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187화 (18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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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텔레파시

“찰싹~”

“아얏! 그만 때려 아파.”

“겨우 150kg 달고 그렇게 밖에 못 뛰어?”

“하아~ 하아~ 하아~ 힘드니까 그렇지.”

“겨우 한 시간 훈련하고 그렇게 헉헉대면 레드몬을 어떻게 잡으려고 그래?”

“우리가 오빠 같은 괴물인 줄 알아? 적당히 좀 해.”

“헉...”

바닥에 엎어져 숨을 헐떡거리는 은비의 예쁜 엉덩이를 차지게 한 대 때리자 볼멘소리를 했다.

말이 좋아 서킷 트레이닝이지 고문이나 다름없는 체력훈련이라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땐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지쳐 쓰러졌다.

그러나 지금은 온몸이 땀에 젖고 다리를 휘청거리면서도 이를 악물며 1시간을 버텨냈다.

“찰싹~”

“그만 때려. 정말 아프단 말이야.”

“아프라고 때리는 거 아니야.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아 살살 어루만지는 거야. 흐흐흐~”

“아우~ 변태!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서 사람을 괴롭혀. 그것도 맨날 나만 괴롭혀. 못 됐어.”

“네가 가장 만만하잖아.”

“설마 그게 애정 표현은 아니지?”

“당연히 애정표현이지. 가장 사랑한다는. 흐흐흐~ 찰싹! 찰싹! 찰싹!”

“아프다고. 아프다고, 정말 아프다고~”

체력 훈련이 끝나자 잠시 숨을 고른 후 승무도 훈련을 시작했다. 먼저 구령에 따라 형을 연마하고 다음은 강철 인형을 상대로 찌르고, 베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연습을 했다.

싸움은 스포츠가 아니라 목숨을 건 혈투였다. 나는 신사라서 정해진 무기만 사용하겠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었다.

영화나 TV에선 흉기를 사용하거나, 눈에 모래를 뿌리고, 물건을 집어 던지면 아주 치사하고 비열한 짓이라 욕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마당에 치사한 걸 따지는 게 더 황당한 짓이었다.

살기 위해서 돌로 내려치든, 이빨로 물어뜯든 무슨 짓을 해서라서 상대를 죽여야 했다.

그래야 내가 살아남는 것이었다. 살아남아야 치사하고 비열하단 말도 들을 수 있지, 죽고 나면 욕조차 먹을 수 없었다.

“붙었으면 주먹과 발을 함께 사용해야지 뭐하는 거야? 지금 레드몬하고 붙어서 농담 따먹기하고 있는 거야?”

“죄송해요.”

“그렇게 붙어만 있으면 안 되지. 놈이 죽었다고 생각되면 뒤로 빠져서 다른 놈을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지.”

“네!”

“모두 주목~ 지금 너희 앞에 있는 건 강철 인형이 아니라 레드몬이야. 이놈이 어떻게 움직일지 내가 어떻게 상대할지 머릿속에 먼저 영상을 그려. 그리고 그 영상에 따라 반복적으로 연습해. 그러면서 상황을 조금씩 변형시켜. 그렇게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연습하는 거야. 그래야 실전에 써먹을 수 있어.”

인간의 뇌는 훈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맹점을 활용하면 훈련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레드몬과 싸울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거기에 맞춰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맹목적으로 인형을 때리는 것보다 효과가 월등히 뛰어났다.

“모두 자리 잡고 앉아 오늘 훈련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해봐.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이 끝나면 외부 감각에 집중해 내면에서 올라오는 잡념을 억제하고 주위를 둘러보도록 해. 시작!”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사티에 집중하는 사이 난 기감을 통해 아내들의 포스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소연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레드몬을 상대하는지 혈관을 따라 포스가 손으로 모이는 게 느껴졌고, 은비는 외부 감각에 집중하는지 포스가 뇌로 몰리는 게 보였다.

