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1 로스차일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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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게 잘못이야? 살기 위해 노력한 게 잘못이냐고?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어?”
아이작 스턴이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자 하워드 슐츠의 입에서 나지막한 독백이 흘러나왔다.
“나도 너희처럼 사랑하며 인생을 즐기고 싶어. 그러나 우리는 주인을 위해 사육된 가축이자 도구야.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든 버려질 도구라고.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었어. 그래서 죽도록 노력했어. 그럼 그들도 나를 사람으로 대접해줄 거로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작은 부속품이자 사냥개에 지나지 않는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사람이 될 순 없겠지. 그들은 어차피 날 사람으로 보지도 않을 테니까.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도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거야. 그렇지? 크크크~”
하워드 슐츠와 아이작 스턴,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운영하는 잠능자 훈련소에 한날한시에 입소한 동기로 애증이 교차하는 친구이자, 18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였다.
하워드 슐츠는 루마니아, 아이작 스턴은 헝가리,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몰도바 출신으로 셋 다 갓난아기 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다.
어느 날 시커먼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훈련소에 입소한 하워드와 아이작, 엘리자베스는 사흘 동안 어두컴컴한 밀실에 갇혀 두려움에 떨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처음 이들은 무섭고 두려운 곳을 함께 이겨나가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사이였다.
잠능자 훈련소는 아이들을 로스차일드 가문의 충견이자 비밀병기로 키우기 위해 세뇌에 가까운 정신교육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단 1초도 쉴 수 없게 몰아붙였다.
유일한 휴식은 잠자는 시간으로 같은 방을 배정받은 하워드와 아이작, 엘리자베스는 언제나 꼭 끌어안고 함께 잤다.
아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몰아넣은 작은 방은 이불 한 장 없는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으로 이들은 서로의 체온을 이불 삼아 3년을 버텨냈다.
3년을 가족같이 살아온 이들의 단단한 우정도 극심한 경쟁에 내몰리며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세뇌 교육이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 방을 배정받고 강력한 병기가 되기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 매일 시험을 치고 등수를 매겨 우열을 가린 후 성적에 따라 달콤한 휴식과 가혹한 형벌이 뒤따랐다.
주먹과 몽둥이는 기본이었고, 끔찍한 벌레와 뱀이 우글거리는 방에 가두거나, 오물통에 넣는 등 어른도 견디기 힘든 체벌과 형벌이 뒤따랐다.
이를 벗어나는 길은 친구를 밟고 올라서는 길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나긴 10년의 훈련소 과정을 거치며 앙금이 쌓일 때로 쌓인 하워드와 아이작, 엘리자베스는 서로를 시기하고 미워하며 때론 동정하고 사랑하는 애증 사이로 발전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1975년 1월 5일 미 국무부가 능력자의 존재를 발표하기 한참 전인 1974년 1월부터 세계를 돌며 잠능자를 쓸어 담았다.
그게 가능했던 건 간이 포스측정기를 개발한 다국적 기업 엠코사가 로스차일드 가문이 설립한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1971년 3월 잠능자의 존재를 확인한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들을 찾아낼 방법을 연구했고, 당시 최고 석학들을 끌어모아 3년 만에 감별기를 개발했다.
워털루 전쟁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여 세계 경영의 실마리를 만들어낸 로스차일드 가문은 정보를 가진 자가 돈과 승리를 거머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 정보력을 키우는 한편 각국 정보부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고위직 공무원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가장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입수했다.
이런 우수한 정보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능력자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에 5,000명이 넘는 잠능자를 쓸어 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아프리카, 동유럽, 멕시코,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를 돌며 1990년까지 15년간 무려 20,000명이 넘는 잠능자를 로스차일드 가문의 충견으로 만들었다.
세계 3대 공대 중 하나이자 가장 많은 능력자를 보유한 솔로몬 공대는 공식적으로 4,678명의 능력자를 보유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비밀리에 활동 중인 능력자를 포함하면 30,000명이 넘었다.
솔로몬 공대에 이름을 올린 4,678명은 유럽과 미국에서 영입한 인재들로 비밀리에 키운 25,000명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숨은 무기였다.
30,000명은 미국 11,979명, 러시아 11,366명, 중국 11,390명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숫자로 전체 능력자의 24%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이외에도 현재 훈련 중인 잠능자를 모두 합하면 로스차일드 가문에 소속된 능력자는 50,000명이 넘었다.
잠능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아프리카와 동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잠능자를 빼돌리는 것도 있지만, 능력자의 존재를 알아낸 시점부터 나이트 인공 배양 연구소를 통해 잠능자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나이트 인공 배양 연구소는 신체 건강한 대리모를 통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미국이나 중국보다 기술이 월등히 앞서 현재 1,000명 중 2~3명의 아이를 잠능자로 얻고 있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일반인을 능력자로 각성시키는 연구부터 인간과 레드몬의 세포를 결합해 생체병기로 만드는 키메라 연구까지 사람들이 들으면 기겁할 만한 연구도 함께 진행했다.
이중 인류의 꿈인 인공 각성 연구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지만, 키메라 연구는 이미 2년 전 시제품 개발에 성공해 레드몬 사냥에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인 괴물 키마이라에서 유래한 키메라(Chimera)는 하나의 생물체 안에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가진 동종의 조직이 함께 존재하는 현상을 말했다.
키메라 연구는 인공 각성 연구가 부진하자 연구 방향을 바꿔 레드몬의 세포와 신체를 인간 몸에 결합시켜 영원한 젊음과 생명 그리고 강인한 육체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강력한 힘을 가진 생체병기를 대량으로 생산해 패권을 공고히 하자는 쪽으로 목적이 바뀌었다.
