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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95화 (19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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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응징(膺懲)

“우와! 가시덩굴이네. 신기하다.”

“보호막을 기대했는데, 가시덩굴이라니... 복불복도 아니고 이게 뭐야.”

이번에 얻은 레드주얼도 까치살무사, 레드타이거에서 얻은 까치주얼과 염화주얼처럼 놈들이 사용한 스킬과 비슷한 면은 있지만, 똑같다고 말한 수 없는 형태의 생뚱맞은 스킬이 나왔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서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학교 앞에서 뽑는 100원짜리 뽑기도 아니고 복불복 시스템이 너무 강한 것 같았다.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한꺼번에 서른 마리는 거뜬히 잡을 수 있고, 에너지도 일부 빨아먹을 수 있잖아. 내가 보기엔 보호막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그런가?”

“그럼. 쓰는 사람에 따라 효과만점이지. 아영이가 이걸 사용한다고 생각해봐. 지금보다 정화수를 몇 배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잖아.”

“아하~ 정말 그러네.”

은행나무에서 얻은 레드주얼 두 개 중 나머지 한 개는 기대했던 보호막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가시덩굴을 만들어냈다.

땅속에 솟아오른 지름 20cm 굵기의 가시덩굴은 매우 질기고 단단해 중급 레드몬도 한 번 걸리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면 생명력인 에너지도 뽑아 쓸 수도 있어 부족한 포스도 바로바로 보충할 수 있었다.

“레드몬에 사용하면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떨어지잖아. 그렇다고 나무에 사용하면 숲이 다 망가지고.”

“에너지를 한 번에 다 뽑으려고 하니까 그렇지. 소량씩 뽑아내면 되잖아. 그리고 꼭 레드몬이나 숲에 사용할 이유도 없고. 바다에 사용하면 훨씬 쉽게 에너지를 모을 수 있지 않겠어?”

“바다에?”

“응. 바다엔 플랑크톤도 많고 물고기도 많잖아.”

가시덩굴주얼은 사용 거리가 최대 500m로 사용자의 뜻에 따라 반경 30m를 가시덩굴로 덮을 수도 있고, 달랑 하나만 뽑아내 사용할 수도 있었다.

은비는 이를 활용해 포스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가시덩굴을 꾸준하게 에너지를 뽑아 쓰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보호막이 아니라서 아쉽다고 했잖아.”

“응.”

“가시덩굴로 둥글게 주변을 감싸 보호막으로 사용해도 되잖아. 상대가 못 도망가게 울타리를 세워 가둘 수도 있고. 이 정도면 완벽한 전천후 병기 아니야?”

“정말 그러네. 달랑 보호막 기능만 있는 것보다 백배는 뛰어나네.”

“으하하하~ 사람은 머리를 쓸 줄 알아야 해. 제발 생각 좀 하면서 살아.”

“이런...”

연리지에서 얻은 레드주얼은 상급 레드몬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탓인지 지금까지 얻은 레드주얼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을 보여줬다.

피톤치드의 좋은 기능만 골라 담은 연리지주얼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복리식 통장처럼 쌓이고 쌓이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신체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으로 이것이 현실화하면 생명연장은 물론 수련 효과가 최소 2~3배 이상 오르고, 피로가 빠르게 회복해 더 많은 시간을 다른 일에 활용할 수 있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돼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도 두통과 결림 등 피로에 시달렸다.

잠이 보약이란 말은 쌓인 피로를 풀어 신체가 건강하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잠을 자도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잘수록 피곤만 쌓이면 결국엔 몸과 마음이 병들어 죽게 된다. 연리지주얼은 이런 문제점을 한방에 날린 보물이었다.

가시덩굴주얼은 은비 말처럼 전천후 병기로 전투의 삼박자인 공격, 방어, 에너지 보충을 모두 만족시켰고, 효과도 탁월해 엘리트 레드몬도 상대할 수 있었다.

또한, 정화수를 만들 땐 아영이 사용하고, 전투 땐 상아나 서인이 사용할 수 있어 쓰임새가 아주 넓었다.

“내가 누워 있는 동안 많이 시끄러웠지?”

“생각만큼은 아니었어.”

“생각만큼은 아니다...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할 것 같았어?”

“응!”

“설마?”

“네가 더 누워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어.”

“누가 우리 예쁜 소연이를 괴롭혔어? 말해봐. 내가 다 혼내줄게.”

“농담 아니야. 15일이니 간신히 넘어갔지 한 달이었다면 행동으로 옮길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어.”

내가 사경을 헤매자 세계의 이목이 나진시로 집중됐다. 처음 하루 이틀은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라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각국 지도자의 서신이 쏟아졌다.

그러나 일주일이 넘기자 상태가 매우 위중한 것을 알게 됐고, 아내들과 미래 레드몬을 대하는 태도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그래도 내가 죽은 게 아니라서 대놓고 무시하고 막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지는 건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급기야 열흘이 넘어가자 여당에서 나와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나진시와 함경북도 북부지역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이대로 죽을 경우 동거녀인 아내들이 나진시를 차지하거나, 열강이 넘보게 될 거란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억지로 계약의 주최는 나와 소연, 은비로 내가 죽으면 소연과 은비가 물려받는 게 당연했고, 대한민국 땅을 외국에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열강이 차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런 억지 주장의 선두엔 당연히 황국신민회 회장이자 자유당 최고의원인 금송무와 그의 측근 라운경 의원이 있었다.

국내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국보급 문화재를 보낸 일본과 어장검을 보낸 중국도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일본과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관영통신인 언론들이 정부를 대신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은 광명 일보(光明 日報)·중국 일보(中國 日報)·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인민 일보(人民 日報)가, 일본은 보수우익의 선두 주자인 산케이 신문(産經 新聞)과 후지 TV가 나섰다.