작년 6월 기감력을 터득한 아영은 촘촘한 포스를 그물같이 퍼뜨려 주변을 기감했고, 서인은 몸에 포스를 고루 돌리며 차분하게 자신을 관조하고 있었다.

명상을 시작한지 두 달째인 소희는 아직 사티(집중 명상)가 익숙하지 않아 자꾸 흐름이 끊겼고, 한숙은 일 때문에 잡생각이 많은지 깊이 빠져들지 못한 채 몸을 꿈틀댔다.

상아는 조금 특이한 상태로 텅텅 빈 것처럼 허한 것 같기도 하고, 속이 가득 찬 것 같기도 하는 등 포스의 움직임이 평소와 많이 달랐다.

1시간이 지나 아내들과 소희가 깨어나 돌아다녀도 상아는 조용히 앉아 깊은 명상에 빠져있었다.

“상아는 왜 안 일어나?”

“진화 중이야.”

“우와~”

주위에 몰려든 포스가 피부를 통해 상아의 몸속에 빨려 들어가자 혈관이 빠르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5시간 동안 세차게 몰려들던 포스의 유입이 끊기자 몸속에 녹아든 포스가 심장에 모여들었다.

심장에 모여든 포스가 회오리치듯 빠르게 돌아가다 서로를 껴안듯 똘똘 뭉쳐 안정을 찾자 상아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1993.05.20 : 힘-40  민첩-42  체력-103  총합-185  멘탈포스-655

기감력을 터득하며 중급 멘탈리스트로 진화한 상아의 포스는 하급 피지컬리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체력은 중급에 해당하는 수치로 탐지 스킬을 사용하는데 최적화된 모습이었다.

기감력은 아영이 그랬던 것처럼 겨우 걸음마 수준으로 거리는 30m 정도였고, 한 전에 기감할 수 있는 물체의 수는 최대 3개였다.

“상아야! 축하해!”

“죄송해요.”

“죄송하다니 무슨 말이야?”

“언니들도 계시는데, 제가 먼저 배웠다는 게 너무 미안해서요.”

“너라도 일찍 배우길 잘한 거야. 멍청한 언니들 배우길 기다렸다가는 평생 못 배울 수도 있어.”

“그래도...”

“우리가 남이야? 네가 잘되면 우리가 잘 된 것과 같아.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

중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한 상아는 디텍팅 능력이 1.5배 향상돼 탐지 거리가 7.5km를 늘어났고, 땅속은 50m, 물속은 100m까지 탐지할 수 있었다.

상대의 눈과 글을 통해서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던 진실의 눈은 이제 목소리로도 상대의 진의를 구별하게 있게 됐다.

또한, 새로운 스킬로 원하는 상대에게 자기 생각이나 말, 행동을 마음으로 전달할 수 있는 텔레파시까지 얻게 됐다.

“레드몬한테도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

“풍아에게 한 번 해볼게요.”

우리를 향해 상아가 정신을 집중하자 10초 만에 풍아를 비롯한 풍씨 자매 전원이 체육관으로 뛰어왔다.

상아가 생각만으로 명령을 내리자 다섯 마리가 마치 매스 게임을 하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움직임이 평소보다 배는 빨랐고, 평소 훈련한 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막힘없이 앞뒤 좌우로 뛰어다녔다.

전투 상황에서 소리를 질러 아군에게 명령을 내리는 건 매우 아둔한 짓이자 위험한 행동이었다.

명령 전달이 어려움은 것은 기본이었고, 큰소리를 지르면 말뜻을 못 알아듣는 상대도 경각심을 일으켜 위험을 방비했고, 최악의 경우 주목을 받게 돼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

또한, 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제한적이라 작전 수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현대전에서 전쟁이 시작되면 상대의 통신부터 공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러면 모든 레드몬에게 상아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언어가 아닌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이라 언어 장벽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럼 레드씨울프에게도 말을 걸 수 있겠네?”