키메라 연구는 인간과 레드몬의 세포 융합을 통해 새로운 종을 만드는 것으로 윤리적으로 큰 논란이 되는 연구였다.
이는 일본군 731부대에서 행한 인체실험만큼 매우 극악한 짓으로 살아있는 사람 몸에 레드몬의 체세포를 주입하거나, 팔다리를 이식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범죄행위였다.
이 때문에 비밀 연구소를 차려놓고 사형수, 범죄자 등을 상대로 아주 은밀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부하들의 장례식을 치른 하워드 슐츠는 다음날 아이작 스턴과 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데리고 디종(Dijon)에서 동쪽으로 85km 떨어진 브술(Vesoul)로 이동했다.
브술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잠능자 훈련소가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 스위스 등 유럽 각지에 흩어진 10개의 훈련소는 겉에서 보기엔 고급 사립학교와 다름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조차 명문학교라고 믿을 만큼 철저하게 위장한 훈련소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격언을 십분 살려 도시에 근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 숲을 통과하자 넓은 잔디밭과 작은 분수를 낀 ㄷ자 형태의 5층 건물 세 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숙사와 이론 교육장으로 체력 훈련과 실전 훈련은 뒤쪽 체육관과 지하 훈련장을 이용했다.
하워드와 아이작, 엘리자베스도 이곳 브술 출신으로 결원이 생기면 이곳과 비뗄(Vittel), 벨부와(Belvoir)에서 아이들을 뽑아갔다.
“이번에 피해가 제법 크군.”
“B급 엘리트 레드몬 아이벡스를 잡다 그렇게 됐습니다.”
“쌍두독수리 공대를 의식해선 안 돼. 그곳엔 상급 나이트인 쿠삭 형제와 프랑수아 아르디, 루이즈 보르고앙이 있어. 또한, 중급 능력자도 자네들보다 많은 100명에, 목숨을 대신할 키메라도 수백 기가 있어. 너희가 아무리 뛰어나도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의 능력이 달라. 그 차이를 무시하면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훈련소 소장이자 스승인 아모리 바실리의 말에 하워드와 아이작,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모리 바실리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푼 처음이자 마지막 스승으로 힘든 훈련을 헤쳐나갈 수 있게 도와준 은인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들의 싹을 알아보고 미래를 위해 포석을 깔아놓은 것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친절은 아니었다.
지금도 걱정을 듬뿍 담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스승님! 재작년에 키메라에 연구소에 잠시 있으셨죠?”
“경비 책임자로 1년 정도 있었지.”
“그럼 키메라에 관해 아는 게 있겠네요?”
“얻어들은 게 전부라 구체적인 건 별로 없어.”
“저희는 이름만 들었지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참고할 수 있게 조금만 알려주세요.”
“그게 참... 곤란한 일이라서...”
“아잉~ 그러지 말고 조금만 알려주세요. 스승님과 우리가 남인가요?”
“그렇긴 하지만...”
“저 오늘 시간 많은데. 스승님은 시간 없으세요?”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당연히 알려줘야지. 하하하~”
엘리자베스의 노골적인 유혹에 잠시 고민하던 바실리 소장이 키메라에 관해 입을 열었다.
키메라 연구는 극비 프로젝트로 회장인 다비드 로스차일드가 직접 챙기는 아주 중요한 연구였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현재 당대 가주인 다비드 로스차일드의 입지가 굳건했지만, 2인자인 벤저민 로스차일드와 3인자인 필립 로스차일드의 힘도 만만치 않아 권력을 둘러싼 암투가 치열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비드 회장의 강력한 힘 중 하나인 키메라 연구에 대해 함부로 말할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은 지도부는 모두 아는 내용으로 말해준다고 해도 크게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밤을 함께 보내려면 그녀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꿀보다 더욱 달달한 엘리자베스의 육체를 맛볼 수 없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헤니 테슬라 박사가 키메라 연구를 이어받은 게 올해로 5년째야. 10년간 소장이 세 명이나 바뀌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지. 하지만 테슬라 박사가 온 지 2년 만에 성과를 내며 재작년에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어.”
“그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키메라가 최하급 피지컬리스트에 육박하는 전투력을 지닌 것도 알고 있겠군?”
“그럼요.”
“명령에 절대복종하지만, 판단 능력이 없어 스스로 싸울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하죠.”
“수명이 1년 이란 것도? 파나마 두꺼비의 세포를 이용한 것도 알고 있는 거야?”
“그건 누구나 아는 내용이잖아요.”
“최상층부만 아는 내용인데...”
“정말 실망이네요. 스승님은 다비드 회장님과 친해 제가 모르는 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만 일어나야겠네요. 더 들을 것도 없겠어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조금만 알려달라며 바실리 소장을 살살 꼬드기던 엘리자베스가 뻔한 얘기로 몸을 사리자 표정을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꼴깍~”
엘리자베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실리 소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침을 꼴깍 삼켰다.
엉덩이를 간신히 덮는 붉은색 초미니 원피스를 입은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관능 그 자체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늘씬한 팔다리와 육감적인 굴곡이 훤히 드러난 원피스에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아름다운 금발, 바다를 닮은 파란 눈동자는 성애(性愛)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였다.
여신이 강림한 것처럼 눈부신 엘리자베스를 보고 욕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남자가 아니라 고자였다.
“잠시만!”
“왜요?”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야.”
“호호호~ 그러실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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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