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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68화 (168/505)

00168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

168.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지난번에 말한 건 어떻게 됐어?”

“청송 주왕산과 충북 제천 월악산에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추정하는 삵과 반달곰이 한 마리씩 있는 것으로 조사됐어.”

“두 마리나 있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최소 10마리는 될 거야. 북쪽까지 포함하면 세 배가 될지 네 배가 될지 알 수 없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엘리트 레드몬이 출현하면 반드시 도시와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과 평소 우리 주변에 엘리트 레드몬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오해와는 정반대로 엘리트 레드몬 중 도시를 공격하는 숫자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숲과 계속에 조용히 살고 있어 그 존재를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부터 사냥하는 게 좋겠어?”

“지난 달 능력자 세 명이 죽은 청송 먼저 사냥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놈이 앙심을 품고 마을로 내려올 수도 있으니까.”

“피해를 본 사냥팀이 가만있겠어? 자기들 사냥터인데.”

“사고가 난 다음날 포스 협회에 삵을 잡아달라고 정식으로 의뢰한 상태라 사냥 전에 포스 협회에 통보만 하면 돼.”

“그럼 거긴 됐고. 월악산은?”

“2년 전 약초꾼이 사망하며 반경 5km 이내에 다가가는 사냥팀이 없어 거긴 따로 통보하지 않아도 돼.”

“두 곳 모두 정부에서도 알고 있지?”

“포스 협회에 통보했으니 정부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그런데도 엘리트 레드몬이 없다고 떠들어 대는 거야?”

“정부는 레드몬에 관한 정보를 국민이 알면 불안만 가중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레드몬이란 말조차 TV나 신문에서 거론하는 걸 제한하고 있어.”

“천지 사방에 레드몬이 쫙 깔렸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면 레드몬이 도망가? 아니잖아. 그럼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 피해를 줄일 노력을 해야지.”

“우리 정부는 국민이 정보를 많이 알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고 생각해. 정보를 통제할수록 사회가 안정되고 통치하기가 편하다고 생각하지. 한마디로 우민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어.”

“정부가 하는 일이 뭐야?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잖아. 그럼 위험한 레드몬이 어디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국민에게 알려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지. 숲엔 아무도 안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초보 약초꾼이나 신생 레드몬 사냥팀이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그리고 가까운 마을이나 도시에 놈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방비책을 마련할 시간은 줘야 달아나든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든 할 거 아니야. 모르고 있다가 다 죽으라는 소리야?”

”정권만 유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지.“

“하여간 생각하는 꼬락서니 하고. 사람 목숨은 안중에도 없어.”

“해방 후 제대로 된 정권이 들어선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크게 화낼 일도 아니야. 국민을 위한 정권이 없었잖아. 그러니 당연히 국민을 생각하지 않지. 오직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하면 오래 유지할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잖아. 그런 정부에게 상식적인 행동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지.”

“후유~ 한심하다.”

미국, 러시아 등과 레드몬 사냥 계약이 체결되면 내년부터 해외 원정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해외 원정 시작 전 소재가 확인된 엘리트 레드몬은 모조리 사냥할 계획으로 며칠 전 소연에게 조사를 지시했었다.

이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동시에 우리를 매국노로 몰아가는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또한, 우리 실력을 국내외에 다시 한 번 입증해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의도도 깔렸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으로 귀화할 거란 소문이 팽배해지자 우리를 매국노라 욕하는 늙은이들도 많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질타하는 젊은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깨어 있는 학생들과 지식인들은 상급 능력자를 감싸 안지 못해 귀화설이 나돌게 방치한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질타했다.

이로 인해 우리를 옹호하는 세력과 비방하는 세력으로 서서히 나뉘며 설전이 오가고 있었다.

이때 우리가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 요소인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하면 민심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기자회견은 준비됐어?”

“모레 아침 9시 출정식과 함께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야.”

“해외 언론은 상주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고, 국내 언론이 문제네. 대한 일보하고 단군 일보만으로 부족한데.”

나진시에서 연이어 특종이 터지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CNN, NBC, BBC 등 10여 곳이 넘는 세계 유수 언론사가 나진시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해 따로 불러드릴 필요가 없었다.

“MBC 기자를 섭외했어.”

“정말? 근데 그쪽이면...”

“그쪽이라고 모두 친정부 기자만 있는 건 아니야. 일부 양심 있는 기자도 있어.”

“생방송인데 가능해?”

“오래는 못 틀어주고 10분에서 15분 정도 중계할 수 있다고 했어.”

“방송차량도 함께 온 거야?”

“아니. 카메라하고 기자 몇 명만 왔어. 대신 중계는 CNN이 도와주기로 했어.”

“그러다 잘리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크지. 최악의 경우 회사로부터 고발을 당할 수도 있고.”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가 가상하네.”

“용기가 아니라 그게 기자의 사명이자 본분이지. 하도 기자 같지 않은 망종이 많아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시피 기자와 언론의 사명은 원칙에 입각해 독자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언론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언론은 개인의 사익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반드시 생생한 사건 현장을 정론직필(正論直筆) 해야 할 의무와 사명이 있었다.

기자가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또는 권력과 금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잘못한 행동을 눈감아주고 미화한다면 더는 기자도 언론도 아닌 쓰레기일 뿐이었다.

