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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79화 (179/505)

00179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

179.

“박사님! 혹시... 문스톤의 전파를 차단하는 장치가 개발된 게 있습니까?”

“풍산개에 때문에 그럽니까?”

“네, 내년 1월부터 해외 원정을 다닐 예정입니다. 이제 경우 중급 레드몬이라 문스톤으로 보호받는 도시에 녀석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가 없어 고민이 큽니다.”

“문스톤에서 나오는 전파만 차단하면 되는 일이라 귀마개 형태로 만들면 됩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입니까?”

“이미 문스톤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아직 같은 효과를 내는 전파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 전파를 막는 방법은 오 년 전에 개발됐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부탁 좀 해도 될까요?”

“다음 주까지 시제품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사용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개선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냥팀에서 풍산개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커져, 이제 녀석들을 두고 다닌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풍산개는 아내들의 느린 속도를 대신하는 빠른 발이자, 가까이 접근하는 레드몬을 막아주고 처리하는 방패였다.

또한, 짐꾼이자 탐지 레이더로 쓰임새가 무궁무진해 가치로 따지면 중급 피지컬리스트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런 귀중한 녀석들을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 갈 때 두고 다니는 건 매우 큰 손실이라 고민이 많았었다.

「괜히 고민했네. 물어만 봐도 해결되는 걸 몇 날 며칠을 끙끙 알았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니까. 이런 간단한 것을 몰라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으니... 젠장! 그런데 혹시... A급 엘리트 레드몬 밑으로 문스톤의 영향을 받지 않는 레드몬도 있을까?」

“궁금해서 그러는데 최하급이나 하급 레드몬 중에서 문스톤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이겨낼 수 있는 레드몬도 있습니까?”

“레드몬 중에서 전파를 쏘아내는 개체도 있어, 특수한 스킬을 쓰는 개체도 있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럼 변이나 진화를 통해 문스톤에서 나온 전파를 이겨낼 수도 있는 겁니까?”

“인간이 각종 바이러스를 이겨내듯 레드몬도 그럴 수 있습니다.”

“변이 속도를 생각하면 그런 레드몬이 이미 나왔거나, 조만간 나올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쉽진 않을 겁니다.”

“왜 그렇죠?”

“인간이 바이러스를 이겨낸 건 치료제를 개발했거나, 억제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에 계속 노출됐다는 것입니다. 레드몬도 문스톤의 전파를 이겨내려면 전파에 계속 노출돼야 억제 방법을 찾아내거나, 치료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어 인간처럼 극복하긴 어려울 겁니다. 또한, 인간이 치명적인 독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B급 엘리트 레드몬 이하는 전파를 이겨낼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최정준 박사의 말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신뢰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변이한 레드몬 중 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놈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런 놈이 번식에 성공하면 박사가 생각한 범주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렇듯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방법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박사님 말씀 중에 문뜩 생각하는 것이 있어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바이러스도 레드몬으로 변이할 수도 있는 겁니까?”

“흐음... 가장 위험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군요.”

바이러스(Virus)는 세균보다 크기가 작은 전염성 병원체로 유전물질인 RNA와 그 유전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로 구성된다.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어 자신의 DNA나 RNA를 숙주 세포 안에 침투시킨 뒤 침투당한 세포의 소기관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자기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들을 생산한다.

“뇌가 없는 생물이 레드몬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100%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군요?”

“지구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어느 것이든 레드몬으로 변이할 가능성은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레드몬으로 변이한 모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바이러스 침투로 사람이 죽게 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고, 거머리 크기의 레드몬이 인간의 몸에 파고들어 숙주로 삼아 성장하거나, 최악에는 인간을 조종할 수도 있겠죠. 이런 일이 박테리아가 인간을 공격할 확률보다 수천 배는 높을 겁니다.”

최정준 박사의 이야기는 한 번도 TV나 신문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내용이었다.

뇌 용량이 클수록 레드몬으로 변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대중화된 내용으로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숙주나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 돌연변이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최정준 박사가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면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각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거나, 알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박사님! 그런 일이 생긴 적이 있었나요?”

“제가 알기엔 아직 없었습니다.”

“아직 없었다고 해도 언제가 일어나긴 하겠네요.”

“그렇겠죠.”

“막은 방도는 있나요?”

“없습니다.”

상아의 물음에 최정준 박사가 확실하게 언젠가 그런 일이 생길 거라 못을 박았다. 레드마우스의 번식력은 무식하다고 할 만큼 엄청났지만, 곤충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개미와 바퀴벌레, 모기, 메뚜기 등이 레드몬으로 변이해 번식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건 재앙이자 인간의 멸망이었다.

레드마우스도 손쉽게 잡아낼 무기가 없는 현실에서 수만 수십만 마리가 떼거리로 몰려올 것을 생각해 보라.

