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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65화 (16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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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어! 저건 해달에서 레드몬으로 변이한 레드씨오터 아닌가요?”

“맞습니다.”

“어떻게 해달이 이곳까지 내려왔죠? 보통 우리가 해달이라고 부르는 아시아 해달은 쿠릴 열도에서 코만도르스키예 제도에 서식하고, 남방 해달은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북방 해달은 알래스카와 알류샨 열도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미국 워싱턴 주와 오리건 주 북단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계시군요.”

“아니에요. 제가 레드몬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찾아보다 조금 알게 된 것이지 해박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다 해도 그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전문가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보다 백배는 나으십니다.”

“감사합니다.”

하급 멘탈리스트인 스기모토 유미는 레드몬 생태 전문가로 동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매우 뛰어난 재원이었다.

적이 아니었다면 좋은 관계로 한번 사귀어보고 싶을 만큼 육감적인 몸매와 동서양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 미녀였다.

“제 생각이지만 먹이를 찾아 흘러들어온 녀석 중 일부가 떠나지 않고 정착한 것 같습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괜찮습니다. 공격성향이 없는 녀석들로 배가 다가가면 주변에 몰려들어 장난만 쳤지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레드씨오토터가 동물인 해달하고 똑같이 행동하나요?”

“네,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이곳을 넓게 둘러싸 해달 공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우와~ 그러면 세계 최초 레드몬 해상공원이 이곳에 들어서는 거네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레드몬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해상공원이라...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겠네요.”

“안 그래도 녀석들을 이용해 돈을 좀 벌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전 레드몬만 잘 잡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업수완도 뛰어나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처음의 영혼 없는 대화에서 살짝 코드가 맞아 들어가자 상대에 대한 호의적인 말도 나왔다.

스기모토 유미, 이시하라 사토미, 타베 미카코는 중국 미녀들처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스파이가 아니었다.

나진시로 오기 전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인성 교육과 스파이 교육을 받았지만, 사냥꾼이었지 전문적인 첩보 요원은 아니었다.

진짜 첩보요원은 이들과 함께 온 나머지 7명으로 실제 권한도 그들에게 있었다. 결국,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는 나를 유혹해 일본으로 데려가는 미끼에 지나지 않았다.

“노는 모습이 해달과 다를 게 하나도 없네요. 조게 까먹는 것 좀 봐요. 너무 귀여워요.”

“손잡고 헤엄치는 것 보세요. 크기만 작으면 집에서 키우고 싶어요.”

“어떻습니까? 같이 온 보람이 있습니까?”

“네, 이런 신기한 구경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흐흐흐~ 이제 실컷 구경했으니 방으로 들어가시죠. 아늑한 방에서 샴페인과 맛있는 요리도 먹으며 서로에 관해 좀 더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음흉한 미소를 날리며 세 미녀의 등을 떠밀어 2층 침실로 들어갔다. 한꺼번에 열 명도 누울 수 있는 커다란 침대와 아늑한 소파가 있는 침실에 들어오자 셋 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셋 다 처녀도 아니면서 흥분하기는. 혹시... 기대하는 거 아니야?」

“계속 서 계실 생각이십니까?”

“아.아니에요.”

“한잔 드세요. 마음이 편안해질 겁니다.”

“네.”

향긋한 샴페인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자 긴장이 풀리며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기감으로 느껴졌다.

“이제부터 서로에 관해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눠보죠.”

“저희도 바라는 바에요.”

“스기모토 대표님은 상급 능력자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일인 군단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기계화 보병 사단쯤은 간단히 도륙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너무 높이 평가하시는군요.”

“아니에요. 심하게 저평가 한 거죠. 회장님이 사냥하신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의 파괴력은 기갑 사단보다 더 엄청나죠. 세계적인 도시 도쿄도 하루 안에 완벽히 파괴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기갑 군단의 화력 그 이상이라 할 수 있죠.”

“으음~”

“이보다 더 무서운 점은 현재 미국이 한창 개발 중인 레일건이나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갈 핵무기가 아니면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녀석들이 가만히 있어 준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라 실제 잡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요. 그런 레드몬을 혼자서 가볍게 사냥한 회장님의 능력과 가치는 대한민국 전체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내게 호감을 사려 해도 그렇지 어떻게 대한민국 전체와 나 하나를 비교한단 말인가?

국가는 한 사람으로 꾸려나가는 사회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유기적인 협동 속에 발전해 가는 곳이 국가였다.

더군다나 사람의 가치는 단순하게 돈과 능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에 명시된 것처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없어져야 할 말 중 하나가 세상엔 3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꼭 필요한 사람,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사람, 없어야 하는 사람, 대체 누가 필요하고 필요 없다는 걸 결정한단 말인가?

