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192화 (192/505)

00192  연리지(連理枝)  =========================================================================

192.

분지 주변 반경 5km를 돌며 상아의 탐지 레이더에 걸리는 레드몬은 한 마리도 빼놓지 않고 사냥했다.

반나절 동안 잡은 레드몬은 400여 마리가 넘는 많은 수로 연리지가 분지 내로 유인할 수 있어 미리 싹을 잘라냈다.

덕분에 MI-26 헤일로 5대가 날이 저물도록 레드몬 사체가공 공장과 분지 주변을 오가며 사체를 날라야 했다.

다음 날 아침 밤에 도착한 KA-50 호컴 헬기 20대가 2,000m 고공에서 네이팜탄을 쉴 새 없이 떨어뜨렸다.

네이팜탄(Napalm bomb)은 주연소재인 나프타에 네이팜제로 불리는 증점제를 첨가해 젤리 모양으로 만든 유지 소이탄으로 900~1,300도의 높은 온도에서 연소해 광범위한 지역을 불태우는 잔혹한 무기였다.

네이팜탄의 충전물이 인체나 목재에 붙으면 친유성으로 인해 잘 떨어지지 않고, 물을 부어도 불이 잘 꺼지지 않았다.

또한, 연소 시 다량의 산소를 사용해 착탄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산소 결핍으로 질식사하거나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피톤치드에 정신이 빼앗긴 레드몬들은 도망가지도 못한 채 산소 결핍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레드몬들이 도망가지 않아 먹잇감은 거의 정리된 것 같아.”

“내일부터 범용폭탄으로 놈들 주변을 폭격해. 반경 500m까지.”

“남은 게 없을 텐데 폭탄은 왜?”

“타다 남은 사체에서도 에너지를 뽑을 수 있고, 죽은 나무의 뿌리에서도 영양분을 갈취할 수 있고. 에너지원이 될 만 한 건 최대한 없애는 게 좋아.”

“알았어.”

“전투는 모레 새벽 1시에 시작할 거니까 그전까지 모두 끝내.”

“응!”

소연에게 아주 세밀하게 지시를 내리고 창 열 자루를 어깨에 메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첫날 사용한 창은 너무 가볍고 재질도 약해 중급 레드보어의 본스틸에 텅스텐합금을 섞어 창대와 무게를 보강하고, 끝은 엄니를 박아 넣어 관통력을 늘렸다.

오늘은 10kg에서 30kg으로 바뀐 창의 무게에 적응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먼저 창을 이용해 창술을 연마하며 무게감을 익혔다.

누구나 쉽게 익히고 칼보다 먼 거리에서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창은 범용성, 비용 대 효과, 파괴적 위력 등 많은 장점을 지녀 청동기시대부터 화약의 발명전까지 가장 많이 애용한 무기였다.

하지만 대성하긴 매우 어려운 무기로 찌르기와 때리기, 휘돌려 치기, 막기 등 수많은 연계 기술을 활용하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사용한 창은 끝이 뾰족한 기본 형태로 마상용 무기인 랜스(Lance), 보병의 대(對) 기병용 무기인 파이크(Pike), 고대 마케도니아 군대가 사용한 장창보다 두 배나 긴 사리사, 일본 전통의 장병기 야리, 가벼운 창의 일종으로 스포츠 경기에 자주 사용하는 재블린(Javelin)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창술을 연마한 건 올 3월로 TV에서 본 개마무사(鎧馬武士)의 투창 장면을 본 다음부터였다.

개마무사는 철로 온몸을 감싼 무사라는 뜻으로 고구려, 가야 등의 고대 한반도 국가에 존재했던 중장기병을 일컫는 말이었다.

보통 투창은 사람이 몇 걸음 달려가며 던지거나 서서 던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힘이 부족해 멀리 날아가지도 않고 속도도 떨어져 상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는 말에서 던진 창은 탄력이 붙어 날아가는 속도가 매우 빨랐고, 말을 탄 상태에서 상대를 찌르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창을 던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공격할 수 있었다.

이에 착안해 아내들이 풍산개를 탄 채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내 먼저 연습하게 됐다.

