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5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
175.
데스 홀드와 벼락이 연속으로 몸을 강타하자 녀석도 충격을 받았는지 뇌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블링크를 사용해 놈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글라디우스에 예기와 함께 번개주얼의 힘을 밀어 넣었다.
2m로 자라난 푸른 예기에 은색 전류가 흐르자 아름답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사악한 광채를 뿜어져 나왔다.
멈칫거리는 녀석의 이마를 노리고 팔을 쭉 뻗었다. 순간 삵의 눈에서 피처럼 붉은 광선이 뻗어 나왔다.
왼팔을 들어 광선을 막자 몸이 굳어오며 놈을 찔러가던 팔이 멈칫거렸다. 머리를 찌르는 고통에 입술을 질끈 깨물자 피가 흐르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이 풀리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삵의 꼬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나 꼬챙이를 바닥을 내려찍듯 머리를 노리고 연속으로 찔러왔다.
“쿵! 쿵! 쿵!”
블링크를 사용하자 신형이 뒤로 쭉 늘어났다. 왼손에서 빠져나온 하얀 구슬이 땅에 박힌 꼬리를 때리자 땅이 빙판처럼 꽝꽝 얼어붙었다.
“쾅~”
흠칫 놀란 놈이 꼬리를 회수하려 했지만, 땅과 함께 얼음 붙은 꼬리가 빠져나오질 않았다.
“콰릉~”
“쿠엑~ 쿠엑~”
은비가 발사한 벼락이 얼어붙은 꼬리를 때리자 과자가 부서지듯 으스러지며 꼬리가 끊어졌다.
냉기탄에 꽝꽝 얼어붙은 덕분에 피를 뿜어내진 않았지만, 고통이 심하진 놈이 펄쩍펄쩍 뛰며 비명을 질러댔다.
블링크를 사용해 재빨리 뒤로 다가가 예기로 다리를 공격했다. 아픈 와중에도 경계심이 줄어들진 않았는지 옆으로 껑충 뛰어 칼을 피해냈다.
신속하게 따라붙으면 칼을 강하고 빠르게 튕겨내자 잔상과 함께 날카로운 예기가 쏘아져 나갔다.
머리, 가슴, 어깨, 양쪽 다리로 날아온 잔상을 막기 위해 놈이 붉게 물든 발톱을 마구 휘둘렀다.
“쾅쾅쾅쾅쾅~”
“쿠엑~”
삵의 대응은 눈부시도록 빨라지만, 거리가 불과 5m라 머리와 가슴, 오른쪽 다리에 날아든 예기밖에 막아내지 못했다.
예기를 막아내지 못한 왼쪽 다리가 형제도 없이 날아갔고, 어깨는 뼈가 완전히 부서져 오른발이 덜렁거렸다.
“지지지지직~”
더구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강력한 전류에 감전되어 피 거품을 토해내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가볍게 스냅을 줘 글라디우스를 튕겨내자 파란 예기가 날아가 고통에 떨고 있던 놈의 울대를 잘라냈다.
삵을 잡은 참격(斬格) 스킬은 기본 스킬을 연구하던 중 발경의 원리를 접목해 만들 스킬로 포스를 폭발시키듯 칼에 밀어 넣으며 스냅을 이용해 칼을 튕겨내면 예기가 최대 10m까지 날아가 물체를 타격했다.
“레드주얼 있어?”
“있어. 그것도 두 개나.”
“헉~ 정말?”
“응!”
“그럼 빨리 꺼내봐. 효과가 뭔지 궁금해 죽겠어.”
“사람들에게 공개한 다음 꺼내야 할 것 같아.”
“표시 안 나게 꺼내면 되잖아.”
“눈알 속에 박혀 있어서 그렇게 못해.”
“눈에서 빨간 광선 뿜어내더니 그거랑 상관있는 거 아니야?”
“이번에도 꺼내봐야 알아. 예측하기 어려우니까.”
“느낌이 팍 오는데.”
“흐흐~”
헬기를 불러 죽은 삵의 사체를 싣고 청송읍으로 돌아오자 어느덧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군인과 경찰, 기자를 빼면 모두 흩어질 줄 알았는데, 늦은 밤에도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우리를 보기 위해 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먼 곳에서 달려온 사람들로 이 정도면 호의를 넘어 팬심이라 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MI-26 헤일로의 문이 열리고 풍산개를 앞세운 우리가 천천히 걸어 나오자 청송군수 송만득을 비롯해 낮에 보았던 박도식 기무사령관과 이도준 경북 도지사, 정반수 레드몬 안전청 청장까지 모두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허겁지겁 달려와 왔다.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연락이 안 돼 무슨 변고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이 천에 씌운 물체를 끌고 나오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숙이 앞으로 나서 잠시 정숙을 요구한 다음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자리를 잡고 천을 걷어내자 5.5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의 삵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연달아 터뜨리고 생방송을 위해 강한 조명까지 비추자 헬기착륙장 일대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웅성웅성~”
“잠시 조용히 해주세요. 앞에 있는 삵이 정말 B급 엘리트 레드몬인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우리가 사용하는 레드스톤 측정기입니다. 그리고 이건 군에서, 이건 레드몬 안전청에서 사용하는 레드스톤 측정기로 박도식 사령관과 정반수 청장님이 공정한 측정을 위해 특별히 빌려주셨습니다.”
“........”
