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7 탐욕스러운 돼지들 =========================================================================
157.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재벌과 기업을 운운하며 위세를 과시한 돼지 새끼가 나진시를 없애버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아댔다.
정권의 실세가 된 왕교언이 내무부 장관에 오르자 검사장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사람이 찾아서 굽실거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들은 노예라도 될 것처럼 돼지 새끼의 비위를 맞추고 아부를 떨어대며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권력의 마약에 더욱 깊이 빠져든 왕교언은 왕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전가의 보도처럼 권력을 휘둘러 욕망을 채워나갔다.
권력(權力)은 상대를 자발적으로 복종시키는 권위(權威),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는 영향력((影響力), 상대에게 혐오적인 자극을 주는 폭력(暴力) 등 상대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강제하는 능력을 말했다.
권력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사용하면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반대로 남용할 경우 위선과 기만, 음모, 폭력, 잔악, 공포, 부패, 특권, 고집 등 수많은 폐단을 잉태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왕교언은 전형적인 권력 남용자로 권력의 폐단에 빠져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 나진시까지 오게 됐다.
“왕교언 내무부 장관님! 장관님이 뜻이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나진시를 몰수하고 미래 레드몬과 맺은 계약도 파기하십시오.”
“박 회장! 그렇게 되면 빈털터리가 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어쩌겠습니까. 그게 운명이면 받아들여야죠.”
“여기서 쫓겨나는 게 끝이 아닙니다. 당신과 당신의 잘난 여자들 받아주는 곳이 한 곳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정권의 실세인 장관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죠.”
“최광석과 변병석, 정근욱을 믿고 그러나 본데 그 사람들 박 회장을 절대 도와줄 수 없어요. 박 회장이 쫓겨나는 순간 그 사람들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돼지는 내가 굴하지 않자 가족을 물고 늘어졌다. 양아치들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강건한 사람도 가족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약점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장관님은 제가 이 나라를 떠나기를 바라시는군요. 대통령과 정부의 대표로 오셨으니 그분들도 같은 뜻이겠군요. 힘없는 촌부가 어찌 나라의 녹을 먹는 내무부 장관님과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떠나드리죠.”
“음... 내 말은 떠나라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뜻도 꼭 나와 같다는 말도 아니고...”
돼지 새끼가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들은 권력에 편승해 부당 이익을 얻으려는 족속들로 조금만 겁을 줘도 알아서 재산을 갖다 바치는 부류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잘못한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고, 이 나라에 미련도 없어 돼지의 협박에 굴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할아버지와 대한당 변병석 대표, KM 그룹 정근욱 회장이 만만한 사람들도 아니라서 협박에 굴할 이유도 없었다.
1948년 7월 17일 정부 수립과 동시에 발족한 내무부는 지방 행정과 재정, 지역 경제, 지방세, 선거, 지방 자치 단체의 감독, 민방위, 재난 관리 및 소방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으로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최고기관이었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 권력이 더욱 집중되며 장관의 권한이 국무총리보다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기관을 권력 남용의 선두주자인 돼지가 차지하자 업무보단 잿밥에 관심이 많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투자단이 저에게 제안한 것 중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굳이 알려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그중에서 장관님이 가장 사랑하고 동경하는 미국 정부가 제안한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미국 정부는 저에게 미래 레드몬과 대한민국 정부가 체결한 땅의 열 배를 무상으로 양도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이곳처럼 춥고 척박한 곳이 아닌 기름진 땅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십 년간 벌어들일 돈을 귀화와 동시에 선물로 주기로 했고, 전용기, 호화요트, 저택, 평생 세금면제, 불체포특권 등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헉...”
“이유가 뭔 줄 아십니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할 수 있는 상급 피지컬리스트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할 수 있는 능력자가 저 한 명뿐이라는 말입니다. 하나만 물어보죠.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까지 저에게 무엇을 해줬습니까?”
“그. 그게...”
“고아가 됐을 때 차디찬 밥 한 그릇 준 적이 있습니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적은 있습니까? 갈 곳이 없어 산으로 숨어들었을 때 잠자리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까?”
“.......”
“전 이때까지 제 조국 대한민국에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조용히 살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게 제가 바라는 전부였습니다. 근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행동입니까? 조용히 숨어 살겠다는데 그게 죄입니까?”
“그.그.그런 뜻이 아니라... 나.난 다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김관웅 사장님!”
“네, 회장님!”
“회의 내용 모두 녹화하셨습니까?”
“예, 모두 녹화했습니다.”
“서정재 변호사님!”
“네, 회장님!”
“오늘 있었던 일을 간추려 내일까지 청와대와 국회에 답변을 요구하세요. 왕교언 장관의 요구가 청와대와 국회의 요구인지 아니면 개인의 요구인지 확실히 알려달라고 하십시오. 또한, 대한당 변병석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 내무부 장관의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씀하세요.”
