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9 계약(契約) =========================================================================
159.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네요.”
“그게 비정한 권력의 속성 아니겠어.”
“그렇다고 해도 정권의 실세인 내무부 장관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대한 일보와 단군 일보 외엔 관심을 둔 언론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더구나 정부까지 조용하고요.”
“정상적인 죽음이면 절대 그럴 수 없지. 숨기고 싶은 게 있으니까 최대한 조용하게 넘어가려는 거지.”
“오히려 너무 조용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글쎄? 우리처럼 관심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내 생각엔 수십 명도 안 될 것 같은데.”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죠?”
“국민 대다수는 먹고살기도 바빠 장관이 누군지도 몰라. 죽었다고 정부에서 발표해도 관심도 없고.”
“세상인심이 그렇게 야박해요?”
“진실의 눈으로 사람들이 어떤지 많이 봐왔잖아.”
“제가 직접 당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살던 마을은 가족 같은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남쪽은 그렇지 않아. 왕교언이나 장세룡 같은 사람들이 득실댄다고 보면 돼.”
“생각만 해도 오싹 한데요.”
“그렇다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니까 무조건 이상한 눈으로 볼 필요는 없어.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거니까.”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좋은 것만 보여줘서도, 좋은 것만 먹여서도 안 되고, 원하는 걸 다 들어줘선 안 된다.
세상의 불합리함과 부조리를 알려줘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힘을 키워줘 하고, 안 좋은 것도 먹여 면역력을 키워야 하고, 모자람과 부족함을 알게 해 소중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상아는 역시 아이와 같은 순수한 존재로 좀 더 면역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진실의 눈으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지만, 이것이 만능은 아니라서 절대 속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진실의 눈도 속일 수 있고, 거짓을 진실로 교육받은 사람도 상아를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다.
스스로 1+1=1이라고 믿거나, 그렇게 교육받았다면 그것이 진실이었다. 이런 사람에겐 진실의 눈도 소용이 없었다.
“누가 죽였는지 단서도 못 찾았어?”
“우리 정보력이 아직 미약하잖아. 인원을 보강하고 위성을 도입하면 그땐 좀 달라질까 아직은 그럴 능력이 없어.”
왕교언과 측근들의 죽음은 빈약한 정보력으로 인해 누가 죽였는지 가늠조차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죽음을 밝혀낼 중요한 열쇠인 마지막 걸려온 전화를 누가 걸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미래 안전보장국 요원이 300명으로 늘어났지만, 외부에서 활동하는 요원은 고작 50명 정도로 인원도 적고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아직은 나진시를 벗어나면 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안기부와 기무사, 언론사, 관공서 등 정부 핵심부서에 심어둔 정보원과 연줄을 활용해 정보를 취득하고 있었지만, 핵심 고급정보에 다가설 만큼 비중 있는 정보원이 없어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
“소트니코바 특사가 원하는 무기 목록을 적어주면 운용 인원과 함께 바로 넘겨주기로 했어. 단, 미국과 동등한 위치이거나 우선순위의 레드몬 사냥 국가에 넣어준다는 조건이 붙었어.”
“그거야 당연한 거지.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니까.”
“목록은 언제 넘겨줄 거야?”
“소트니코바 특사가 빨리 넘겨달라고 닦달해?”
“한숙 언니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어. 하루에 전화가 서른 통도 넘게 온대.”
“한 번 물고 늘어지면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은 둘이 아주 비슷한 것 같아.”
“언니 들으면 기분 나빠. 그런 소리는 다신 하지 마.”
“알았어. 흐흐흐~”
아들에게 아버지와 닮았다고 하면 좋아하는 아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극도로 싫어했다.
이유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가장 싫어하는 사람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도 인정할 사람도 없었다.
“목록을 넘겨받으면 계약은 무조건 떼 놓은 당상이라 소트니코바 특사도 안달을 낼 수밖에 없을 거야.”
“계약 성사 못 시키면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나?”
“러시아에 아오지 탄광이 어디 있어? 굴라그에 끌려가면 모를까.”
“굴라그가 뭐야?”
“구소련에서 노동 수용소를 담당하던 정부기관 이름이야. 원래는 기관의 이름이었는데, 워낙 악명이 높아 나중엔 강제 노동과 정치범 수용소의 대명사로 쓰이게 됐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졌지만.”
“정말 성사 안 되면 강제수용소에 끌려가는 건가?”
“공산국가라는 것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넘치고도 남아.”
“애 좀 태울까?
“작고 뚱뚱한 몸으로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거 보면 안쓰럽다 못해 불쌍해. 장난칠 게 따로 있지 빨리 넘겨줘.”
“내가 사랑하는 소연이가 불쌍하다면 빨리 넘겨줘야지. 이거 한 번 봐봐. 아주 재미있어.”
홍은하 소장과 강승원 국장, 김도형 대장에게 필요한 무기를 적어내라고 하자 황당하다 못해 실실 웃음이 나올 만큼 엄청난 무기들을 적어냈다.
그중 압권은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Kirov-class Missile cruiser)과 우달로이급(Udaloy Class) 구축함, KA-50 호컴(Hokum) 공격헬기, S-300P 지대공 방공미사일 그리고 정찰위성이었다.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은 미 해군 1개 항모 전대와 맞붙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화려하고 무식한 무기로 단 한 척만 있어도 대한민국 해군을 간단히 찜 쪄 먹을 수 있는 최강의 병기였다.
