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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77화 (177/505)

00177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

177.

“저기... 시.시.실례가 안 된다면 저.저희도 사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인해본 적이 없어 할 줄 몰라요.”

“조.존함과 날짜 그리고 저.저희 이름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깨끗한 A4용지와 유성 사인펜을 받아든 상아가 이름을 크게 쓰고 날짜를 적어 남자 연구원에게 돌려줬다.

“이렇게 적으면 되나요?”

“죄.죄송하지만, 그 밑에 잘 생긴 오빠 최필규에게... 라고 써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저기 아영님도 한 장 부탁드립니다.”

“전 친한 오빠 장덕수에게... 라고 써주십시오.”

상아와 아영이 놈들의 요구대로 글을 적어주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종이를 받아들더니 가슴에 꼭 끌어안고 팔짝팔짝 뛰었다.

아내들의 얼굴이 아직 남쪽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나선시에선 여자 연예인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렸다.

연예인보다 훨씬 아름다운 외모와 뽀얀 피부, 쭉쭉 뻗은 팔다리와 날씬한 몸매 그리고 친절한 성격까지 더해지며 나선시에선 여신으로 받들어졌다.

덕분에 어디를 가든 느껴지는 남자들의 시선에 불쾌감이 팍팍 쌓이며 살기를 투사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12번도 더 들었다.

마누라들의 예쁜 얼굴과 몸매는 오직 나만을 위한 것으로 다른 놈이 쳐다보는 건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이것들이 남의 마누라에게 추파를 던져? 죽고 싶나? 살기로 확 지져버릴까?」

“회장님! 저희랑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죄송하지만, 전 사진은 안 찍습니다.”

“그러지 말고 딱~ 한 장만요.”

“제발요~ 평생소원이에요. 부탁드려요.”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여자들이 애교를 부리며 사진 찍기를 강요했다. 평소 같으면 절대 안 된다고 퇴짜를 낳지만, 오늘은 남자들과 히히거리는 상아와 아영의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알겠습니다.”

“꺅~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필규씨!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정지윤 박사가 내 왼팔을 끼며 커다란 가슴을 밀착하자, 예쁘장하게 생긴 연구원이 잽싸게 오른팔을 끼며 가슴을 비벼댔다.

남은 여성 연구원은 내 앞에 서더니 몸을 기대왔다. 양팔에 느껴지는 몽실한 가슴과 고추를 자극하는 엉덩이의 감촉에 온몸이 쩌릿쩌릿했다.

“헙!”

고추가 급격히 팽창하려는 찰나 상아와 아영의 고양이 같은 눈에 숨이 꽉 막히며 무럭무럭 자라나던 고추가 번데기처럼 작아졌다.

“찍습니다.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평생 간직할게요.”

사진을 찍은 여흥이 쉽게 가시지 않는지 송지윤과 젊은 연구원 팔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고, 앞에 등을 돌리고 섰던 연구원도 몸을 돌려 껴안듯 밀착한 채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숨을 훅훅 불어댔다.

「얘들 직업이 연구원이야 꽃뱀이야? 환장하겠네.」

“저희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사진은 곤란해요. 오빠가 다른 남자와 함께 사진 찍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세요.”

“그.그렇군요.”

“후유~ 후유~”

사진을 손에 넣지 못한 최필규와 장덕수가 풀죽은 강아지마냥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

아영의 말은 여성 연구원들과 몸을 밀착한 채 사진을 찍고 지금도 여전히 끌어안고 있는 내 모습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아내들이 남자 직원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나 역시 여자 직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얼굴도 모른 상태에서 오직 능력으로 얻은 인기라 속물 성향이 강했지만, 그래도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를 선호하는 여성도 있어 모두 돈만 밝힌다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어쨌든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 아내들의 신경을 살살 건드리고 있었다. 원래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아내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김지영(스기모토 유미), 이연희(이시하라 사토미), 황민영(타베 미카코)을 데려온 다음부턴 상황이 180도 달라져 여자가 근처에만 접근해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행동이 아니라 내 돈과 능력을 탐내고 접근한 김지영, 이연희, 황민영 같은 여자들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남자는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했다. 혀와 손, 고추로 혀를 함부로 놀리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고, 도박과 보증, 주먹질해도 패가망신이었다.

고추를 함부로 놀려면 여난으로 집안이 엉망이 됐고, 꽃뱀에게 물릴 경우 돈과 명예까지 몽땅 잃었다.

이 때문에 아내들은 내가 잘못된 여자를 만나 상처를 입게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정화 효과가 사라지는 이유는 포스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입니다. 이런 성질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저희는 용기를 석영으로 만들었습니다. 석영 용기에 정화수를 담으면 정화수의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최장 30일까지 늦출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뛰어난 용기는 자수정, 황수정,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류를 이용해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화수보다 용기 가격이 더 비싸겠는데요?”

“아영님의 정화수는 보석보다 더욱 값진 물건입니다.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로 하찮은 보석 따위와 비교하는 건 정화수를 모독하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장덕수 연구원의 말이 맞습니다. 생명수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1단계 생명수만 꾸준히 복용해도 최대 20% 생명을 연장할 수 있고, 2단계는 30%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런 생명수를 어찌 반짝거리기만 하는 쓸모도 없는 돌멩이와 비교할 수 있습니까?”

