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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71화 (171/505)

00171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

171.

엘리트 레드몬이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건 숫자가 적은 것이 원인이었지만, 이보다는 지능이 높아 사람과 엮이는 걸 싫어해서였다.

지능이 뛰어난 엘리트 레드몬은 인간과 엮여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깊은 숲에 숨어 살거나 도시 근방에 살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우리가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엘리트 레드몬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까치살무사처럼 인간을 맛있는 먹이로 여기는 레드몬도 있었다.

이 때문에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보다 상위 포식자인 레드몬은 지금은 숫자가 적어 숨어 살지만, 개체수가 늘어나면 처지가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강한 개체가 출현하면 약한 개체가 도태되는 건 당연한 일로 46억 년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였다.

그러나 인간은 불변의 진리를 극복하고자 더 많은 능력자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더 강한 능력자를 보유하려 발버둥 쳤다.

“말이 통해야 공존의 길이라도 모색해볼 여지가 있지. 성대 구조가 달라 그럴 수도 없잖아.”

“말이 통하면 레드몬은 믿을 수 있어?”

“우리 예쁜 풍비가 거짓말하는 것 봤어? 풍연, 풍아. 풍영, 풍인 모두 인간처럼 거짓말 같은 건 안 해.”

“범고래는 거짓말도 곧잘 한다던데.”

“범고래는 우리 아기들처럼 충성심이 없잖아.”

“거짓말하고 충성심이 관련이 있나? 지능이 높아서 남을 잘 속이는 게 아닐까? 지적장애인이 사람 속이는 거 봤어?”

“그런가?”

“결론은 공존이 아니라 복종과 종속밖에 없어. 풍씨 자매처럼.”

“난 지금도 풍비가 오빠를 두려워서 나를 따른다고 생각하진 않아. 처음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해. 아기 때부터 우리와 같이 살며 한가족이라고 느끼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살가울 수가 없어.”

은비는 풍산개와의 관계를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은비 생각에 일정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그건 넘볼 수 없는 힘의 차이와 확실한 서열 정리 그리고 보호자로써의 역할까지 모든 것이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바탕 위에 관심과 사랑이 더해져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 만약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없다면 레드몬을 펫으로 부리는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났을 것이다.

“늦어서 죄송해요.”

“고생했어.”

“지홍씨! 제가 그만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말을...”

“아주 잘했어. 속이 다 후련하더라.”

“흑흑흑~ 죄송해요!”

“잘했다고 하는데, 왜 울어?”

“미안해요! 지홍씨 아픈 곳을 건들릴 생각은 없었는데. 화가 나서 그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긴데 뭐가 미안해? 울지 마. 예쁜 얼굴 망가져.”

“흑흑흑~”

울먹이는 한숙을 품에 안고 달래자 아내들이 모두 다가와 나와 한숙을 얼싸안고 위로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린 모두 한숙의 마음을 알았다. 한숙은 나를 대신해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었다.

부모의 억울한 죽음조차 밝혀주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나를 매국노로 몰자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지며 국민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었다.

“위이이잉~”

울적한 우리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힘차게 엔진이 돌아가자 커다란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과 함께 MI-26 헤일로가 사뿐히 떠올라 나진항을 한 바퀴 돈 다음 청송을 향해 기수를 틀었다.

그 모습을 ENG 카메라들이 전 세계에 생중계했고, 100여 대 넘는 카메라들은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또한, CNN, NBC, ABC, BBC, NHK 등의 방송사 헬기 6대가 날아올라 MI-26 헤일로 뒤를 바짝 쫓았다.

“캠핑카만큼 편안하고 좋은데.”

“마음에 들어?”

“응, 소음도 거의 없고 아늑하고 아주 좋아.”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청송 다녀오면 좀 더 보강해야 해. 그럼 지금보다 훨씬 아늑할 거야.”

장갑차와 소방차, 트럭까지 실을 수 있는 MI-26 헤일로 수송헬기는 내부공간이 아주 넓어 칸막이를 설치한 다음 침실을 만들어 놓자 살짝 흔들리는 걸 빼면 럭셔리 캠핑카만큼이나 아늑했다.

“이 정도면 원정 다닐 만하네.”

“한반도와 중국, 일본, 극동 러시아 지역은 연료통만 추가하면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없을 것 같아. 문제는 미국과 유럽, 호주, 아프리카 지역이야. 그쪽은 거리가 너무 멀어 비행기가 있어야 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A320 준다고 하지 않았어?”

“문화재로 바꿨잖아.”

스기모토, 이시하라, 타베를 세뇌한 후 첫 번째 내린 명령은 일본 정부가 선물로 주기로 한 문화재를 받아오는 것이었다.

내가 반쯤 넘어왔다고 문화재를 빨리 보내달라고 스기모토가 독촉하고, 이시하라와 타베도 같은 소리를 반복하자 일본 정부는 미인계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약속한 약탈 문화재를 보내왔다.

워낙 믿을 수 없는 놈들이라 고미술품 감정 전문가를 불러 진품인지 확인한 다음 임시로 미래 호텔 1층에 전시해 놓고 각국 투자단을 불러 보여 주었다.

