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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67화 (16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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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이번엔 20명이 넘는 의원이 오겠다고?”

“응!”

아침부터 여당인 자유당에서 금송무 최고위원을 포함해 초선, 재선의원 23명이 나진시를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이 취해왔다.

황국신민회 소속 자유당 의원 23명은 ‘인권보호를 위한 북쪽 주민 실태 파악’이란 이름으로 원산을 시작으로 함흥, 김책, 청진, 나진까지 차례로 돌며 주민들의 생활상을 시찰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나진시에 무슨 북쪽 주민이 있다고 시찰을 온다는 거야? 설마 상아하고 아영이, 아정이, 아솔이, 아림이 보러 오는 건 아니지?”

“하하하하하~ 오빠 유머 많이 늘었네.”

“난 짜증 나 죽겠는데, 넌 웃음이 나와?”

“미안!”

“안된다고 그래. 와서 무슨 분탕질을 치려고 개수작이야. 그리고 엄연히 이곳은 사유지야. 관광지가 아니잖아. 자기들이 뭐라고 사찰을 해. 매국노 주제에.”

“그러게 말이야. 자기들이 언제부터 북쪽 주민들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고 이따위 소리야. 국제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무시한 게 누군데 그래.”

“그렇게 말이다. 자유당 내에서도 골수 친일 세력인 황국신민회가 이런다는 게 말이나 되냐?”

“이것들 기생 관광하려고 꼼수 부리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지난해 국제인권위원회가 노예와 같은 비참한 현실에 놓인 북쪽 주민의 생활상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8대 거점 도시 대부분이 공짜나 다름없는 북쪽 주민의 노동력을 착취해 발전하고 있어 국제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면 재벌들에겐 큰 손실(?)이 발생했다.

재벌의 손실은 곧 정부와 여당의 손실로 떨어지는 콩고물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제인권위원회의 집요한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했고, 북쪽 주민들은 지금도 노예나 다름없는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용주는 피고용인의 경제적 사정은 무시한 채 값싼 노동력만 원했다.

노예제도가 생긴 것도 모두 이런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한 이유로 조선 시대 80%가 넘는 소작료를 받은 곳도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북쪽의 8대 거점도시는 조선 시대의 소작농과 다름없는 형태로 겨우 입에 풀칠만 하는 정도였다.

대신 거점 도시를 장악한 재벌들에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실천의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진짜 방문 목적은 딴죽을 걸겠다는 거겠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거잖아.”

“맞아. 어제도 금송무 이 개놈이 조일 일보에 오빠를 매국노라고 표현했잖아. 그런 놈이 회장으로 있는 친일 단체가 나진시에 와서 할 게 뭐가 있겠어. 말도 안 되는 트집이나 잡는 거지.”

“앞으로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으면 못 들어오게 해. 그리고 정치적인 사람은 무조건 나에게 보고하고.”

“알았어.”

4월 22일 미국, 러시아, 브라질, 영국, 독일, 인도,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새로운 제안서를 갖고 추가 회의를 시작하자 금송무를 비롯한 자유당 일부 의원들과 조일 일보, 대동 일보, 합동 일보 등 친정부 언론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나 우리를 맹비난했다.

이들은 까치살무사가 진짜 A급 엘리트 레드몬인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사체와 레드스톤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까치살무사가 A급 엘리트 레드몬이 맞는다면 국민을 위해 국가에 희사(喜捨)해야 한다면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까치살무사를 사회 환원이란 명목으로 강탈해 자신들도 몰래 이득을 얻겠다는 개심보를 여과 없이 보여준 모습이었다.

이는 개인 재산을 강탈하는 일로 범죄행위나 다름없었지만, 언론을 틀어쥐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신문과 방송을 이용해 우리를 압박했다.

더군다나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 한숙이 불만과 함께 토로한 귀화 논란까지 인용하며 나를 매국노로 몰아갔다.

“오빠! 미래 보육재단 설립 서두르는 것이 좋겠어. 여론이 점점 악화하고 있어. 아주 심각해.”

“지금 발표해봐야 등 떠밀려 발표하는 꼴이라 욕만 더 먹어.”

“까치살무사로 번 돈을 모두 보육원에 사용한다고 하면 악화했던 여론도 수그러들지 않겠어?”

“아닐걸. 투명하지 않다고 더 난리칠걸.”

“그런가?”

“당연하지. 그놈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해도 물고 늘어질 놈들이야.”

“하긴 그렇겠다. 부처 눈에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고 우리가 좋은 뜻으로 돈을 내놔도 좋게 볼 리가 없지.”

“그리고 난 여론 따윈 관심도 없어. 우리를 개라고 부르던 매국노라고 부르든 상관 안 해. 어차피 남남인데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

“그래도 여론이 계속 악화하면 나진시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어.”

“대통령도 생각이 있다면 그렇겐 안 하겠지.”

“내가 보기엔 정부와 여당 중에 정신 똑바로 박힌 놈이 한 놈도 없어 안심하고 있다간 제대로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어.”

“정말 그렇게 되면 남태평양에 섬 몇 개 사서 가끔 사냥이나 다니며 평안하게 놀면 되지. 뭘 그렇게 고민해.”

