설 투자를 요구했지만, 기다리라는 말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연구 성과가 없다고 예산을 삭감하더니 올해부턴 연구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아 이름만 남은 연구팀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처음부터 레이더 개발엔 관심도 없었다. 조진호 박사의 명성을 대통령의 치적(治績) 쌓기에 이용한 것뿐이었다.
조진호 박사를 방송과 초청강연에 동원해 레이더 개발을 지시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것만 선전했다.
또한, 연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박사에게 일임한 후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던 약속도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연구 방향을 자기들 멋대로 바꾸며 개판으로 만들었다.
조진호 박사와 같은 일은 대한민국 과학계엔 아주 흔한 일로 고급 인력을 데려와 정치적으로 이용한 다음 폐품처럼 버렸다.
이 때문에 수많은 과학자가 조국을 등지고 해외로 떠나며 두뇌 유출이 심각한 상태였다.
쓰디쓴 조국의 배반에 폐인인 된 조진호 박사를 최정준 박사가 데려왔을 땐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이 심한 상태였다.
먼저 아영의 2단계 정화수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한 후 최고의 장비와 최고의 인력을 보여주고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지장까지 찍어줘 연구 의욕을 고취했다.
그렇게 시작된 신기전 프로젝트는 상아의 디텍팅 스킬을 활용해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개발하고, 여기에 소형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무기로 사용할 개틀링 기관포를 장착해 신기전 장갑차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방어력은 본스킬 합금을 활용할 계획이라 신기전 장갑차가 개발되면 레드몬 탐지와 추적, 공격, 방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전천후 무기가 개발되는 것이었다.
“상아야!”
“네.”
“레드몬 탐지 레이더 개발 진척은 있어?”
“현재 뇌파 분석 중이에요.”
“뇌파? 그건 왜?”
“조진호 박사님 말론 디텍팅 스킬이 뇌파와 관련이 있데요. 그걸 분석해 레이더를 만들 계획이세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목표가 올해 안에 뇌파를 완벽히 분석하는 거예요. 분석이 끝나면 제 뇌파에서 나오는 전류를 레드몬을 탐지할 전파형태로 바꿔 레이더를 만든다고 하셨어요.”
“시간 좀 걸리겠네?”
“네. 소형 날탄(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줄임말)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사용할 개틀링 기관포도 만들어야 해 내년 안에 힘들 것 같아요.”
개틀링 포(Gatling gun)는 세계 최초의 기관총으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인 1862년 리처드 J 개틀링이 발명했다.
여러 개의 총신을 하나로 묶어 발사한다는 개틀링 포는 현재 보병용 중화기보단 헬리콥터, 전투기, 전투함 등에 장착해 사용했다.
우리가 잘 아는 M61 벌컨(Vulcan)은 6배럴 공랭식의 개틀링 기관총이고, 벌컨포에 첨단 레이더를 장착한 팰렁스 CIWS(근접방어체계)도 개틀링 기관포의 일종이었다.
신기전 시스템에 장착할 6배럴 캐틀링 기관포도 팰렁스 CIWS처럼 레이더와 연동해 레드몬을 자동 탐지, 추적, 공격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었다.
“하늘이 왜 이래? 오늘 비 온다고 했어?”
“기압골이 불안정해 소나기가 자주 온다고 했어요.”
“한바탕 쏟아지겠다. 빨리 내려가자.”
능선을 벗어나 산 중턱에 이르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비를 홀딱 맞은 다음에야 널따란 바위 밑을 찾을 수 있었다.
“후드득후드득~”
시커먼 구름에 밖은 한밤중처럼 어두웠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비가 쏟아지자 으스스한 한기까지 몰려왔다.
“번쩍! 우르릉 꽈꽝~”
“천둥 번개까지 치네. 날씨 한 번 요란하다.”
“한참 쏟아지겠지?”
“서쪽에서 몰려오는 구름이 심상치가 않아. 최소 반나절은 꼼짝없이 갇힐 것 같아.”
“언제 비가 그칠지 기상청에 물어볼게.”
소연이 위성전화기를 꺼내 기상청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천둥 번개와 바위 때문인지 전화가 터지지 않았다.
“녀석들과 거리가 얼마나 남았어?”
“5km쯤요.”
가방에서 재빨리 지도를 꺼낸 상아가 주변 레드몬의 위치를 탐지해 레드독과 우리 거리를 계산했다.
“모두 몇 마리야?”
“C급 엘리트 레드몬이 세 마리, 중급이 세 마리, 하급이 열다섯 마리, 최하급이 열세 마리에요.”
“서른네 마리?”
“네.”
“많기도 하다. 레드울프 무리라고 해도 되겠는데.”
전투력 800대의 하급 레드몬 누렁이는 평균 두동장이 2.0~2.5m, 꼬리 길이는 0.5m, 무게는 150kg 내외였다.
지리산의 터줏대감인 누렁이는 매우 특이한 사례로 수놈 한 마리가 엘리트 레드몬으로 진화하며 하급 암놈을 통해 엘리트 레드몬 두 마리와 중급 세 마리를 얻었다.
레드몬은 같은 등급끼리 짝짓기를 하면 부모와 같은 등급의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부모 중 어느 하나라도 등급이 낮거나 레드몬이 아니면 부모보다 낮은 등급의 새끼를 얻거나 일반 동물이 태어났다.
엘리트 레드몬인 수놈과 동물 암놈이 짝짓기하면 엘리트·중급·하급·최하급·동물이 모두 태어날 수 있고, 엘리트 레드몬인 수놈과 중급 암놈이 짝짓기하면 엘리트·중급 둘 중 하나가 태어났다. 이는 암놈의 등급이 높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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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