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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61화 (161/505)

00161  계약(契約)  =========================================================================

161.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니에요?”

“지금 우리 눈앞에 증거가 있는데 뭐가 낙관적이란 얘기죠?”

“레드독 다섯 마리를 길들였다고 마치 세상에 있는 레드몬은 모두 길들일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잖아요.”

“제가 회장님을 높이 평가한 게 잘못이란 뜻인가요?”

“그렇지 않죠. 하지만 말 속에 뼈가 있으니까 문제죠.”

“뼈라니요?”

“마치 우리 회장님이 레드몬을 길들여 옆집을 공격할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셨잖아요.”

“전 그런 적 없는데요.”

“여기 계신 대표님들과 사모님들 모두 그렇게 들었을 걸요. 안 그런가요?”

슝다이린이 나를 자극하자 스기모토가 나서서 슝다이린의 언행을 꼬집었다. 슝다이린은 내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보단 스기모토 말처럼 내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대표들에게 부각하려 했다.

둘 다 나를 이용하려는 생각은 똑같았지만, 성격적인 부분인지 말투나 행동은 전혀 달랐다.

스기모토가 여성스러움을 어필해 나를 유혹하려 한다면 슝다이린은 냉철한 판단력으로 자신의 쓰임새를 부각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쳐 은연중에 나를 공격했고, 말투도 너무 사적이라 여성스러운 매력이 없어 과연 선물이란 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두 분 다 그만하세요. 저희 회장님이 큰마음으로 다시 올 수 없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 두 분 때문에 분위기를 망쳐서야 하겠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한숙의 질책에 슝다이린과 스기모토 유미를 나와 대표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소란을 일으킨 것에 관해 사과했다.

하지만 앙금이 쌓였는지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불꽃이 튀었다. 가뜩이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했는데, 이제 말싸움까지 붙으며 일어나며 확실한 앙숙으로 자리매김했다.

“회장님! 길들인 레드독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습니까?”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완벽히 길들인 후 양도가 가능하다면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경비견이나 호위견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후각이 발달한 녀석들이라 레드몬 탐지용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만약 양도할 수 있다면 판매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흐음... 처음 듣는 얘기라 뭐라 답변하기가 곤란하군요.”

영국 투자단 대표로 온 존 프레스콧(John Leslie Prescott)는 56살의 정치인으로 성격이 중후해 대화하기엔 무난한 편이었다.

“사실은 몇 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께서 무척 사랑하던 펨브로크 웰시 코기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레드독으로 변이하며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새끼와 어미까지 모두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 일로 여왕님께서 상심이 크셔 아직도 잊지 못하고 계십니다.”

웰시 코기(Welsh Corgi)는 작지만 용감하고 에너지 넘치는 개로 짧은 다리 덕에 소의 발이나 뒤꿈치를 피하기에 적합해 가축 몰이개로 주로 사용했다.

매우 영리해 가족과 항상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즐겁게 하는 애교스러운 개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어릴 적부터 사랑해 영국 왕실 개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혹시... 기회가 되면 웰시 코기를 부탁해도 될까요?”

“장담할 순 없지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왕님께서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길들인다는 보장도 없고, 타인에게 양도했을 때 위험하지 않다는 확실한 증명도 없어 미리 감사하실 건 없습니다.”

“아닙니다. 애써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여왕님께서는 고마워하실 겁니다.”

레드독은 종류에 상관없이 아주 어린 새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길들일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내 곁을 떠나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냐는 것이었다. 이건 장담할 수 없는 일로 집에서 키우던 개도 버려지면 야생 들개처럼 난폭하게 변하는 경우가 아주 흔했다.

주택가에 돌아다니는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고양이나 닭 등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일은 매우 흔했다.

더구나 최상위 맹수이자 포식자인 레드독은 버려진 개들보다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아직 실험해본 것은 아니라서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버려진 개가 야생화 했다고 살기투사로 길들인 레드독도 같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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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회의 국가에서 빠졌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미국, 러시아, 브라질, 영국, 독일, 인도,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이렇게 열 개 국가와만 추가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나진시에 있는 국가가 오십 개국이 넘는데 왜 그들하고만 회의한다는 건가?”

“추가 제안서 중 구미가 당기는 국가만 가려 뽑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쪽 제안서가 별로만 말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모호한 제안이 대부분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거야 놈을 대일본제국 국민으로 귀화시키는 게 목적이라 그런 거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더불어 마음을 움직일 확실한 선물도 함께해야 합니다.”

“자네가 확신하던 미인계는 어쩌고 선물 타령인가?”

“아내들과 24시간 붙어 있고, 숙소 이외엔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어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만나지도 못한다면서 걱정하지 말라니 그건 소린가?”

