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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64화 (16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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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종속(從屬)

“그런데 뭔가 보여주며 말해야 가슴이 와 닿지 않을까? 물건도 없이 말하면 분위기를 띄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달라고 하면 되지.”

“달란다고 바로 주겠어? 회유용인데.”

“대표와 부대표, 법률 고문에게 빨리 달라고 채근하게 만들면 되지.”

“세뇌하려고?”

“어차피 할 일이잖아. 이유가 생겼을 때 처리해야지.”

“그걸 핑계로 욕심을 채우려는 건 아니지?”

“계획한 거 조금 일찍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가 여섯 명이나 있는데, 눈을 돌리다니 말도 안 돼!”

“진시황은 삼천 궁녀를 데리고 살았는데, 겨우 여섯 명으로 만족하겠어?”

“내가 누구처럼 중국을 일통한 것도 아닌데, 삼천 궁녀가 웬 말이야.”

“일통하면 데리고 살겠다는 말처럼 들리네?”

“그런 뜻이 아니라 말도 안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야. 난 지금 너무 만족스러워.”

“진심이지?”

“그럼~ 난 너밖에 없어.”

소연의 입가에 걸린 부드러운 미소가 오늘따라 섬뜩하게 느껴졌다. 현모양처인 소연은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반대한 적이 없었다.

모든 걸 내 기준에서 생각하는 소연은 어떤 일이든 이해하고 보듬어 안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랑과는 무관한 일이라 달가워하지 않았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손안에 들어온 능력자를 놓칠 순 없었다. 슝다이린 대표가 말한 것처럼 수백, 수천의 레드몬을 부하로 거느렸다면 신경 쓸 가치도 없겠지만, 지금은 고작 풍산개 다섯 마리가 전부라 능력자 한 명이 아쉬울 때였다.

그런 이유가 없다고 해도 나와 내 가족을 음해하려는 놈들을 그냥 둘 생각도 없었다.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처지는 딱했지만, 값싼 동정심은 우리를 음해하려는 중국과 일본을 이롭게 할 뿐이었다.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면 강력한 일격을 날려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낼 수 없게 해야 한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밀라는 위대한 성인(聖人)의 말씀도 있지만, 현실에선 그런 식으로 상대를 교화할 수 없다.

오히려 매만 더 부르고 만만하게 보여 끊임없이 괴롭힘만 당했다. 상대가 내 왼뺨을 때리면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

돌멩이로 내려치든 꼬챙이로 찌르든 사생결단의 자세로 덤벼들어야 상대도 두려움을 느껴 물러서게 된다.

멍청하게 얻어맞고 있으면 그 순간 호구로 찍혀 헤어나올 수 구렁텅이게 빠지게 된다.

맞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내가 아프면 상대도 아프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일어나야 폭력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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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도 없이 웬일이세요?”

“미리 연락하고 와야 하는 겁니까?”

“그.그런 건 아니지만... 연락 주셨으면 예쁘게 화장이라도 하고 있는 건데... 지금은 준비가 안 돼서 모양이 영...”

“화장하지 않으셔도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정말요?”

“그럼요. 장미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미쓰비시 투자단이 머무는 초동 숙소에 갑자기 들이닥치자 화들짝 놀란 스기모토 유미와 직원들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5초 정도 지나자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되는지 어지럽게 널려있던 문서를 치우고 일본 정부에 보고하던 전화를 숨기는 등 야단법석을 피웠다.

어제 오전 여우와 장미꽃 이야기로 노골적인 호감을 표했지만, 설마 다음날 말도 없이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많이 바쁜 것 같네요. 다음에 올까요?”

“아.아닙니다. 이.이리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흐음... 생각보다 숙소가 좁네요.”

“그.그렇지 않습니다. 이층집이라 공간도 충분하고 경치도 아주 좋아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넓은 창을 통해 바다와 항구가 한눈에 보이는 숙소는 비탈진 언덕에 지은 이층집으로 미래 레드몬 직원들과 레드포스 대원들의 가족을 위해 지은 집 중 하나였다.

아직 호텔이 완공되지 않아 입주를 끝내고 남은 전원주택을 투자단 숙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호텔만큼 편하진 않지만, 가스와 전기, 수도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모두 갖춰졌고, 넓이도 30평이라 10명이 생활하기엔 불편하지 않았다.

“이시하라 부대표님과 타베 고문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2층에 있어요. 내려오라고 할까요?”

“네, 배 타고 나갈 거니까 가벼운 복장으로 내려오시면 된다고 말씀해주십시오.”

“배를 타고 나간다고요?”

“선봉항과 비파도를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경치도 아름답고 아주 귀여운 레드몬도 있어 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레드몬이면 위험하지 않나요?”

“아주 온순한 놈들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레드몬이기에 온순하다는 거죠?”