이들은 내가 자신들의 귀중한 문화재를 약탈 문화재라 주장해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다고 주장하며, 나를 국수주의자(國粹主義)로 몰았다.

또한, 쥐꼬리만한 힘을 내세워 강압적으로 선물을 요구해 자신들의 문화재와 보검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오빠! 다시는 다치지 마. 오빠 쓰러지니까 나쁜 놈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우리를 뜯어 먹으려고 했어.”

“이젠 그런 일 없어. 걱정하지 마.”

“오빠 다치면 또 그럴 거야. 죽으려면 같이 죽어. 아니면 다신 아프지 말고. 알았지?”

“그래. 알았어.”

마음고생이 컸는지 은비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내가 사경을 헤매는 것만으로도 아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위로는 못할망정 아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놈이 한둘이 아니었다. 욕심 때문에 혼자 연리지를 잡다 다쳤다는 둥, 위험한 행동으로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둥 별별 얘기가 다 돌았다.

“다른 놈들도 못 참겠지만, 그중에서 오성 그룹과 오성 공대 김일권은 더욱 참을 수가 없어요. 절대 그냥 둬서는 안 돼요.”

“왜?”

“왜라니요? 지홍씨 죽이려고 김아리씨 잡고 늘어졌잖아요.”

“흐흐흐~”

“웃음이 나와요? 난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칼 들고 쫓아가 다 죽여 버리고 싶다고요~”

“저도 그래요. 중국과 일본, 친일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우릴 욕하는 사람들보다 그놈들이 더 미워요.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가 있어요.”

“맞아요. 남도 아니고 같은 민족인데, 아무리 미워도 이럴 수는 없는 거예요. 짐승도 다치면 구해주는 게 도리인데, 어떻게 사람이 사경을 헤매는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치료하러 가는 걸 방해할 수 있어요?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한숙의 울분에 찬 성토에 아영과 상아도 화가 치밀어 올라 큰 목소리로 오성 그룹과 김일권을 욕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오성 그룹과 김일권은 정말 김아리를 말리며 내가 죽기를 바랐다.

외적이 침입하면 서로 손을 맞잡고 적을 물리쳐야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 힘을 합쳐야 할 상대의 등에 비수를 꽂고 자기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았다.

오성 그룹과 김일권도 그와 같은 부류로 레드몬이라는 강대한 적을 앞에 두고 협력할 생각보단 나로 인해 기업과 개인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금전적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고 내가 죽기를 바랐다.

“지홍씨! 이 기회에 오성을 포함한 재벌들의 주식을 최대한 확보해 지홍씨 영향력 아래 놓는 게 좋겠어요. 그래야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죠.”

말없이 주먹만 움켜쥔 채 조용히 앉아있던 서인이 눈에 독기를 뿜어내며 의견을 내놓았다.

선한 눈매가 아름다운 서인은 항상 입가에 엷은 미소로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줬다. 그런 서인이 험악한 표정을 짓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화가 많이 났다는 뜻으로 한숙의 죽여 버리고 싶다는 말보다 더욱 무섭고 악랄한 계획을 내놨다.

재벌에게 경영권을 뺏으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았다. 경영권이 빼앗기면 그동안 분식회계로 빼돌린 비자금부터 각종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 쪽박을 차고 구속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워낙 비리가 만연한 나라라 구속을 피해 해외로 도망쳐 빼돌린 자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화가 난 아내들이 놈들을 그냥 둘리 없어 끊임없이 감시당하며 초라한 삶을 살게 될 것이었다.

평생 놀고먹는 게 일이었던 놈들에게 돈이 없다는 건 죽음을 의미했다. TV나 신문에선 재벌 2세가 많이 배우고 유능한 것처럼 보여주지만, 실상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조각이라 세상에 버려지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가능하겠어?”

“20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10대 재벌 주식만 사 모으면 가능성은 충분해요.”

“재벌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가족과 회사 명의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50% 넘는 회사도 많다고 들었는데.”

“경영주와 가족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는 거의 없어요. 계열사가 가진 주식과 우호 지분을 포함해 50%가 넘는 재벌은 몇 곳 있고요.”

“그럼 가능하겠네?”

“다각도로 공략하면 절반은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 절반도 우리가 경영권을 뺏어올 만큼 많은 주식을 보유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요. 호의적인 지분을 우리가 뺏으면 바로 우리에게 회사가 넘어오게 되죠. 또한, 앙심을 품은 가족이 많아 언제 경영권을 빼앗길지 몰라 불안에 떨 거예요. 돈 때문에 가족끼리 싸운 놈들이 워낙 많거든요.”

“서인아! 들었지? 한숙이 본때를 보여줄 거야. 그러니 이제 그만 인상 풀어. 그렇게 찡그리면 예쁜 얼굴 망가져.”

“네!”

원하는 것을 들어주며 입을 맞추자 그제야 인상을 폈다. 그래도 여전히 찌푸리고 있는 게 쉽게 화가 풀리진 않을 것 같았다.

그건 소연, 은비, 한숙, 상아, 아영 모두 마찬가지로 이번 일로 받은 상처가 풀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여자가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하물며 그냥 여자도 아니고 능력자에 재벌 CEO인 아내들이 한을 품었으니 앞으로 태풍을 불어 닥칠 것 같았다.

「내 마누라들이라 천만다행이지 원수였으면 눈빛에 찔려 죽겠네. 정말 무섭다. 이런 면이 있는지 왜 몰랐지? 평소 웃는 모습이 사실은 모두 가식 아니야? 에이~ 서.서.설마...」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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