“최필규 연구원과 장덕수 연구원의 말처럼 정화수는 인류의 소망인 생명 연장과 무병장수 그리고 노화 방지의 꿈을 모두 실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물질로 저희는 정화수 대신 생명수라 부르고 있어요.”

“생명수라니 너무 과분한 이름이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가 생산한 모든 약과 음식을 다 합해도 생명수보다 효과가 못합니다.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생명수라 부르는 것이지 더 좋은 이름을 지어드리고 싶습니다.”

연구원들이 인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생명수를 우린 아까운 줄 모르고 물 쓰듯이 썼다.

세수할 때도 생명수로 했고, 목욕할 때도 생명수를 썼다. 물 대신 음료수로 생명수를 마셨고, 심지어 이빨 닦을 때도 생명수를 썼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물에 희석해 사용했지만, 효과는 떨어져도 효력은 남아있어 지친 몸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물에 희석해 사용해도 괜찮은 겁니까?”

“1단계 생명수에 물을 섞으면 최대 다섯 배가 마지노선입니다. 그 이상 희석하면 효과가 너무 떨어져 생명수라 부를 수가 없습니다.”

“다섯 배면 효과가 어느 정도 나옵니까?”

“피로 물질 5% 제거와 활력 3% 증가, 레드몬에 당한 상처 치료 불가, 레드몬을 상대로 상태 이상 공격 방어 불가, 1년 이상 장기 복용 시 면역력 향상. 이 정도 수준입니다.”

“2단계는 몇 배까지 희석할 수 있습니까?”

“2단계 생명수는 열 배까지 가능합니다.”

“효과는요?”

“피로 물질 7% 제거, 활력 5% 증가, 최하급 레드몬에 당한 상처 치료, 최하급 레드몬을 상대로 최대 5분간 상태 이상 공격 방어, 6개월 이상 장기 복용 시 면역력 향상. 피부 노화방지. 자료에서 보시는 것처럼 1단계 생명수를 희석하는 것보다 2단계 생명수를 희석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뛰어납니다.”

10배 희석한 것치곤 나쁘지 않은 효과로 건강 증진을 위해 일반인이 사용하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효과였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레드몬을 상대하는 능력자에게 피로 물질 7% 제거, 활력 5% 증가는 턱없이 낮은 효과였다.

“희석 상태로는 안 되겠다.”

“그러게요. 일반인용으로 판매할 게 아니면 좀 더 능력을 끌어 올린 후 공개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정화수의 희소성과 상태 이상 방어 효과를 생각하면 1단계 정화수는 최소 1,000만 원, 2단계 정화수는 그보다 10배인 1억 원은 받아야 했다.

최하급 레드몬의 가격이 마리당 300~600만 원 선으로 1단계 정화수를 사용하기엔 가격이 너무 비쌌다.

혼자 5~6마리 잡을 수 있다면 부담될 게 없지만, 최하급 레드몬 위주로 사냥하는 하위 공대(15명)의 경우 레드마우스를 기준으로 하루 10~20마리 정도를 잡고 있어 치료용으로 갖추고 있으면 모를까, 한 사람당 한 병씩 마시며 사냥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아영님! 오신 김에 저희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도울 일이 있나요?”

“마침 생명수도 다 떨어졌고, 식물과 동물이 정화 스킬에 반응하는 모습도 보고 싶습니다.”

“오빠 어떻게 하죠?”

“우린 여기 앉아 있을 테니까 도와드려.”

“네, 어떤 것부터 도와드릴까요?”

“생명수부터 채워주시면 됩니다.”

아영이 다가가자 최필규와 장덕수의 입이 귀에 걸렸다. 죽었던 자식이 돌아와도 저렇게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최필규와 장덕수가 요구한 동·식물 실험은 정화 스킬 효과를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놈들의 음흉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실험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미덥지가 않았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고 맡은 일엔 정성을 안 쏟고 아영에게 온통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놈들은 실험보단 아영의 얼굴을 훔쳐보고 몸에서 풍기는 상큼한 오렌지 향을 맡고 싶은 게 분명했다.

“이것들이 정말 죽고 싶나?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딴짓만 하고 있네.”

“오빠! 그러지 마세요.”

“네가 보기엔 저게 정상이냐?”

“그냥 순수한 실험이에요. 오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거 아니에요.”

“웃고 떠드는 게 순수한 실험이야?”

“울면서 할 순 없잖아요.”

“우쒸~”

상아의 다독임이 없었다면 아영의 옆에 붙어 실실거리는 최필규와 장덕수를 묵살발로 만들었을지도 몰랐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내 여자를 건드리는 건 죽어도 못 참았다. 그건 죽자고 덤비는 것과 같았다.

“회장님! 커피 드세요.”

“감사합니다.”

“오오~ 이 근육 좀 봐. 마르신 줄 알았는데, 이게 모두 근육이었네요.”

“어머! 손이 여자처럼 고우시다. 저보다 손이 더 부드러워요.”

정지윤 박사와 젊은 여성 연구원이 몰려들어 추파를 던지자 상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오빠! 좀 전에 뭐라 하셨죠?”

“그.그.글쎄? 기.기억이 잘...”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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