“먼저 사용 거리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해랑이 바다에 사는 레드몬이라 텔레파시 거리가 짧으면 생각을 전달하기 어렵잖아요.”

“알았어. 내가 100m 단위로 물러날 테니까 텔레파시를 보내봐.”

“알았어요.”

상아의 텔레파시 거리는 최대 3km로 보편적인 생활용 무전기도 통신 거리가 3km인 걸 고려하면 매우 짧은 거리였다.

하지만 무전기가 간섭이나 장애물, 날씨 외부 요인에 따라 거리가 제한되는 것과 달리 텔레파시는 3km 이내에선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내용을 전달했다.

또한, 말이 아닌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 아주 복잡한 내용도 동영상을 보듯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래서 풍산개들이 매스 게임을 하듯 재빠르게 움직였구나.”

“제 생각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 빠르게 이해한 것 같아요.”

“앞으로 풍산개 관리와 교육은 상아가 맡아야겠다. 이건 사육사가 한 달 동안 교육할 내용을 1분 안에 모두 숙지한 거나 다름없어.”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니야. 텔레파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적으로 한 것처럼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박혀. 만약에 네가 어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텔레파시로 내게 전달한다면 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일 거야.”

정신감응인 텔레파시(Telepathy)는 감각 채널이나 육체적 상호 작용을 통하지 않고도 한 사람의 생각과 말, 행동 따위를 멀리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이할 수 있는 심령 현상을 말했다.

불교에선 텔레파시를 부처·보살이 가진 6종의 초인적인 능력인 육신통(六神通)에 비유했다.

원하는 대로 산과 바다를 비행하는 신족통(神足通), 먼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천이통(天耳通), 타인의 마음을 읽는 타심통(他心通), 자신의 전생을 아는 숙명통(宿命通), 타인의 과거를 아는 천안통(天眼通), 번뇌와 망상이 완전히 끊어지고 모든 것을 다 아는 누진통(漏盡通)을 불교에선 육신통이라 했다.

텔레파시도 매우 희귀한 능력 중 하나로 국내엔 텔레파시 능력자가 없었고, 러시아, 인도, 이탈리아, 네덜란드에 텔레파시 능력자가 각각 한 명씩 있었다.

이들의 능력이 정확히 알려진 건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 무전기를 사용하듯 말을 전달하는 능력이 전부라고 알려졌다.

상아처럼 자기 생각을 한 편의 드라마와 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고 보면 상아의 능력이 불교의 육신통을 닮은 것 같았다. 탐지 능력은 천이통을 살짝 닮았고, 진실의 눈은 타심통을 빼다 박은 것처럼 아주 흡사했다.

이 때문인지 텔레파시 능력도 육신통의 다양한 장점을 모아놓을 것처럼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통신에 부분을 너무 소홀히 생각한 것 같아. 이 기회에 개인 통신 장비를 모두 착용해야 할 것 같아.”

“미군이 한창 연구 중인 랜드 워리어 시스템 같은 거요?”

“맞아. 전투복과 전투 장비는 필요 없고, 무선통신장비와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면 원활한 통신은 물론 데이터 교환도 가능할 거야.”

랜드 워리어 시스템(Land Warrior System)은 컴퓨터로 통제되는 개인 디지털 장비와 화기운용의 통합, 정보교환 및 통신능력의 향상을 통한 작전수행능력 제고, 진보된 보호 장비를 통한 병사의 생존 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1980년대부터 미 육군이 차세대 통합 보병 전투 시스템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헬멧과 컴퓨터, 무선통신장비, 독가스 차단 마스크 등을 한데 모은 일체형 군복으로, 군인들을 하나의 컴퓨터 네트워크로 통합할 뿐 아니라 지구위치추적시스템(GPS)을 활용, 동료 부대원이나 적군 포착이 용이했다.

병사들은 철모에 부착된 돌출형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컴퓨터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자신과 아군은 물론 적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형 정보를 제공받는 헤드 세트를 통해 본부와 교신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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