“우왁! 그거 좋은 생각이다. 왜 난 지금껏 그런 좋은 생각을 못했지. 이런 머저리! 사고가 경직돼서 대한민국을 떠나면 무조건 다른 나라로 귀화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

“크크크~ 바보~”

“우씌~”

전원주택과 함께 공사를 시작한 보육시설이 거의 완공단계에 접어들며 지난주부터 보육교사 모집에 들어갔다.

이에 맞춰 가칭 ‘미래 보육재단’을 설립해 불우한 아이들을 모아 돌보고 가르칠 예정이었다.

현재 규모는 5,000명 수준으로 꾸준하게 확장해 30,000명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나이는 0세부터 12세로 만 19세까지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다양한 학문과 기술을 가르칠 계획이었다.

나진시 규모가 커지면 나진시에 정착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보육원 졸업과 함께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줄 생각이었다.

보육원은 아영과 상아처럼 불우한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것이라 이들을 구속할 생각이 없었다.

은비가 서류철을 들고 나가자 소연과 상아가 서재로 들어왔다.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가 제대로 세뇌됐는지 확인하러 초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때?”

“확실해요. 아주 곤란한 질문도 막힘없이 대답했고, 내용도 모두 진실로 나왔어요.”

“내가 보기에도 숨기는 건 없는 것 같아.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라고 봐.”

“주기적으로 암시를 걸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또다시 살기를 사용하려고? 그건 너무 위험해.”

“재워놓고 걸 거야.”

“잠든 상태라고 해도 암시를 걸면 알아차릴 수도 있어.”

“거의 기절상태라 그럴 염려는 없어.”

“기절? 때려서?”

“하하하~ 설마 내가 여자를 때리겠어.”

“그럼 어떻게 기절시키게?”

“최정준 박사님이 까치살무사의 독을 이용해 새로운 마취제를 만들어 내셨어. 그걸 사용하면 능력자도 안전하게 재울 수 있어.”

파충류 중에는 코모도왕도마뱀처럼 부패성 병원균을 입안 가득 품고 다니는 놈도 있지만, 대다수 독사는 출혈독과 신경독을 사용해 상대를 제압했다.

출혈독은 혈액 내에서 세포분해 효소로 작용해 혈구와 혈관, 근육조직을 파괴하는 독이었고, 신경독은 신경세포를 마비시키는 독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호흡이 어려우며 감각기관이 마비되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이었다.

최정준 박사는 까치살무사의 신경독에 여러 물질을 첨가해 저항력이 강한 능력자도 마취할 수 있는 독약을 개발했다.

일명 ‘까치수면마취제’로 수면 효과 외에 마비 증상도 함께 발현해 최대 72시간 동안 능력자를 완벽히 구속할 수 있었다.

단점은 독성이 강해 일반인에겐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아직 까치살무사의 독을 대체할 약물을 찾지 못해 양이 한정적이라 것이었다.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나요?”

“가능은 한데 별로 권하고 싶진 않아.”

“왜요?”

“단단한 외피를 뚫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

“아이고~ 뻔한 걸 물어봤네요. 죄송해요, 오빠!”

“괜찮아요. 그런 건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돼요. 흐흐흐~”

상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 같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상아는 항상 활달하고 밝고 애교가 많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람 마음은 간사하기 이를 때가 없어 아내들 모두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했지만, 거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손이 조금 더 가고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평가하면 소연과 상아가 1등이었고, 은비와 아영이 2등, 미안하지만 한숙과 서인인 3등이었다.

“내각정보조사실 사람들과 함께 두는 것보단 따로 떨어뜨려 놓는 게 났지 않겠어?”

“아무래도 그게 났지.”

“그럼 아정이네 옆집에서 살게 하자.”

“저택에서 살게 하자고?”

“밖에 두는 건 위험해. 아직 완벽하게 널 사랑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그리고 이제 함부로 내돌릴 수도 없잖아. 싫든 좋든 네 사람인데.”

“.......”

“집안 살림은 대충 갖춰져 있으니까 오늘 중으로 옮기라고 할게.”

“알았어.”

높이 200m, 가로 1.25km, 세로 1.23km의 암석봉우리를 전체를 우리는 저택이라 불렀다.

서쪽 출입구를 빼곤 접근할 수 없게 방어벽을 둘러친 저택 안엔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체육과, 풍산개 사육장, 아정이네 집, 서인이 동생들 집, 경비부대 관사와 훈련장 등 많은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이중 서인의 동생들을 위해 지은 집을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에게 내주기로 했다.

“나진시 주민으로 귀화시키고 이름도 바꿔야지?”

“당분간 일본을 안심시켜야 하니까 그대로 두고 이름만 만들어줘.”

“알았어. 중국은 어떻게 할 거야?”

“사냥 계약 국가 발표 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부터 확실하게 세뇌한 다음 그때 데려와야지.”

“중국 쪽은 어린 나이부터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인원이라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부딪쳐보면 알게 되겠지.”

중국은 각성한 아이들을 우리나 일본처럼 전문학교가 아닌 군대와 같은 선인 교육대에 따로 모아 교육했다.

입대와 함께 가족과 모든 연락을 끊긴 잠능자들은 오직 중국 공산당을 위한 인재로 키워졌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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