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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82화 (182/505)

00182  초대(招待)  =========================================================================

182.

“치부를 감추기 위한 변명과 끈끈한 협력을 논한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에요. 그래도 약속은 지킬 거예요.”

“이승구가 한 말 중 90% 이상 거짓말인데, 약속을 지킨다고? 그건 대체 무슨 심보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무서워 요구조건을 수용했다는 말처럼 들리네.”

“파란 집에 계신 분은 미국도 무서워하고, 중국도 무서워하고, 일본도 무서워하죠. 그런 면을 생각하면 회의 시작 전부터 결과는 나와 있었다고 봐야겠죠.”

진실의 눈을 통해 이승구 비서실장을 감시한 상아는 이제 제법 관록이 붙었는지 돌아가는 상황도 파악했다.

처음엔 상대의 눈을 바라보느라 다른 곳에 관심 둘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 여유가 생기자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유까지 추리했다.

“생각할수록 기분 나빠.”

“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준 것 같아.”

“줄 땐 확실하게 줘야 큰소리칠 수 있어.”

“놈이 그걸 자신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게 싫어서 그래.”

“당장은 자신이 이룬 성과로 홍보해 지지율도 올리고 인기도 살짝 끌겠지만, 결국엔 모두 우리 차지가 될 거야.”

소연은 방송국과 언론사를 설립하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미래 레드몬, 미래 재단, 미래 아이 사랑재단을 홍보할 계획이었다.

상업광고가 아닌 이미지 광고로 우리가 하는 각종 사회사업을 소개해 위상을 끌어 올리며 지지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끌어모은 사람들을 팬클럽에 가입시켜 정부 여당을 뛰어넘는 거대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게 소연의 포부였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자기 업적이라 홍보한 일들이 거꾸로 망신만 불러오게 될 거야. 우리가 국민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데, 대통령은 뻔뻔하게 밥숟갈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그거 재밌겠네.”

“말이 좋아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지 실제 해준 건 아무것도 없잖아. 굳이 들자면 방송국 허가 내준 게 전부라 봐야지.”

“그렇지.”

“나머지는 우리 힘으로 했거나, 당연히 정부가 해어야 하는 일이거나, 국가가 못한 일을 우리가 대신하는 거야. 그러니 우리에게 고마워해야지 뭘 해줬다는 식으로 생색내선 안 되는 거지.”

“맞는 말이야. 근데 이놈들은 자기가 먹다 흘린 밥풀을 누가 주워 먹어도 큰 선행을 한 것처럼 떠드는 놈들이잖아. 그런 놈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싶었어?”

“내가 그런 거야?”

“응!”

“그럼 크게 잘못한 거네.”

“당연하지. 개에게 사람 흉내를 내라고 하는 건 범죄 행위나 다름없어. 벌 좀 받아야겠다.”

“지금은 안 돼. 은하 언니 만나러 가야 해.”

“이 밤중에?”

“언니 내일 새벽에 출발하잖아. 모자란 것, 더 요구할 것 등 밤새 논의할 일이 태산이야.”

“밤새우려고?”

“그래야지. 지금부터 시작해도 시간이 촉박해.”

“그럼 상아나 괴롭혀야겠다.”

“죄송해요. 저도 언니 도와드리기로 했어요. 한숙 언니와 소연 언니도 같이 돕기로 했고, 아영이는 아림이가 아파 오늘 동생들하고 자기로 했어요.”

“그럼 나 혼자 자야 하는 거야?”

“네에~”

“이런~”

「흐흐흐~ 지영이네 가야겠네. 연희도 보고 민영이도 보고 아이고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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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박지홍 옆에 첩자를 세 명이나 심었는데, 왜 우린 아직도 성과가 없는 건가?”

“박지홍의 입맛에 맞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그런 것 같습니다.”

“입맛에 맞는 선물?”

“일본은 조선에서 약탈한 국보급 문화재를 선물로 돌려주며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저희도 그에 맞는 선물을 보내주며 슝다이린을 접근시키면 친해질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조선에서 약탈한 문화재가 있었나?”

“박지홍이 탐을 낼만한 건 없습니다.”

“그럼 귀중한 우리 문화재를 줘야 한단 말인가?”

“문화재도 좋지만, 박지홍이 탐낼만한 무기를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기?”

“어제 CCTV에서 박지홍이 반달가슴곰의 숨통을 끊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칼을 사용하더군요. 선인에게 무기란 목숨과도 같은 것입니다. 박지홍도 선인이니 좋은 무기를 탐낼 겁니다. 놈이 탐낼 만한 명검을 한 자루 선물해 환심을 사는 게 좋겠습니다.”

“명검이라... 어떤 게 좋겠나?”

“어장검을 선물해주면 좋아할 겁니다. 박지홍은 로마군이 즐겨 쓰던 글라디우스와 비슷한 모양의 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길이와 모양이 비슷한 어장검을 선물하면 마음에 들어 할 겁니다.”

“구야자의 어장검을 선물하자고?”

구야자(歐冶子)가 만든 어장검(魚腸劍)은 자객인 전제가 물고기 배 속에 숨겨 들어가 오나라 료왕을 암살한 것으로 유명한 명검이었다.

구야자는 춘추 시대 월나라 사람으로 월나라 구천왕의 명령을 받아 거궐(巨闕), 담로(湛盧), 순구(純鉤), 승사(勝邪), 어장(魚腸) 다섯 자루의 명검을 만들었고, 후에 간장(干將)과 함께 초소왕을 위해 용연(龍淵)과 태아(泰阿), 공포(工布)를 만든 중국 최고의 야공(冶工)이었다.

