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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88화 (188/505)

00188  텔레파시  =========================================================================

188.

“이 녀석들은 왜 이러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이러는지.”

“뭐라고 표현했는데?”

“서로 사이좋게 음식을 나눠 먹는 영상을 보내며 친구가 되자고 말했어요.”

“그런데 더욱 발악하는 거야?”

“네.”

“골치 아프네. 이러면 계획이 엉망이 되는데.”

“적대감이 높은 상대에겐 텔레파시는 오히려 악영향만 끼치는 것 같아요. 풍아처럼 호의적이거나 유대감이 없으면 친해지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다음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레드마우스에게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풍산개를 아바타처럼 조종할 수 있어 놈들을 길들이진 못해도 최소한 우호적인 모습을 끌어낼 것으로 낙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는 180도 달라 놈들의 적개심만 더욱 부채질하며 흉성만 끌어낸 꼴이었다.

소연이 홀드로 레드마우스를 잡은 다음 상아가 텔레파시로 우호적인 영상을 보내며 친구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보내자 미친놈처럼 팔짝팔짝 뛰며 덤벼들었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거칠게 달려드는 게 반쯤 맛이 간 모습이었다.

“우리가 기만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라도 한 건가?”

“조금 전까지 가족과 동료를 죽인 원수가 태도를 180도 달리해 친구가 되자고 하면 더욱 믿을 수 없어 화를 낸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이번엔 위해를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텔레파시를 걸어보는 게 좋겠어요.”

“알았어.”

족제비와 붉은 사슴, 멧토끼, 다람쥐, 담비 등 눈에 보이는 레드몬은 가리지 않고 텔레파시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분노에 찬 고함과 돌격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놈들의 반응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길을 가는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음료수와 사탕, 과자, 케이크를 따위를 내밀며 친구가 되자고 하면 ‘좋아요!’라고 대답하며 호의를 보일 사람은 없었다.

가끔 먹을 것에 홀딱 넘어가 쫄래쫄래 따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감 또는 유괴의 위험을 몰라 생긴 일이었다.

커다란 반달가슴곰이 사탕과 과자를 내밀며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는다고 반달가슴곰에게 호의를 보이며 다가갈 사람은 없었다.

무서운 곰이 다가오면 기겁해 놀라 도망갔지 곰이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접근한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레드몬도 곰을 두려워하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어 손을 흔들며 사람이 다가오면 그 모습을 보고 호의라고 느낄 수 없었다.

산짐승들이 사람을 보면 100% 놀라 도망가는 것과 같이 레드몬도 자신들을 해코지하러 왔다고 겁을 먹고 달아나거나, 반대로 눈앞에 먹이가 있다고 달려들 것이었다.

“해달도 이놈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일까?”

“평소에도 호의적이라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녀석들까지 등을 돌리면 해랑과 친해지는 건 물 건너가는 건데.”

”잘 될 거예요.“

나진항으로 돌아와 요트를 타고 비파도까지 바람처럼 달렸다. 해양 레드몬은 최하급도 육지의 A급 엘리트 레드몬 만큼 까다로운 존재로 확실하게 놈들을 사냥할 방법이 없었다.

수면에 올라온 놈들은 함포나 어뢰로 공격했고, 수중은 수뢰나 폭뢰를 사용해 공격하는 것이 해양 레드몬을 상대하는 방법으로 능력자가 물속에 들어가 사냥하는 건 죽여 달라는 것과 같았다.

물속을 육지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중형 능력자는 한 명도 없어 해양 레드몬을 사냥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해랑이 필요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해양 레드몬은 해양 레드몬으로 물리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러려면 먼저 해양 레드몬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그렇다고 귀엽기만 한 해달을 이용해 해양 레드몬을 상대할 순 없었다.

해랑 정도는 되어야 백상아리를 비롯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남빙양, 북빙양을 주름잡는 대형 레드몬을 상대할 수 있었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70.8%로 육지보다 훨씬 넓고 먹이가 풍부해 엘리트 레드몬의 수도 최소 10배 이상 많았고, 크기도 육지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컸다.

심지어 상급 레드몬도 최소 10마리 이상 있을 것으로 예상할 만큼 바다엔 무수히 많은 강자가 난립했다.

그래서 해랑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었다. 엘리트 레드몬에 인간만큼 영리하고 무리 사냥에 능해 자신보다 강한 백상아리와 향유고래도 잡아내는 녀석들과 동맹을 맺는다면 적어도 우리 앞마당인 동해는 지킬 수 있었다.

“애완견이 따로 없네.”

“호의적인 마음을 품고 있는 상대에게 다가가야 상대도 호의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걱정과 달리 해달은 상아의 텔레파시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상아가 시키는 대로 물장구도 치고, 고기도 잡아오는 등 잘 훈련된 애완견처럼 행동했다.

그렇다고 전체가 다 그렇진 않아 경계심을 갖고 피하는 녀석도 있었고, 애써 모른 척 딴짓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해랑이 우리에게 호의적인 마음이 있을까?”

“호의적이진 않아도 적대적이진 않을 거예요.”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적대적이지 않다고 할 순 없잖아.“

“십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공격받은 적이 없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해랑은 지능이 매우 뛰어난 동물로 상대를 재미로 죽이기도 하고, 숫자를 조절하기 위해 새끼를 죽이는 등 폭력성이 매우 큰 동물이에요. 그런 해랑이 한두 번도 아니고 십 년 동안 선박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건 인간과 싸울 의향이 없다는 뜻이라고 봐야죠.”

