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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80화 (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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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초대(招待)

곤히 잠든 은비를 품에 안고 헬기에 탄 시간이 새벽 2시 30분이었다. 저공비행으로 북쪽으로 올라간 MI-26 헤일로가 동해를 끼고 울릉도까지 빙 돌아 목적지인 월악산 부근에 도착한 건 아침 해가 떠오르는 6시 경이었다.

“오빠!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가 있는데요.”

“셋 다 엘리트 레드몬이야?”

“아니요. 어미만 엘리트 레드몬이고요, 새끼는 두 마리는 하급 레드몬으로 2m 정도 자랐어요.”

반달가슴곰은 여름철 번식기에만 한 달가량 암수가 같이 지내고 이외에는 단독으로 생활했다.

새끼는 보통 어미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 태어났고, 한배에 평균 두 마리를 낳았다.

“어딘가에 수컷이 있다는 뜻이네.”

“그렇죠.”

“녀석도 엘리트 레드몬일까?”

“동물의 법칙으로 따지면 당연히 그래야겠죠. 약한 수컷과 교미해 새끼를 낳는 암컷은 없으니까요.”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지?”

“저희가 종족 번식 때문에 오빠를 선택했다는 말이에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런 일도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제대로 물은 거죠. 헤헤헤~”

“내가 힘센 수컷이야?”

“힘만 세요? 자상하고, 착하고, 남자답고, 잘생기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죠.”

“상아야! 너도 완전 중증이다. 진실의 눈을 가졌으면 어떻게 나를 그렇게 좋게만 보냐? 그것도 능력이다.”

“사실이니까요. 전 언제나 진실만을 말해요. 까르르~”

“내가 전생에 죄가 큰가 보다.”

“왜요?”

“죄가 너무 커서 이번에는 좀 착하게 살라고 예쁜 아내들을 보내준 것 같아. 그것도 여섯 명이나. 하하하하하~”

“뭐라고요? 키키키~”

월악산 반달가슴곰 사냥은 싱겁다고 할 만큼 간단하게 끝났다. 수놈을 찾느라 2시간가량 돌아다닌 것 빼고는 전투라고 말하기도 창피할 만큼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암놈은 새끼를 보호하느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목이 잘려 목숨을 잃었고, 수놈은 B급 엘리트 레드몬에 간신히 도달한 놈으로 은비와 소연의 멘탈 공격에 몸이 멈칫하는 사이 참격 한 방에 심장과 목젖이 잘려 숨을 거두었다.

놈들을 쉽게 잡아서 그런지 기대했던 레드주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커다란 웅담 두 개와 그보다 작지만 쓸만한 웅담 두 개 그리고 10cm짜리 레드스톤 두 개를 얻었다.

암놈은 32,111몬, 수놈은 22,712몬으로 두 개 합쳐 레드스톤 가격만 무려 328억 9,380만 원이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 번에 B급 엘리트 레드몬을 두 마리나 잡고, 엘리트 레드몬으로 성장할 새끼까지 몽땅 처리하시고 너무도 엄청난 위용에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고말고요. 이런 대단한 능력자가 있는 한국은 정말 복 받은 나라입니다. 부럽습니다. 부러워 미칠 것 같습니다.”

“호호호~ 모두 대표님들 덕분이에요.”

프랑스 특사 프랑수아 클뤼제(Francois Cluzet)와 스위스 대표 앙뜨완느 바슬레르(Antoine Basler)가 입에 침을 발라가며 딸랑거리자 한숙이 장단을 맞췄다.

나진시에 상주하는 특사 중 절반은 아부에 능통한 사람들로 그 중에서도 프랑스와 스위스 특사는 얼굴이 두꺼워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모두 진심이 아닌 계약을 따내기 위해 그럴싸한 말로 한숙의 비위를 살살 맞추는 립서비스였다.

재미있는 건 적극적으로 딸랑이를 치는 특사들은 100% 계약에서 제외된 국가들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한숙이 한 마디씩 던지는 희망적인 말과 좋은 이미지를 끝까지 남겨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오늘도 열심히 한숙의 비위를 맞추었다.

“이번 사냥으로 벌어들인 600억 원도 모두 미래 아이 사랑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어요.”

“천사이자 의인이 따로 없으십니다.”

“맞습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그 많은 돈을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과감히 내놓다니, 저라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겁니다.”

“그러면 뭐하겠어요. 우리 정부는 콧방귀도 안 뀌는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모른 척을 하다니요.”

“우리가 진심을 보여도 믿지도 않을뿐더러 비방만 잔뜩 늘어놓잖아요. 그리고 약속한 사과도 하지 않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쯔쯔쯔~

“저도 그 이야기 들었습니다. 회장님을 매국노라 했다면서요?”

“그것뿐이겠어요. 거짓말쟁이에 도둑놈, 미친놈, 개망나니, 난봉꾼까지 할 수 있는 욕은 다했죠. 그러고도 이 나라를 위해 뛰어다니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네요.”

한숙의 언성과 한숨이 커지자 주위에 몰려 있던 특사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며 우리 정부와 여당을 비난했다.