“서정재 법무팀장에게 연락해서 고소·고발 들어오면 우리 쪽에서 처리해 주라고 해. 그리고 쫓겨나 일자리 없으면 직장 좀 알아봐 주고. 기자의 본분을 다했다고 피해를 보게 놔둘 순 없잖아.”

“법무팀에 벌써 이야기해 놨어.”

“흐흐흐~ 잘했어. 역시 내 마누라가 짱이야!”

“이제 알았어?”

“아니! 처음부터 알았지. 쪽!”

소연의 입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춰주곤 품에 꼭 안았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쁜 소연은 이심전심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에 쏙 들게 일을 처리하는 최고의 비서이자 최고의 아내였다.

“이번 사냥부터 5일 전 러시아에서 들여온 MI-26 헤일로로 이동할 거야.”

“무기가 벌써 들어왔어?”

“아니. 수송 헬기인 MI-26 헤일로 다섯 대만 먼저 들어왔어. 한 번에 20ton이나 실을 수 있어 사체 운반에 안성맞춤이고, 항속거리도 800km나 돼 부산까지도 한 번에 날아갈 수 있어 블라디보스토크에 신형기체가 남아있다고 해서 그것부터 먼저 받았어.”

“800km면 제주도 빼고 다 갈 수 있네.”

“연료통을 달면 규슈도 갈 수 있어.”

“멋진데.”

“좋아하긴 일러. 소음이 워낙 심해 고막이 터질 것 같고, 화물 운반용이라 타고 다니기엔 많이 불편해.”

“타고 다니려면 내부공사부터 해야겠네.”

“안 그래도 공사 중이야. 모레 아침까지 끝내기로 했으니까 크게 불편하진 않을 거야.”

5일 전 입고된 MI-26 헤일로 중 한 대를 전용헬기로 사용하기 위해 동체 외부를 하급 레드몬 가죽으로 둘러싸고, 내부는 이동하기 편하게 침실처럼 꾸몄다.

또한, 엄청난 소음을 잡기 위해 엔진을 레드몬 가죽으로 밀폐하는 등 개조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럼 이제 헬기에서도 할 수 있는 거야?”

“아우~ 머릿속에 생각나는 게 섹스밖에 없어?”

“응! 지금도 하고 싶어.”

“눈 뜨자마자 했잖아.”

“벌써 4시간이나 지났어.”

“하아~ 기이한 산삼 먹은 게 아니라 기이한 비아그라 먹은 거 아니야?”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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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5월 1일 아침 8시 50분

미래 레드몬 공대 총괄지원팀 단장인 정한숙이 단상에 오르자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며 밤하늘의 별처럼 빤짝였다.

미래 레드몬 공대 총괄지원팀은 레드몬 사냥에 관한 계획과 실행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진 부서로 오직 내 명령만 따르는 독립부서였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래 레드몬 공대 총괄지원팀 단장을 맡은 정한숙입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많은 플래시가 터지자 한숙이 잠시 눈을 감고 기다렸다. 미래 레드몬 직원들이 손을 들어 자제를 부탁하자 그제야 카메라 플래시가 멈췄다.

“미래 레드몬 사냥팀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의무를 다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청송 주왕산 상의리 근방에 서식하는 B급 엘리트 레드몬 삵을 사냥할 예정입니다. 잠시 후 9시 정각 미래 레드몬 사냥팀이 나진시를 출발해 청송읍을 향해 날아갈 것입니다.”

순간 기자회견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냥과 관련된 중대발표가 있다는 건 미리 언질을 받았지만, 지금 당장 B급 엘리트 레드몬 사냥에 나설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2시간 40분 후인 11시 40분경 청송읍에 도착한 미래 레드몬 사냥팀은 곧장 삵을 사냥하기 위해 상의리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정부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협조를 부탁합니다.”

플래시와 함께 기자들이 손을 들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아직 발표 내용이 남아 있어 한숙이 손을 들어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사냥이 끝나면 사체는 곧바로 언론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사냥을 통해 취득한 이득은 모두 ‘미래 아이 사랑 재단’에 기부할 것입니다. 미래 아이 사랑 재단은 0세부터 12세까지 불우한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시설로 현재 5,000명 규모의 보육시설이 나진시 초동에 완공됐습니다. 이번 달부터 버러진 아이들과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이곳에 받아 스무 살까지 교육할 계획입니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청진에서 잡은 까치살무사 사체 200억 원과 레드스톤 291억 그리고 박지홍 회장님이 500억 원을 기부해 총 991억 원으로 운용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박지홍 회장님은 국내에서 사냥한 엘리트 레드몬은 모두 미래 아이 사랑 재단에 기부하시기로 하셨습니다. 또한, 매년 500억 원을 출원해 불우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한숙이 말을 마치자 3초간의 짧은 정적과 함께 기자들이 벌떼같이 손을 들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100여 명에 달하는 기자가 한꺼번에 손을 들고 질문을 던지자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들리지 않았다.

“대한 일보 김상호 편집장님 질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대한 일보 김상호 기자입니다. 이번 청송 엘리트 레드몬 사냥은 정부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순수한 발로입니다.”

“그럼 사냥 후 정부에 비용을 청구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알기엔 엘리트 레드몬 사냥의뢰비가 최소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용청구는 없습니다. 모든 비용은 저희 미래 레드몬이 부담합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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