무언의 압박을 받은 투자단은 서둘러 선물 목록을 문화재로 바꾸며 무엇을 내놔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본에서 선물한 약탈 문화재는 오구라 컬렉션으로 국보 또는 보물에 해당하는 매우 귀중한 문화재였다.

이 때문에 수준이 떨어지는 문화재를 선물할 경우 선물 주고 욕도 먹을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아 맞다. 깜빡 잊고 있었네.”

“청송 다녀와서 바로 구매해야 해. 시간이 별로 없어.”

“생각해둔 기체는 있어?”

“지난해 11월 개발이 끝나 올 12월에 생산예정인 에어버스 330-200을 구매하는 게 좋겠어.”

“A320이 아니고?”

“A320은 항속거리가 5,700km밖에 안 되지만, A330-200은 13,453km나 돼. 이 거리면 남미와 아프리카 최남단을 빼면 어디든 한 번에 갈 수 있어. 속도도 마하 0.71(순항속도)이라 비교적 빠른 편이고, 최대 이륙중량도 230ton으로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와 비슷한 수준이야.”

“올 12월에 나오는 항공기를 어떻게 사? 산다고 해도 내부 개조까지 해야 하잖아. 시간이 안 될 텐데.”

“그건 데이비드 액설로드 특사가 처리해줄 거야. 그런 일도 해결 못하면 특사를 바꾸든 계약 국가를 바꾸든 둘 중 하나는 바꿔야지.”

“하하하~ 아주 좋은 생각이야.”

우린 갑(甲)이었다. 아직 절대적이라고 말한 순 없었지만, 엄연한 갑이었다. 우린 갑의 위치를 이용해 식당이나 술집, 백화점 등에서 힘없는 종업원을 상대로 갑질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세계를 상대론 갑의 지위를 확실하게 누릴 생각이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세상은 넓고 레드몬은 넘쳐났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이 아쉬운 놈이 고개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청송까지 얼마나 걸려?”

“2시간 40분. 바람 방향에 따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으니 늦어도 3시간 후인 12시 30분이면 도착할 거야.”

“그동안 뭐하고 있지?”

“서방님 뜻대로 하세요. 피곤하시면 주무셔도 되고, 심심하면 책을 보셔도 됩니다.”

“하늘에서 한 번 하는 건 어때? 색다른 경험일 것 같은데.”

“조금 이따가 사냥해야 하는데, 지금 힘쓰면 피곤해서 안 돼.”

“언제는 그런 거 신경 쓰며 살았나? 새삼스럽게.”

“그렇긴 하지만...”

“오늘은 한숙이 고생 많았으니까 한숙부터 안아줘야겠다. 이리와~”

“아잉~ 부끄럽게.”

“싫어?”

“싫긴요~ 좋죠. 호호호~”

“흐흐흐~”

우리가 하늘 위에서 쾌락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청와대는 한숙의 기자회견으로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과 정부 고위 당직자, 국회의원들은 나진시에서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 미국 CNN, NBC 등을 통해 방송을 청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방송을 중단했지만, 그땐 이미 한숙이 기자회견을 끝낸 다음이었다.

무심코 TV를 보던 사람들은 청송에 B급 엘리트 레드몬이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가 우리가 한반도에 있는 엘리트 레드몬을 모두 잡는다고 하자 호기심에 TV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모르고 있던 내용을 알게 되며 매국노라 우리를 욕하던 정부의 말이 사실인지 한숙의 발표가 사실인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급히 군부대와 경찰을 청송읍으로 파견했고, 방송국과 신문사는 기자들을 청송에 급파하는 등 모든 관심이 청송으로 집중됐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커 특파원과 카메라를 청송으로 보내며 미래 레드몬 사냥팀의 활약에 한껏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국은 위성과 정찰기, 헬기를 총동원해 우리 동태를 감시했고, 러시아와 중국, 일본 등도 가용 가능한 모든 물자를 동원해 우리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빠! 군인들과 경찰들도 쫙 깔렸어요. 천명도 넘겠어요.”

“와~ 일반인들도 엄청나게 많이 모였어요. 최소 만 명은 되겠어요.”

“취재진도 많이 왔어?”

“네, ENG 카메라만 스무 대는 되는 것 같아요. 기자들도 많고요.”

“정부와 언론은 한숙이 맡고, 소연은 경호팀 한성철 대령에게 연락해 문제가 있나 알아봐. 아영이는 기장에게 내가 지시할 때까지 공중에 그대로 대기하라고 하고.”

“네!”

“상아는 레드몬이 어디 어디 있는지 지도에 자세히 표시에 놔. 올라가면서 부딪치지 않게.”

“네, 오빠!”

“착륙장은 안전하게 확보했어. 내려와도 된대.”

“이동로는?”

“하의리까지 움직일 수 있는 도로는 확보했어. 거기서부턴 우리만 움직일 거야.”

청송읍에서 차량을 이용해 하의리까지 이동한 후 도보로 산길을 헤치며 4km를 올라가면 상의리가 나왔다.

거기서 다시 동쪽으로 2.5km 이동하면 오늘 목표물인 B급 엘리트 레드몬 삵이 있었다.

“밑에 누구누구 있어?”

“이도준 경북 도지사, 정반수 레드몬 안전청 청장, 박도식 기무사령관이 와 있어.”

“아영아! 내려가자.”

“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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