법관과 정치인이 꼭 필요한 사람인가?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을 해롭게 해도 꼭 필요한 사람인가?

배운 게 없어 도둑질로 연명하던 사람이 어느 날 길에서 아이를 구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없어야 하는 사람인가?

세상엔 꼭 필요한 사람도,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사람도, 없어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아끼고 사랑받고 사람들만 있었다.

“너무 띄워주시는군요. 그러다 떨어지겠습니다. 하하하~”

“대한민국 정부는 회장님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요.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이 친서를 전달하며 환심을 사기 위해 꼬리를 칠만큼 대단한 존재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알고도 애써 외면할지도 모르죠.”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조선은 예로부터 봉당 정치로 인한 사화(士禍)가 끊이질 않았어요. 반대파는 무조건 죽여야 직성이 풀렸죠. 지금 여당인 자유당과 재벌들이 회장님을 배척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고 생각해요. 반대파는 무조건 찍어내야 한다는 폐해가 깊숙이 박혀있는 결과죠.”

“인정하기가 어려운 얘기군요.”

“대표적인 예로 1498년인 연산군 4년에 일어난 무오사화와 1504년의 갑자사화, 중종 14년인 1519년의 기묘사화, 명종 즉위년인 1545년 을사사화 등 무수히 많은 사람이 사화에 연루돼 죽임을 당했죠. 그 중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도 많았고요.”

“사화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은 건 사실이지만, 제가 아는 내용과는 스키모토 대표님의 알고 있는 내용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뭐가 다르죠?”

“스키모토 대표님의 생각은 일제 강점기 일본 학자들이 식민주의적 역사 인식 차원에서 우리 민족의 부정적인 민족성을 부각하기 위해 거론한 당파성에 기초한 내용입니다. 사화는 단순한 권력 싸움이 아닙니다. 당시 사회·경제적인 변동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정치 현상입니다. 상대를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은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때 권력을 잡은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로 많은 혁명가를 단두대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당파라고 규정짓진 않습니다. 특정 나라에만 국한해 정치적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행위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한국 정부가 회장님을 배척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란 것이죠.”

“후유~ 그건 스기모토 대표님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일본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만약 회장님이 일본사람이었다면 천황폐하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을 거예요.”

“일본 정부에서 들으면 경을 칠 소리군요.”

“그렇다면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죠.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국민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 유혹하러 오신 거군요.”

“네요?”

“설마 제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구성만 봐도 다 알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다고 너무 부끄러워하실 것 없습니다. 중국 대표는 저에게 자신들을 중국 정부가 보낸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대놓고 물어보자 많이 당황했는지 셋 다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은 일본 정부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나진시에 투자단을 파견한 국가 중 중국과 일본만 20대의 아름다운 여성들로 대표단을 꾸렸고, 나머지 국가는 젊어도 40대 후반이 대표인데, 그걸 알아보지 못하며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도 다 아는 내용으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건 내가 대놓고 꼬시러 왔냐고 물어본 게 창피해서였다.

창녀도 아니고 평범한(?) 여성이 노골적인 말을 듣고 태연한 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나를 유혹할 생각이 있습니까?”

“물론이죠.”

“그렇다면 시작해보시죠.”

“네에?”

“유혹해보라고. 유혹하러 왔으면 유혹을 해야지. 안 그래?”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는 서로 눈치만 볼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우물쭈물 거렸다. 심지어 내가 반말을 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도 참 재미있어. 내 취향을 고려해 능력자로 세 명이나 뽑아 보냈으면서 멍석을 깔아줘도 벌벌 떨기만 하는 숙맥을 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그렇지 않아요.”

“뭐가 그렇지 않다는 거지?”

“우리도 유혹할 수 있어요.”

“그럼 어서 해봐.”

“그게...”

“긴장해서 잘 안 돼? 그럼 내가 용기를 북돋워 주지. 이건 사랑의 묘약이라는 샴페인이야. 마시면 감정이 풍부해져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돼. 어때? 한 잔 줄까?”

“.......”

“독이라도 탔을까봐? 손가락 하나면 죽일 수 있는데 귀찮게 그런 짓을 왜 해.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내가 먼저 맛볼 테니 그다음에 마시도록 해.”

얼음에 꽂아놓은 샴페인을 꺼내 뚜껑을 딴 다음 잔에 가득 담아 깨끗이 비웠다. 그리곤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의 잔에 한잔씩 따라준 다음 마실 것을 권했다.

정말 독이라도 탔다고 생각하는지 잔을 든 채 손을 미미하게 떨어댔다. 살기를 살짝 일으켜 쏘아보자 몸을 부르르 떨더니 겁에 질려 단숨에 잔을 비웠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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