“그럼 다행이고. 근데 이놈들을 어디서 찾지? 어디 있는지 알아야 말을 붙여보든, 눈을 마주치든지 하지.”

“소트니코바 특사에게 찾아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놈들이 우리 계획을 알아차릴 수도 있어.”

“일이 잘돼 해랑이 나진시 주위에 자주 나타나거나, 눌러앉으면 금세 알아차릴 거예요.”

“그것도 그러네.”

“숨길 수가 없는 건 먼저 드러내는 것이 상대를 압도하는 방법일 것 같아요.”

“네가 나보다 낫다. 하하하~”

해랑은 포유류라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자주 나왔고, 평소 수상주행으로 이동해 궤적이 위성이 자주 잡혔다.

이 때문에 비이주성 해랑 무리는 대략적인 위치가 드러난 상태였고,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고래형 레드몬도 대부분 이동 경로가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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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스 주석께서 회장님께 보내는 선물이에요.”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뭔지 풀어보지도 않으세요?”

“어련히 좋은 선물을 보냈겠습니까. 이따 저녁에 풀어보겠습니다.”

“지금 풀어보세요. 깜짝 놀라실 거예요.”

슝다이린의 채근에 길쭉한 선물 상자를 열었다. 나무 상자를 열자 안에 고색창연한 붉은 상자가 있었다.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자 범상치 않은 칼 한 자루가 나왔다. 잉어 그림이 그려진 검집은 새것이었고, 검자루는 세월을 때가 묻긴 했지만, 매우 깨끗해 오래된 물건으로 보이진 않았다.

길이는 대략 70cm로 코등이가 없는 일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날이 아주 날카로운 것이 특징이었다.

“아주 좋은 칼이군요. 감사합니다.”

“이 칼이 어떤 칼인지 모르시겠어요?”

“사연이 있는 칼입니까?”

“아주 많죠. 왕의 목숨을 끊어 놓은 칼이자 중국의 십대명검 중 하나에요.”

“그렇군요.”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슝다이린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무리 좋은 선물도 상대가 몰라주면 주는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중국 십대명검이라는 말까지 했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표정이 자못 비장해졌다.

“어장검이에요.”

“네?”

“춘추시대에 월나라의 구야자가 만든 어장검이라고요.”

“아니 그런 귀한 칼을 왜?”

“지난번 레드베어를 사냥한 모습을 TV로 보신 차오스 주석께서 뛰어난 무사에겐 뛰어난 칼이 있어야 한다고 최고의 명검인 어장검을 선물로 보내셨어요.”

어장검이란 것을 알게 되자 대충 훑어보던 방금 전과 다르게 세심히 칼의 상태를 살피며 포스를 흘려 넣어 진품인지 확인했다.

포스를 주입하자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포스를 한껏 빨아들인 어장검이 예기 뽑아냈다.

포스를 받아들이는데 최적화된 칼처럼 어장검은 레드타이거의 본스틸로 만든 글라디우스보다 20%나 더 큰 예기를 뿜어냈다.

단순히 철로 만든 칼이 아니란 건 손에 잡는 순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춘추시대엔 레드몬도 없었고,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의 뼈다귀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소문엔 운석에서 나온 금속을 섞어 만드는 칼도 있다고 했는데, 어장검이 그런 희귀 금속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세요?”

“네, 이제껏 받은 선물 중 단연 으뜸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회장님은 무사라 칼을 선물 받으면 좋아하실 거로 생각은 했지만,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차오스 주석께서 걱정이 크셨어요.”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 마음에 듭니다. 좋은 선물을 받은 만큼 그에 대한 보답은 꼭 하겠다고 차오스 주석께 전해주십시오.”

“보답이라니 당치 않은 말씀이에요. 이건 차오스 주석께서 보낸 순수한 마음의 표시에요.”

“귀한 선물을 받고 모른 척 할 순 없습니다.”

“정 부담되시며 저희를 그만 놀리시고 데려가라 하셨어요.”

“.......”

“첫 날 회의 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네 명은 중국 정부에서 회장님께 보내는 선물이에요.”

“사람을 선물로 주고받는다니... 행여 다른 사람이 들었을까 무섭습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기엔 지난달 살림을 차린 스기모토 유미, 이시하라 사토미, 타베 미카코 셋 다 일본에서 보낸 선물로 알고 있어요. 일본에서 보낸 선물은 받고, 중국에서 보낸 선물을 거절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나지만, 저희를 못났다고 표현하는 거로 느껴져 마음이 무척이나 아프네요.”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은 만날 기회가 많아 함께 요트도 타고, 차도 마시며 자연스럽게 친해져 그렇게 된 것이지 인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 말씀은 저희 인물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네요?”

“물론이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우십니다.“

“그럼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셔야죠.”

“제가 바쁘다 보니 시간을 낼 형편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물까지 받고 모른 척하시는 건 아니겠죠?”

“흐음... 알겠습니다. 조만간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만남일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알겠어요. 날짜만 잡으세요.”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고 생각지도 못한 명검에 미인까지 한꺼번에 얻었네. 흐흐흐~ 근데 너무 조짠한 거 아니야. 겨우 칼 한 자루? 내가 겨우 이따위 칼 한 자루밖에 안 된다는 거야? 이것들이 나를 뭐로 보고... 생각할수록 기분 나쁘네. 젠장!」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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