“알겠습니다.”
“노.노.녹화라니? 당장 테이프를 내놓지 못해. 내가 누군지나 알고 이따위 협박이야! 나 왕교언이야. 이 나라 내무부 장관이라고~”
녹화란 소리에 많이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진 왕교언 장관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댔다.
“장관님 말씀대로 제가 국가질서를 어지럽히고, 계약을 위반한 것이 사실이라 테이프를 대중에 공개해 죄를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테이프를 내놔라, 협박했다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박 회장! 잠시만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잠시면 됩니다.”
“더는 들을 이야기가 없습니다. 테이프는 내일 중으로 청와대와 국회, 언론사에 배포하겠습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각국 언론사도 나진시에 들어와 있으니 나눠드리면 좋아하겠군요.”
“바.바.바.박 회장님! 제.제.제가 아.아까 한 말은 시.실수...”
“저는 더 들을 말이 없습니다.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제.제.제가 경황이 없다 보니 말이 지나쳤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흐음...”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은 박 회장님의 의중을 여쭈어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서였지, 회장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손해를 끼치려고 의도는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이 있는데, 이제 와서 그 말을 믿으라는 말입니까?”
“대통령 각하께서는 박 회장님같이 뛰어난 능력자가 조국을 등질까봐 항상 노심초사하고 계십니다. 또한, 청진에서 획득한 까치살무사를 외국에 팔 경우 국가와 민족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계셔 제가 이렇게 특명을 받고 나진시에 오게 된 겁니다.”
“제가 마치 국익을 등진 사람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전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지 그렇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그렇게 들리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순한 양처럼 변한 왕교언 장관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진심과는 거리가 먼 가식적인 행동이란 걸 상아가 살살 고개를 흔들어 알려주었다.
“대통령께서 장관님을 보낸 게 확실한 겁니까? ”
“그게... 사실은...”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대답을 회피하면 지금 즉시 청와대에 전화를 넣어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 그게... 한 번쯤 조율하라는 말씀이 있으셔서...”
“그럼 아까 한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군요?”
“죄송합니다. 불철주야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시는 대통령 각하의 마음을 미리 읽어 각하의 근심을 덜어드려야 하는 것이 제 일이라 그만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협박에 레드몬 사체까지 강탈하려 했는데, 그걸 작은 오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군요.”
“특사와 친서 부분은 자유당과 정부에서도 말이 많아 제가 총대를 멘 것뿐입니다. 그리고 레드몬 사체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순수하게 국민기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희사해 달라는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지 개인적인 사리사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이 새끼 거짓말한 게 모두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변명이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더니 이놈이 그놈일세.」
“장관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실을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분과는 더는 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 변호사님. 아까 말씀드린 대로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김도형 대장!”
“네!”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던 김도형 대장이 힘찬 대답과 함께 레드포스 대원 20명을 이끌고 회의장에 들어왔다.
“왕교언 장관님과 함께 온 일행분들 헬기이착륙장으로 안내해드리세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하게 모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회장님! 회장님!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회장님! 회장님...”
왕교언 장관은 건물 밖으로 끌려나가 차에 태워지는 순간까지도 애타게 나를 불렀다.
누가 보면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를 강제로 갈라놓는 것처럼 돼지 새끼는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애타게 회장님을 연호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자 면담 내용이 궁금했는지 아내들 모두 응접실 모여 나와 상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비야! 술 한잔 하자.”
“정말로?”
“그래. 소주 좀 가져와봐.”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내가 소주를 찾자 눈치 빠른 아내들이 주방에 달려가 안주를 챙겨 침실 베란다에 술상을 차렸다.
“상아야! 고생 많았어.”
“오빠하고 은하 언니가 고생하셨죠. 전 그냥 조용히 앉아만 있다 왔는걸요.”
“입에 담지 못할 더러운 말을 진실의 눈으로 파악하는 게 얼마나 큰 고역인지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히히히~ 제가 한 잔 따라 드릴게요.”
“그래.”
“오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오빠 옆에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가 있잖아요.”
“고마워.”
상아를 시작으로 아내들이 따라주는 술을 한 잔씩 받아 마시며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다.
서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어 왕교언 장관의 행동이 실망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내가 상급 피지컬리스트란 것이 알게 되면 효용가치를 인정해 소 닭 보듯 싫어도 모른 척할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나를 뜯어먹기 좋은 고기로 착각한 돼지 새끼가 이빨을 드러낸 채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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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수정합니다.
국정원을 국가안전기회부로 변경하였습니다.
국가안전기회부는 1981년 4월 8일 중앙정보부를 개편하여 발족하였고, 1999년 1월 21일 국가정보원으로 개편되면서 폐지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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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 납니다. ;;;)