탄력을 받은 한숙이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듯 정부를 비난하며 특사들의 얼굴을 일일이 쳐다봤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 챈 특사들은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면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이게 바로 홍은하 소장이 말한 직접적인 요청 없이 상대를 움직이는 것으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법이었다.

우리가 이들을 불러 시시콜콜 사정을 말하며 도움을 요청하면 결국 우리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무언의 압박을 가해 자발적으로 도와주게 하면 우리가 요청한 것이 아니라서 생색내기는 할 수 있어도 무언가 요구하긴 애매했다.

정 부담스러우면 작은 도움을 주고 더 많은 걸 얻어내면 되는 일로 이 또한 갑의 횡포라 할 수 있었다.

“약이 제대로 먹혔나 봐요. 약발이 바로 오네요.”

“무슨 약발?”

“이승구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홍씨를 만나고 싶다고 지금 연락 왔어요.”

“나를 왜 만나?”

“청와대 초청 전에 서로가 원하는 바를 조율하고 싶대요. 어떻게 할까요?”

“그럼 만나야지. 손해날 거 없으니까. 근데 언제 만나는데?”

“오늘 저녁 10시요.”

“빠르기도 하네.”

“그만큼 압박이 심하다는 얘기겠죠. 아마도 전화가 수십 통은 왔을 거예요.”

“흐흐흐~ 알았어. 준비해.”

“네.”

대통령 집사라 불리는 이승구 비서실장은 초선의원부터 김XX 대통령을 30년 넘게 보좌한 측근 중의 측근으로 현 정권의 진정한 실세였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정부 주요 보직에 자신의 인맥을 앉히는 것은 물론 대통령 얼굴을 보기 위해선 이승구 비서실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김XX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이렇듯 대통령의 뜻을 직접 떠받드는 비서실장이 나선시에 온다는 건 나와 대화할 생각이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이었다.

이번 만남은 청와대 초청 전 사전 조율이라는 명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속을 떠보기 위해 오는 것이었다.

우리 역시 다들 것이 적과의 동침이 가능한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야 할지 알기 위해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승구 비서실장은 겉으로 드러난 우리 모습만 알뿐 실체는 전혀 모른 채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민 꼴이었다.

노회한 정치 실력을 믿고 우리 속내를 얼마든지 캘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실의 눈을 가진 상아와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소연 그리고 놈의 반응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내가 있었다.

셋이 힘을 합치면 상대가 무슨 패를 가졌는지 모두 볼 순 없어도 놈이 가진 패가 진짜인지 가까인지는 얼마든지 구별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 이승구입니다.”

“미래 레드몬 박지홍입니다.”

“안녕하세요. 홍은하예요.”

이승구 비서실장의 첫 인상은 강퍅하다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었다. 항간의 소문처럼 성미가 까다롭고 고집이 센 사람으로 대통령 외엔 누구 말도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독선을 부추겨 야당은 물론 여당과 장관들도 눈살을 찌푸리는 인물이었다.

“대통령님은 박지홍 회장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 드릴 겁니다. 대신 귀화 얘기는 다신 꺼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대통령님을 욕보이는 행동으로 싸우자는 말밖에 안 됩니다. 또한,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셔야 합니다. 청와대에 협조하는 것은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국민을 바른길로 이끄는 일입니다.”

“적극적으로 협조하라? 너무 모호하고 아리송한 요구네요. 더구나 청와대에 협조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말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머리입니다. 심장과 머리가 하는 일을 따라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괴변이네요. 우리 정치사를 보면 청와대의 행동이 옳은 일보다 그른 것이 훨씬 많았다는 걸 알고 계실 텐데, 무조건 따라야 한다니 희한한 논리네요.”

“그건 과거 부패 정권과 군사 정권에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국민을 위해 출범한 문민정부는 그들과 궤를 달리하는 깨끗한 정부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폭력과 잘못을 인정한 정권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서실장님의 말을 신뢰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기세를 잡기 위해 홍은하 소장이 강하게 나가자 이승구 비서실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미 예상을 하고 왔겠지만, 초반부터 이렇듯 강하게 나올 줄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지홍 회장님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드리는 만큼 청와대도 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사회 통념에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일에만 힘을 빌릴 생각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죠? 국민을 위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실상은 어느 개인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앞장세울 수도 있잖아요.”

“대통령님은 국민이 뽑은 국가의 수장입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승구 비서실장님은 신문과 방송도 안 보시나요? 전직 대통령들의 비리가 매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요.”

“지금 발언은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일입니다.”

“전 현직 대통령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말한 적 없어요. 비서실장님께서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에헴! 우리는 오늘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났습니다. 그럼 상대에 대한 비방은 삼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됩니다.”

“그건 저도 동감이에요.”

홍은하 소장의 도발에 살짝 흥분했던 이승구 비서실장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나가기 위해 분위기를 다운시켰다.

이승구 비서실장이 나진시를 찾아온 목적은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사전 조율을 마치는 것이지 싸우기 위함이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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