칼 만드는 기술이 어찌나 뛰어난지 2,000년 동안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어장검은 모양은 물론 녹슨 곳조차 없는 처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선물은 사람의 지위와 쓰임에 맞아야 비로소 제값을 합니다. 어장검이 매우 중요한 보물이지만, 박지홍을 잡을 수만 있다면 값어치 그 이상을 하는 것입니다.

쩡칭훙 국가부주석의 말에 차오스 국가주석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박지홍의 태도로 봤을 때 아까운 어장검만 날름 받아먹고 끝날 공산이 컸다.

그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아까운 어장검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화가 솟구쳤다.

“동북 삼성의 레드울프 무리를 생각하면 박지홍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계약국가 안에 기필코 들어야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를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알았네. 슝다이린에게 연락하고 선물을 보내게.”

“알겠습니다.

“혈랑들이 모두 물러갔다고?”

“예, 지난달 15일을 전후해 서식지로 돌아갔습니다.”

“큰일이군. 매년 혈랑의 숫자가 늘어나는데, 뾰족한 대안이 없으니.”

중국은 매년 만주를 휩쓸고 다니는 혈랑들로 골머리를 싸맸다. 일명 혈풍단. 흑풍단, 청풍단, 백풍단, 황풍단이라 불리는 다섯 무리로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이 되면 농장과 마을을 습격해 가축을 잡아먹어 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

다섯 혈랑 무리는 평균 3,000마리 수준으로 이중 진짜 혈랑인 레드울프는 250~300마리였고, 나머지는 회색늑대로 혈랑의 가족과 친지들이었다.

회색늑대는 단혼으로 둘 중 한 마리가 사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같이 살았다. 이 때문에 전체 숫자와 비교하면 혈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이들 다섯 무리 이외에도 100~200마리씩 몰려다니는 무리도 많아 군대는 물론 레드몬 사냥팀을 투입하기도 아주 난감했다.

혈랑은 회색늑대에서 변이한 레드몬으로 북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에 있는 레드울프보다 크기도 크고 털 색깔도 붉어 혈랑이라 불렸다.

레드울프의 몸길이가 3.0~3.5m, 무게가 200kg인데 반해, 혈랑은 평균 4m에 무게도 300kg에 넘어 늑대 중에선 가장 월등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제 그만 폭격을 중단해야 합니다. 서식지가 줄어들며 겨울철 마을과 농가를 습격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여파로 농경지와 거주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만주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서식지가 늘어나면 놈들의 숫자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걸 생각해야지 어찌 하나만 생각한단 말인가?”

“혈랑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놈들은 싸움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평화적인 공존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건 숫자가 적기 때문에 머리를 쓰는 것이네. 우리가 경계심을 풀고 내버려두면 놈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땐 지금처럼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토를 넓히려 할 것이네.”

“동물은 먹이에 따라 숫자를 조절합니다. 인간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진 않을 겁니다.”

“그거야 동물 기준이지 레드몬 기준은 아니지 않은가.”

해마다 늘어나는 혈랑의 수는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불안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차오스 주석은 이를 타개하고자 공중 폭격을 통한 늑대 서식지 파괴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레드울프 무리가 인간의 땅을 침범하게 만든 원인이 되어 농가와 마을뿐 아니라 도로와 철도까지 끊기며 고립된 지역이 점차 늘어나며 동북 삼성 주민들의 피해만 가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쩡칭훙 국가부주석의 주장대로 서식지 파괴를 중단할 수도 없었다. 서식지 먹이가 풍부하면 혈랑의 수가 늘어나게 되고 그럼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었다.

쩡칭훙 국가부주석이 나가자 덩차오 화이 공대 단장과 가내량 선인 인공배양연구소 소장, 황준지우 생물 무기 연구소 소장이 차례로 주석실로 들어왔다.

덩차오 화이 공대 단장은 중국 공산당의 숨은 힘이라 평가받는 선인 4,000명을 이끄는 수장으로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선인을 믿지 못하는 중국 공산당은 단장과 부단장 등 화이 공대 중요 보직에 일반인을 앉혀 선인을 통제했다.

1993년 1월 세계포스협회에 등록된 중국 선인은 11,939명으로 이 중 30%가 넘는 4,000명이 화이 공대 소속이었고, 중급 능력자 132명 중 72명도 화이 공대 소속이었다.

전통적으로 지방정부의 힘이 강한 중국은 레드문 이후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급격히 줄어들자 군벌과 토착세력들이 선인을 끌어들여 힘을 키워 이권에 개입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중앙정부는 이를 타개하고자 모든 잠능자와 선인을 북경 선인교육대로 불러들여 중국 공산당의 열렬한 지지자로 키우려 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반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만 북경에서 교육하고, 나머지는 23개의 성과 4개의 직할시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했다.

이 때문에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지방정권이 속출하며 중앙정부의 속을 태웠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로 나뉜 상태였고, 중앙정부는 40%가 넘는 선인과 50%가 넘는 중급 선인을 보유하고 있어 아직은 납작 엎드린 채 중앙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반란군은 어찌 됐나?”

“화이 공대 소속 선인 100명을 투입했습니다. 늦어도 내일이면 반란 세력을 모두 소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티베트는 중국의 영토일세. 절대 독립이란 있을 수 없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화이 공대가 있는 한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차오스 주석은 화이 공대를 레드몬 사냥에 동원하지 않고, 지방정권의 반란 억제와 소수민족 탄압 등에 사용했다.

이는 중국의 분열을 막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평가도 있었지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인민의 고통을 외면한 가혹한 처사라는 평이 훨씬 우세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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