사실 활을 이용하는 것이 연사 속도와 정확도, 파괴력, 사거리, 체력적인 측면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화살은 총알보다 포스를 담기가 수월해 조은영처럼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능력자도 많았다.

그러나 활은 하루 이틀 쏜다고 움직이는 물체를 맞힐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서서 쏴 과녁을 맞히기도 쉽지 않은 일로 달리는 풍산개에 올라타 상대를 맞추려면 최소 3~4년은 활만 연습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 시대 양반들이 활을 잘 쏘는 모습을 보고 아주 쉬운 무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양반들이 심신 수양의 일종으로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활을 수련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활 대신 근접전투까지 생각한 창을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아직은 혼자만 수련하며 쉽게 배울 방법을 찾고 있었다.

“저도 창술을 배워볼까요?”

“푸지오보단 창이 훨씬 기니까 레드몬을 상대하긴 유리하지. 대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배워두는 것도 도움이 되고.”

“그럼 제게 맞는 창을 만들어주세요. 아영이 유성추 쓰는 거 보고 많이 부러웠어요. 저도 특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기회에 창으로 해야겠어요.”

“알았어. 대신 시작하면 중간에 관두는 거 없어.”

“그럼요. 시작하면 끝을 봐야죠.”

“이번 일 끝나면 창끝에 청송에서 잡은 삵의 꼬리 독침을 박아줄 테니 너만의 전용 무기로 사용해.”

“정말요?”

“대신 훈련은 독이 없는 창으로 하나 더 만들어줄 테니 그걸로 해. 만약을 대비해 정화수 가지고 다니는 거 잊지 말고.”

“고마워요 오빠! 까르르~”

아영의 유성추 쓰는 솜씨는 신기라고 할 만큼 대단했다. 몸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포스를 사용해 방향을 마음대로 틀며 혼자서 레드마우스 3~4마리는 순식간에 잡았다.

추에 달린 독침이 없었다면 힘이 부족해 한방에 레드마우스를 죽이는 건 쉽지 않았겠지만, 신들린 솜씨가 없었다면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문 은지와 서인도 유성추를 배우겠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유성추는 다루기가 가장 어려운 무기로 온몸에 피멍이 들고 하루에 12번 이빨을 박박 갈며 참아내지 못하면 절대 대성할 수 없는 무기였다.

1993년 6월 8일

3일 만에 다시 찾은 분지는 아름답던 모습을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처참하게 불타고 부서져 있었다.

울창하던 숲은 까만 재가 되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레드몬들도 검게 그을린 채 여기저기 죽어있었다.

“죽은 놈들만 수거해도 돈 좀 되겠는데?”

“레드스톤도 그대로 있을 테니 제법 짭짤하겠어.”

은비와 아영이 분위기를 바꿔보려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꺼냈다. 지금 아내들 눈엔 레드몬 따윈 들어오지도 않았다.

눈에 보이는 건 저 멀리 먼지를 뒤집어쓴 나무 두 그루와 장비를 점검하는 나밖에 없었다.

“오빠! 중국에서 선물 받은 어장검은 왜 안 쓰세요?”

“날카롭고 포스 전달률도 좋은데, 강도가 너무 약해. 예기를 사용하는 거라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손에 익지도 않고 무게도 너무 가벼워 장식용이며 모를까 실전용으로 별로야.”

“완전 개밥에 도토리네요.”

“그런가? 하하하~”

상아의 말도 안 되는 비유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구야자가 만든 어장검이 대단한 보검인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수준에서 뛰어난 것이었지 현대 기술의 총아인 본스틸 합금 무기와 비교하면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어장검 외에 중국의 10대 명검, 세계의 10대 명검 등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무기들은 수백 점이 넘었고, 이들 무기와 도구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사용한 사람의 유명세에 편승하거나, 허풍쟁이들의 과장된 이야기로 탄생한 허구의 산물로 특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전설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면 정부와 재벌, 능력자들이 앞다투어 사용했을 것이다.

이들 중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실용성이 없다는 뜻으로 허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예였다.