“오늘 아침 최근 화제가 된 레드독 풍산개 공개 행사에 미국, 러시아, 영국, 브라질, 터키, 중국 대표와 함께 흑룡회 소속 스기모토 유미가 초대됐습니다.”

“오~ 그런가?”

“그 자리에서 박지홍이 마음에 든다는 언질을 주었다고 합니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놈이라 늦어도 일주일 안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아주 잘됐어.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감사합니다.”

미인계를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나무라던 호소카와 모리히 총리가 유혹에 넘어왔다는 말에 금세 얼굴색을 바꿔 에비스 겐이치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을 칭찬했다.

무릇 수장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항상 잊지 않고 아랫사람의 잘못과 허물을 자신의 잘못과 허물로 받아들여 용서하고 기운을 북돋워 줘야했다.

그렇지 못하고 호소카와 모리히 총리처럼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고 공은 자신이 가로채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져 당나라 부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과는 별도로 선물은 준비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카를 파베르제가 만든 대관식 달걀 세 점을 선물하기로 했고, 미국은 아내들에게 핑크 다이아몬드 하나씩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사우디는 에어버스 A320를 선물하기로 했고, 이란은 유전 한기를 주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대다수 국가가 엄청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부활절 대관식 달걀은 제정 러시아 시절 최고의 보석 세공사이자 금속 가공사인 카를 파베르제 1885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부활절에 차르에게 바친 총 50점의 보석을 말했다.

경매가격이 개당 1,800만∼2,400만 달러인 대관식 달걀은 하나하나가 예술품이자 보물로 러시아 보물 중 가장 작지만 가장 귀한 컬렉션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현재 러시아 크렘린 궁에 10점,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소유한 3점, 미국의 출판 재벌인 포브스 가문에 9점 등 총 42점이 남아있었다.

“뭐가 좋겠나?”

“조선에 가져온 문화재면 어떨까 합니다. 입만 열면 문화재 반환을 요청하는 놈들이니 이 기회에 선심 쓰듯 몇 점 넘겨주면 좋아할 겁니다.”

“괜찮은 생각이군. 따로 생각해 둔 물건이 있나?”

“조선 도자기와 고려 불상 몇 점이면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한 건 아니겠군?”

“러시아나 아랍 수준을 맞추려면 오구라 컬렉션 수준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알았네. 오늘 중으로 문화재 목록과 보관된 위치를 알려주게. 우리 일본의 귀중한 문화재지만, 박지홍이 일본인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내 오겠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이를 좀 더 벌려놓는 게 좋겠군.”

“무슨 말이지 알겠습니다.”

“잘 알아서 하리라 믿네.”

“하잇!”

내각정보조사실로 돌아온 에비스 겐이치 실장은 자유당 최고위원 금송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금송무는 자유당 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표적 친일인사로 일왕에 충성하자는 구호를 버젓이 외치는 황국신민회의 회장이기도 했다.

금송무의 아버지는 조선총독부 찬의를 지낸 금주용으로 수많은 독립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질 매국노로 대를 이어 일본에 충성하는 유서 깊은 집안 출신이었다.

[아이고~ 에비스 겐이치 실장님께서 손수 전화를 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바빠서 연락 못 드렸습니다.]

[무슨 가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까?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금 의원은 역시 나랑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통화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금 의원이 유일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불러만 주시면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자유당 4선 의원인 금송무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아내도 일본인 아내를 얻을 만큼 일본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반자이를 외치는 지독한 친일파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본을 신봉한 금송무는 정치도 일본 우익의 도움을 받아 정계에 진출했고 연달아 4선 의원에 최고위원까지 거머쥐며 일본에 대한 사랑이 끝이 없었다.

이 때문에 자신의 튼튼한 동아줄이 언제까지나 지속하길 기원하며 일본에서 내린 명령은 무엇이든 마다치 않았다.

황국신민회도 일본 우익의 지원을 받아 금송무가 조직한 단체로 반일 시위가 벌어지면 이마에 일장기를 두르고 맨 앞에 뛰어나가 시위대를 공격하고, 일본을 비방한 지식인을 테러하는 등 일본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매국노 무리였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무늬만 한국인일 뿐 정신은 완벽한 일본인이라고 놀리면 그걸 칭찬이라고 받아들여 좋아하는 진정한 일본 애국자였다.

반년 만에 걸려온 에비스 겐이치 실장 전화에 평소 국민에게 온갖 거만함을 다 떨어 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 자세로 전화를 받을 만큼 금송무는 감격한 상태였다.

[내가 금 의원에게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요. 괜찮겠습니까?]

[부탁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천황폐하를 위해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오겠습니다.]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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