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6 초대(招待) =========================================================================
186.
돌궐(突厥, 551년~747년)은 6세기 중엽 이후 약 200년간 몽골 고원에서 활약하던 튀르크계 민족으로 지금의 터키 민족의 기원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돌궐 건국 전 몽골 고원과 내륙 아시아 지역은 150년간 몽골계 유연이 지배하던 땅으로 유연은 고구려와 우호 관계를 유지했었다.
돌궐이 유연을 멸망(552년)시키고 동진하며 유목 민족과 거란을 복속하자 고구려의 서북 국경에 전운이 감돌았다.
거란과 말갈족 정벌 전쟁에서 고구려와 적대적 관계가 된 돌궐이 고구려를 침공했고, 고구려는 말갈족과 연합해 이를 격퇴했다.
그러다 중국에서 수나라가 건국되고 돌궐이 동서로 분열되는 582년경부터 고구려와 돌궐은 상호 우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강력한 수나라의 등장이 돌궐과 고구려의 관계를 우호적이고 긴밀하게 바꾼 것이었다.
하지만 수와 당의 분열 정책에 돌궐이 동서로 나뉘며 국력이 약화했고, 동돌궐은 630년, 서돌궐은 657년에 각각 당에 멸망하며 고구려는 홀로 당과 맞서 싸우다 668년 멸망하게 됐다.
나라와 나라 사이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듯 돌궐과 고구려는 서로 싸우기도 했고, 수와 당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우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한때 오스만 튀르크 제국을 건설해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터키는 자신들의 역사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과거 역사를 기억하는 터키는 학교 교육 중 역사 과목 비중이 아주 높아 돌궐 시절 고구려와의 관계를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터키는 과거 우방이었던 우리를 아직도 ‘형제의 나라’로 부르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그리고 터키인들은 왜 아직도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을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그건 역사 교과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에 돌궐에 관한 부분은 이름을 빼곤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과거의 찬란한 문화를 잊고 일제에 의해 거짓된 역사 교육을 받은 우리는 고조선과 고구려(구려, 句麗), 백제, 신라 등 찬란했던 선조의 문화를 모두 잊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입시 교육에 밀려 이제 설 자리마저 잃고 있었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일제가 우리 역사와 관련된 고서를 없애고 역사를 왜곡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우리 민족의 근간인 역사를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내 영원히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간악한 뜻이 그 안에 숨어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제가 왜곡한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일제에 빌붙어 우리 역사를 난도질한 놈들을 대학 총장, 교수, 문학계 거두로 찬양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네.”
“이참에 우리 역사와 문화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정부가 못하면 우리라도 해야죠.”
“상아가 나보다 백번 났네. 난 그쪽은 생각도 못했어.”
“오빠는 가장 중요한 나진시의 안전과 레드몬을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모르는 게 당연한 거예요.”
“몰라도 적당히 몰라야지 너무 많이 몰라 창피해 얼굴을 못 들겠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면 되죠.”
“그래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연구할 단체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음~ 좋은 생각이네. 소연아! 민족문제연구회 나진시에 유치하는 건 어때?”
“한번 알아볼게.”
“오빠! 하는 김에 극장과 공연 예술 공간도 함께 만드는 게 어떨까요? 나진시를 아름다운 미항이자 레드몬이 노니는 도시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도시로 만드는 거예요.”
“오~ 아주 멋진 생각인데. 알았어. 근사한 극장과 공연장을 지어줄게. 대신 그쪽 일은 네가 맡아서 해야 해.”
“제가요?”
“소연은 미래 레드몬과 안살림을 맡고 있고, 은비는 나진시를, 한숙은 사냥에 관한 일을, 아영은 미래 아이 사랑재단을, 서인은 미래 재단을 맡고 있잖아. 문화체육 일을 맡은 사람은 상아 너밖에 없어.”
“어린 제가 어떻게 그런 중요한 일을 맡아요? 다른 사람에게 맡겨주세요.”
“차차 배워나가면 돼. 그리고 실제 업무는 부서장들이 맡아서 할 거야. 넌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열심히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다 해도 아는 것도 없는 제가 책임자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
“열정과 사명 그리고 사람들의 말을 들을 준비만 되어 있으면 돼. 그럼 주위 사람들이 널 도와줄 거야.”
뛰어난 적장보다 무능한 지휘관이 더욱 위험하다고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열정도 없고, 사명감도 없고, 귀까지 막힌 지휘관이 더욱더 위험했다.
배우려는 열정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투철한 책임감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만 있어도 무능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이런 노력조차 없이 특권의식에 빠져 권위와 위세만 내세우며 발버둥을 쳐대니 부서가 엉망이 되고, 나라가 개판이 되는 것이었다.
“근데 터키가 우리를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고 계약 국가에 넣어줄 필요가 있을까? 돌궐과의 관계는 아주 오랜 전 일이고, 6·25 전쟁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참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마 민족으로 국민성이 매우 호전적인 터키는 인권보단 신권이 강한 이슬람 국가로 주변국과 마찰이 심했다.
유럽의 정신적 지주인 그리스를 무려 500년간 지배했고, 기독교 국가를 괴롭힌 이슬람의 원조라 기독교 국가인 유럽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미·소 양극화의 이념대결로 치달았고, 터키는 소련의 남진 정책에 심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를 타개하고자 미국이 주도하는 타토(NATO)에 가입하려 했지만, 비기독교 국가라는 종교적 문제와 그리스, 유럽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한국 전쟁 파병이었다. 터키가 순수하게 한국을 형제의 국가로 생각해 파병한 게 아니라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슬람 국가들은 '형제'라는 말을 즐겨 쓴다. 이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진짜 형제나 친밀하다는 뜻보단 ‘적이 아니다’라는 뜻이 더욱 강하다.