물론 전설에 나오는 그런 특별한 힘을 가진 진품이 있을 수도 있다. 박물관에 보관된 것들이 사실은 모조품과 가짜라 아무런 능력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런 가정을 한다 해도 믿기 어려운 건 이적(異蹟)은 아니더라도 작은 능력마저 보여준 신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영이 건네준 정화수를 마시자 슈퍼맨이라도 된 것처럼 몸에 활력이 넘치며 힘이 용솟음쳤다.

아영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화수는 지난번보다 효과가 더욱 뛰어나 단번에 피로 물질을 50% 제거하고, 활력을 50% 향상하며, 죽어가는 세포를 되돌려 젊음을 찾아주는 등 효과가 엄청났다.

“약효가 끝내주는데. 고마워!”

“오빠! 조심하세요.”

“지홍아! 조심해야 해.”

“빨리 안 오면 나 화낸다.”

“흐흐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어. 금방 끝나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리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검게 변한 흉측한 고목만 남은 분지를 바람처럼 달려 적당한 언덕에 자리를 잡았다.

연리지는 우리가 나타난 순간 위험을 알아차리고 피톤치드를 자욱하게 뿌려댔다.

놈들도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끝이라는 걸 알고 있는지 분지에 내려서는 순간 피부가 따가울 만큼 모든 힘을 쏟아 부어 피톤치드를 뿜어내고 있었다.

“쑤우우우웅~~~ 쑤우우우웅~”

“콰앙~ 콰앙~”

포스와 전류를 가득 담고 날아간 두 자루 창이 연달아 보호막을 때리자 굉음과 함께 보호막이 부서졌다.

그사이를 냉기탄 두발이 번개같이 파고들자 기다리고 있던 은행잎들이 벌떼같이 날아들어 냉기탄을 요격했다.

지난번에 너무 많은 걸 보여준 것 같았다. 놈들은 창이 날아든 후에 냉기탄이 곧바로 따라 들어올 것을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오면 혈기탄으로 틈을 파고 들어가면 되지.」

다시 두 자루 창이 날아가 보호막을 부수자 빨간 혈기탄 세 발이 영활한 뱀처럼 은행잎을 피하며 암놈을 파고들었다.

“펑! 펑! 펑!”

전혀 생각지 못한 공격에 혈기탄 세 발을 얻어맞은 암놈 은행나무가 제법 충격을 받았는지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놈이 빛을 내며 암놈을 치유했다. 놈이 암놈을 치유하는 사이 날아든 창이 보호막을 때리자 한 방에 보호막이 깨져나갔다.

다시 혈기탄 세 방이 날아들자 이번엔 촘촘한 그물망처럼 은행이 넓게 퍼져 날아왔다.

혈기탄이 재빨리 방향을 바꿔 뒤로 도망가자 촘촘한 그물이 넓게 퍼지며 틈이 생겼다.

눈깔사탕만 한 혈기탄이 은행잎의 틈새를 귀신같이 파고들어 이번에 수놈의 몸에 스며들었다.

“펑! 펑! 펑!”

혈기탄이 폭발하자 형광등이 깜박이듯 빛이 점멸하더니 충격이 컸는지 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빛이 꺼져버렸다.

쾌재를 부르는 순간 암놈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다친 수놈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엔진 두 개를 달아놓은 것처럼 한쪽 엔지엔 이상이 생기면 다른 쪽 엔진이 그 일을 대신하며 망가진 엔진까지 고치며 서로를 보조했다.

정화수를 급히 들이키고 뒤로 물러나 죽은 레드몬에서 에너지를 흡수했다. 흡기는 본스틸, 가죽, 살덩어리, 나무뿌리 등 에너지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흡수하는 스킬로 연리지가 사용하는 생명력 갈취와 100% 같은 스킬이었다.

우리가 놈의 스킬을 생명력 갈취라고 한 건 레드몬을 옭아매 체액과 피를 빨아 먹어 그렇게 부른 것이지 놈들도 에너지가 나무뿌리든 잡초든 에너지가 남은 것은 무엇이든 빨아 먹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불타버린 나무에 폭격을 가해 나무뿌리, 타버린 동물과 레드몬 사체 등을 없애려 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