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8 습격(襲擊) =========================================================================
208. 습격(襲擊)
“눈으로 보기엔 물과 별반 다르지 않군. 똑같은 용기에 물을 담아 팔아도 깜빡 속아 넘어가겠어.”
“형광등에 비추면 엷은 초록색과 함께 반짝이는 푸른빛이 보입니다.”
“오~ 빛이 아주 아름답군.”
“반짝이는 푸른빛은 낼 수 없어도 초록색은 비슷하게 낼 수 있습니다.”
“가짜를 대량으로 유통하면 아주 볼만하겠군.”
“골탕은 기본이고 신뢰도 추락과 함께 판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겁니다. 흐흐흐~”
차오스 주석의 말에 유강성 국가안전부 부장이 맞장구를 치며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차오스 주석은 어렵게 구한 1단계 정화수 2병과 2단계 정화수 1병을 소문처럼 효과가 사실인지 분석하는데 사용하는 대신 가짜 정화수를 만들어 미래 레드몬의 신뢰를 추락시킬 방법을 찾아내는데 사용했다.
가짜 정화수는 성분을 흉내 낸 복제품이 아니라 똑같은 용기에 공업용 색소를 첨가해 겉모습만 비슷하게 만든 완벽한 가짜였다.
독성이 함유된 공업용 색소를 사용해 마시면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구토와 설사를 유발했다.
차오스 주석은 정화수 판매에 맞춰 가짜 정화수를 대량 유통해 정화수의 신뢰도와 미래 레드몬의 이미지를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는 계획을 갖고 일을 추진 중이었다.
“놈을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 위대한 중국을 욕보인 놈입니다.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놔야 합니다.”
“놈은 상급 선인일세. 마누라들도 중급이고. 쉽게 손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다음 달 정화수가 풀리면 놈이 날개를 달게 됩니다. 국수주의자인 놈이 날개를 달면 동북 3성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위험부담이 너무 커.”
“슝다이린과 아이샹젠, 주위동, 하탁언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저택에 숨겼는지 얼굴조차 볼 수 없습니다. 놈은 자랑스러운 중화인민공화국의 선인 네 명을 첩실로 삼고, 어장검을 가로채고, 그것으로 모자라 계약도 제외해 국제적 망신을 주었습니다.”
“후유~”
“놈은 우리를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더 크기 전에 싹을 잘라내야 합니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정화수를 만들어 내는 놈의 여자들을 죽여 날개를 꺾어야 합니다.”
유강성 부장의 피를 토하는 나라 사랑에 차오스 주석이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박지홍이 보여준 행보는 남의 것을 배척하진 않아 국수주의자라 논할 순 없지만, 항상 대한민국을 중심에 놓고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보아 민족주의자는 분명했다.
그렇다고 직접 중국과 일본을 거론하며 적의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약탈 문화재 반환, 계약국가 선정, 친일파에 대한 거부감, 편향된 의사의식 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동반자나 친구가 되긴 어려웠다.
아직은 거목으로 자라나지 못했지만, 정화수 판매와 원정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자라날 게 확실했다.
싹은 크기 전에 잘라야지 입이 무성해지고 줄기가 굵어지면 자르기도 힘들뿐더러 주위에 벌레들이 잔뜩 꼬여있어 다가가기도 쉽지 않았다.
“성공할 가능성은 있나?”
“놈을 노리면 성공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놈의 아내들을 노리면 성공확률은 100%에 가깝고, 잘하면 흥분한 놈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실패할 경우 상급 능력자를 적으로 돌리게 되네. 미국, 러시아와도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어.”
“실패해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됩니다.”
“어떻게?”
“지난해 윈난 성에서 사냥한 B급 엘리트 레드몬 킹코브라의 독에 다양한 독을 섞어 치명적인 독을 만들었습니다. 독성이 워낙 강해 한 방울만 삼켜도 시체가 순식간에 부패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걸 자살용 이빨로 만들어 사용하면 실패해도 배후가 누군지 찾아낼 수 없습니다.”
“독이 든 이빨을 깨물기 전에 사로잡히거나 죽게 되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건 타격조를 감시할 감시조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빨에 소형 폭탄을 설치해 원격폭파하면 됩니다.”
“차라리 음식에 독을 타는 게 간단하겠군.”
“독의 특성상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해 독성이 사라져 직접 몸에 투여하거나 삼키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흐음... 배후를 지워줄 독약이 있어도 실력 차이가 너무 커 놈에게 타격을 주긴 어려울 것이네.”
“저희에겐 생체병기 모스키토가 있습니다.”
“벌써 선인까지 연구가 진행된 건가?”
“지지난달 광시좡족 반역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좡족 출신 최하급 선인 두 명을 실험체로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능력치가 하급 선인에 도달했습니다.”
< 모스키토 사 용 전 : 힘-33 민첩-35 체력-39 총합-107 멘탈-25 >
< 모스키토 투입 10일 : 힘-65 민첩-70 체력-30 총합-165 멘탈-15 >
< 모스키토 투입 20일 : 힘-85 민첩-85 체력-18 총합-188 멘탈-9 >
< 모스키토 투입 30일 : 힘-86 민첩-87 체력-3 총합-176 멘탈-1 >
“생존일은 30일로 마지막 수치는 사망하기 12시간 전 측정한 능력치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모스키토를 하급 선인에게 투입해 중급 선인, 그것도 상급에 근접한 선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단하군.”