“이제 삵의 배를 가르고 심장에서 레드스톤을 꺼내 B급 레드몬이 맞는지 확인하겠습니다. 회장님!”
한숙의 요청에 따라 앞으로 나서 단도를 빼들고 포스를 주입했다. 파란 예기가 단도에 맺히자 경악에 찬 비명과 숨넘어가는 신음이 들려왔다.
아무 소리도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창호지를 가르듯 삵의 가슴을 가볍게 잘라내고 심장을 꺼냈다.
B급 엘리트 레드몬의 가죽과 본스틸을 종이를 자르듯 손쉽게 잘라내자 ‘오오~’ 하는 탄성이 들렸다.
수박만 한 심장을 꺼내 반을 쪼개자 피가 잔뜩 묻은 레드스톤이 나왔다. 수건에 피를 닦은 후 사람들을 향해 루비처럼 붉게 빛나는 10cm 크기의 커다란 레드스톤을 보여주었다.
“우와~”
“짝짝짝짝짝~”
함성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에 잘 보이게 여러 방향에서 보여준 후 한숙에게 넘겨주었다. 한숙이 3대의 레드스톤 측정기에 차례로 에너지양을 측정했다.
“38,122몬입니다. B급 엘레드몬이 확실합니다.”
“박지홍! 박지홍! 박지홍...”
다시 한 번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며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연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쩌렁쩌렁 울리다 못해 메아리가 쳤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정말 B급 엘리트 레드몬이 맞았습니다.”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낮에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 사냥한 모든 레드몬은 미래 아이 사랑재단에 기부되어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지출내용과 사용기록은 분기별로 작성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박지홍! 박지홍! 박지홍!”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성원해주신 마음 기필코 보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 다음 곧바로 헬기에 올라 나진시로 출발했다.
“팬클럽 하나 만들까?”
“팬클럽이 뭐야?”
“가수나 영화배우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나 단체 있잖아. 그걸 팬클럽이라고 해.”
“아아~ 조용필씨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송에서 이름 부르고 꽃다발 선물하고 그러는 거 말하는 거야?”
“대충 비슷해.”
“좋아하는 가수 있어?”
“무슨 소리야?”
“팬클럽 만든다며.”
“하하하~”
“깔깔깔깔깔~”
내 말이 재미있는지 소연이 큰소리로 웃어대자 은비와 서인, 한숙, 상아, 아영까지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아내들이 깔깔 웃는 소리에 한순간에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 진짜 바보가 될 것 같아 아무렇지 않은 척 이유를 물어봤다.
“뭐가 그렇게 웃겨?”
“아까 사람들 봤지. 늦은 시간까지 우리를 기다려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어쨌다고?”
“한 두 명도 아니고 무려 오천 명이 우리를 기다렸어. 정부에서 동원한 사람들이 아니라 모두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야.”
“그래서?”
“그 사람들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온 사람들이 아니야. 깊은 호감이 없다면 그렇게 기다릴 수 없어. 아직도 모르겠어?”
“.......”
“쉽게 말해서 우리 팬이라는 얘기야. 어쩌면 그보다 더 클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을 이용해 팬클럽을 만들자 그런 뜻이야.”
“맞아.”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던지... 사람 바보 만들고.”
“말했는데 네가 못 알아들은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들었어.”
“.......”
소연이 한숙과 은비, 서인, 상아, 아영을 가리키며 말하자 모두 소연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국민 중 절반은 TV를 봤을 거야. 너를 연호하는 소리도 들었을 거고. 분위기를 탔을 때 우리를 열렬히 지지해줄 사람들을 모으는 게 좋겠어.”
“대한당에서 하면 되잖아.”
“그건 정당이라 색깔론에 휩싸일 수 있어. 하지만 팬클럽은 그런 게 없지. 제대로만 조직해 확실하게 장악하면 정당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
“후유~ 앞으로 그런 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해. 난 바보라서 그런 거 물어봐도 몰라.”
“신랑! 화났어?”
“......”
“에이~ 화내지 마. 자기가 귀여워서 웃은 거지 나쁜 뜻은 없어서. 그렇지?”
“네에~”
“이것 봐. 모두 그렇다고 그잖아.”
“흥~ 잘도 갖다 붙이네.”
“우리의 유일한 주인이자, 희망이며, 등불이신, 위대한 남편께서 화내면 미천한 우린 무섭고 두려워 어쩔 줄을 몰라요. 그러니 화내지 마세요.”
소연이 전엔 없는 애교로 삐친 마음을 풀어줬다. 주인! 희망! 등불!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용어들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어떤 아내가 남편에게 주인이라 불러주고, 희망이라 불러주며, 등불이라 불러주겠는가?
모두 내 기분을 풀어줄 농담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입이 찢어질 것처럼 마음이 뿌듯했다.
“그럼 주인으로서 명령한다. 모두 옷 벗고 엎드려.”
“.....”
“뭐하는 거야. 내 말 못 들었어? 옷 벗고 일렬로 엎드려~”
“소연 언니! 집에서 나 좀 봐.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아.”
“소연아! 지홍씨 성격에 이거 한번 시작하면 매일 시킬 것 같은데?”
“언니! 이건 좀... 너무 창피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주인님인 오빠가 시키면 해야죠.”
“모두 미안!”
“빨리 엎드려~”
“우씌~ 이러면 되는 거야?”
“아주 좋아. 마음에 쏙 들어! 하하하하하하~”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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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