“말하면 재미없으니 직접 가서 보시죠. 빨리 준비하세요. 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말도 없이 불쑥 나타나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들어 놓고 뱃놀이를 하자고 하자 스기모토 유미의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청춘남녀가 순수한 호감으로 만난다면 요트를 타자는 제안은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적지에서 상대를 포섭하는 것이 임무인 스기모토 유미에게 배를 탄다는 것은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지게 했다.

「심장이 쫄깃쫄깃할 거다. 큰 가슴이 터질 듯이 요동치네. 흐흐흐흐흐~」

창가에 서서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 딱 달라붙는 짧은 핫팬츠에 몸에 꽉 끼는 타이트한 티셔츠를 입은 아리따운 아가씨 세 명이 불안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녀들의 표정이 어찌 됐든 나는 시원하게 드러난 미녀들의 팔다리를 보자 마음이 흐뭇했다.

동양이든 서양인이든, 일본 여성이든 한국 여성이든 아름다움에는 차이가 없었다. 외면적인 아름다움은 눈이 느끼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품고 있는 사고가 서로 다르다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애써 평가 절하할 이유는 없었다.

확실히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챙길 것도 많고 걸칠 것도 많은지 얇은 카디건에 선글라스와 챙이 긴 플로피햇 모자를 뒤집어쓴 다음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하자 초호화 슈퍼 요트가 출항을 준비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아아~ 배가 정말 크네요.”

“마음에 드십니까?”

“네, 정말 근사해요.”

“들어가 보시면 더욱 마음에 들 겁니다.”

길이만 85m에 달하는 요트에 압도당한 스기모토 유미, 이시하라 사토미, 타베 미카코가 잠시 두령무도 있고 설레는 마음으로 배에 오르자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요트가 힘차게 출발했다.

“사모님들은 정말 좋으시겠어요. 최고의 남자와 이런 멋진 배도 함께 타고, 아름다운 집과 도시까지... 세상 모든 걸 다 가지셨잖아요.”

“그것도 처음에만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시들합니다.”

“사모님들과 무슨 문제 있으세요?”

“아니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시들하다는 대답에 스기모토와 이시하라, 타베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

소연을 비롯한 내 아내들은 외모면 외모, 몸매면 몸매, 성격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어, 부부 사이가 시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함께 산지 몇 개월이나 됐다고 벌써 시들인가? 내가 말한 시들은 아내들이 시들한 게 아니라 집과 요트가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를 유혹하려는 세 미녀에겐 아주 좋은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사모님들이 한 분도 안 계시네요?”

“아름다운 미녀를 세 분이나 만나는데 혹을 다고 올 순 없죠.”

“너무 노골적이시네요. 호호호~”

“길지도 않은 인생, 가식적일 필요는 없죠.”

“소문대로 화끈하시네요.”

“감사합니다.”

배 안을 구경시켜준 다음 배 꼭대기에 마련된 작은 풀장으로 인도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샴페인과 안주가 테이블에 놓여있었다.

“같이 한잔 하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세 미녀에게 샴페인을 따라준 후 내 잔에도 샴페인을 따라 건배를 제안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 건배!”

“건배!”

셋 다 얼굴엔 화사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눈동자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고, 손도 미미하게 떠는 등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어 그동안 많이 답답하셨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해해주십시오. 우리 정부와 사이가 나빠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우리 정부 사이가 나쁘다는 건 워낙 잘 알려진 일이라 세 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사실 알려진 것보다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스파이를 심고 직원들을 회유하는 건 기본이고, 사사건건 시비는 거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행태를 보면 투자단 내에도 스파이를 심었을 가능성이 높아 선의의 뜻을 갖고 방문한 투자단도 만약을 대비해 감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오랜만에 푹 쉴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걸요.”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물살을 가르면 달린 요트는 조산만(선봉항 앞바다) 끝에 있는 알섬을 한 바퀴 돌아 동번포와 만포를 끼고 선봉항으로 다가갔다.

일부러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바다를 돌며 시간을 끌었다. 2시간가량 우리 정부도 욕하고, 까치살무사 사냥 얘기도 들려주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내가 말주변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그녀들이 원하는 말과 원하는 정보를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샴페인에 섞은 2단계 정화수도 미녀들의 기분을 끌어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정화수가 섞인 샴페인을 마시자 몸 안에 쌓였던 피로 물질이 사라지고 활력까지 샘솟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향긋한 꽃내음이 더해지자 마음마저 풀어져 연신 웃음이 흘러나왔다.

“정말 좋은 술인가 보네요. 마실수록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져요.”

“저도 그래요. 제가 평소 술을 즐겨 마셔본 술이 상당히 많은데, 이런 향기와 느낌은 처음이에요. 이제까지 마셔본 술 중 최고예요.”

“미녀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겁니다. 마음껏 드시고 오랜만에 재미있게 노십시오. 하하하~”

「많이들 마셔둬. 그래야 고통이 덜하지. 흐흐흐~」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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