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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63화 (163/505)

00163  문화재(文化財) 환수(還收)  =========================================================================

163. 문화재(文化財) 환수(還收)

“역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야.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하지 마.”

“비약은 무슨? 조건도 좋고, 일도 힘들지 않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건 은비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뭘 잘못 생각해? 남쪽보다 임금도 두 배로 줬고, 상여금, 수당, 각종 복리후생비, 개인 침실까지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줬어. 일도 최대한 힘들지 않게 일일 3교대에 돌렸고, 휴일도 꼬박꼬박 챙겨줬어. 그리고 차별하기 싫어 먹는 것도 우리랑 똑같이 해줬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거야.”

“북쪽 끝 오지까지 와서 일하는데, 임금을 더 주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근무시간과 휴일을 지키는 것도 노동법에 명시된 걸 따른 것뿐이야. 그리고 해준 사람은 다 해줬다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

“노동법과 사회통념보다 훨씬 많이 줬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가족처럼 대하려 노력했단 말이야.”

“나는 언제나 고운 말을 쓰고 피고용인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받아들이는 처지는 다를 수 있어. 그러니 무조건 잘해줬다. 나는 문제가 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야.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하면 불만을 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그들 대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음식까지 만들어 가져다 바쳐야 하는 거야?”

“서로 노력해 불만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뜻이지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분명 조건을 모두 알고 계약하고 들어온 거잖아. 그런데 불만을 가진다는 게 말이나 돼?”

“그러는 너는 아침 일찍 일어나 훈련하기로 백만 번도 더 약속해 놓고 깨운다고 짜증 내는 건 뭔데?”

“그거하고 돈 주고 고용한 것과 같아?”

“약속이든 계약이든 사람 마음은 다를 게 없다는 뜻이야. 싫어도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일하는 사람이 태반이야.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짜증 내는 너랑 다를 것이 없다고.”

“우씌~”

내가 은비에게 말한 내용은 지나치게 피고용인의 처지를 대변한 면이 컸다. 하지만 사람 마음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면 내 말이 크게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은비의 말처럼 정당한 고용계약이면 피고용자는 계약 내용을 준수하는 게 맞았다.

여기서 정당한 고용계약이란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기준이 아닌 양심적인 기준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문제점을 고용주에게 토로해 계약 내용을 바꾸던지, 그것도 안 되면 좀 더 나은 일을 찾던지, 적성에 맞는 일을 찾던지, 직장을 옮겨야 했다.

우리 일상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계약이나 노동조건과는 무관한 일로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이것들은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천석꾼에겐 천 가지 고민이 있고, 만석꾼에겐 만 가지 고민이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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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일본에서 선물로 주기로 한 목록이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일제강점기 때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들이야.”

“정말?”

“응, 사진과 이름이 너무 낯익어서 아빠에게 확인해봤어. 일제강점기 때 약탈당한 국보급 문화재야.”

일본 정부가 우리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로 내놓은 목록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금동불입상, 금동사비관음보살입상, 백자청화매화조접초충문각병, 분청화사기철화연화어문병, 귀거래도 등 총 10점이었다.

모두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된 국보급 문화재로 하나하나 귀중한 자료이자 고려와 조선의 얼이 담긴 보물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가루베 지온,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일제강점기 3대 문화재 약탈자로 이중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문화재 도굴의 왕’이라 불렸다.

일본에서 건너와 경부철도 대구출장소의 경리주임으로 일한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고리대와 부동산 등으로 조선인의 피를 빨아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렇게 쌓은 부당한 부를 이용하여 1921년부터 훔치고 도굴하는 등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1,000점이 넘는 귀중한 문화재를 약탈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천인공노할 짓을 극명히 보여주는 예로 ‘조선왕실 풍혈반(명성황후가 썼던 작은 밥상)’을 1981년 도쿄박물관에 기증할 때 ‘명성황후 시해현장에서 반출’이라고 적었다.

이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자객들이 가져나온 장물이란 뜻으로 다른 나라의 모후를 죽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목록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충남 공주에 있는 사지(寺址)의 석탑에서 도굴한 것이고, 금동불입상 강원도 사찰 석탑에서, 금동사비관음보살입상 백두산 산록 폐사지에 있던 탑지에서 도굴했다.

귀거래도는 시서화 삼절로 지칭되는 강희안의 작품으로 15세기 조선 초 가장 두드러진 문인화가이자 조선 중기 화단을 크게 풍미한 절파계 화풍의 선구자였다.

“이것들이 장물을 선물로 준다는 거야?”

“응!”

“그걸 받으면 장물취득죄 아니야?”

“맞아. 취득도 범죄에 해당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해.”

“이런 개 같은 놈들! 완전히 미친 거 아니야?”

“제정신이 아니지. 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어. 일본 국보 중에 우리나라 문화재가 상당수 있으니까.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국보 1호인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야. 나무로 만든 건데 신라 유물이야.”

“일본 국보 1호가 우리 문화재란 말이야?”

“응, 그들 말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재질부터 모양까지 모든 것이 신라 것으로 밝혀졌어. 물론 훔쳐간 거고.”

“하아~ 약탈민족인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국보 1호를 어떻게 장물로 할 생각을 하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제대로 미친 거지.“

“우와~ 갑자기 열 받네. 장인어른께 연락하면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어떤 게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

“대한민족문제연구회 안에 문화재 쪽 일을 하시는 분이 여럿 계신 거로 알고 있어. 그분들께 부탁하면 바로 알 수 있어.”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달라고 해.”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장인어른이 소속된 대한민족문제연구회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설립됐다.