배수량 24.000ton(만재 시 28.000ton), 전장 252m, 선폭 28.5m, 홀수 9.1m, 최고속력 30knot, 승조원 710명의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은 4번함까지 진수됐지만, 소련 붕괴와 함께 붕괴된 경제로 인해 현재 4번함만 운용하고 나머지 1, 2, 3번함은 밀봉한 채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
KA-50 호컴 공격헬기는 미국의 아파치 공격헬기에 대항해 러시아에서 개발한 최신예 공격헬기로 정식 명칭은 카모프 KA-50 체르나야 아쿨라(Kamov Ka-50 Chernaya Akula)로 수출용은 워 울프(Werewolf)라고 명명됐다.
2중 반전로터를 장착한 것이 특징으로 위에 있는 로터와 아래에 있는 로터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일반 헬기보다 속도, 선회능력, 호버링 등 기동성이 매우 뛰어났고, 주요 부위가 철저한 2중 티타늄 복합소개 구조로 생존확률도 매우 우수했다.
2A42 30mm 기관포와 2개의 AT-16 VIKhR 대전차미사일 발사기(각1개 발사기당 6발), 2개의 80mm 로켓 포드(각 20발), 2개의 트윈 23mm건 포드(940발), 4발의 500kg 범용폭탄, 2기의 AA-11 아처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해 최고의 공격헬기라는 찬사를 받는 최강의 헬기였다.
“난 무기에 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쉽게 설명하면 거기에 적어 놓은 무기를 모두 갖추면 바다에선 일본하고도 한 번 붙어볼 만한 전력이야.”
“우와~ 그렇게 대단한 거야?”
“응, 근데 좀 황당하지. 겨우 나진시 하나 지키자고 그런 전력을 갖추는 게.”
“약한 것보다는 강하게 낫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워낙 약해서 그런지 나는 좀 강했으면 좋겠어.”
“하긴 그렇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틈바구니에서 매일 이리치고 저리 치였는데, 우리라도 제대로 된 힘을 갖추면 지금보단 덜 얕잡아 보겠지.”
“맞아. 친일파와 대립각을 세워도 외부에선 보기엔 결국 한통속이니까.”
“근데 현실은 참 씁쓸하다. 그런 무기를 갖추려는 이유가 우리 정부 때문이잖아.”
“후유~ 그러게.”
이렇듯 엄청난 무기를 갖추려는 건 친일파를 단죄하거나 누굴 침범할 목적이 아니라 내 땅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수비대라 하기엔 너무나 황당한 무력이라 철저한 비밀과 보안 속에 진행할 예정이었다.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함선과 미사일, 헬기, 인공위성 등을 사들이는 걸 알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에서 들고 일어날게 뻔했다.
그런 소리를 못할 만큼 큰 힘을 갖추기 전까진 최대한 숨기며 힘을 키우는 것만이 지금으로선 최고의 방법이었다.
“이걸 누가 적어냈는지 알아?”
“강승원 국장? 김도형 대장?”
“아니, 대부분 홍은하 소장이 적어낸 거야.”
“은하 언니가? 정치외교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무기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나 보네?”
“밀리터리 전문가야. 강승원 국장과 김도형 대장보다 무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 각종 전투에 관해서도 빠삭하게 알고 있고.”
“언제나 여성미가 넘치시던데 그런 면이 또 있었네.”
“나도 이번에 알았어. 무기 얘기 나오니까 광분해서 얘기하더라.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정말 좋아하나봐. 프라 모델 좀 구해드려. 아주 좋아할 거야.”
“알았어.”
“목록 넘겨주면서 인공위성 제작기술도 넘겨 달라고 해.”
“발사체 기술도 넘겨 달라고 해야 해?”
“그런 핵심 기술을 넘겨 달라면 요구조건이 너무 커져서 안 돼. 대신 발사체는 이곳에서 우리가 직접 발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해.”
“그렇게 전달할게. 그런데 인공위성 제작기술을 배우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은데.”
“2~3년이면 되지 않나?”
“누굴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전문가를 보내면 1년 안에 끝낼 수도 있고, 학생을 보내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을 테니까.”
“그건 한숙하고 상의해. 고급 인력은 한숙 담당이니까.”
“언니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니야?”
“알았어. 밤에 다녀오면 되잖아.”
“그럼 나는?”
“뽀뽀해주면 돼?”
“손해지만 지금은 바쁘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지. 읍! 읍!”
허리를 감고 거칠게 입을 맞추자 숨이 막히는지 소연이 읍읍 거렸다. 입을 살짝 벌리고 혀를 부드럽게 놀리자 그제야 막혔던 숨이 뚫리는지 고른 호흡과 함께 혀를 강하게 빨아 당겼다.
소연의 향기에 취해 허리를 두르고 있던 손이 치마 속으로 파고들어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엉덩이를 부드러움을 잠시 느끼던 손이 깊은 골을 가르며 항문을 지나 꽃잎으로 들어갔다.
“하악~”
미끈거리는 체액이 묻은 손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자 소연의 입에서 달뜬 교성이 튀어나왔다.
“언니! 뭐하는 거야? 10분밖에 안 남았어. 빨리 내려와.”
“하아~ 알았어. 내려갈게. 가봐야겠어.”
“다녀와. 나머지는 이따가 마저 해줄게.”
“응!”
은비의 고함에 소연이 아쉬움을 달래며 마지막으로 가볍게 입을 맞추고 침실을 나섰다.
오늘부터 미국, 러시아, 브라질, 영국, 독일, 인도,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순으로 새로운 제안서를 가지고 다시 회의가 시작됐다.
기본적인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고, 투자(?) 조건만 왕창 올라간 상태라 소연과 한숙, 은비, 김관웅 사장, 서정재 변호사 이렇게 5명이 각국 투자단을 상대하기로 했다.
나는 회의에 빠지는 대신 서인과 상아, 아영, 조은영을 데리고 공사장과 방어벽을 돌며 레드몬을 사냥했다.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