“충성심과 권력욕이 강한 소수 민족 선인 20명을 타격조로 편성하고, 감시조는 위대한 한족 선인 세 명을 투입하면 놈은 어쩌지 못해도 놈의 계집들을 잡아 죽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20명이라... 그정도 희생은 각오해야지. 그런데 걱정되는 게 하나 있네.”
“말씀하십시오.”
“모스키토의 부작용을 알면 놈들이 배신할 수 있지 않은가?”
“모스키토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주석님과 저, 황준지우 박사 그리고 박사를 감시하는 연구원 다섯 명이 전부입니다. 충성심과 그동안의 공을 인정해 상을 내린다고 모스키토를 투입한 다음 보상에 대한 임무를 맡긴다고 하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작전이 실패해 배후가 밝혀지면 중국 인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데...”
“이번 작전은 저만 아는 일입니다. 선인 선발부터 작전 계획까지 제가 혼자 알아서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흐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네.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하네. 오직 나와 자네 그리고 작전에 투입되는 선인들만 내용을 알아야 하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이 일만 확실하게 처리하면 내년 부주석은 자네 차지가 될 걸세.”
“가.가.감사합니다. 목숨을 바쳐 작전을 성공시키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위대한 중화인민공화국의 기상이 자네 손에 달렸네. 하하하~”
「세상에 완벽한 성공이란 없네. 설령 완벽하게 성공해도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살아 있으면 언젠간 사실이 드러나게 돼있어. 완벽한 성공은 영원히 비밀을 묻는 거지. 그래야 완벽한 성공이라 말할 수 있지. 아니 그런가?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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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9월 10일
새벽 3시 나진시를 출발한 헬기가 지리산에 도착한 건 먼동이 떠오르는 아침 6시 경이었다.
초대형 수송헬기 MI-26 헤일로 다섯 대가 3시간을 날아 지리산 인근 마천면 마천중학교 운동장에 내려앉자 군인, 경찰, 기자, 구경 나온 주민,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까지 어림잡아 5만 명도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많이도 왔네.”
“가슴에 삼족오 브로치 다신 분들 모두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님들이에요.”
“너무 큰 거 아니야. 멀리서도 보이네.”
“좀 더 크게 만들자는 걸 겨우 말린 거예요.”
상아가 가리킨 브로치는 배달민족을 상징하는 발이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로 미래사랑 팬클럽 설립과 함께 미래 레드몬을 상징으로 채택했다.
삼족오는 까마귀가 아니라 태양 속에 사는 검은 새, 볏 달린 봉황을 뜻하는 것으로 일각에선 삼족오를 태양신의 화신이라 믿었다.
고조선, 부여, 고구려에서 민족을 상징하는 깃발로 쓰인 삼족오는 고구려의 국조로 치우천왕과 함께 고구려의 상징이었다.
은비의 강력한 추천으로 미래 레드몬의 상징이 된 삼족오는 회사 로고는 물론 비행기, 헬기, 선박, 자동차까지 미래 레드몬과 관련된 모든 곳에 자리 잡았다.
또한, 미래사랑 팬클럽의 자긍심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정회원에 한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뜻으로 고유번호와 회원의 이름을 새겨 넣은 14k 브로치를 선물로 하나씩 안겨줬다.
신분증 겸 감사의 뜻으로 만들어준 삼족오 브로치가 꽤나 그럴싸했는지 팬클럽 발족 한 달 만에 정회원이 20만 명을 넘어갔다.
“지난번처럼 찌라시 기자들 따라붙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렇게 호되게 당했는데 누가 또 따라붙겠어.”
“그거야 알 수 없지. 이를 가는 놈이 한둘이 아니니까.”
“중국과 일본을 걱정하는 거야?”
“너무 조용해. 순한 양처럼 구는 것도 의심스럽고.”
“다음 달 1일부터 정화수 판매가 시작돼 눈치를 보느라 그럴 거야. 이번에도 소외되면 정치적으로도 타격이 심할 테니까.”
우린 정부와 기자가 꼬이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내 엘리트 레드몬 사냥은 선 사냥, 후 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 이를 지키가 쉽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강원도 양구에 나타난 C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도 놈이 인근 마을을 습격하며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그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레드독이 마을을 습격해 인명피해가 발생해 출동하게 됐고, 방송이 떠들어댄 통에 5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하게 됐다.
“오늘 따라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하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참을 수가 없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겨우 C급 세 마리야. 금방 갔다 올게.”
“소연아! 조심해야 해.”
“걱정하지 마세요. 힐러인 아리도 있잖아요.”
“아리야! 지홍씨하고 동생들 잘 부탁해.”
“네, 언니!”
불안에 떠는 한숙을 품에 안고 찐한 키스로 마음을 달래준 다음 헬기를 빠져나왔다.
경호대의 제지선 밖에서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기자들, 빠르게 돌아가는 ENG 카메라, 깃발을 흔들며 우리를 연호하는 미래사랑 팬클럽 회원까지 마천중학교는 사람들의 난동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많이 바쁘실 텐데 뭐하러 지리산까지 오셨습니까?”
“아름다운 우리 미래사랑 미녀님들 보러 왔습니다. 하하하~”
“마음이 콩밭에 가 계셨군요.”
“회춘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죠.”
“하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미래사랑 팬클럽 회장을 맡은 소아과 의사 고광재는 올해 44살 아저씨로 상아의 열렬한 팬이었다.
상아를 얼마만큼 좋아하냐면 집을 온통 상아의 사진이 든 기념품과 대형 브로마이드로 도배해 아내와 딸이 미래 공대를 죽도록 싫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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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