한국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 해명하고,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하는 단체로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 일제 잔재 청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런 뜻을 높이 사 올 1월부터 매달 3억 원을 후원했고, 다음 달인 5월엔 종로에 10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평생 무료로 임대하기로 했다.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 현황 (2,000점 이상)

소장국가      현황         주요소장처

일본        67,708점     도쿄 국립박물관

미국        43,601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독일        10,727점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

중국         8,278점     베이징 구궁박물관

러시아       5,607점     모스크바 국립 동양박물관

영국         7,954점     영국박물관

대만         2,881점     국립고궁박물관

프랑스       2,896점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

캐나다       2,192점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뭐가 이렇게 많아?”

“이건 확인된 것만 기록한 거고 숨긴 것까지 하면 이보다 몇 배는 많을 거라 하셨어. 일본만 해도 최소 30만 점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계셔.”

“헉~ 몽땅 다 가져갔다는 얘기네.”

“국외에 있는 국보급 문화재가 국내에 있는 것보다 많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일본에 있잖아.”

“제대로 털렸네.”

“무덤과 왕릉을 도굴하는 건 기본이었고, 불경과 사리를 훔치기 위해 삼국 시대, 고려 시대부터 내려오던 탑을 부숴 못쓰게 하고, 탱화와 불상을 훔친 다음 사찰에 불을 지르는 등 약탈만 한 게 아니라 훼손도 심각했어.”

일제의 식민지 문화정책의 기본은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파괴, 약탈함으로써 민족의식과 투쟁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이었다.

총독부 정무총감, 학무국장을 필두로 '조선보물 고적 명승천연기념물보존회'를 만들어 전국의 유적에 관해 조사한 후, 고구려 시대의 유적이 집중한 평양 대성산 일대를 가장 먼저 파괴하고 약탈했다.

대동강변 일대만 1,400여 기의 고구려 고분이 도굴·파괴되었고, 철도와 도로, 군사시설의 건설 등을 구실로 각지의 유서 깊은 도읍이나 읍성, 산성 등을 수없이 파괴했다.

“정말?”

“대표적인 문화재 훼손 중 하나가 궁궐인 경복궁이야. 선조 25년인 1592년 임진왜란 때 왜군에 의해 전소된 경복궁을 270년이 흐른 고종 4년, 1867년에 흥선대원군이 다시 복원하셨어. 그 규모가 7,225칸으로 9,999칸인 중국 자금성에 별로 뒤지지 않았어.”

“그렇게 큰지는 나도 오늘 처음 알았네. 난 중국 자금성보다 형편없이 작은 줄 알았어.”

“TV 드라마나 식민지 사관에 물든 사학자들이 경복궁을 중국 자금성보다 한참 작다고 떠들어대서 그래.”

“정말 부끄럽다. 이제까지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어.”

“많은 국민이 우리 문화재를 중국이나 일본 유럽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그것이 모두 일제의 식민지 교육 때문이야. 우리를 열등한 민족으로 가르쳤거든.”

서울 경복궁을 중심지로 총독부 청사를 건설하며 근정전과 사정전 등 10여 동의 건물만을 남기고 4천여 간에 달하는 건축물을 완전히 파괴하는 만행을 자행했다.

또한, 조선 성종 때 건축한 창경궁을 동물원과 식물원, 이 왕가(일제에 의해 격하된 대한제국의 고종과 순종의 가족을 이르는 말) 박물관 등을 만들어 우리나라를 모욕을 줬다.

1910년 11월에는 헌병, 경찰을 동원하여 서울 종로 일대의 서점과 전국 각지의 서점, 향교, 서원, 개인 서고를 습격해 민족 서적들을 찾아내 불살랐다.

소각된 서적만 20만 부에 다했고, 그 중에는 <을지문덕전> <충의전> <위인전> 등 50여 종의 역사서가 있었다.

1915년에는 문화재 출품자를 포상한다며 경찰관까지 동원해 각 가정에 있던 진귀한 문화재를 강제로 출품시킨 뒤 연구 자료로 이용한다는 구실로 이를 빼앗았는데, 그 수가 무려 4,300점에 달했다.

“모르고 있을 때야 그냥 넘어갔지만, 알고도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어쩌려고?”

“각국 투자단 대표들을 모두 불러 모아 일본 정부가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를 선물로 줬다는 걸 알려줘. 내가 무척 기뻐했다는 것도 최대한 과장되게 표현하고.

“그게 전부야?”

“아니, 내가 잃어버린 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보석이나 자동차보다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기를 원한다는 뉘앙스를 아주 강하게 풍겨. 그럼 느끼는 게 있겠지.”

“그 방법으론 원하는 만큼 회수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당장은 그렇지. 하지만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 그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준 다음 사냥 계약서에 돈 되신 문화재도 받는다고 명시하면 되지. 특히 잃어버린 국보나 보물급 문화재를 돌려주면 그 나라부터 우선 돕겠다는 항목을 크게 삽입하면 효과가 있을 거야.”

“다른 나라 문화재도 받으려고?”

“누구처럼 훔치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방법으로 획득하는 건데 받으면 어때.”

“그거야 그렇지.”

“이번 기회에 박물관을 하나 지어야겠어.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도 전시하고 대가로 받은 외국 문화재도 전시하게. 짓는 김에 대영 박물관보다 더 크게 짓고, 더 많은 유물을 모아보자고. 세계에 있는 유물이 모두 모일 때까지.”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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