더구나 그놈들 중 인간을 잡아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돌연변이로 만들거나 숙주로 삼아 조종하는 놈들까지 나온다면 인간의 멸망은 기정사실화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늦기 전에 화성으로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이러다 애도 못 낳고 죽는 거 아니야?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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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월악산의 반달가슴곰은 대략 신장이 7~8m로 무게는 1.0ton 정도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네?”

“네, 약초꾼 여덟 명 중 가장 뒤처졌던 한 명만 간신히 살아남은 거라 크기와 무게도 추정치에 불과해요.”

아시아 백곰은 동아시아와 타이완, 일본, 연해주에 분포하는 검은 색 곰으로 가슴에 V자 또는 초승달 모양의 흰색 털이 있었다.

반달가슴곰은 일본어를 번역한 말로 우리 조상들은 그냥 곰이라고 불렀고, 한반도 북부에 서식하는 상대적으로 큰 종은 큰곰이라고 불렀다.

반달가슴곰도 일제의 만행인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에 가까운 피해를 당해 거의 사라졌었다.

그러다 레드문과 함께 북쪽에 살아남은 극소수가 번식에 성공해 그중 일부가 태백산맥을 타고 남쪽에 자리를 잡았다.

“위치는 파악한 거야?”

“2년 전 죽은 약초꾼들은 월악리 수문 폭포 부근에서 약초를 캐다가 놈의 습격을 받았어요. 시간이 꽤 지나 아직 그곳에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주변 사냥팀 중 놈을 발견한 사냥팀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근방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

“어차피 한 바퀴 돌아봐야 하니까 있으면 찾아낼 수 있겠지.”

“이번에 마을이 아니라 바로 목적지 부근에 내려드릴게요. 헬기는 문경읍에 착륙해 기름을 채우고 대기할 거예요. 사냥 끝나면 연락주세요. 바로 모시러 갈게요.”

“번거롭지 않아 좋네.”

“마음에 드세요?”

“아주 좋아. 앞으로도 그렇게 해.”

“알았어요. 대신 사냥 모습을 간략하게 비디오로 찍어주셔야 해요.”

“왜?”

“홍보용으로 필요해요. 잘 편집해서 국내외 방송국과 언론사에 넘길 거예요. 그래야 화끈한 반응을 끌어내죠.”

“알았어.”

지난번과 같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중간 기착지를 없애고 목표물 부근까지 헬기로 접근해 재빨리 놈을 사냥하고 집에 돌아올 계획이었다.

기자회견은 우리가 사냥을 시작하는 동시에 간략하게 소식만 전하고 사체는 나진시로 돌아와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첩보 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새벽 3시쯤 저공비행으로 나진시 북쪽으로 빠져나가 해안을 타고 월악산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다른 레드몬은 알아봤어?”

“전라도 지리산과 울진 통고산 부근에 C급 누렁이와 C급 너구리가 한 마리씩 있다는 제보에요. 그 외에도 백여 건 이상 엘리트 레드몬을 봤다는 제보가 있어요.”

“뭐가 그렇게 많아?”

“제보가 사실일 경우 상금 1억 원을 준다고 신문광고를 내자 제보가 쏟아져 들어오네요.”

“믿을 게 별로 없겠네?”

“대부분은 허위 제보일 가능성이 커요. 그래도 모르는 일이라 포스협회에 비슷한 제보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 지역 주민과 레드몬 사냥팀에도 제보 내용이 맞는지 알아보고 있어요.”

“지리산과 통고산은 확실한 거야?”

“그나마 두 곳이 가능성이 가장 커요.”

“좀 더 정확히 알아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면 찌라시들이 물어뜯고 지랄을 떨 거야. 그런 쓰레기 언론에 신경 쓰고 싶진 않지만, 말도 안 되는 소설 쓰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알았어요.”

“홍 소장은 뭐래?”

“지홍씨하고 비슷해요. 지금 가봐야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해 뿐 실익이 없다는 생각이에요.”

“그거야 다 아는 얘기고.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특사들 불러다 저녁 한 끼 근사하게 먹이고 언성 좀 높이라고 하네요.”

“저녁까지 먹이면서 그래야 해?”

“그런 일은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게 좋대요. 사람들 불러 모아 대놓고 말하는 것보다 술 한 잔 먹여놓고 말하면 친근감도 있어 보이고 자기편처럼 보여 잘 먹힌다고 하네요.”

“홍 소장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언제가 좋겠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내일 저녁에 하죠.”

“어디서?”

“미래 호텔 연회장이 괜찮겠어요.”

“미래 호텔 벌써 완공한 거야?”

“다 된 건 아니고요, 기자회견장과 연회장은 필요할 것 같아 서둘러 공사를 마쳤어요.”

“그럼 그렇게 하고 놈들을 어떻게 구워삶을지 차질 없게 준비해둬.”

“걱정하지 마세요. 몸이 달아서 운만 띄워도 알아서 물어뜯을 거예요.”

“흐흐흐~ 물어뜯는 김에 다신 못 기어오르게 확실하게 아작을 내게 해. 어중간하면 안 하느니만 못해.”

“피투성이를 만들어 놓을게요.”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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