터키가 한국전쟁에 참전해 피를 흘리며 싸운 건 고마운 일이었지만, 형제의 국가란 말에 감상에 젖을 이유는 없었다.
“그건 오빠 말이 맞아요. 하지만 우리가 잊어선 안 될 게 있어요.”
“그게 뭔데?”
“터키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전쟁에 참전했지만, 터키 국민은 모두 자발적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어요. 한두 명도 아니고 미국, 영국, 캐나다 다음으로 많은 15,455명이 참전했죠.”
“음...”
“전 미국을 싫어해요. 하지만 미국 사람까지 싫어하진 않아요. 그 이유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분단하고 억압하고 있지만, 미국 사람 전체의 생각도 아니고 그들이 이 땅에서 피 흘리며 싸운 건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터키 정부는 처음 5,000명을 파병할 생각으로 터키 제1여단을 구성하고 모병을 시작했다. 그런데 무려 22,006명이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자원입대했다.
이렇게 모집된 병력은 1950년 10월 17일부터 4번에 걸쳐 대한민국에 파병됐고, 4년간 각종 전투에서 투입돼 전사 741명, 포로 244명, 실종 163명, 부상자 2,068명이라는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터키는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3,2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로 형제의 나라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정말 열심히 싸워줬다.
터키는 조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가치를 미국에 보여줘야 했다. 그 때문에 더욱 열심히 싸웠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터키의 한국 전쟁 참전을 비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자원입대한 터키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웠다. 그게 중요한 것이었다.
우린 미국이 자신들의 손실을 축소하려는 의도에 편승에 돈을 벌겠다고 베트남 전쟁에 8년간 무려 34만 명을 파병했다.
그런 우리가 순수한 마음에서 조국의 위기를 구하고자 목숨을 바친 터키 용사들을 비하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깊이 반성해야 했다.
“어떻게 모병으로만 그 많은 숫자를 모을 수 있지? 정말 대단하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예요. 소련이 호시탐탐 자신의 조국을 노린다는 불안감과 오스만 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 그리고 공산화라는 같은 처지에 놓은 대한민국에 동병상련을 느낀 게 아닐까요?”
“그렇다 해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걸고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전쟁에 피 흘리며 참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래서 전 터키 국민이 우리에게 보여준 희생정신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계약 국가에 넣어줘야 한다고 봐요.”
“흐음... 소연아! 네 생각은 어때?”
“지리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아. 그리고 이슬람국가도 하나쯤 넣어주는 게 형평성에 맞고.”
“한숙은?”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터키에 인도를 추가하는 것으로 8개국을 선정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결정하고 초안을 작성해봐.”
“고맙습니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덕분에 좋은 얘기를 들은 내가 고맙지.”
“까르르~”
엘리트 레드몬 사냥 계약 초안
1.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터키, 인도 총 8개국
2. 매우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는 빈국을 매년 5회 무료 사냥 지원
3. 국보나 보물급 약탈 문화재 반환 국가는 한 번씩 돕기로 함.
4.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냥은 거부 또는 계약파기(계약서에 삽입)
5. 6개월 전에 사냥할 레드몬 정보제공(기간을 넘긴 레드몬은 다음 분기로 넘김)
6. 갑작스러운 레드몬 침입 시 정보제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따라야 함.
(이를 어길 시 안전상의 문제로 사냥보류)
7. 계약 기간 5년
8. 계약금 1억 달러
9. 의뢰비용 : C급 1,000만 달러, B급 2,000만 달러, A급은 3,000만 달러
10. 사냥 비용은 보물이나 국보급 약탈 문화재와 달러 둘 중 하나로 받음.
11. 사체는 사냥한 당사자에게 모두 귀속
12. 체류비용 및 운행경비 사냥 의뢰 국가 모두 부담
13. 면책 특권 및 불체포 특권 부여 : 대사에 준하는 특권 부여
14. 입국 심사대를 포함해 정밀포스측정기가 설치된 어떤 한 곳도 통과하지 않음.
15. 기타 소소한 사항은 차후 정리하겠음.
“이 정도면 되겠죠?”
“깔끔하네.”
“소소한 사항은 소연과 논의해 정식 계약서 만들면 추가할게요.”
“그래.”
“계약 국가 선정은 언제 발표하는 게 좋을까요?”
“최대한 뽑아 먹어야하니.... 8월 중순으로 하자.”
아직 우리가 요구한 문화재를 넘겨준 곳이 몇 곳 없어 최대한 시간을 끌며 이득을 취할 생각이었다.
문화재를 받으면 엘리트 레드몬을 잡아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귀중한 문화재를 돌려받을 기회가 영영 없을 수도 있었다. 문화재는 국가의 얼굴이자 자긍심이었다.
또한,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진 투자처였다. 그중에는 역사적인 가치만 있을 뿐 금전적 가치가 없는 것도 있지만, 안경의 몽유도원도처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문화재도 수없이 많았다.
전시만 해도 한 해 벌어들이는 입장료만 수십억 원은 됐고,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뛰어올라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 문화재를 약탈한 도적들은 깊은 곳에 문화재를 숨긴 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사냥은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3월과 9월이 적당하지 않을까?”
“그럼 그렇게 준비할게요.”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